올해까지 벌써 리그 3연패. 도무지 멈출 것 같지만 않은 바르셀로나의 질풍가도다. 레이카르트 체제 막판에 휘청거려 레알 마드리드에게 우승을 내주고 나서 바르샤가 무너지나 싶었지만, 구원투수로 B팀 감독이었던 조셉 과르디올라가 A팀 감독으로 승격하면서 바르셀로나의 불안요소를 모조리 제거하고, 바르샤만의 독창적인 축구로 유럽을 누비고 있다. 확실히 과르디올라가 바르샤를 이끌면서 내놓은 전술들을 하나하나 뜯어보면, 정말 대단한 요소들이 많다. 90분 내내 상대의 간격 사이사이에 선수들이 배치하면서 끊임없이 공격적으로 압박하면서 그 좁은 틈에서 끊임없이 이뤄지는 패스들, 그리고 포지션 파괴, 게다가 공격시와 수비시 수시로 바뀌는 포지션 커버와 위치이동까지. 확실히 그들의 축구는 현재 가장 뛰어난 전술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물론, 이러한 완벽한 전술을 구사하기 위해서는 그 전술의 구심점이 되어야할 선수들의 역량 또한 중요하다. 카시야스의 위대함에 가려져 있을 뿐, 올시즌 바르셀로나의 골문을 철저하게 지켜낸 빅토르 발데스부터, 바르샤의 수비라인 조율에 필수불가결한 푸욜-피케 라인, 수비진 바로 앞에서 상대의 돌파를 한 발 먼저 차단하는 역할인 세르히오 부스케츠와 중원에서 전반적인 경기흐름을 주도하는 사비 에르난데스, 그리고 공격시 상대방의 진영을 가장 많이 휘젓고 다니는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득점기계로 거듭난 리오넬 메시까지. 이들이 있었기에 바르셀로나식 토탈 사커가 가능했던 것이다.
바르셀로나가 아직 풀어내지 못한 과제, 스트라이커 기용 문제
하지만 제아무리 완벽한 전술을 구축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와 그것을 만들어낸 과르디올라 감독이라도,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과르디올라가 A팀 지휘봉을 잡은 지 벌써 3년째 되어가지만, 아직도 이 부분에 있어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것 같다. 바로, 스트라이커의 기용문제다.
(조셉 과르디올라의 눈에는 사무엘 에투나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자신의 전술에 2%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
과르디올라가 바르셀로나에 있는 동안 바르샤는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크게 3번씩이나 바뀌었다. 이미 바르셀로나를 떠나려고 했던 "흑표범" 사무엘 에투를 비롯하여, "리그 우승청부사"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그리고 "스페인의 해결사" 다비드 비야까지. 일단, 다비드 비야를 언급하기에 앞서서 사무엘 에투와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대해 언급하겠다.
사무엘 에투는 전형적인 골게터다. 상대의 오프사이드 라인을 빠른 속도로 뚫어버림으로써 상대 골문을 향해 돌진해서 골을 넣는 타입이다. 그의 빠른 몸놀림과 엄청난 득점력 덕분에 바르셀로나는 그 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면서 그들의 영광의 길을 달리기 시작했지만, 과르디올라 눈에는 에투가 영 탐탁치 않았다. 물론, 전술 외적인 부분에서도 종종 과르디올라와 에투가 마찰이 있었지만, 우선적으로 과르디올라는 최전방 공격수에게도 동료와의 연계플레이와 스위칭 플레이를 요구했었는데, 에투가 이를 수행하기엔 스타일이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그렇게 바르셀로나는 에투에 거액을 얹어서 인테르의 핵심인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를 데려오는 엄청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는 에투와 달리, 전형적인 골게터라기 보단 오히려 1선에서 공격을 주도하는 타입이다. 그는 빠른 발로 상대 수비의 틈을 비집고 나오지 않고, 그 대신에 동료와의 연계플레이로 상대 수비를 벌리고 흐트려놓는 유형이었다. 이러한 부분에서는 과르디올라가 원했던 스타일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에투처럼 혼자서 상대 수비 사이를 순식간에 뚫고 나가는 그 한 수가 없었기에 그에게 오는 공에 차단되면 속수무책이었고, 적은 활동량과 후반기로 접어들수록 떨어지는 페이스, 불성실한 태도로 후반기에는 벤치만 달구는 신세가 되었다.
에투와 즐라탄으로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다비드 비야로 해소한다?
(올시즌 비야의 활약은 이적 후 첫시즌 치고는 준수했다, 하지만 메시의 중앙이동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비야가 희생되고 있다)
에투와 이브라히모비치가 만족스럽지 못하자, 바르셀로나는 바로 지난 여름에 2010 남아공 월드컵 스페인 우승의 주역 중 한명인 다비드 비야를 누캄프로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라리가 내에서 다비드 비야에 대한 평가는 누구나 다 알듯이 라리가를 대표하는 아이콘 중 한명이고, 지난 남아공 월드컵에서 득점의 대부분을 책임졌다. 그는 에투나 이브라히모비치와는 달리, 감독이나 동료들과의 마찰을 일으키지 않으며 스페인 출신이라는 점까지 있기에 스쿼드 대부분이 스페인 국대로 구성된 바르샤 선수들과는 매우 잘 지내 적응력에 있어선 문제는 없었다. 그리고 발렌시아 시절만큼 엄청난 득점은 아니지만, 바르샤 이적후 리그 18골이라는 준수한 성적과, 그리고 5차례의 엘 클라시코 더비에서 2골을 기록하는 등 나름대로 입지를 쌓아올리는 데는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서 하나 문제가 발생하는데, 바로 리오넬 메시의 중앙으로의 위치 변경이다. 09/10 시즌까지 주로 오른쪽 윙포워드에서 뛰면서 상대의 왼쪽측면을 비집고 중앙으로 쇄도했던 리오넬 메시가 올시즌에는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최전방과 중원 사이를 조율하는 역할을 부여받았고,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함으로써 다비드 비야는 자연스레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지게 되었다. 바르셀로나는 메시의 포지션을 중앙으로 바꾸면서 잭팟을 터뜨렸는데, 메시가 포지션 변경 이후 올시즌에만 52골을 뽑아냈다는 점이다.
특별히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메시가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자연스레 중앙과 측면을 이리저리 휘젓으면서 수비를 교란하고, 직접 자신이 마무리하는 원맨쇼를 보여줬다. 그리고 비야도 왼쪽 측면에서 메시, 페드로와의 좋은 연계플레이를 보여주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위협적인 움직임도 보여줬다. 하지만, 비야가 측면으로 빠지면서 그의 득점력이 떨어지게 된 셈이다. 물론 다비드 비야가 팀을 위해 희생하는 정신 또한 뛰어나기 떄문에 이런 전술이 완성되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지만, 측면으로 이동하고 나서 후반기에 "11경기 무득점"이라는 굴욕까지 겪었던 것을 생각하면 비야 본인에게 있어서는 과연 측면으로의 배치가 좋은 선택이라고 할 지 곰곰히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물론 오사수나전에서 그 침묵을 깨뜨렸지만, 그동안 보여줬던 그의 골침묵 때문에 과르디올라는 또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팀을 위해서 희생하는 비야의 자세는 본받을 점이나, 메시의 프리롤로 비야 자신이 묻히고 있다는걸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비드 비야, 그의 네임벨류나 클래스만 보더라도 바르셀로나 뿐만 아니라 유럽에서 내노라하는 빅클럽에서 당장 주전을 꿰찰 수 있는 실력이다. 바르셀로나 또한 훌륭한 팀이지만, 지금의 바르셀로나는 그냥 훌륭한 팀이 아니라 '현재의 대세'이자 '최강팀'이라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다비드 비야는 바르샤로 이적한 것이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사실, 라리가 내에서 비야를 감당할 수 있는 팀이라곤 바르샤와 레알. 하지만, 이 두 팀은 메시와 호날두를 중심으로 전술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 두 팀 중 어디로 이적하더라도 결국 비야 중심으로 전술이 운용될 확률은 없다는 것이다. 그가 바르샤에 와서 우승이라는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는 점은 만족할 지 모르겠지만, 올시즌 내내 측면에서만 활용되는 자신의 플레이에도 만족할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또다시 여름 이적시장에서 움직이려고 하는 바르셀로나
(바르샤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노리고 있는 비야레알의 에이스, 쥐세페 로시)
올시즌 메시의 중앙으로 위치변경으로 쏠쏠한 재미를 본 바르셀로나는 다음 시즌에도 메시를 중앙에 놓을 것이고, 비야는 또다시 측면에서 뛰어야 할 지 모른다. 그리고 비야도 어느덧 나이가 서른이라서 다음시즌 바르샤에서 전성기적 기량을 보여줄 지 확신할 수 없다. 게다가 긴 골침묵 영향탓에 과르디올라나 꾸레들에게 조금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한다(참 자신에게 맞지 않은 옷을 입은 탓에 실력까지 의심받다니 쩝...).
비야의 현재 자리를 대체할 자원으로 요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라리가에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면서 매 여름이적시장이 열릴 때마다 루머 리스트 상위권을 넘나들던 비야레알의 에이스인 쥐세페 로시. 쥐세페 로시는 지난 여름부터 비야레알을 떠나려는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고, 올 겨울에 하마터면 떠날 뻔도 했다(토트넘이 로시에게 러브콜을 날렸으나 로시는 차도남스럽게 딱잘라 토트넘에게 굴욕거절을 안겨주었지...). 현재 비야레알에서 니우마르와 함께 환상의 호흡을 보이면서 올시즌에만 리그 18골을 터뜨리면서 물오른 감각을 뽐내고 있다.
로시는 다비드 비야와 달리 최전방 스트라이커가 아닌 쉐도우 스트라이커나 윙포워드도 활약이 가능하다. 그렇다보니, 비야보다는 아무래도 측면에서의 움직임이 좋을 수 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비야보다도 더욱 다양한 유틸리티 옵션인지라(로시는 최전방, 쉐도우, 윙포, 심지어는 공미도 소화가능한 멀티 +ㅁ+) 메시를 중앙에 놓고 계속 쓴다면 로시같은 선수가 끌릴 게 당연할 것이다. 하지만, 로시를 노리는 건 바르샤 한 팀만 있는 게 아니다. 우선, 바이백조항을 걸어넣고 수시로 로시를 모니터링하는 전소속구단인 맨유와(맨유도 올시즌이 끝나면 공격수들 대거 정리에 들어간다고 하기에 구성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로시 본인도 맨유 리턴에 대해선 매우 긍정적인 입장) 줄곧 델피에로의 후계자로 점찍으며 노리고 있던 유벤투스가 노리고 있다(그러나 유벤투스로 이적하는 것에 대해 로시의 입장은 그닥 별로인 듯하다..?). 그래서 로시를 영입하기 위해 비야 영입할 때처럼 상당한 이적료를 지불해야 할 각오를 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로시를 영입한다고 해서 바르샤의 스트라이커 기용이 100% 발휘될 수 있을까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다른 팀에서도 영입하는 거 외에 내부에서 대체방안을 찾는 방법도 있다. 일단, 이니에스타를 위로 올리는 방법이 있다. 비야가 오기 전, 그리고 페드로가 성장하기 전에 이니에스타가 메시의 측면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던 적이 있었다. 이니에스타가 현재 중원에서 맹활약하고 있다지만, 측면에서의 움직임 또한 이에 못지 않다. 엄청난 활동량과 측면, 중앙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메시를 보좌하면서 측면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여줄 수 있다(메시와의 스위칭 무브먼트도 탁월하다). 또다른 방법은 올 초에 바르셀로나로 건너온 이브라힘 아펠라이를 활용하는 방법이다. 비록 현재 비야나 이니에스타만큼의 기량까지는 아니지만, 그의 잠재력이나 PSV에서의 활약상을 놓고 본다면, 바르샤의 전술에 확실히 녹아들기만 하면 측면에서 충분히 활용가능한 자원이다.
바르셀로나는 에투, 이브라히모비치, 그리고 비야까지 모두 바르샤 유니폼을 입히면서 자신들의 전술에 맞을 지 모든 실험은 다 해 본 셈이다. 하지만, 세계에서 내놓으라하는 스트라이커들 중에서 아직 이 구단을 100% 충족시킬만한 선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다음시즌에도 메시가 중앙에 서게 된다면, 바르셀로나는 비야에 만족 못하고 또다른 옵션을 사들이려고 준비할 것이 분명하다. 바르셀로나와 그리고 스트라이커, 둘 다 만족스럽게 공존하기는 정녕 힘든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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