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전에 홈경기에서 무려 두 골이나 내주며, 최악의 상황을 맞이한 레알 마드리드는 2차전인 누캄프에서 어려운 상황에서 바르셀로나를 뒤집기 위해 3골을 넣어야 한다는 부담감과 차,포를 뗀 채 경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결국 그 공백을 극복하지 못한 채 바르셀로나의 결승 진출을 지켜봐야만 했다.
1. '베스트 11' 바르셀로나 vs '차, 포 떼고 나온' 레알 마드리드
홈팀인 바르셀로나는 부상으로 빠져있던 이니에스타까지 돌아오면서 그들의 베스트 11을 구축했다. 다만, 아비달이 부상으로 빠져 공백이 생긴 레프트백 자리에 부상에서 복귀한 푸욜이 나오고 푸욜이 레프트백으로 옮겨감으로써 비어있는 센터백 자리에 마스체라노가 1차전과 동일하게 그대로 투입되었다.
반면, 1차전에서 라모스와 페페, 그리고 무리뉴 감독까지 잃게 된 레알 마드리드는 거의 '차, 포 떼고 나왔다'고 할 정도로 전력에 엄청난 누수를 겪게 생겼다. 1차전때 퇴장당한 무리뉴 감독은 징계때문에 오늘 누캄프 경기장에 오질 않았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1차전에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던 카르발료가 복귀했고, 그동안 선발로 출장하지 못했던 카카와 이과인이 선발로 출장했다.
2. '성(聖) 이케르' 카시야스의 신들린 선방쇼
(레알의 파상공세를 죄다 막아낸 '성(聖) 이케르' 카시야스)
누캄프의 좁은 규격의 피치는 역시 바르샤를 위한 그라운드였다. 경기장 간격이 좁다보니 정교한 패스 플레이와 적극적인 전면 압박을 주로 사용하는 바르샤에겐 그야말로 최적의 조건. 바르샤의 그 특유의 패스게임이 상당히 돋보였고, 점유율도 75% vs 25%일 정도로 바르샤에게 일방적인 경기로 흘러갔다. 특히, 부상에서 복귀한 이니에스타의 움직임은 바르샤에게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주었고, 메시가 마음대로 움직이도록 만드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경기장 간격이 좁다보니 자연스레 레알 마드리드 입장에선 공격적인 윙플레이를 하기엔 불리한 요건이었다. 더군다나, 오늘따라 선발출장으로 나온 카카와 이과인의 움직임이 영 좋질 못했다. 그 영향이 결과적으로 레알의 패스흐름이 뚝뚝 끊기는 결과를 만들어냈고, 바르샤에게 주도권을 내주는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오죽하면 전반전에만 유효슈팅 수가 7대0으로 일방적인 경기로 이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에는 '성(聖) 이케르' 카시야스가 있었다. 전반에만 8개의 슈팅을 날리던 바르샤의 파상공세를 신들린 선방쇼로 막아냈다. 그의 선방쇼로 인해 바르샤는 마무리가 좋질 못했다. 그리고 라스 디아라의 활약 또한 좋았다. 페페가 빠진 대신에 페페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면서 그의 끊임없는 이적설을 어느정도 잠재우는 데에 충분했고, 사비 알론소도 오늘 레알에서 가장 많고 정확한 패스를 뿌리며 그나마 윤활유역할을 했다.
3. 또다시 불거진 오심논란, '이과인 골 무효'
(이과인의 골이 무효되면서 다시 논란이 시작된 엘 클라시코)
전반전에 아무 탈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후반전에 결국 큰 사고가 하나 터져버렸다. 후반에 호날두가 드리블 몰고 들어오던 중에 피케의 발에 걸려넘어졌고, 그 경합 과정 사이에 옆으로 흐른 공을 이과인이 재빨리 받아서 골로 연결시켜 레알이 선제골로 기선제압하는가 싶었다. 하지만, 주심은 이과인 골을 선언하지 않고 되려 호날두의 파울을 선언했다.
호날두에게 파울을 선언한 이유는 호날두가 피케의 발에 걸려넘어지는 과정에서 호날두가 몸을 구르면서 앞에 있던 마스체라노를 넘어뜨렸는데, 그것 떄문에 호날두에게 파울을 준 것이다. 이것이 논란의 시발점이 된 것이다. 리플레이 영상을 본다면 호날두가 피케의 발에 걸려 넘어졌기에 반칙을 줄 것이라면 호날두가 아니라 피케의 반칙을 불었어야 했다. 아니면 어드밴티지 룰을 적용해서 그냥 넘기는 게 일반적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심판이 걸려넘어진 호날두에게 파울을 선언하면서 도무지 납득할 수 없는 판정으로 경기 흐름에 찬 물을 끼얹었고, 결국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만들었다. 이 판정이 레알 마드리드의 사기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것이다.
4. 먼저 흐름을 깨뜨린건 바르셀로나, 하지만 레알도 그에 곧바로 응답했다
(0대0 균형을 깨뜨린 건 바르셀로나의 페드로였다)
이과인의 골무효를 발판으로 삼아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력은 점차 살아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러한 레알 마드리드의 흐름을 바르셀로나가 한 번에 망쳐놨다. 후반 9분에 이니에스타의 입이 벌어지는 감각적인 쓰루 패스가 레알 수비 사이를 갈랐으며, 그 패스를 측면에서 페드로가 공간침투하여 카시야스와의 1대1 찬스를 놓치지 않고 그대로 선제골을 성공시켰다. 종합전적이 2대0에서 3대0으로 더 벌어지는 순간이었다.
레알 마드리드는 골이 필요했기에 이과인과 카카를 빼고 아데바요르와 외질을 투입시킴으로써 1차전때 출격했던 멤버들로 구성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렇게 공격적으로 밀어부치던 레알은 후반 19분에 결정적인 기회를 맞이했다. 사비 알론소의 쓰루 패스를 받은 디마리아가 골포스트를 때리는 슈팅을 떄렸고, 골포스트를 맞고 나온 공을 마르셀로가 다시 침착하게 골로 성공시키며, 다시 1대1 균형을 만들었고 3골차에서 2골차로 좁혔다.
하지만, 레알의 위력적인 공격은 여기까지였고, 바르셀로나는 비야를 빼고 케이타를 투입시킴으로써 공격에 치중하기 보단 수비를 강화하여 잠그기로 대응했다. 그 때문에 바르샤의 느린 템포에 휘말린 레알 마드리드는 이렇다할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고, 결국 90분 종료 휘슬이 울렸다.
5. 전반적인 관전평
Best : 안드레스 이니에스타(바르셀로나)/Worst : 카카 or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레알 마드리드) + 주심
(안드레스 이니에스타가 있고 없고의 바르셀로나의 차이가 엄청났다는걸 느끼게 해준 2차전)
역시 이니에스타였다. 확실히 그가 복귀함으로써 바르셀로나의 경기력이 확연히 차이가 났다. 물론 1차전때 이니에스타 대신 나온 세이두 케이타의 활약도 좋았다. 하지만, 이니에스타만큼 창의적인 패스나 수비를 분산시키는 드리블이나 공간 활용능력은 없었다. 이니에스타가 90분 내내 찔러주는 쓰루 패스와 돌파력은 바르샤가 좀 더 공격을 편안하게 만드는 게 큰 도움을 주었고, 메시가 자유롭게 날뛸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리고 페드로의 골을 만들어낸 장본인이기도 하다. 내가 바르셀로나 선수들 중 이니에스타를 가장 높게 평가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점이 아니었나 싶다. 스탯과 관계없이 매 경기마다 큰 임팩트를 선사하는 이니에스타, 그가 오늘 이 경기의 MOM이라고 본다.
이니에스타 못지 않게 메시의 기민한 움직임도 좋았다. 평소 하던대로 메디아푼테로 나와서 최전방과 미드진의 라인을 진두지휘하면서 바르셀로나의 공격을 이끌었다. 그리고 오늘 레알 마드리드에게서 가장 많은 반칙을 얻어냄으로써 레알이 자기 의도대로 경기하는 것을 막는데도 큰 일조를 했다.
이니에스타에 비해 카카나 아데바요르의 움직임은 가히 최악이었다. 먼저, 카카의 경우 예전에 내가 알던 그 판타지스타 카카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예전에 카카가 나온다면 엘클라시코에서 레알이 쉽사리 밀리지 않을거라고 몇차례 언급했던 내가 무안해질 정도였다. 오늘 외질과 교체될 때까지 카카는 카메라에 거의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디마리아나 호날두와의 연계 플레이도 좋지 못했다(오히려 패스나 연계 플레이는 카카보다도 사비 알론소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훨씬 낫다).
그리고 아데바요르... 그가 레알 마드리드에 오자마자 골을 넣고 해서 좋을 줄 알았는데, 지난 1차전과 오늘 2차전 경기를 보면서 왜 그를 투입시켰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었다. 차라리, 후반에 들어 점차 살아나기 시작하던 이과인을 끝까지 믿고 나갔어야 했다. 오늘 그는 1차전과 다를 거 없이 종료 휘슬이 울리기 전까지 그저 바르샤 선수들을 폭행하기에 바빴다. 안그래도 두 골 더 넣어야 할 판에 이딴짓이나 하고 말이지, 참... 이런 식이면 다음시즌에 레알에서 못 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주심이었던 프랑크 데 블레케르도 작년에 이어 썩 좋은 판정을 내리진 않았다. 작년에는 부스케츠 까꿍사건으로 오심을 불러일으키더니 오늘은 이과인의 골을 날려버렸다. 백 번 생각해보아도 그 상황에서 호날두에게 파울을 준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것이다. 반칙당한 선수보고 반칙을 선언했으니 오늘 경기 끝난 이후로 두고두고 논란거리를 제공한 것이다. 또한 그 이후에 중립팬들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바르샤에게 편파판정을 주면서 인상을 찌푸리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블레케르 주심 덕분에 바르샤가 또 한 번 안좋은 소리를 듣게 생겼다.
엘 클라시코 1차전에 비해서 2차전은 경기가 그렇게 흐름이 끊기지도 않았고,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그리고 두 팀 다 1차전에 비해 상당히 공격적으로 나왔기에 새벽 내내 밤새면서 경기를 본 축구팬들에게 어느정도 만족감도 주었다. 다만, 심판의 그 한 번의 실수 때문에 또다시 심판 자질로 인해 경기흐름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오게 생겼으니 끝이 찝찝할 따름이다. 하지만, 심판 판정의 논란을 접어두고 핵심전력이 빠진 레알 마드리드가 반전을 일으키긴 역시 힘들었다. 특히나, 무리뉴 감독이 없던 경기에선 말이다. 그의 존재감이 크게 느껴졌던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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