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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끝나지 않았다, EPL 마라톤

J_Hyun_World 2011. 5. 3. 07:22

 

  이대로 맨유의 19번째 리그 우승으로 확정될 줄 알았으나, 역시 스포츠는 경기 종료될 때까지 봐야한다고 지난 주말에 열렸던 아스날 대 맨유 경기에서 아스날이 오랜만에 기회를 잡은 아론 램지의 결승골에 힘입어 맨유의 우승에 다시 한 번 브레이크를 걸었고, 그 전날 열렸던 첼시 대 토트넘과의 경기에서 첼시가 토트넘을 잡아 1위인 맨유와 승점을 3점차로 좁혀 8일에 있을 맨유와의 원정경기에서 이기면 다시 1위를 탈환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토트넘이 계속 부진을 거듭하던 중에, 리버풀은 연승행진을 달리며 어느새 19위 강등권에서 5위까지 치고 올라와 조금이나마 챔스 진출에 대한 희망을 걸기 시작했다.

 

  이제 EPL은 총 3경기를 남겨두고 있다. 선두권 팀들이 의외의 경기결과를 남기는 바람에 남은 3경기가 안개 속의 형국이 되어버렸고, 우승팀과 챔스진출팀의 향방이 막판까지 치닫게 되었다.

 

 

1.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승 레이스!

 

1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승점 73점, 남은 경기 : 첼시(H) - 블랙번(A) - 블랙풀(H))

 

(아스날 원정 패배로 인해 순탄했던 우승 레이스에 빨간불이 켜진 맨유)

 

  아스날과 경기를 펼쳤던 맨유는 전체적으로 다운되었다. 그동안 챔피언스리그(현재 4강), FA컵(4강에서 탈락), 리그를 병행하면서 우승을 다투는 팀들 중 가장 체력 소모가 많았다. 그러다보니 숱한 찬스를 만들어냄에도 불구하고 골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지 못했고, 예전처럼 상대의 적극적인 압박에도 잘 대처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샬케전에서도 일방적 코트로 경기했음에도 상당히 기회를 날렸던 맨유는 아스날전에서도 그대로 재현했다. 집중력과 체력 저하로 맨유는 아스날의 아론 램지에게 결승골을 내주면서 첼시에게 막판에 추격을 허용해버렸다.

 

  맨유의 남은 리그 일정은 그나마 순탄한 편이지만, 8일에 있을 첼시와의 홈경기가 우승의 향방을 다툴 최고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주중에 샬케와의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2차전은 맨유 홈인 올드트래포드에서 경기하기 떄문에 장거리 이동을 하지 않아 큰 체력소모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무뎌진 칼날을 다시 두드리지 않는다면, 자칫하다가 첼시에게 뒤통수를 맞을 지도 모르니 정신재무장이 요구된다.

 

 

 

2위 첼시(승점 70점, 남은 경기 : 맨유(A) - 뉴캐슬(H) - 에버튼(A))

 

(버저비터 골을 집어넣은 칼루의 활약으로 첼시는 선두인 맨유와 승점 3차로 좁히는 데 성공하며 반전을 노리고 있다)

 

  불과 맨유와의 챔피언스리그 8강에서 1,2차전 내리 패하면서 안첼로티 감독 경질설까지 나돌 정도로 분위기가 최악으로 치달았던 첼시지만, 리그에선 위건 원정경기에서 1대0 신승을 거둔 이후 내리 5연승을 달리면서 4위까지 떨어졌던 리그 순위를 어느새 2위로 끌어올리며, 맨유의 뒤통수를 저격하기 위해 정조준하고 있다. 아직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첼시 선수들이 다시 제 폼을 찾아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측면이다. 그동안 골침묵으로 일관했던 토레스의 마수걸이골, 다시 살아난 람파드와 드록바, 수비진에서 다비드 루이즈의 맹활약 등이 첼시를 상승기류로 끌어올린 원동력이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남은 리그 일정은 맨유보다 더 힘들다. 일단 이번 주말에 맨체스터 원정에서 맨유를 상대해야한다는 점이 가장 껄끄러울 것이다. 현재 맨유는 올시즌 내내 홈경기 무패행진(16승 1무)를 기록하고 있는데다가 지난달 맨유 홈경기에서도 패배했던 기억이 있기에 쉽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맨유 경기 이후에 껄끄러운 뉴캐슬, 에버튼도 상대하기 때문에 올시즌 초반에 화력쇼를 펼쳤던 기량으로 하루빨리 끌어올려야 하는게 급선무다.

 

 

 

3위 아스날(승점 67점, 남은 경기 : 스토크(A) - 아스톤빌라(H) - 풀햄(A))

 

(세스크 대타로 출격한 아론 램지, 그의 오른발이 아스날의 분위기를 뒤바꿨다)

 

  후반부에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매번 고질병으로 지적받던 '뒷심부족'의 아스날, 그 '뒷심부족'으로 인해 어느덧 3위까지 밀려나버렸다. 하지만 맨유와의 홈경기에서 승리하면서 그 꼬리표를 어느정도 떼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아스날의 주장이자 핵심전력인 세스크 파브레가스의 갑작스런 부상으로 빠진 공백을 아론 램지-잭 윌셔-알렉스 송이 투지와 집념으로 완벽하게 메꿈으로써 세스크 부재시 활용할 수 있는 플랜B를 개척하는 쾌거를 이뤘다. 그리고 매경기마다 공격포인트를 쌓아올리면서 최절정 기량을 과시하는 로빈 반페르시와 사미르 나스리 등의 측면 돌파도 나날이 날카로워지고 있어 막판까지 알 수 없게 되었다.

 

  아스날은 맨유와 첼시에 비해 사실상 우승권에서 밀려난 상황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예 우승을 포기하기엔 아직 이르다.맨유와 첼시의 대결에서 첼시가 이기거나 비기게 되면, 조금의 희망이 남아있다. 물론 아스날은 남은 3경기 전부 다 승리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성립되지만 말이다. 아스날의 경우에는 아스톤빌라와의 홈경기를 제외하고 원정길에 오르지만, 첼시의 일정에 비한다면 상당히 양호하다. 우승은 힘들더라도 최소한 좋은 결실을 맺어 2위를 다시 수성할 가능성이 어느정도 마련되어 있다.

 

 

 

2. 남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리켓은 누구에게?

 

4위 맨체스터 시티(승점 62점, 남은 경기 : 에버튼(A) - 토트넘(H) - 스토크(H) - 볼튼(A))

 

(막판에 다다르니 비로소 불붙기 시작한 맨시티의 막강화력)

 

  맨시티가 토트넘이나 리버풀에 비해 상대적으로 챔스진출 가시권에 가까운 건 사실이다. 비록, 리버풀과 첼시에게 뼈아픈 패배를 당했지만, 다른 팀들에게 막강화력을 앞세워 승기를 잡았고 또한 맨체스터 라이벌인 맨유를 꺾고 FA컵 결승전까지 진출했기 때문에 분위기는 일단 밝다. 무엇보다도 토레스와 같이 리그경기에서는 골침묵이었던 제코가 마수걸이골을 성공시키면서 막판에 비로소 공격물꼬가 트이는 것 같다.

 

  하지만 맨시티의 남은 경기일정이 그리 녹녹치가 않다. 에버튼 원정과 토트넘과의 홈경기가 아무래도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에버튼의 경우에는 맨시티 못지않은 탄탄한 미드진을 구축하고 있기 떄문에 방심했다간 뼈아픈 패배를 당할 가능성이 있다(맨유도 에버튼을 가까스로 이겼던 것을 생각하라). 그리고 토트넘과의 홈경기는 거의 혈전에 가까울 전망이다. 토트넘이 비록 무승행진이긴 하지만, 첼시와의 경기에선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토트넘은 맨시티와의 경기에서 올인할 것으로 보인다.

 

 

 

5위 리버풀(승점 55점, 남은 경기 : 풀햄(A) - 토트넘(H) - 아스톤빌라(A))

 

(이 팀이 정녕 강등권까지 내려갔던 그 리버풀이란 말인가?)

 

  요즘 리버풀을 보면서 매번 느끼지만, 이 팀이 정녕 강등권까지 떨어졌던 그 리버풀이 맞는지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팀이 완벽하게 부활했다. 케니 달글리쉬 감독이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리버풀의 목표는 유로파리그 티켓이었지만, 어느새 리그 5위까지 올라서면서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노려보고 있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달글리쉬의 다양한 전술운용과 부진에 빠져있던 선수들의 부활, 그리고 맞물려 돌아가는 팀워크까지! 이러니 리버풀의 경기력이 좋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리고 다음시즌에도 코몰리 단장의 스카우팅 능력과 존 헨리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이 확정되어있기 때문에 웬만하면 챔스 욕심을 내보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기에는 맨시티나 토트넘에 비해 한 경기를 더 치룬 상황이기에 가장 불리하다. 더군다나 토트넘과의 홈경기도 꽤나 벅찰 것으로 보인다. 지난번에도 토트넘의 빠른 윙어를 막아내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경험이 있었기 떄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락호락한 리버풀은 아니지만, 그래도 토트넘은 경계해야한다. 맨시티의 경기일정에 따라 리버풀의 챔스 진출 가능성 여부가 좌우될 것이다.

 

 

 

6위 토트넘(승점 55점, 남은 경기 : 블랙풀(H) - 맨시티(A) - 리버풀(A) - 버밍엄(H))

 

(6경기 연속 무승행진, 가장 상태가 심각한 건 토트넘이다)

 

  토트넘의 페이스가 갈 수록 떨어지고 있다. 챔피언스리그 8강전에서 레알과의 2연전에서 내리 패했던 게 영향이 컸던 것일까? 토트넘이 리그경기에서 도통 승리를 못하고 있다. 어느덧 6경기 연속 무승을 기록하는 바람에 4위인 맨시티를 끊임없이 위협해오던 토트넘이 졸지에 리버풀에게 5위자리까지 내줘버렸다. 공격수들의 골침묵, 로테이션을 쓰지 않은 덕택에 갈수록 커져만 가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 수비수들의 부상으로 인한 자동 로테이션, 거기다가 불운까지 겹쳤으니 토트넘에게 있어서 올해 봄은 잔인하게 느껴졌을 게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 반전의 계기는 남아있다. 비록 지난 주말에 첼시에게 아깝게 패하긴 했지만, 좋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베일이나 모드리치 같은 핵심선수들이 숱한 이적설 속에서도 팀에 대한 충성심을 과시하면서 다시 팀분위기를 재정비하고 있다. 토트넘의 최대 고비는 아무래도 맨시티-리버풀로 이어지는 원정 2연전이다. 확실히 챔스 진출권을 놓고 직접적으로 자웅을 겨루기 때문에 이 2연전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지난시즌처럼 극적으로 4위로 다시 한 번 챔스리그를 밟을 것인지 한 번 지켜봐야한다.

 

 

  앞으로 남은 3라운드, 어찌보면 짧은 기간이지만 이 사이에 많은 이변이 연출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EPL의 마라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38라운드 최종 골인지점에 도착할 때까지 가봐야 아는 법. 과연 맨유가 최다 우승팀으로 등극하느냐, 아니면 첼시가 막판 뒤집기로 극적인 2연패를 달성할 것인가 또는 맨시티가 토트넘에 이어 클럽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을 것인가 등등. 즐거운 상상들을 만들어 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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