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만에 이루어진 꿈★
지금으로부터 1년 전인 2010년 5월 6일, 맨체스터 시티는 남은 챔피언스리그 진출티켓 한 장을 앞에 두고 토트넘과 혈전을 벌인 끝에 크라우치의 결승골로 챔스의 꿈이 좌절되었던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로부터 1년 후, 드디어 꿈★이 이루어졌다. 단 한번도 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던 맨체스터 시티가 11일 새벽(한국시각 기준)에 열렸던 토트넘전에서 1대0 으로 승리하면서 다음시즌에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확정지었다. 아이러니하게도 1년 전에 토트넘에게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안겨줬던 주역인 크라우치가 자책골을 넣으면서 맨시티에게 챔스티켓을 선물(?)해줬다.
(작년엔 영웅이었지만, 올해는 역적이 되어버린 피터 크라우치의 자책골이 들어가는 장면)
맨시티가 토트넘전에서 이김으로 인해 5위인 리버풀과의 승점 7점차로 벌려 사실상 챔스진출이 확정되었고, 내심 3위 진입도 노릴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게 되었다. 현재 3위 아스널과 4위 맨시티의 승점차는 단 2점차. 아스날은 지난 1일 맨유전에서 승리로 상승기류를 타는가 했으나, 스토크전에서 3대1 완패를 당하며 다시 슬럼프곡선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남은 두 경기(볼튼-스토크 시티)를 모두 잡아낸다면, 3위로 챔피언스리그 본선 직행이라는 영광까지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맨시티는 스토크 시티와의 FA컵 결승전도 있어서 그런지 만치니 감독은 3위에 대해 크게 욕심을 내지 않는다며 매우 겸손한 자세를 취했다.
그동안 맨체스터 시티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목표로 매시즌마다 천문학적인 액수를 쏟아부으며 선수, 스탭, 시설 등을 예전보다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는데 주력했다. 2시즌 연속으로 1억 파운드 이상의 이적료를 지출하면서 선수단을 대폭적으로 강화시키는 모습도 보여줬다. 하지만, 여태껏 쓴 돈에 비해서 결과물이 맨번 만족스럽지 못했다. 아무래도 단순히 돈으로 연결된 스쿼드이다 보니 선수들 개개인의 개성이 너무 독보적으로 튀어서 쉽게 융화되지 못했고, 그래서 첼시에 비해 발전속도가 더딘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만치니 체제에 들어서면서부터 점차 톱니바퀴처럼 맞물려가기 시작하는 모습이 보였고, 그것이 맨시티의 경기 기복을 줄이는 데 크게 작용하여 올시즌 내내 상위권을 유지하게 만든 원동력이 되었다.
야망을 이루려면 내년 시즌의 활약이 중요하다
('챔스효과'로 이제 맨시티도 팀 네일벨류에 관계없이 테베즈, 실바급의 선수들을 데려올 수 있다)
맨시티 같은 명문클럽에 비해 네임벨류가 떨어지는 중소구단이 천문학적인 액수를 동원하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달성한 것은 여러모로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챔피언스리그' 라는 메리트를 이용하여 이제는 언제든지 무작정 거액을 투입하지 않고도 빅사이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입지에 도달했다는 점이다. 항간에 소문으로는 세리에A에서 잘나가는 스타인 에딘손 카바니와 알렉시스 산체스의 영입이 거의 확정되었다는 말이 들려오는 걸 보니, 벌써부터 '챔스효과'가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기회는 곧 위기라고 하듯이, 어쩌면 내년 시즌이야말로 맨시티의 야망에 가장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맨시티는 유로파리그를 통하여 국제 대회를 미리 접하긴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는 엄연히 클래스에서 차이가 난다(유로파를 비하할 의도는 없다. 하지만 참가팀의 클래스가 달라지는 건 사실이니깐). 그렇기 때문에 유로파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였다가는 어느새 호접지몽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래서 맨시티는 내년시즌을 더 좋게 보내려면 올시즌 토트넘의 족적을 참고해야 할 필요가 있다.
(밀라노 형제를 잡아내면서 처녀출전으로 챔스 8강신화를 이뤄낸 토트넘, 하지만 리그에선 기복이 심했다)
올시즌 처녀출전으로 챔피언스리그에 발을 들여놓은 토트넘은 처음 참가하는 팀이라고는 도무지 믿기지 않는 돌풍을 일으켰다. 베일-모드리치-반더바르트-허들스톤-레논 을 중심으로 한 화려한 미드필더진을 중심으로 지난 시즌 디펜딩 챔피언이었던 인테르를 잡아내는가 하면, 챔피언스리그 16강에서는 '챔스DNA' AC밀란까지 꺾는 이변까지 연출하며, 샬케04와 더불어 올시즌 최고의 이슈팀으로 자리잡았다. 하지만, 난생 처음 국제대회를 밟았던 나머지, 자국리그와 병행해야한다는 점을 간과했는지, 기복이 심한 경기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단적인 예가 바로 AC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6강전 전후부터였다. 잉글랜드에서 명장으로 손꼽히는 감독 중 한명인 해리 레드납 감독은 유럽 국제대회에 대한 경험이 없었기에 로테이션의 중요성을 무시했다. 그 결과가 토트넘의 심한 경기력 기복을 낳는 결과를 초래했다. 매 경기마다 베스트11만 혹사시키다보니 자연스레 그들도 체력에 한계점을 드러냈고, 항상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루고 난 다음 리그경기에서, 토트넘이 이겼던 경기는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다. 후반기에 토트넘이 와르르 무너졌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바로 이 점이었다.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를 줄이지 못했던 것이 결국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하는 데 실패가 된 것이다(물론 레드납 감독이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확실한 선수보강을 안한 점 또한 요인이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매시즌 수많은 대회에서 우승후보로 지목되는 것도 바로 로테이션이 확실하게 뿌리내렸기 때문이다.
다행히, 맨시티는 토트넘에 비해 감독이 챔스무대에 대한 경험이 있기에 어느정도 대비책은 마련할 수는 있을 것이다(만치니 감독은 과거 인테르 시절에 매시즌마다 챔스무대를 밟았다). 그렇다고 해서 맨시티라고 마냥 안심할 수는 없다. 다가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첼시와 리버풀은 이미 엄청난 실탄을 제공해주기로 약속한 상태고, 토트넘 또한 다음시즌에 정신차리기 위해 대대적인 트레이드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음시즌에도 맨시티가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따려면, 무조건 오일머니로 승부할 것이 아니라 "로테이션 체제"를 확실히 심어둬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제 맨시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은 더이상 거액을 들여서 슈퍼스타를 영입하여 전력을 강화하는 길이 아니다. 지금 보유하고 있는 수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120% 활용하여 다양한 전술과 팀컬러로 독창적인 맨시티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맨체스터 지역 라이벌인 맨유가 항상 잘나가는 것도 있는 자원으로도 충분히 우승권에 들 수 있다는 것이다(물론 이것은 퍼거슨 감독의 역량이 특출나니깐 가능한거지만). 단순히 반짝 빛나는 별이 아닌 오랫동안 빛나는 별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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