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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시절' 리즈에 대한 망상과 부풀리기, 그리고 진실

J_Hyun_World 2011. 4. 20. 08:53

 

 

  아마 이 말은 지금으로부터 약 7,8년 전 리즈 유나이티드 출신의 앨런 스미스가 리즈의 최대 라이벌이자 장미 더비의 주인공인 맨유로 이적하고 난 뒤로부터 누군가에 의해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던 걸로 기억한다. 바로 '리즈시절'.

 

  재미와 추억의 상징으로 오고 가던 팀들 중 하나에 불과했던 리즈 유나이티드는 세월이 지나 국내 축구팬들에게 있어서 어느덧 엄청난 명성과 화려한 스펙을 자랑하는 전설의 팀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해외축구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팬이나, 설사 좀 된 해축팬이라 해도 '리즈 유나이티드'라는 팀에 대해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로(나도 가끔 헷갈렸다..;;) 리즈는 은연중에 빅4에 근접하는 강팀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게 농담의 반복효과가 진실처럼 보이는 착시효과 같은 현상을 불러일으키지만 너무 부풀려지고 있어서 이쯤에서 리즈 유나이티드에 대한 국내 해축팬들의 잘못된 망상을 확실히 깨뜨리려고 한다.

 

 

 

1. 우리가 흔히 말하는 '리즈시절'동안 과연 리즈는 어떠한 업적을 쌓았나?

 

  리즈 유나이티드, 과연 그 팀이 얼마나 대단한 팀이었길래 사람들이 두고두고 전설처럼 입방아 오르내릴까? EPL에 있던 팀이 한순간에 3부리그격인 리그1까지 강등되었으니깐 말이다. 그럼 여기서 사람들이 리즈시절, 리즈시절이라고 자주 언급하던 속칭 리즈의 전성기라고 불렸던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리즈의 족적을 살펴보려고 한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 스쿼드가 아마 00/01, 혹은 01/02 시즌 리즈 유나이티드 베스트 11이다)

 

  리즈 유나이티드의 '리즈시절'이라고 언급되는 기간인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리즈 유나이티드가 들어올린 컵은 아이러니하게도 단! 하나도! 없다!!! 이 기간에 프리미어리그 우승 0회, 심지어 프리미어리그 준우승도 0회를 기록했다. 리그 경쟁력으로만 비교하더라도 리즈가 과연 '리즈시절'이라는 단어를 쓸만큼 훌륭한 팀이었을까라는 의문을 제기한다. 더욱이 이정도 성적으로는 인터넷상에서 리즈시절 어쩌구저쩌구 설레발 치기에도 민망한 성적이다.

 

  1993년부터 2003년까지 리그 우승만 보면, 맨유의 독식으로 가다가 중간에 아스날의 몇차례 우승, 그리고 그 사이에 블랙번 1회 우승과 준우승 1회, 뉴캐슬은 준우승 2회(블랙번과 뉴캐슬이 이정도 성적을 낼 수 있었던건 전부 다 앨런 쉬어러가 큰 영향을 차지했다), 아스톤 빌라가 준우승 1회로 오히려 리즈보다 성적이 더 좋았으면 좋았고, 멤버도 리즈에 비해 밀렸던 스쿼드는 아니었다. 여기서 맨유, 아스날, 리버풀, 첼시와 비교하기에도 뭐할 지경. 그렇다면 FA컵이나 칼링컵은? 미안하지만 이것조차도 단 한 번도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오히려 컵대회 성적만으로는 웨스트햄이나 토트넘이 리즈보다 훨씬 훌륭했다.

 

  이제 리즈시절의 하이라이트인 유럽 챔피언스리그 성적을 들여다보면, 2000/01 시즌 챔피언스리그 4강을 달성하며 리즈 전체가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지만, 사실 리즈가 매번 유럽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 만큼 꾸준한 성적을 내던 팀은 아닐뿐더러, 챔스진출티켓을 따기 조차도 매우 힘들었던 것이 바로 리즈 유나이티드의 현실이다.

 

 

 

2. 리즈 유나이티드 vs 데포르티보 라코루냐

 

  자칭 명가이거나 강팀이라고 일컬어지려면 최소한 굵직굵직한 컵이 하나라도 존재하거나 꾸준한 성적을 유지했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위에서 봤듯이 리즈시절 동안 리즈 유나이티드는 뭔가 우리의 기억 속에 강팀이라고 확실히 심어줄만한 인상을 심어주기엔 턱없이 모자르다.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은 물론 대단한 업적이긴 하다. 하지만, 이 팀을 두고서도 과연 현재 리즈에 대한 평가가 올바른 것인지 생각해보라.

 

  참고로 리즈와 비슷한 시기에 스페인에서도 리즈 못지 않게 엄청난 돌풍을 일으켰던 한 클럽이 있었다. 93/94 - 리그 3위, 94/95 - 바르샤에게 골득실에 밀려 리그 준우승, 95/96 - 레알에게 패배하여 준우승, 97/98 - 리그 3위, 2000/01 - 대망의 우승, 01/02, 02/03 - 리그 준우승, 03/04, 04/05 - 리그 3위. 유럽 대회 성적 - 03/04 챔피언스리그 4강. 컵대회 - 코파델레이 95/96, 02/03 우승, 02/03 슈퍼컵 우승. 이 정도의 족적을 남긴 팀이 바로 라리가에서 재정난에 허덕이고 있는 데포르티보 라코루냐다. 과거엔 정말 화려한 팀이었는데 현재는 몰락해서 씁쓸했다고 표현하려면 최소한 데포르티보 정도는 되야 이야기를 꺼낼 만하지 않을까 싶다. 리즈의 커리어로는 도무지 이야기하는 것조차도 부끄럽게 느껴진다.

 

  리즈 유나이티드가 두고두고 회자되었던 이유는 바로 EPL에서 누비고 있는 리즈출신의 EPL 스타 플레이어들이 가장 영향이 컸고, 그게 리즈의 급격한 몰락과 맞물리면서 리즈의 이야기가 너무 부풀려지기 시작했다. 리즈시절 흔히 우리가 주로 언급하는 해리 키웰, 마크 비두카, 리오 퍼디낸드, 조나단 우드게이트, 로비 킨, 그리고 로컬 보이인 앨런 스미스까지. 해리 키웰의 경우, 당시 리즈에서 뛸 당시에 호주에선 우리나라의 박지성의 입지정도로 그야말로 호주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물론 그의 라보나 왼발킥과 드리블, 슈팅. 물론 훌륭했다. 하지만 해리 키웰이 리오 퍼디낸드처럼 그렇게 떠들썩한만큼 EPL를 싹쓸었던 슈퍼스타라고 하기엔 부족했다. 그건 분명히 인정해야 할 점이다(아마 퍼디낸드를 제외하고 당시 EPL를 대표할만한 스타라고 감히 말할 수는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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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론, 디에고 트리스탄, 마카이, 베베토, 콘세이상, 자우밍야, 히바우두... 데포르티보의 전성기시절 멤버라니..)

 

  데포르티보? 멤버 별로 비교만 하더라도 리즈 유나이티드는 감히 언급하기도 모할 지경이다. 당시 데포르티보에는 어르기 세레모니로 유명했던 90년초중반 브라질을 슈퍼스타 베베토를 비롯하여, 왼발의 마술사 히바우두, 데포르티보의 상징이었던 후안 카를로스 발레론, 데포르티보의 원투펀치였던 로이 마카이와 디에고 트리스탄, 그리고 루이스 피구와 함께 포르투갈 골든 제너레이션의 한축이었던 세르지우 콘세이상, 그리고 당시 라리가의 초유망주로 평가받던 자우밍야까지(발레론에게 밀려났지만..)...!!

 

  단순히 선수들의 네임벨류나 커리어만 따져보아도 리즈보다 데포르티보가 월등히 앞서는 걸 볼 수가 있다. 솔직히 데포르티보와 리즈 유나이티드만 비교해보서 데포르티보가 더 대단하고, 리즈는 별거 아닌 팀이다라고 리즈를 폄하하거나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리즈에 대한 평이 스탯에 비해 지나치게 과대포장되어있다는 점이 크기에 냉정하게 리즈가 어떤 팀이었는지를 제대로 평가해보려고 하는 것일 뿐이다.

 

 

 

3. 리즈가 과대포장되었던 이유는..?

 

1) 리즈출신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이적하고 나서 그 팀의 핵심선수로 성장했던 점 : 리즈에서 활약한 선수들이 대부분 타 팀에서 맹활약을 펼쳤던 것은 해외축구를 봤던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먼저, 맨유의 철의 포백의 핵심인물인 리오 퍼디낸드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그는 웨스트햄에서 거액의 이적료로 리즈로 건너가서 리즈의 후방을 든든히 지켰던 벽이었고, 리즈에서 맹활약을 펼친 덕분에 2002년 월드컵때 잉글랜드 국가대표로 승선했고, 맨유로 이적하면서 EPL 최고 이적료 TOP10을 기록하기까지 했다. 퍼디낸드 뿐만 아니라 로비 킨도 토트넘으로 건너가 해리 레드납 감독에게 팽당하기 전까지 토트넘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가 되었고, 올리비에르 다쿠르도 은퇴하기 전까지 인테르에서 중원을 적절하게 메워주었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타팀에서 맹활약했다고해서 리즈에서 뛸 때에도 맹위를 떨쳤다고 해석하기엔 약간의 억지스러운 면이 있다.

 

2) 챔피언스리그 4강을 달성하자마자, 얼마안되서 팀이 재정난으로 강등되자 발생한 심리적 충격 : 2000/01 시즌 리즈 유나이티드는 팀 역사상 최초로 챔피언스리그 4강을 달성해내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지만 리즈가 그 영광을 그대로 유지시키기 위해서 지나치게 거액의 돈을 선수영입자금으로 사용한 나머지 구단에 지나친 부채를 안기는 결과가 발생했고, 큰 돈을 쓴 것만큼 본전 이상을 뽑아내지 못했다. 결국 그것이 리즈의 부채갚기용 선수팔기로 이어졌고, 그렇게 선수를 팔아도 빚을 갚을 수 없었던 리즈는 부채로 인한 강등으로 패널티까지 떠안으며 리그1까지 추락했었다.

 

3) 리즈라는 팀 자체가 요크셔주의 핵심 팀으로써 꽤 큰 마켓을 가졌다는 점 : 첼시, 아스날, 토트넘 등 수많은 클럽들이 대거 몰려있는 영국의 수도 런던을 제외하고 EPL의 축구마켓은 크게 리버풀, 맨체스터, 뉴캐슬, 그리고 리즈 이렇게 비대칭 삼각형 구도로 이루고 있다. 리즈가 크게 부각되는 이유 중 하나가 요크셔주에서 리즈가 거의 유일한 클럽이라고 불릴정도로 요크셔주에서 리즈 유나이티드가 차지하는 마켓의 비중은 상당하게 컸다. EPL 마켓의 한 축을 담당했던 리즈가 재정난으로 인한 광속강등으로 인해 팬층이나 규모면에서 균형을 잃게 되어 한축이 무너진 셈이다(물론 리즈가 강등되었다는 심리적 충격이 마켓 구도까지 변화를 주게 된 것이지만...).  리즈가 마켓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크기는 뉴캐슬의 팬 프랜차이즈 규모와 거의 비슷하다고 한다.

 

 

 

  리즈 유나이티드, 70년대에 리버풀 다음으로 영국 내에서 강세를 보이며 그 당시에 리그 우승이라는 업적도 세우긴 했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리즈가 빅4와 동급이라고 할 정도로 막강한 전력으로 부풀어져서 평가받기에는 좀 억지스러운 면도 있다. 그 정도 커리어는 리즈 뿐만 아니라 EPL에서 뛰고 있는 클럽 뿐만 아니라 현재 챔피언쉽에서 뛰고 있는 노팅엄 포레스트도 그정도 이상은 했었기 때문이다(참고로 얘네는 챔스 우승도 했던 팀이다). 다만 리즈의 강등사태가 생각보다 크게 각인되었을 뿐이다. 리즈가 좋은 팀이긴 했지만,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리즈시절'의 상상처럼 리즈는 화려하게 한 획을 그은 팀은 아니다. 단지 규모가 중상위급 클럽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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