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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처럼 풀리지 않는 수원, 무엇이 문제인가?

J_Hyun_World 2011. 5. 10. 10:14

 

 

  올시즌 K리그 개막하기 전에 분노의 폭풍영입을 하면서 이번에 K리그 우승후보 0순위로 손꼽혔던 수원 블루윙즈. 개막경기이자 수도권 더비였던 서울과의 경기에서 2대0 완승을 거둘 때까지만 하더라도 올해는 수원의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뚜껑을 열어보니 리그 선두는 포항과 전북의 양강체제로 잡히기 시작했고, 수원은 최근 리그에서만 3연패를 기록해 6위로 밀려나 선두에서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 반전을 뒤집을 여지는 언제든지는 많다. 그러나, 수원이 리그 3연패를 하는 동안, 그리고 그 전에도 돈을 쓴만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기에 슬슬 수원과 윤성효 감독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이 쌓이기 시작하고 있다.

 

 

 

수원 선수들의 전반적인 집중력 저하

 

(비로소 한 골 먹어야 살아나는 집중력, 키퍼 입장에선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른쪽 사진 : 전남전 역전패에 허탈해하는 정성룡 골키퍼)

 

  가장 우선적인 문제는 바로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문제다. 수원의 경기를 보다보면 선수들이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90분 내내 유지되지 못하는 점을 포착할 수 있는데, 특히 상대팀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난 뒤에서야 선수들이 죽어라 뛰기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평소에도 집중력 저하에서 오는건지 패스미스 또한 잦고, 너무 파울을 얻어내고자 하는 플레이를 하려고 하는 바람에, 선수 본인 생각에 걸렸다고 생각되면 다시 일어나 뛸 생각을 하다기보단 넘어지고 주심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리고 매번 골먹은 뒤에 집중력이 살아나기 시작하다보니, 골 넣는 것에만 밀어부치다 당연히 수비 뒷공간이 비게 된다. 그러니 매번 상대에게 역습찬스를 허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점이 되려 역습으로 한 골 더 실점할까봐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상대가 길게 공을 최전방에 연결해 상대 공격수와 수원의 수비수(마토나 곽희주)가 같이 달리는 모습마저 수원팬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점을 보면 골키퍼인 정성룡과 수원 수비수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선수들이 좀 더 경기에 대한 집중력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느껴진다.

 

 

 

수원의 득점을 책임져줄 스코어러가 사라졌다

 

(수원의 골게터가 없어서 그들은 득점 한 번 하는게 무척 힘들다, 왼쪽 사진 : 수원의 전성기시절, K리그를 휩쓸었던 골게터 나드손)

 

  샤샤, 데니스, 나드손, 에두...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바로 수원에서 득점을 담당했었던 최전방 해결사들이었다. 수원이 여태껏 화려한 경기력을 보여줬던 것도 올스타를 방불케 하는 미드필더진의 구성도 있었지만, 그 미드진의 쉴새없는 볼배급을 망설임 없이 바로 상대 골망을 두드렸던 공격수들의 득점 본능 또한 있었다. 수원이 K리그의 대표적인 팀으로 발돋움하게 된 것도 바로 이 무시무시한 공격진을 보유하고 있었기 떄문이었다.

 

  올시즌 수원은 득점력이 매우 저조하다. 9라운드가 지난 지금 총 10골을 뽑아냈지만, 그 중에서 공격진이 꽂아넣은 골은 겨우 하나. 그것도 개막전에 게인리히가 터뜨린 선제골이 전부. 그 이후로 수원 공격수들은 리그에서 하나같이 골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그나마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선 하태균이 해트트릭을 기록하는 등 선전하고 있다지만, 정작 리그에서 그가 넣은 골은 한 골도 없다는 점이다. 오히려 수비수인 마토가 리그경기 팀내 득점 1위를 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리그에서 보여주는 수원의 공격진 전체를 놓고 본다면 신뢰감을 주질 못하고 있다. 수원은 올시즌 원톱 타겟맨을 두는 전술을 활용하지만, 중원에서 염기훈-이용래-오장은-이상호가 암만 누비고 다녀도 마무리가 침착성이나 볼키핑 등이 부족하기에 중원을 장악하고도 골을 못넣어 경기에서 지는 결과를 초래한다. 마르셀이나 하태균은 수원의 원톱 자리에 세우기엔 기량이 너무나 부족하고, 게인리히는 원톱에서보다 투톱에서 좀 더 활약을 보이는 타입인 것 같다(얘도 좀 일본의 전설의 1군선수 스멜이...). 그리고 베르손은 아직 어리기에 좀 더 두고봐야 하니, 이런식으로 할 바에 차라리 수원을 떠난 신영록이나 다카하라를 붙잡았어야 했던게 아니었나 생각된다.

 

 

 

'클래식 No.10', 수원의 중심을 잡아줄 키플레이어를 영입하지 않았다

 

(올시즌부터 2년간 Police를 달고 뛰는 경찰청 소속 김두현, 그가 없으니 수원의 키플레이어도 없어졌다)

 

  수원이 공격력이 떨어지게 된 것이 물론 공격수들의 골가뭄과 기량 미달도 한몫하지만, 공격수를 제대로 받쳐줄 플레이메이커 또한 없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올시즌에 수원은 이용래-오장은을 영입하면서 중원을 내내 휘젓고 있다. 하지만, 두 선수의 활동반경이나 역할이 경기 도중 종종 겹치는 상황도 발생할 뿐만 아니라 둘 다 패스마스터가 아니기에 매끄러운 볼배급이 경기 내내 이뤄지지 않는 점도 있다. 그렇다 보니 윤성효 감독의 수원은 짧은 패스로 점유율을 야금야금 먹는다기 보단, 최후방에서 최전방으로 한 방에 연결시키는 롱패스 축구로 점점 돌아서는 방향을 택하게 되는 것이고, 특히나 팀이 뒤쳐지고 있을 때에는 성급함으로 인해 패스 정확도마저 떨어져 공격의 흐름이 자꾸 끊긴다.

 

  그렇기에 수원에서 창조적인 패싱과 볼배급, 그리고 경기의 흐름을 주도할 '클래식 No.10'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그나마 작년 같은 경우에는 김두현이나 6개월 단기 임대온 마르시오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면서 경기 조율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수원이었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전혀 아니다. K리그의 대표적인 플레이메이커로 손꼽히던 김두현은 군문제로 인해 현재 경찰청으로 입대한 상황이고, 마르시오는 다시 수원을 떠났다. 그리고 '파랑새' 백지훈은 복귀를 앞두고 또다시 부상자명단에 올라 수술을 하기 위해 해외로 떠난 상황. 설상가상으로 '시리우스' 이관우마저도 유리몸이라는 이유로 계약해지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수원에서 그 역할을 맡아 줄 선수가 없다. 윤성효 감독이 '선수가 없다'는 투정부린 인터뷰도 괜히 나온 말은 아닌 것 같다.

 

  그나마 수원에서 이 자리에 조금이나마 가능성 있는 선수를 뽑자면 바로 올시즌 신인 드래프트 1순위로 수원에 입단한 조지훈 정도다.  아직 신인이기에 윤성효 감독이 선뜻 기용하는 걸 망설여하고 있고, 체력적인 문제가 단점으로 지적되기에 파격적인 선발 기용을 하는 걸 꺼려하고 있다. 하지만, 신인 유망주인 신세계가 전북전에서 파격적인 선발 기용과 함께 좋은 활약을 보여줬듯이 조지훈 같은 신인이 투입된다면 경기 분위기를 뒤바꿔놓을 확률은 언제든지 있다. 그게 아니라면 크랙 성향을 보여주는 최성국을 2선에 배치시켜서 최전방을 보좌하는 역할 부여하는 방법 또한 가능하다. 수원이 쓰리톱을 배치할 당시에 최성국이나 염기훈이 최전방을 시프트해주면서 2선에서 드리블 돌파나 상대의 허를 찌르는 패스 등을 연출하면서 확실히 효과를 봤었다(서울과의 개막전이 그러했지 않았던가?).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그 역할에 적합한 선수가 없다면 플랜B로 이를 보완할 전술로 운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아쉽다.

 

 

 

포백과 원톱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것이 결국 수원의 경기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렇게 윤성효 감독이 자니차게 포백과 원톱을 고집하는 것은 결과론적으로 수원의 경기력을 다운시키고 있다는 생각 밖에 들지 않는다. FC 서울과의 개막경기를 회상해보자. 수원은 이날 경기에서 포백이 아닌 쓰리백을 두는 3-4-3 전술을 들고 나왔다. 타겟맨 역할에 다소 미흡했던 게인리히를 염기훈이나 최성국이 2선에서 번갈아가며 보좌하면서 사실 게인리히와 함께 투톱에 가까운 양상을 보이며 3-5-2와 비슷하게 풀어가면서 경기를 주도했다. 그리고 윙백으로 선발출장한 양상민이나 오범석의 상대의 허를 찌르는 공격적인 오버래핑으로 상대의 뒷공간을 수차례 열어제끼면서 서울 수비를 분산시켜놓는 데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윤성효 감독이 이렇게 3-4-3으로 좋은 효과를 봤음에도 불구하고 포백과 원톱을 줄기차게 고집하고 있다보니, 위에서 언급했던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신영록과 다카하라를 내보낸 이후, 타겟맨이 없어졌기에 최전방 마무리는 언제나 부족한 모습을 보이며, 중원을 날뛰는 오짱용래 조합을 조율해주는 마에스트로가 없기에 경기장을 이쪽저쪽 누벼도 별 소득없이 경기를 마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또한 수원의 센터백들이 전반적으로 발이 느리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보니 양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최대한 자제시키면서 수원의 공격력마저 반감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오범석의 무기인 위협적인 오버래핑마저 자제시키면서까지 굳이 수원은 포백을 고집해야할까?)

 

  수원이 포백으로 전환한 후에 아주 가끔씩 풀백들의 오버래핑을 볼 수 있는데, 특히, 오범석이 오버래핑으로 최전방으로 올라가는 장면이 나올 때면 항상 "그래! 바로 저거다!" 라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게 할 정도로 상대팀에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상대방의 뒷공간을 노릴 때, 공격수 이외에 풀백들의 오버래핑을 이용하여 열어젖힌다면 공격 숫자가 상대적으로 우위를 점하면서 동시에 노마크 찬스에서 크로스를 올릴 기회 또한 많아지게 된다(시드니전에서 수비 뒷공간을 열어제끼려면 수원은 최소한 이렇게 나왔어야 했다). 양상민도 수비쪽 보다는 공격쪽에서 더 재능이 빛나기 때문에 오버래핑을 자제시켜버리면, 뒤에서 뻥뻥 롱패스로 연결시켜주는 것도 한계가 생기기 마련이다. K리그에서 포항 파리아스 시절에 최효진-김정겸 라인의 미친듯한 오버래핑이 포항 상승세의 원동력이 되었던 것을 참고했으면 한다.

 

  차라리 양 측면을 포기하더라도 포백보다는 쓰리백이 수원 입장에선 더 적합해보인다. 쓰리백으로 전환하여 측면을 포기해도 들어오는 크로스는 마토나 황재원한테 걸릴 것이고, 중앙으로 치고 들어와도 이용래-오장은 커버플레이로 충분히 막을수 있으니깐 말이다. 그래야지 라인을 그나마 밀고 올라와서 전방압박을 도울 수가 있다. 그래서 현재 수원에게는 포백을 중점으로 둔 4-2-3-1보다는 3-5-2,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3-4-1-2가 지금 최적이다. 정 포백을 쓸꺼라면 수비적인 능력이 떨어지는 양상민 대신에(요즘 양상민 컨디션 썩 좋진 않던데..) 유망주인 신세계를 투입하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원톱과 포백을 버리고 아마 최적의 포메이션을 꾸리게 된다면, 염기훈(베르손)-게인리히/최성국/양상민-오장은-이용래-오범석/마토-황재원-곽희주/정성룡이 베스트 11이 될 것이다.

 

 

 

(윤성효호의 수원에 대한 평가는 사실상 올시즌부터라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기에 올시즌에 보여주는 그의 역량이 중요하다)

 

  이미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통과를 확정지은 수원, 16강전을 펼치기 전에 3개월간 휴지기를 가지기 떄문에 그 사이에 리그에서 떨어진 성적을 만회할 발판이 충분히 생긴다. 그렇기에 그 사이에 리그 성적까지 잡을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계속 노출되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고 줄기차게 포백과 원톱을 고집하게 된다면, 윤성효호도 슬슬 위기설이 제기될 것으로 생각된다(뭐, 모 구단의 모 감독에 비하면 윤성효 감독은 양반이지).

 

  사실, 윤성효 감독에 대한 평가는 올시즌부터가 제대로 된 시작이다. 작년까지는 차붐의 아이들로 인해 FA컵을 들어올렸다는 말도 나오기 떄문에 100% 윤성효 감독의 공이라고 보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절대로 윤성효 감독의 FA컵 우승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그렇게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을 뿐이다). 윤성효 감독이 수원 지휘봉을 오랫동안 잡기 위해선 지금 이 문제점들을 어떻게 극복할 지가 향후 그의 커리어에도 엄청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수원의 여름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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