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클래식&챌린지 그리고

꼭꼭 숨어있는 대전팬, 대구팬 다 나와라~

J_Hyun_World 2011. 4. 15. 08:20

 

  언제나 그랬듯이, K리그 판도는 매시즌마다 바뀐다. 한마디로, 언제나 우승후보로 꼽히는 몇몇 구단들은 있어도 그들이 언제나 무적이고 오랫동안 잘 나갔던 적이 없었다. 게다가 강팀과 약팀과의 수준 차이도 점점 줄어들고 있는 판이라서 오죽하면 아챔에서도 활약하고 있는 K리그 클럽 4팀(서울, 수원, 전북, 제주)이 아챔에서는 1,5군 내보내고 정작 리그에서 베스트 멤버를 풀가동을 시키는 사태가 발생한다. 한 예로 지난주 주말에 열렸던 전북과 수원의 대결이 그러한 양상이었다(두 팀은 이 대결을 위해 아챔때는 베스트멤버를 빼는 강수를 두었다. 헉!).

 

  초반부터 종잡을 수 없는 K리그 판도를 진두지휘하고 있는 두 팀을 조금이나마 간략하게 소개해보려고 한다. 이 두 팀은 지난시즌까지만 하더라도 꼴지를 앞다퉜기에 올시즌도 지난시즌과 변함없이 가장 최약체로 평가받았지만, 지금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듯이 각각 선두와 3위에 랭크되어 있어 게임판을 완전 엎어버렸다. 바로, 시민구단인 대전 시티즌과 대구FC다.

 

 

 

  1. 두 구단의 화려했던 과거

 

(대전의 영원한 스타, '샤프' 김은중과 '시리우스' 이관우)

 

  대전 시티즌하면 아직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둘이나 있다. 바로 현재 제주 유나이티드 주장완장을 차고 있는 '샤프' 김은중과 수원에서 활약했던 '시리우스' 이관우가 바로 그들이다. 이 두 사람은 대전 시티즌 창단 원년멤버로써(이관우는 아니라고 하네요) 대전에 축구 붐을 불러일으켰던 장본인들이었고, 이 콤비의 환상적인 플레이에 반해 대전에 있는 많은 축구팬들이 경기장을 찾아오곤 했었다. 하지만, 좋지 못한 성적과 가난한 시민구단의 한계에 다다랐기에 결국 대전은 팀 재정상 문제를 이유로 눈물을 흘리며, 김은중과 이관우를 떠나보내야만 했고, 두 사람이 떠난 이후에 대전은 암흑기가 찾아왔고 관중들은 대전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김호 감독과 고종수의 합류, 이것이 대전 시티즌의 제2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하지만 내리막길이 있으면 오르막길도 나오듯이, 다시 대전이 부활의 날개를 펴게 되는 계기가 생겼다. 바로 신생팀 수원을 단번에 한국을 대표하는 클럽으로 만들어놓았던 명장 김호 감독과 '앙팡테러블'이라는 별칭과 함께 수원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고종수, 이 수원출신 두 사람이 대전으로 오게 되면서 시작되었다. 사실 대전과 수원은 앙숙으로 유명했는데(예전에 팬들끼리 충돌이 있고 나서부터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고 한다, 그리고 두 구단의 경제적인 차이가 대전 선수들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다), 수원 출신인 이 두 사람이 오고나니 더욱 더 사이가 나빠졌다.

 

  이 두 사람이 합류하면서 대전에는 그동안 부재였던 스타플레이어들도 하나둘씩 배출해내기 시작했다. 데닐손(前 포항), 김형일(포항), 고창현(울산), 배기종(제주), 우승제(수원) 등등이 이 당시에 모습을 드러내면서 대전은 2007년에 6강 진입에 성공했고, 다시 한번 대전에 광풍에 불어닥칠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와 달리 고종수는 세레모니 도중 뜻하지 않는 부상을 당하면서 결국 은퇴로 이어지는 불상사가 발생했고, 김호 감독은 송규수 사장과의 마찰, 그리고 특정 에이전트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구단과의 갈등으로 결국 성적부진이라는 '표면적 책임'을 지고 반강제사퇴하였다.

 

 

(대구의 슈퍼스타, 이근호. 이근호 하나라도 대구는 그 누구에게 꿀리지 않았다)

 

  대구는 대전에 비해 화려했던 순간이 길지는 않았지만, 꽤나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던 때가 있었다. 바로 이근호시절. 이근호가 대구에서 활약할 당시만 하더라도 대구는 '화끈한 공격축구'라는 타이틀과 함께 K리그에서 오르내리곤 했었고, 이근호는 이 대구를 이끌면서 대구 호날두 놀이를 하면서 국가대표에도 발탁하게 되는 행운과 동시에 해외스카우트들이 주목받게 되는 계기까지 마련했다. 하지만, 파리 생제르망의 입단 테스트 실패로 인해 이근호는 전 소속팀인 대구와 결별하며, 대구의 화끈한 공격축구마저 묻혀지게 되었다.

 

  이근호 뿐만 아니라 현재 수원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오장은도 사실 대구 주장출신이다. 주장완장을 차면서 이근호 이전에 대구의 중원을 이끌었고, 전북을 상대로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K리그에 당당히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각인시켰다. 하지만, 대구 역시 시민구단이라 자금력의 한계를 느꼈고, 때마침 김정우와 이호가 이탈하여 중원이 빈약해진 울산의 오퍼를 받고 결국 울산으로 이적하게 되었다. 오장은과 이근호를 줄줄이 잃어버림으로써 대구는 최하위로 떨어지는 굴욕까지 겪게 되었다.

 

 

 

 2. 가난한 시민구단의 '쿠데타'

 

(현재 K리그 5라운드가 끝난 리그 순위, 대전과 대구의 반란으로 우리가 예측했던 순위를 완전히 깨트렸다)

 

  작년까지 꼴지를 다투던 두 시민구단이 갱생했다. 그리고 이번 시즌 쿠데타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그들의 반란은 개막전 첫경기에서부터 엄청난 충격을 선사하였다. 먼저 스타트를 끊었던 것은 대전이었다. 대전은 올시즌 우승후보로 손꼽혔던 울산 원정에서 2대1 승리를 거두면서 울산을 하위권으로 밀어내는 시발점이 되었다(하아...). 그 기세를 시작으로 서울 원정에서 아까운 무승부(황재훈의 자책골만 없었다면 2경기 연속 충격적인 승리였을 것이다), 경남과 강원을 잡고, 제주와 팽팽한 경기력으로 무승부를 기록하며 선두의 고지를 밟고 있으니, 팀 창단 역사상 최고의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대구 또한 대전 못지 않은 파란을 일으키며 K리그의 판도를 미궁 속으로 빠뜨려놓았다. 개막전인 신생팀 광주와의 경기에서 3대2로 아쉽게 석패를 당했지만, 그 패배를 딛고 강원과의 홈경기에서의 승리를 기점으로 하여 3승 1무를 기록하면서 리그 3위까지 껑충 뛰어올랐다. 물론 대전에 비해 상대팀이 상대적으로 약팀이라곤 하나, 그동안 내내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던 대구의 성적을 고려해본다면 이것 또한 엄청난 센세이션, 그 자체라고 볼 수 있다.

 

 

 

3. 무엇이 이들을 바꿔놓은 것일까?

 

(1) 리그 생존을 위한 감독들의 선택 : 리그에 올인하자!

(팀의 생존을 위해 리그에 올인한 대구의 이영진감독(위)과 대전의 왕선재감독(아래). 현재까지 그들의 선택은 탁월했다) 

 

  이 두 팀을 뒤바꿔놓은 것은 뭐니뭐니해도 양 팀의 감독의 영향이 가장 컸다. 가난한 시민구단이라는 한계에 맞춰서 대구의 이영진 감독과 대전의 왕선재 감독은 겉멋만 화려한 공격축구로 일관하기 보단 생존을 위한 실리축구를 택한 것이다.

 

  먼저 대구의 이영진 감독의 경우에는 올시즌 개막을 앞두고 선수진을 대대적으로 개편했다. 2009년까지 서울에서 수석코치 생활을 해왔던 이영진 감독은 대구에 '이영진의 아이들'인 이지남, 안상현, 한동원을 데려오며 누구보다도 그들에 대해 잘 알았기에 그들의 능력을 120% 끌어내고 있다. 한 예로 이지남이 그 경우인데, 경남에서 수비수로써 좋은 기량을 선보이다 올초에 대구로 건너왔고, 5라운드까지 벌써 2골을 기록하는 등 수비수로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공격에도 보탬이 되는 선수로 탈바꿈시켰다.

 

  선두인 대전도 대구 못지 않게 팀컬러를 180도 바꿨다. 지난시즌까지 공격축구를 선보였으나, 결정적인 순간에 패배당함으로써 승점을 날렸기에 왕선재 감독은 올시즌부터 쓰리백 전환을 선언하며 수비축구로 팀을 바꿨다. 그렇다고 해서 대전이 극단적인 수비축구만을 하는 것은 아니다. 대전은 현재 상주(11골)에 이어 팀득점 2위(8골)를 기록하고 있기에 공격 또한 매섭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수비에서 역습으로 전환할 때 대전의 공격은 매서웠고, 그런 대전에게 일격을 받아서 쓰러진 팀들도 꽤나 많다. 그 중심에는 물론 뉴 에이스 박은호가 중점에 있다.

 

  이영진 감독이나 왕선재 감독은 이 리그 성적에 올인하기 위해 컵 대회에는 일찌감히 미련을 버렸다고 한다. 왜냐하면 가난한 시민구단이라는 재정적 한계 때문에 리그와 컵대회를 동시에 돌리기엔 스쿼드가 다른 팀에 비해 얇았던 것이다. 그래서 두 감독들은 리그 성적에 올인하는 대신에, 컵 대회에서는 비주전 선수들의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방법을 택했고, 그들의 판단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2) 두 팀이 돌풍을 일으키는 원동력

 대전 : 박은호 - 박성호 듀오

  이번 대전이 초반부터 돌풍을 일으키는 이유가 단순히 왕선재 감독의 실리축구(선수비-후역습)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이들의 활약 또한 빛났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바로 올시즌 K리그에 첫 발을 내딘 용병 박은호와 J리그 임대생활 마치고 돌아온 캡틴 박성호가 그 중심에 있었다.

 

  박은호, 이름만 들어서는 한국 선수로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그는 나드손 대신에 대전으로 영입된 브라질 용병으로 원래 이름은 '바그너'다. 하지만, 발음이 '박은호'와 비슷하다고 해서 선수이름등록시 '박은호'라고 등록한 것이었다. 박은호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개막전인 울산 원정에서 프리킥 두방으로 울산을 격파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 원정, 그리고 경남과의 홈경기까지 3경기 연속 득점을 성공시키며 현재 4골로 득점 2위에 랭크되어있다. 그의 주무기는 프리킥 능력과 날카로운 슈팅, 그리고 브라질리언 다운 개인기가 특징이다. 그렇기에 대전이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시작점은 언제나 박은호의 발에서 시작된다. 게다가 브라질리언이라고 생각들지 않을 정도로 빠른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어 대전에 완소로 떠오른다(한국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한국음식을 마스터한거냐..!!).

 

  주장 박성호의 존재감도 박은호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하다. 그동안 숱한 스타 플레이어들을 배출해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적 이유로 떠나보내야만 했던 대전의 분위기는 그리 좋지 않았다. 그런 어수선한 분위기를 진정시킬 인물이 바로 박성호였고, 그가 J리그 임대생활을 마치고 나서 대전의 분위기도 한층 안정감을 되찾았다. 게다가 강원전에서 2골을 성공시킴으로써 박은호와 함께 환상의 빅&스몰 조합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아 '축구특별시' 대전의 제3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는 중이다. 더불어 이번에 조광래호에 발탁될 가능성도 높기에 그의 미래는 더더욱 밝다.

 

(2) 대구 : 이상덕을 중심으로 한 수비진

 

(이제는 대구의 핵심이 되어버린 '잠룡' 이상덕)

 

  올시즌 대구는 화끈한 공격이 아닌 짜임새 있는 탄탄한 조직력과 수비를 바탕으로 선전하고 있다. 그 수비진의 중심에는 이상덕이 있었다. 사실, 이상덕은 일반 축구팬들에게 그리 널리 알려진 선수는 아니다(나도 이상덕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된 건 베스트일레븐 4월호에 실린 인터뷰를 통해서다). 이상덕이라는 이름이 국내 축구팬들에게 널리 알려진 게 된 계기가 아시안컵 예비엔트리에 명단을 올렸을 때다. 그리고 터키와의 친선평가에서도 엔트리에 명단을 올리면서 많은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게 했다. 현재 이상덕은 지금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하는 이정수나 황재원의 뒤를 이을 차세대 수비수 재목이며, 타이트한 수비능력과 세트피스시 수준급의 공격가담능력이 그의 장점이다.

 

  이상덕 뿐만 아니라 대구의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이지남과 유경렬의 존재도 만만치 않다. 이지남은 위에서 언급했듯이 경남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다 올시즌 대구로 건너온 '이영진의 아이들'의 일원이다. 8년동안 울산에서 주장완장을 차며 울산의 후방을 책임졌던 유경렬도 올시즌 FA로 풀려나 대구와 2년 계약을 맺으면서 대구에 부족한 노련함을 더해주고 있어 대구의 수비진을 더욱 두텁게 만들고 있다.

 

 

 

4. 한밭과 달구벌에 봄이 찾아오다

 

이 두 팀의 활약으로 인해 그동안 한겨울처럼 축구열기가 냉랭했던 한밭과 달구벌에 서서히 봄이 찾아오고 있다. 설사 이 두 팀이 통합우승까지 가기엔 힘들지 몰라도 최소한 현재 전력을 시즌막판까지 유지하게 된다면, 잠잠했던 축구열기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며, 이것이 결국 K리그의 흥행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다. 강팀들의 활약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시민구단들의 활약도 K리그가 장기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선 필요한 요소 중 하나다. 한밭과 달구벌에 피는 벚꽃이 오래가길 빈다. 대전과 대구에 숨어있는 팬들이여, 이제 숨어있지 말고 밖으로 나와 운동장으로 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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