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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왜 하는 거에요?" 명분을 잃어가는 K리그 컵대회

J_Hyun_World 2011. 5. 16. 09:40

 

 

 

 지난 12일 KBS 9시 스포츠 뉴스에서 故 윤기원, 신영록 선수에 대한 뉴스보도 이후 또 한 번 K리그에 관한 뉴스가 소개되었다. 다름아닌, 올시즌 대부업체 <러쉬앤캐쉬>가 스폰서를 맡은 K리그 컵대회에 대하여 비판을 하는 내용의 보도였다. 그냥 얼핏 제목만 보면 국내축구를 사랑하는 K리그팬들을 분노하게끔 만드는 뉴스인줄 알았지만(나도 제목만 듣고 그런 내용인줄 알았으니..), 막상 보도내용을 보니 구구절절 옳은 말, 정확한 비판이었다라고 느껴진다.

 

  대체 KBS가 무슨 말을 했길래 글쓴이인 나조차도 심하게 동의하는 지, K리그 컵대회의 현주소에 대해서 한 번 파헤쳐보려고 한다.

 

 

주말 리그경기, FA컵 경기와 달리 '그들만의 경기로 전락한 컵대회'

 

  요즘 주말에 열리는 리그 경기에는 많은 축구팬들이 직접 경기장을 찾아와주셔서 경기를 보면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을 응원한다. 또한 예전에 비해 공중파나 케이블 방송, 또는 해당 홈경기 산하 지역방송에서 TV중계를 해준 덕분에 팬들이 직,간접적으로 K리그를 접하면서 소통하고 있다. 또한 K리그를 전문으로 다루는 KBS의 <비바 K리그>, SBS의 <풋볼매거진! 골>도 한몫하고 있는 데다가, 이제는 K리그 팀들이 참가한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중계까지 직접 방송사에게 요구할 정도로  K리그에 대한 관심도는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올해 2011년 K리그 컵대회 메인스폰서인 러쉬앤캐쉬와 스폰서협약체결)

 

  하지만 이와 다르게 K리그 컵대회는 K리그 팬들에게조차도 외면받고 있다. 1986년 "프로축구선수권대회"라는 이름을 안고 올해로 벌써 26번째 해를 맞이하지만, 주중에 열리는 데다가 해당 경기에서 주전을 내보내기 보다는 주로 1.5군을 내보내고 있으니, 사실상 명분있는 컵대회라기 보단 그냥 비주전들 실력점검하는 연습경기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내가 앞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대구나 대전같은 약체 팀들 경우에는 스쿼드가 얇다 보니 주말에 열리는 K리그 일정에 주력하는 한편, 컵대회에선 비주전을 내보내어 주전선수들의 휴식을 취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곤 한다. 물론 모든 팀이 대구나 대전처럼 그러한 것은 아니다(참고로 울산의 김호곤 감독은 컵대회에도 베스트 11을 가동할 정도로 리그컵에 목숨거신 양반이다. 리그나 잘하지...). 게다가 정규리그와 FA컵과 달리 컵대회는 고작 1억원의 우승상금 수여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서 경기내용이나 컵대회 위상도 현저히 떨어지게 되며, 자연스레 특정 더비경기가 성사되지 않는 이상, 관중 수도 많이 몰리지 않는다(참고로 이번시즌 러쉬앤캐쉬 컵대회는 거의 관중수가 평균 천명을 넘을까 말까할 정도로 초라하다).

 

  올해만 지지부진했던 것도 아니었다. 작년 포스코컵도 그러했다. 작년 포스코컵은 서울-수원전을 제외하곤 평균 7천명도 못채웠고, 가장 최소관중은 575명을 기록했을 정도였다. 결승전이었던 2010년 8월 23일, 전주성에서는 관중집게 15891명을 기록하며, 역대 컵대회 결승전 관중수가 두번째로 최소관중을 기록했다. 그나마 작년에는 올해에 비해 방송중계를 많이 탔었지만(작년에는 37경기 중 9경기를 스포츠케이블에서, 3경기를 지상파에서 중계했다), 8강전은 한 번도 전파를 타지 못했고, 4강전은 고작 한경기 중계에 그쳤기 때문에 효율적인 경기중계는 아니었다(리얼TV가 K리그 컵대회 중계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을 이애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관중들의 무관심 속에서 작년 포스코컵 우승팀인 FC서울만 크게 기뻐했었던 우승컵이었던 셈이다.

 

 

 

잉글랜드 칼링컵을 함부로 모방하면 안된다, 도리어 우리에게 독이 된다

 

  이러한 반응들이 계속되다보니, 자연스레 밑에서는 K리그 컵대회 자체가 아무짝에 쓸모가 없다면서 '리그컵' 무용론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축구연맹은 리그 컵대회를 단순히 리그 경기수를 채우기 위한 땜빵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외의 경우에, 특히 유럽 주요리그(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만 하더라도 한시즌에 리그를 운영할 때, 크게 리그와 FA컵, 그리고 챔피언스리그를 기반으로 3개 대회를 돌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3개 대회를 운영하면서 윈터브레이크를 가지면서 일정의 휴식기 또한 가진다. 리그컵대회까지 운영하는 해외리그는 잉글랜드와 프랑스정도를 꼽을 수 있다. 그에 비해 우리는 선수층도 얇으면서 리그+FA컵+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 컵대회까지 운영하는 비효율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K리그 컵대회를 살리기 위해서 잉글랜드 칼링컵을 롤모델로 삼는다? 그건 도리어 망치는 일이 될 것이다)

 

  이 리그 컵에 대한 대안책으로 잉글랜드의 칼링컵을 모델로 삼아 그것을 따라해보면 어떻겠냐는 반응도 나온다. 잉글랜드 칼링컵의 경우에는 프리미어리그와 챔피언쉽, 리그1, 리그2 등 1부에서 4부리그까지 총 92팀이 참가하는 대회로, 700개 넘는 FA컵과 차별을 두고 있다. 한국의 리그컵도 N리그나 K3리그팀들에게 참가자격을 준다면 칼링컵처럼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결론부터 말해서 칼링컵을 따라하는 건 오히려 더 망칠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칼링컵도 좀 인기를 끌고 있긴 하지만, 이는 프리미어리그가 워낙 파이가 큰 데다가 우리의 호들갑이 더해졌을 뿐, 잉글랜드 내에서 칼링컵에 대한 비중은 우리나라의 컵대회 비중과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점이다. 이 단적인 예를 증명하는 것이 바로 아스날의 '칼링컵 운영체제'다. '칼링컵의 아이들'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스날의 아르센 벵거감독은 리그에서 거의 출장기회를 부여받지 못하는 유망주들을 전부 활용하면서 팀의 미래 척도를 짐작하는 데 활용한다. 이것은 즉, 벵거 감독이 칼링컵 트로피에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맨유도 08/09 칼링컵 우승할 당시, 결승전에 토트넘을 상대로 깁슨, 웰벡 등을 대거 투입시켰다가 연장전 혈투까지 갔었다.

 

  잉글랜드 칼링컵은 현지에선 계륵 같은 존재다. 우리나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38차례 리그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컵대회를 진행하기란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라리가나 세리에A, 분데스리가 팀들이 윈터 브레이크를 가지는 반면에, 오히려 빡빡한 경기 스케줄에 시달려야 하는 프리미어리그 팀의 고충이 잘 묻어나고 있다. 그래서 최근에 영국 내에서도 윈터 브레이크를 추진함과 동시에 리그 경기수를 조정하자(박싱데이를 없애자는 등)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결국 무슨 수를 써도 정규리그만큼의 무게감을 가지지 못하는 운명인 것이다.

 

 

 

이제는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

 

(부족한 리그 경기 수 때문에 우리는 굳이 리그컵을 안고 갈 필요가 없다, 어차피 승강제를 도입해야하지 않는가?)

 

  칼링컵의 문제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같은 경우 리그컵은 단순히 부족한 경기 수를 채우기 위해서 시작된 것이기 경기수 문제만 해결된다면 억지로 안고 갈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요즘 K리그는 2013년까지 승강제 도입을 위해 리그를 개편하려는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중이다. 올해 광주FC가 탄생하면서 K리그는 16개팀을 구축했고, 앞으로 한 두팀을 더 만들면(충청도와 서울에서 새 팀 창단을 준비할꺼라고는 하는데... 일단 충북과 충남은 대선공약 중 하나가 시민축구단 창단이 걸려있기에 충청도에서 최소 한팀 이상은 나올 것이다) 분데스리가처럼 18개팀이 되어 리그컵을 낄 필요가 없이 경기수를 충분히 채울 수 있게 된다. 이용수 KBS 해설위원의 의견처럼 우리도 이제 K리그의 무게 중심을 리그와 FA컵에 두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그리고 승강제 도입으로 인해 리그 구성에 큰 변화를 줄 경우, K리그 팀의 숫자가 더 늘어날 수도 있고, 더 줄어들 수도 있다(일단 승강제가 도입되면 상주상무는 구단 특성상 2부리그로 내려가게 될 것이다. '군부대'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 과정에서 리그컵이 불필요해질 경우 과감히 없애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고, 거꾸로 상하부리그의 매끄러운 연결을 위해 리그컵의 비중이 크게 확대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즉, 리그컵과 관련된 논의는 지금 우리가 가장 최우선을 목표로 하고 있는 승강제 도입과 별개가 아니라 한 카테고리 안에 포함되어 있다는 소리다.

 

  처음부터 표류할 운명을 타고난 리그컵이 다시금 큰 변화를 맞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안을 제시하는 입장에서 하나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은, 팬들은 더 이상 경기 수를 채우기 위해 억지로 꾸려진 대회를 보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참조 : 베스트일레븐 2010년 10월호, 리그컵을 바라보는 안타까운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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