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K리그 팬들은 언제나 K리그는 TV에서보다 직접 관람해서 보이는 스릴있고 현장감 넘친다고들 말한다. 나 또한 지인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한다(벌써 직관만 두 번 갔다). 하지만 직관할 사정이 여의치 못할 때에는 TV중계로 보고 싶을 때가 많다. 나의 경우만 하더라도 내가 20년 넘게 응원하는 울산 경기를 보러 매주마다 서울에서 울산까지 왕복할 수 없는 노릇아닌가? 나뿐만 아니라 서울이나 수도권에 거주하는 지역구단 팬들 대부분이 이러한 고민에 빠져있다. 그렇기 때문에 K리그 중계에 대한 열망은 해가 거듭될수록 커져만 가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나는 TV중계에 대하여 의구심이 생길 때가 많다. 해외축구나 국가대표 경기는 한경기도 놓치지 않고 TV에서 생중계하면서 왜 유독 K리그 경기나 심지어 K리그 팀들이 출전하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지상파나 최소한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에서 생중계로 보기 힘드냐는 점이다. 여기에서 야구 때문에 축구가 밀린다고들 하는데, 나는 그 이유가 가장 결정적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프로야구중계 때문에 K리그가 손해보는 게 있었고 광고수입료 부분 등에서 야구가 그동안 앞섰던 것은 사실이지만, 단순히 야구중계 때문에 K리그 중계가 피해보고 있다는건 지나친 과장해석이다. 언제까지 야구 때문에 축구가 피해본다고 징징댈 순 없지 않은가?
1. 공중파 방송사의 스포츠채널은 재방송용 채널인가? 신문사는 대체 어느 국적 사람인가?
(이동국 선수의 트위터 일부분, K리그 선수마저 아프리카로 아챔 시청하는 것이 K리그 중계에 대한 슬픈 현실이다)
가끔 토요일 오후나 평일 오후에 헬스클럽에서 러닝머신을 뛰면서 TV를 돌리다보면 공중파 방송사에서 방영했던 예능프로그램이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영하면서 재탕, 삼탕, 사탕으로 아주 사골 우려먹듯이 아예 스토리를 다 외울 정도로 틀어준다. 뭐 그거야 예능 채널이나 드라마 채널에서는 이해는 된다. 하지만 스포츠 채널에서마저도 본방사수했던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을 수도 없이 틀 필요가 있을까? 그리고 언제적 한일 월드컵이고 베이징올림픽인데 2011년인 지금까지도 재방송하는건가?
차라리 명색에 스포츠채널이라는 이름만 달고 이딴식으로 운영할꺼라면 아예 없애는 게 오히려 서로에게 낫지 않을까? 뛰어난 중계 기술과 훌륭한 컨텐츠를 지녔음에도 시청자들을 고작 예능 재방송으로 묶어둔다는 건 자원낭비다. 이런식의 태도에 지난 중계권료도 지불하지 않고 소송까지 들어간 M 방송사는 특히 반성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다. 그놈의 시청률 시청률 운운하는 것도 언제 한 번 한시즌 잡고 풀로 제대로 보여준 적이 있느냐부터 묻고 싶다.
공중파 방송사 뿐만의 일은 아니다. 소위 우리가 알고 있는 메이저 신문사들 또한 방송사와 다를 게 없는 입장이다. 허구헌날 축구경기장 사진을 왜곡해서 일부러 텅텅 빈 부분을 확대해서 찍어서 "K리그 관중 수 적어..", "K리그 위기설" 이라는 쓰잘데기 없는 기사와 함께 "야구, 구름관중 경기장 만원" 이런 식의 기사를 비교대조질하면서 축덕과 야빠들을 이간질시키는 데 앞장서고 있다. 언제나 이런식으로 두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을 싸움붙여서 얻는 게 무엇인가? 축구와 야구, 둘 다 좋아하는 내 입장에선 스포츠 기자들의 자질이 정말 의심스럽다. 국내 스포츠 종목끼리 이간질시키는 건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을까 싶다.
2. 군소 케이블 채널의 등장
(군소 케이블 채널의 K리그 중계는 K리그 인식 변화의 새로운 전환점이다)
이러한 공중파 방송사 소속 스포츠 채널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올해부터 소위 군소 케이블 채널들이 K리그를 중계해주겠다고 직접 발벗고 나섰다. 그 대표적인 채널이 바로 리얼TV. 리얼 다큐멘터리를 전문적으로 방송했던 이 채널이 수익성이 그렇게 높지 않은 K리그를 방영해주겠다는 결단이 참으로 고맙다고 생각된다. 아직 스포츠 중계에 익숙치 않아 중계 기술이 미흡하고 지역 방송 중계를 그대로 타서 쓰기 때문에 중계가 한 팀에 대해 편파적으로 방송하는 경향이 강하긴 하지만, 아시아챔피언스리그를 아랍방송으로 봤던 것을 생각하면 천국이다.
리얼TV 못지않게 디원TV나 TBS(서울 교통방송)의 열정도 만만치 않다. 특히 TBS의 중계 스타일에 소름이 돋았다. TBS는 단순히 경기중계만 하는 게 아니라 서울 서포터즈에게 경기 프리뷰를 묻는가 하면, 경기가 끝나자마자 황보관 감독이나 그 경기 MOM이었던 데얀과의 인터뷰까지 따냈다는 것!! 그 뿐만 아니라 카메라 앵글이나 화질도 웬만한 스포츠 전문 채널과 동급이거나 그 이상이었다. 디원TV는 그제께부터 리그보다 비교적 무게감이 떨어지는 컵경기를 방영하기 시작했다. 그 외 대전CMB나 부산 지역방송인 HCN 등까지 동참하여 지역채널에서 K리그 노출빈도가 커지기 시작했다.
3. 그런데... K리그 중계권은 누가 쥐고 있는거지?
(중계해주는 건 정말 좋은데, K리그 중계 책임자는 대체 누구야?)
허나 군소 채널 방송사들이 갑작스럽게 중계하겠다고 등장하고 난 뒤, 과연 K리그 중계권의 주체가 누구냐고 혼란스러워 할 수도 있다. 프로축구연맹인지, 아니면 지역방송사인지 확실히 드러나지 않았으니깐 말이다. 답부터 말하자면, 프로축구연맹에서 제공하는 '패키지상품'이다. 연맹은 통합 TV 중계권 중 공중파 TV 중계권 계약 권리를 제외한 모든 미디어 매체의 중계권 계약 권리를 대행사인 에이클라에 맡긴 상태다. 때문에 구단들은 자체적으로 방송 매체와 중계권 계약을 체결할 수 없다. K리그를 중계하기 위해서는 연맹과 에이클라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현재 늘어난 K리그 중계 미디어 매체 모두가 연맹과 에이클라와의 계약을 통해 가능했다. TV 중계권 주체에 대한 혼란은 K리그 중계 확대를 위해 지역 채널들과의 계약이 확대되면서 지역 밀착형 홈경기 중계가 진행되면서 빚어진 일이었다.
하지만, K리그의 이러한 상품판매는 정말 잘한 일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좀 더 폭넓은 의미에서의 통합마케팅의 시도와 실행이 필요하다. K리그 관련한 모든 정보와 상품들을 소비하고 구매할 수 있는 통합 형태의 플랫폼과 여러 갈래로 흩어져 있는 구단마다의 이야기 구조들을 한데 묶을 수 있는 통합커뮤니케이션의 요구 등이다. 구단마다의 특징과 성격이 크게 다른 것이 통합마케팅, 통합커뮤니케이션의 걸림돌로 지적되는데 2013년으로 예정된 승강제 제도 도입에 따른 새 판짜기가 더없는 기회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재출범하는데 결정적인 공헌을 한 테일러 리포트의 핵심도 외형의 리그 구조 개편이 아닌 마케팅의 혁신적 개혁이었다.
4. K리그 구단과 프로축구연맹이 앞으로 해결할 과제
(지난시즌 주목받지 못했던 상주 상무는 올시즌만 벌써 KBS1 TV에서 2번이나 생중계로 편성되었었다)
그렇다고 해서 서형욱 해설위원이 K리그가 군소 케이블 채널에서만 방영하다보면 프리미엄 대중적 스포츠가 매니아층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은 기우가 될 것 같다. 왜냐하면 올시즌만 하더라도 K리그의 상주상무의 경기는 이미 2차례가 KBS 1TV에서 생중계되었기 때문이다. 항간에 말로는 KBS 스포츠국장이 상주 출신이라서 생중계가 가능했다는 소문도 있지만, 소문이 어찌되었던 간에 K리그 입장에선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부여받은 것 아닌가? 덕분에 상주는 공중파 전파를 타면서 인지도도 쌓기 시작했고, 벌써 4월 16일에 K리그 초반돌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선두 대전과 상주의 경기가 오후1시 생중계로 잡혀있는 상태다. 즉, 군소 케이블 채널로 확대될 뿐만 아니라 공중파 채널에서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회가 주어졌다고 해서 그 기회가 얼마나 오래갈 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순 없다. 앞으로도 K리그가 공중파에서 생중계 되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꽤나 많이 쌓여있다. 우선적으로 K리그 각 구단은 뭐니뭐니해도 매 경기마다 좋은 플레이와 최고의 스포츠맨쉽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물론 FC서울이나 수원처럼 팬들을 사로잡기 위해 밑바닥에서부터 차근차근 단계별로 공략하는 마케팅도 각 구단들의 팬층을 두텁게 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지만, 뭐니뭐니해도 좋은 경기력과 좋은 매너야말로 가장 최선이자 최상의 마케팅 요소가 되니깐 말이다. 이런 팀들의 경쟁력이 계속 좋아진다면 소비자인 시청자들이나 방송사들은 절대로 외면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그리고 K리그 중계권에 대하여 가장 중요한 건 구체적인 실행 방법과 로드맵이다. 현재 K리그의 중계 미디어 확대는 반길 일이다. 종편 확대와 맞물려 콘텐츠 확보 경쟁을 더할 수 있다는 의미도 내포하고 있지만, 일부의 지나친 지역 밀착형 홈경기 중계는 반드시 제고해야 한다. 시청 대상이 단순히 그 지역 팬들만 접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리카TV나 케이블 채널 등등이 가세하는 점을 보듯이 이미 전파 송출 범위는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된다. 그렇기 때문에 K리그 중계권의 확대를 단순히 양적인 파이만 늘릴 것이 아니라, 내용과 방향의 변화가 따라야 한다. 그래야 곽정환 전 프로축구연맹회장이 똥으로 싸질러놓은 결과물인 K리그 중계에 소극적인 기존 판을 뒤집어 엎을 수가 있을 것이다(정몽규 현 회장이 더 많이 뛰어야 할 것이다). 변화와 혁신은 새로운 통합마케팅과 통합커뮤니케이션의 시작점이다. K리그는 2002년 월드컵 이후, 9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제대로 된 개혁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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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기사
김현회 칼럼 : K리그 중계, 이들이 있어 고맙다 http://sports.news.nate.com/view/20110405n03746
박문성의 풋볼리즘 : K리그 중계권 누가 갖고 있나?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soccer&ctg=news&mod=read&office_id=208&article_id=0000000412
임성일의 축구별곡 : 잘하면, 지상파 방송도 움직인다 http://sports.media.daum.net/soccer/news/main/cluster_view.html?clusterid=317547&clusternewsid=20110407133904246&t__nil_sports=uptxt&nil_id=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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