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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계 구단, 말라가CF

J_Hyun_World 2011. 6. 23. 08:10

 

 

 

신계와 인간계로 나뉘어진 라리가

 

(라리가의 신계(神界)라 불리는 바르셀로나,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

 

  흔히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 대하여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라리가는 신계와 인간계로 나뉘어져있다."라고. 이러한 농담은 실제로 프리메라리가에서 수십년째 양강구도를 구축하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그리고 기타 18개 구단의 넘어설 수 없는 격차를 빗댄 것으로, 해가 거듭하면 거듭할 수록 바르샤와 레알은 계속 잘나가는 반면에, 나머지 18개 구단은 '라리가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게 여겨지고 있었다.

 

  매번 레알 아니면 바르샤가 리그 우승을 하는 덕분에, 선수 스쿼드면에서나 자금력면에서나 이 2팀이 압도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하며, 오죽하면 2시즌 연속 3위를 기록한 발렌시아에 대해 사람들은 "인간계 1위를 축하합니다.", "라리가 인간계 우승, 발렌시아"라는 말까지 하곤 한다(스페인 현지 언론에서도 이러한 말이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러한 신계와 인간계로 나뉘어진 현재 라리가 판도에서, 과감하게 신의 영역에 도전하려고 하는 한 인간계 구단이 있다.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인간계 구단, 말라가CF

 

  레알과 바르샤의 아성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인간계 구단이 등장했다. 다름아닌, 라리가의 중소클럽 중 한 팀인 말라가CF다. 원래 말라가CF는 말라가CD라는 클럽 산하의 리저브클럽팀이었으나, 1992년에 말라가 CD가 재정파산을 겪으면서 1994년에 독립하여 공식클럽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프리메라리가 데뷔는 1999년도였다. 데뷔 후, 2002년 인터토토컵에서 우승하여 다음시즌에 UEFA컵 8강까지 올라가는 쾌거를 이룩하였으나, 2006년에 강등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말라가 출신 선수 중에 우리가 알 만한 유명선수들은 코스타리카의 에이스인 파울로 완초페, K리그 먹튀로 남은 키키 무삼파, 그리고 디에고 포를란과 함께 우루과이 공격진을 이끌었던 다리오 실바, 그리고 알베르토 루케 등이 있었다.

 

  이러한 중소클럽에 불과했던 말라가CF는 2010년 6월에 엄청난 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요즘, 유럽 축구계에선 거대재벌들이 축구판에 뛰어들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막대한 자금을 등에 업은 중소클럽들의 반란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EPL만 하더라도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구단이 상당수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잘 아는 맨유, 첼시, 아스날, 맨시티, 리버풀 등이 대표적이다). 말라가도 이러한 케이스였다. 카타르 왕족인 세이크 하마드 빈 할리파 알 타니가 말라가를 인수한 것이다(세이크가 인수하게 된 계기가 이웃나라 왕족이자 맨시티의 구단주인 만수르의 영향이라는 말도 있다). 우리나라의 조용형이 지금 카타르에서 뛰고 있는 것도 세이크가 말라가를 인수해 말라가로 이적하는 조건으로 카타르에 2년간 뛰는 것을 제안했던 것이다.

 

(라리가의 명장 중 한명으로 꼽히는 마누엘 페예그리니, 말라가 감독으로 가다)

 

  세이크는 말라가를 강팀으로 만들기 위해 무리뉴 때문에 레알 마드리드 감독직에서 경질된 마누엘 페예그리니 감독을 앉혀놓았는데, 여기서 세이크는 페예그리니 감독에게 파격적인 우대조건을 내걸었다. 아예 선수단 자체에 터치 안하겠다는 약속과 선수영입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페예그리니에게 위임한다는 약속을 받아놓고 계약에 사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선수관련 부분은 구단주가 좋든 싫든 구단주 본인조차 영입에 관련한 권한은 없다는 것이다. 뭐 구단주가 자기 돈 쓰는거니까 페예그리니에게 넌지시 누구누구 사면 안되겠냐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할 수도 있을텐데, 최종결정자는 페예그리니라는 것이 기존의 해외자본을 바탕으로 둔 클럽과는 상당히 다른 점이라고 볼 수 있다(이건 마치 맨유가 퍼거슨 감독에게 전적으로 맡기는 것과 똑같다).

 

  말라가는 지난 여름이적시장에서 호세 론돈, 엘리세우, 퀸시 오수아베이 등을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오일머니 가동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말라가는 이러한 선수영입에 비해서 리그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았다. 오히려 리그 19위를 기록하면서 자칫하다가 강등걱정을 해야하는 것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이대로 안되겠다 싶었는지, 말라가는 겨울 이적시장에서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사람들을 깜짝 놀래켰다. 바로 훌리우 밥티스타와 마르틴 데미첼리스를 깜짝 영입한 것이었다.

 

(위대한 밥장군의 말라가 상륙작전, 그의 가세로 말라가는 강등권을 탈출해 리그 11위로 마쳤다)

 

  '위대한 밥장군' 밥티스타의 말라가 합류는 말라가 팀 자체에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제공하였다. 라리가에서 나름 큰 활약을 펼쳤었던 그였고, 자신의 가치를 전세계에 알리게 만든 무대도 바로 라리가였다. 겨울이적시장 막판에 말라가에 입성한 이후, 11경기에 출장하여 무려 9골을 뽑아내는 등 세비야 시절의 포스를 다시 재현하게끔 했다(그리고 밥티스타가 기록한 골들은 전부 말라가의 중요한 경기때마다 터졌기 때문에 더더욱 값어치가 빛났다).

 

  게다가 그의 맹활약에 맞물려 지난 여름 세군다 리가(스페인 2부리그) 소속의 라스 팔마스로부터 350만 유로(약 56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말라가로 이적온 론돈 또한 라리가 입성 첫 시즌에 29경기에 출전 14골을 넣으며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페예그리니의 공격축구에 큰 힘이 되어줬다. 그리고 데미첼리스의 합류로 인해 빈약해 보였던 말라가 수비 또한 한층 안정되어 막판까지 접전을 몰고 간 끝에 말라가는 강등권을 탈출하여 리그 11위로 마감하였다. 이 두 스타 플레이어의 합류 덕분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말라가, 그들의 행보는?

 

  리그 잔류에 성공한 말라가는 벌써부터 다음 시즌을 위한 선수영입준비작업에 돌입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말라가 프론트는 선수단에 일체 터치하지 않으며, 페예그리니 감독에게 전적으로 선수영입권한을 부여했다. 그러다보니 영입을 하는데 있어서도 거의 뜬 소문이 없고, 신속하게 영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것은 네임밸류 높은 선수들만 영입하는게 아니라, 감독이 권한이 있다보면 아무래도 팀 전략에 맞게끔 필요한 선수들을 영입할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네임밸류만 무작정 폭풍영입하는 것보다 훨씬 더 알짜배기다.

 

 

(페예그리니의 첫번째 타겟, 킹 루드!! 이것은 말라가의 오일머니 돌풍의 시작에 불과했다)

 

  밥티스타와 데미첼리스 합류로 어느정도 재미를 본 말라가는 라리가 리그 일정이 끝나자마자 물밑작업을 시작했고, 그 첫번째 타겟으로 함부르크와의 재계약 결렬로 인해 이번시즌까지 계약되어있던 '킹루드' 루드 반니스텔루이다. 비록 함부르크에선 부상으로 인해 맹활약을 펼치지 못했지만, 잉글랜드와 스페인 무대에서 득점왕 자리에 올랐던 그였고, 서브로 나오면서도 7골을 뽑아냈던 것을 감안한다면, 말라가 입장에선 알짜배기 영입이나 다름없다(그것도 자유계약으로!!). 반니의 합류는 분명 밥티스타와 환상적인 호흡을 보여줄 것이며, 론돈의 기량을 좀 더 끌어올려 줄 수 있는 멘토역할도 될 것으로 보인다.

 

  반니스텔루이에 대한 영입을 완료한 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페예그리니 감독은 곧바로 다음 타겟을 영입하기 위해 움직였다. 바로 프랑스 국가대표 출신이자, 올림피크 리옹의 핵심선수 중 한명인 제레미 툴라랑이었다. 반니와의 계약완료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툴라랑은 말라가 공항에 모습을 드러냄으로써 그의 말라가로 이적설은 더욱 탄력을 받게 되었으나, 상대가 거상으로 불리우는 리옹이었기 때문에 말라가가 그를 데려가려면 엄청난 지출을 각오해야한다는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의외로 협상진행은 신속하게 진행되었고, 10m(예상추정액)으로 이적합의하는 데에 성공했다. 툴라랑의 합류로서 중원 장악에 한층 더 탄탄한 스쿼드를 구축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데미첼리스의 파트너로 네덜란드 국대의 주전 수비수이자, 함부르크의 주전이었던 요리스 마테이센까지 자유계약으로 말라가로 데려오는 데 성공하였다(가만....이렇게 되면 조용형이 내년에 말라가로 이적하면 뛸 자리는 있는거니??). 뿐만 아니라 오사수나의 젊은 왼쪽풀백인 나초 몬레알, 베이징 올림픽 아르헨티나 대표팀 출신이자 리베르플라테의 유망주 디에고 부오나노테까지 한꺼번에 데려옴으로써 프리시즌이 아직 시작도 하기 전에 페예그리니는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선수들을 재빨리 영입해오고 있다(이정도 속도라면 말라가의 조직력을 강화시키는 데 더더욱 빨라질 수 있다). 그리고 말라가는 이 외에도 현재 마르세유에서 구단과 불화를 겪고 있는 루초 곤잘레스나 인테르와 브라질 국대의 주전센터백인 루시우, 그리고 첼시를 상징하는 드록신 디디에르 드록바 등을 노리고 있다. 또한 발렌시아의 부동의 오른쪽윙어인 호아킨 산체스와의 이적협상이 거의 완료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한다(와... 진짜 빠르다 말라가;;).

 

  현재 말라가가 대부분 영입하려는 선수들의 평균적인 연령대가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초반 사이이기 때문에 말라가가 다 죽어가는 노땅들을 영입해서 어디 쓰겠냐고 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요즘처럼 거품끼가 잔뜩 낀 이적시장에서 오버페이를 감행하면서 확실히 잘해줄 지 가늠하기 어려운 선수들을 데려올 바에 확실히 검증된 베테랑들을 대거 데려와 짧은 기간동안 좋은 성적을 뽑아내는 것이 훨씬 더 현명하다. 그리고 이미 라리가에서 명장으로 손꼽히고 있는 페예그리니 감독이기 때문에 비야레알 시절때의 모습을 말라가에서 다시 한 번 재현할 것이라고 생각된다(레알에서 잘린 것도 챔스때문이었지 리그 성적은 아주 좋았다).

 

  다음시즌에 신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도전하려는 인간계 대표, 말라가. 그들의 도전은 페예그리니 감독에게 전적으로 달려있다. 페예그리니 감독이 스스로 무너지지 않는 한, 말라가는 못해도 4,5위권으로 다음시즌을 끝마칠 확률이 높다. 말라가의 행보에 주목해보자! 아, 그리고! 2012년에 과연 조용형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는 말라가의 당당한 일원으로 뛸 수 있을지도 한 번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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