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서반국

바르샤 더블 크라운의 주역은 메시가 아니라 사비다.

J_Hyun_World 2011. 5. 31. 09:17

 

 

(웸블리에서 펼쳐진 챔스 결승전 시상식, 가장 감동적이었던 아비달에게 주장 완장을 채워준 장면)

 

  이제 1년간의 대장정이었던 유럽 챔피언스리그도 끝났다. 그리고 유럽의 각 리그 일정도 끝났다. 이제 유럽 축구는 3달간의 휴식기에 접어들며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작업에 들어갔다. 결승전이 끝난 다음날 일요일(현지 시각 기준)에 바르셀로나는 더블 크라운 달성(라리가 우승+챔피언스리그 우승) 기념으로 카퍼레이드를 펼쳤고, 몬주익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팝스타 샤키라의 공연에도 급참석하여 무대 위에 갑자기 올라가 댄스타임을 벌이기도 했다(참고로 샤키라는 바르샤의 수비수인 헤라르드 피케의 여자친구다).

 

  이번 바르샤의 더블 크라운 달성의 가장 큰 공헌을 펼친 선수는 전부 리오넬 메시로 만장일치하고 있다. 그는 올시즌에도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으며, 개인통산 한시즌 최다골 기록까지 세우면서 해가 거듭할 수록 진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올시즌에는 측면이 아닌 중앙으로 포지션 변경을 해서 대성공을 거두며, 과르디올라 감독의 전술을 보다 더 강력하게 만드는 데에 일조했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리오넬 메시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것에 불만을 가진다. 솔직히 그가 올시즌에 보여준 활약은 언론의 찬사를 받기엔 충분했고, 전세계 축구팬들을 단번에 휘어잡았다. 그러나 그가 이런 활약을 보여주는 데에 있어서 이 선수의 뒷받침이 상당했기에 가능했고, 이 선수가 있었기에 수많은 골들을 기록하며 기존 기록들을 갈아치울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바로 바르샤와 스페인의 중추인,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사비 에르난데스. 특히, 정말로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적으로 받아야 할 선수가 바로 사비가 아닌가 개인적으로 생각된다.

 

 

 

과르디올라의 후계자로 지목받던 초특급 유망주

 

  현재 바르셀로나 감독으로 있는 조셉 과르디올라 감독은 바르셀로나, 아니 카탈루냐를 대표하는 천재 플레이메이커다. 지능적인 플레이와 날카로운 패스, 그리고 리더쉽까지 갖춘 카탈루냐가 자랑하는 스타 플레이어다. 그가 현재 무리뉴와 함께 최고의 젊은 감독으로 우뚝 설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선수시절에 지능적 플레이로 활약했던 덕분이라고 카탈루냐 지역 언론에서 말하고 있다.

 

  그런 과르디올라의 직계 후계자로 지목된 이가 있었으니, 그게 바로 사비 에르난데스다. 사비는 바르샤 유스로 입단할 때부터 타고난 재능으로 주목받던 선수였고, 바르샤 유스출신 선수들이 밟는 엘리트 코스를 전부 다 밟았던(스페인 청대 코스도 전부 다 밟았다) 몇 안되는 선수 중 한 명이었고, 그런 과정에서 그는 부족함을 몰랐고 실패를 경험하지 않고 자랐을 만큼, 그의 성장은 바르샤를 흥분시켰다.

 

  하지만, 그가 1998년에 성인팀에 데뷔하면서부터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그는 유스시절부터 줄곧 과르디올라의 후계자로 지목되어온만큼, 성인팀에 데뷔하자마자 유망주가 아닌 한 사람의 프로선수로써 그것도 팀의 스타 플레이어인 과르디올라와 비교되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그를 "Nice"가 아닌 "Excellent"가 되어주길 기대했다. 이러한 높은 기대치 때문인지 사비는 1군에 데뷔하고 나서 침체기에 빠지게 되었다.

 

  이렇게 흔들리는 사비를 잡아준 것이 다름 아닌 같은 자리의 경쟁자이자 동경의 대상이었던 과르디올라. 펩은 의기소침해 있는 사비를 다독여주면서 그에게 지속적으로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그 덕분에 사비는 그 동안 실패했던 경험을 축적하여 점차 완벽한 선수로 거듭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며 그는 과르디올라의 역할을 100% 수행하면서 바르샤의 핵심선수가 되었다.

 

(선수시절 과르디올라와 함께 뛰었던 사비)

 

 

 

사비, 그 이름에서 풍기는 존재감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미드필더. 그 미드필더에서 가장 중요한 키플레이어, 사비)

 

  사비가 핵심선수로 거듭나고 나서 그의 존재감은 상상, 그이상이라고 해도 좋다. 사실 레이카르트가 부임한 이후, 바르셀로나는 본격적으로 토탈사커식 4-3-3 전술로 탈바꿈하면서 강력한 중원을 구축하는 방법을 택했다. 바르셀로나의 4-3-3 전술의 가장 중요했던 미드필더 라인은 최전방 공격과 최후방 수비를 한데 묶어서 수시로 조율해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고 있던 셈이었다.

 

  사비가 바르샤 안에서 맡은 직책은 공격형 미드필더(이니에스타)와 수비형 미드필더(부스케츠) 사이에 존재하면서 그 둘의 연결고리가 되어 실질적으로 하나의 톱니바퀴처럼 굴려야 하는 역할이다. 쉽게 설명하자면 푸욜-피케 라인이 빌드업 작업이 시작되어 메시나 비야, 페드로까지 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중간통로 역할이면서 동시에 상대의 틈을 관찰하는 브레인 역할이다.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넓은 시야와 지능적인 플레이, 정확한 패스와 키핑력, 그리고 활동량이 요구되는 가장 고된 포지션이다. 그리고 선수단 전부를 조율해야하는 막중한 임무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비는 보란듯이 소화하면서 과르디올라 감독의 선수시절 전성기를 보는 듯한 플레이를 보여주면서 동료들이 있는 어디든지 패스를 자유롭게 뿌려대고 있는 것이다. 아무렇게나 뿌려대면서도 패스 성공률 또한 매우 높다. 평균 8~90% 사이에서 노는 높은 패스 성공률은 바르샤의 점유율 플레이와 압박 축구에 물줄기와 같은 것이며, 바르샤의 기본 전술인 삼각 패스를 꾸준히 할 수 있도록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그의 활동량과 위치선정 또한 대단하다. 이번 챔스 결승전에서만 하더라도 사비가 뛴 거리량은 무려 10km 이상이었고, 평균적으로 그 정도 뛴다. 우리는 사비의 활동량이 많을꺼라곤 좀처럼 생각하지 못하는데, 그만큼 패스성공률이 정확했기에 그가 쉴새 없이 뛰는 걸 놓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제자리에서 패스만 하는 것이 아니라 중원을 누비면서 킬패스를 찔러넣는 것이다.

 

  과르디올라 감독의 핵심 전술에서 사비가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하는 게 바로 이러한 사비의 특성이 있었고, 선수시절부터 같이 뛰어왔었기 때문에 과르디올라 감독은 누구보다도 사비의 특성을 잘 알고 있었다. 결국, 그러한 특성을 최대로 끌어올릴 수 있었기에 바르샤가 이렇게 천하무적팀으로 거듭난 것이다.

 

※ 과르디올라 감독의 바르셀로나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바로 그가 선수시절부터 B팀 감독으로 있으면서까지 현재 바르샤 유스출신 선수들을 다 지켜봤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페드로나 부스케츠의 성장, 그리고 사비-이니에스타-메시가 최강 라인으로 군림했던 것도 전부 과르디올라가 누구보다도 바르셀로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고, 그보다 더 바르샤의 특성을 아는 사람이 없었으니까.

 

  이러한 활약은 클럽팀인 바르셀로나에서만 유지되는 것이 아니다. 현재 스페인 국가대표팀이 별칭 그대로 "무적함대"가 되어 유로2008 우승 및 2010 남아공 월드컵 우승을 하게 된 것 중 가장 큰 요인이 사비의 존재감이 있었다. 쉬지 않고 경기장을 뛰어다니면서 빠른 판단력과 정교한 킥력을 이용하여 쉴새없이 동료 선수들에게 볼배급을 하고, 지능적 플레이로 상대의 틈을 이용할 줄 알았기에 상대와 충돌할 일도 거의 없었고, 부상도 그렇게 자주 당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2008에서 그의 패스 성공률은 89%를 기록했고,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거의 90%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하며 상대를 농락했다.

 

 

 

과연 사비의 대체자가 나올까?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메시의 대체자가 나올 확률보다 사비의 대체자가 나올 확률이 더 낮다고..)

 

  바르셀로나와 스페인 국가대표에게 영광을 안겨주면서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사비. 그도 어느덧 서른을 넘겼다. 벌써부터 그의 대체자를 언급하기에는 아직 이르지만, 한 번 생각해볼 만한 가치도 있다. 그러나, 막상 떠올려보면 과연 "사비를 대체할 선수가 있긴 할까?" 라는 생각이 들고 있다.

 

  내가 메시보다 사비를 더 높게 평가하는 이유는 이러한 점에 있다(다소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 평가일 뿐이니 오해말라). 국가대표 경기를 보면 이런 부분을 느끼게 된다. 메시가 포진한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맛보질 못했다. 그건 바로 아르헨티나에 사비같은 존재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비가 포진한 스페인은 유럽대항전과 월드컵에서 우승하면서 명실상부 최고의 팀으로 거듭났다. 바로 사비가 있고, 그가 경기를 쉴새없이 조율해주면서 개성이 강한 스페인을 하나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메시가 없어도 이길 수 있는 것이다). 클럽경기를 보더라도 가끔 느낄 수 있다. 메시가 빠질 때에는 어떻게든 메꿔서 이기긴 해도, 반대로 사비가 결장하는 날에는 점유율 축구가 쉽게 이뤄지지 않고, 바르샤 경기가 유난히 어렵게 풀리는 경향을 볼 수 있다. 그만큼 사비의 중요성이 큰 대목이다. 

 

  실제로 바르샤 유스 안의 각 팀에는 꼭 한명씩은 메시급 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들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사비급 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는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그나마 사비의 후계자로 불리는 선수가 현재 아스날의 주장이자 바르샤 유스 출신인 세스크 파브레가스다(실제로 국대에서는 사비 대체자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그거야 세스크가 바르샤로 돌아왔을 때 이야기일 뿐이다. 세스크를 제외한다면, 아직 바르샤 유스 안에서는 사비를 대체할 선수가 없다. 그만큼 사비라는 캐릭터가 정말 특이하고 귀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현재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강의 클럽팀인 건 맞다. 만약 바르샤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과르디올라가 바르샤를 떠날 때, 혹은 사비 에르난데스의 기량이 떨어지기 시작할 때가 그 징조가 될 것이다. 바르셀로나를 알려면 메시보다도 사비를 먼저 알아야한다. 사비가 곧 바르샤의 전술이며, 스페인의 전술이다. 이런 선수에게 개인 상 하나라도 주어지지 않는다는 건 정말 말도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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