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인테르 감독 라파 베니테즈 본격 위기설

J_Hyun_World 2010. 11. 15. 19:08

 

 

  09/10시즌 : 이탈리아 세리에 A 우승, 이탈리아 컵 우승,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이것이 지난 시즌 인테나치오날레(이하 인테르) F.C.의 업적이다. 즉, 이탈리아 클럽팀 최초 트레블 달성.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인테르의 다음 시즌은 조세 무리뉴가 설사 떠난다 하더라도 무너지는 일이 없을 줄만 알았다.

  10/11시즌 현재 : 세리에 A 리그 5위(유벤투스와 승점은 같으나, 골득실에 밀려서..), UEFA 챔피언스리그 A조 2위(1위는 처녀출전한 토튼햄). 이것이 지금 인테르의 현주소다. 믿기지 않을 정도로 몇달 사이에 인테르가 급추락했다. 오늘 새벽(한국시각)에 열렸던 밀라노더비에서 인테르는 10명이 싸웠던 AC밀란에게 1대0으로 패배하며 승점 6점(밀란의 티아구 실바는 이 더비를 승점 6점짜리 경기라고 인터뷰했었다)을 날려버렸다. 인테르 부진에 대한 비난의 화살은 조세 무리뉴 후임으로 온 라파 베니테즈에게 돌아가고 있다. 도대체 왜? 갑자기 인테르가 디펜딩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이렇게 무너지기 시작했는가?

 

  발렌시아 UEFA컵 우승,  리버풀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내며 한 때 우승청부사라 불리었던 '마법사' 라파 베니테즈. 하지만, 지금은 예전 '마법사' 시절의 위용은 온데간데 사라졌다. 이미 인테르로 오기 전, 리버풀에서 그의 마력은 거의 잃어버렸던 상태였다. 리버풀 감독 맡은 이래, 리그 7위라는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리버풀은 챔피언스리그 진출 실패라는 충격적인 소식을 맛보며, 겨우겨우 턱걸이로 UEFA컵 출전권을 따냈다. EPL의 명가 중 한 팀인 리버풀에겐 굴욕적인 시즌이었다. 물론 이 때, 리버풀의 양키 구단주인 질레트&힉스의 막돼먹은 행동이 큰 영향을 끼치진 했으나, 이 당시에 베니테즈의 어처구니 없는 전술과 이해할 수 없는 선수 영입 또한 리버풀 추락의 원인 중 하나로 손꼽혔었다. 그래서 베니테즈는 거의 쫓겨나다 싶이 안필드를 떠나 무리뉴가 마드리드로 옮겨가버려 공석이 된 인테르 감독으로 가게 되었다. 이때만 하더라도 리버풀에서 마지막시즌을 망쳤던 게 단순히 불운이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꽤 많았다. 하지만 여름 이적시장에서 인테르는 거의 움직이질 않은 채 곧바로 새로운 시즌을 맞이했다.(쿠티뉴가 합류하긴 했지만, 쿠티뉴는 이미 무리뉴가 있을때 이적합의를 맺고 잠시 브라질로 임대갔던 상황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의 위엄은 무리뉴가 레알 마드리드로 떠나면서 다 가져간걸까? 무리뉴가 없다고 이 화려했던 팀이 왜 무너진거지?)

 

 

  새로운 시즌이 접어들고 나서 좋았던 점을 꼽자면, '흑표범' 사무엘 에투가 되살아난 것. 지금 득점왕을 놓고 1위경쟁을 펼치고 있기에 그의 부활은 인테르에게 있어 더할나위없이 좋은 소식이었다. 하지만, 에투가 살아난 대신에 지난 UEFA 올해의 선수상을 거머쥔 밀리토나 스네이더, 마이콘을 비롯하여 인테르의 나머지 선수들이 단체로 부진을 겪고 있는데다가 지금 인테르는 캄비아소, 세자르, 마이콘 등이 부상으로 전력이탈하였다(심지어 사무엘은 십자인대 파열로 시즌아웃이라는...컥;;). 설상가상 겨울 이적 시장에 팀에 합류해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판데프도 부진, 여기에 맨체스터 시티로 이적한 마리오 발로텔리의 대체자 영입에도 실패했으니, 공격이 될 턱이 있나? 그래서 본의 아니게 에투 혼자서 인테르를 먹여 살리고 있다. 인테르보다 부상선수 수를 더 많이 보유한 유벤투스도 최소한 이렇게 무기력하게 경기하진 않았다(유벤투스는 무려 스쿼드 하나가 이탈했다).

 

 

 

  베니테즈의 전술적 문제가 심하게 노출되었던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가레스 베일이다. 인테르는 라이트백에 "오른쪽의 지배자"라 불리는 라이트백 세계최강인 마이콘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마이콘이 있음에도 어떻게 가레스 베일에게 똑같은 패턴으로 두 경기에 그렇게 속절없이 당하는건가?? 물론 베일의 개인기량은 분명 뛰어나다. 하지만, 최소한 명장이라면 한 번 했던 실수는 두 번 다시 반복하지 말아야하는 게 정상이다. 베니테즈는 주력이 빠른 베일을 마크하기 위해 발대발로 잡으려고 마이콘을 마크지시를 내렸다. 그 결과 두 번 다 마이콘이 탈곡기마냥 탈탈탈탈~ 털렸고, 토튼햄과의 두 경기에서 최악의 선수로 찍혔다(일명 마이콘 굴욕사건이다). 오히려 마이콘보다 상대적으로 기량에서 밀리는 하파엘(맨유)이 베일을 확실하게 막았다. 베니테즈는 자신과 붙는 상대팀의 전경기는 연구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무능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리고 8라운드 삼프도리아 전 이후로 5경기동안 획득한 승점은 겨우 6점. 같은 구장을 쓰고 있는 밀란이 유벤투스 전을 제외하고 승점을 12점을 벌은 것에 비해 상당히 대조적이 아닌가?

 

 

 

(베일한테 탈곡기처럼 탈탈탈탈 털린 마이콘의 굴욕)

 

 

  오늘 밀라노 더비에서도 그의 문제점은 여지없이 노출했다. 루시우의 파트너로 코르도바 대신에 한동안 경기를 뛰지 않아 감각이 많이 떨어진 마테라찌를 기용하고, 코르도바를 라이트백으로 돌렸다. 그 결과로 전반 초반, 마테라찌의 불필요한 파울로 밀란에게 패널티킥을 내줬고,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골을 성공시켰다. 밀란은 즐라탄의 골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인테르를 몰아부치기 시작했고, 인테르는 밀란의 쉴새없이 날아오는 슛팅을 막아내기 급급했다. 인테르는 스네이더의 몇차례의 강력한 슛팅만 있었을 뿐 이렇다할 공격을 보여주질 못했다. 그리고 인테르의 이날 패스연결은 완전히 엉망진창이었고, 밀리토와 에투는 거의 보이질 않을 정도로 밀란의 수비에 막혀버렸다. 설상가상으로 선발로 나왔던 마테라찌와 오비가 부상으로 실려나갔다. 이들은 부상복귀한 지 얼마 안된 선수인데, 이렇게 금방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 베니테즈의 훈련방식까지 도마 위로 올랐다. 분위기 반전으로 판데프까지 투입시켰지만, 별다른 활약을 보여주지 못하고 밀란의 아바테와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아바테는 이 충돌로 인해 퇴장당했다). 이렇게 무기력하게 인테르는 1대0으로 수적 우세를 활용하지 못하고 졌다. 지난시즌 인테르가 밀란을 완승을 거두었던 것에 비해 초라하기 짝이 없는 결과물이다.

 

 

 

  리버풀에 이어서 인테르에 와서도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라파 베니테즈, 과연 그의 돌파구는 무엇인가? 이 상태로 계속된다면 제아무리 인테르 구단주 "성인" 모라티도 참는 데에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걸 선수들의 부상과 목표의 상실, 무리뉴의 후임이라는 압박이라 치부하기엔 너무나 심각하다. 첫시즌이고, 이제 3달이 되었는데 경질설이 언론에서 떠돌기 시작했다는건 그만큼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소리다. 이 상태로 인테르가 침몰하게 된다면, 라파 베니테즈가 그동안 쌓아왔던 업적들이 전부 뽀록의 결과물이 되는 셈이다. EPL에서 무리뉴를 다섯번이나 잡았던 베니테즈. 이렇게 점점 무너지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