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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파로프의 이적, 서울의 위기인가? 아니면 기회인가?

J_Hyun_World 2011. 7. 9. 16:25

 

 

 

 

(제파로프의 알샤밥으로 이적한 것은 서울 팬들에게 충격과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늘 오전, 상암에 충격적인 비보가 날아들어왔다. 다름 아닌 우즈베키스탄 국가대표 주장이자, 서울의 F4(외국인용병 4인방)의 한축을 담당하며 서울의 중추역할을 맡았던, 세르베르 제파로프가 갑작스럽게 사우디 아라비아의 알 샤밥으로 이적확정했다는 소식이다. 그동안 제파로프에 대한 이적루머가 없었던 탓이었기에 이 이적건은 서울 팬 뿐만 아니라 K리그 팬들에게 있어서 굉장히 임팩트가 강한 뉴스였다.

 

  서울 구단 홈페이지에 따르면, FC서울은 최근 제파로프가 여름 이적기간 동안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한 팀으로 옮기고 싶다는 뜻을 밝혀옴에 따라 고민끝에 이적을 허락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K리그도 한창 시즌중이고 그 동안 제파로프의 활약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제파로프가 남은 선수 생활을 잘 마무리 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로 뜻을 모았다.


  우즈베키스탄의 주장으로서 지난해 후반기부터 FC서울에서 활약한 제파로프는 1골 7도움을 기록하며 팀이 우승하는데 큰 기여를 했고 올 시즌에도 부산교통공사와의 FA컵 16강 전에서 결승골을 넣는 등 큰 활약을 펼쳐왔다. 제파로프는 현재 우즈벡 국가대표팀의 차출 요청으로 10일 출국할 예정이어서 9일 홈에서 열리는 상주와의 경기 하프타임에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전한다. 제파로프가 이적하는 사우디의 알 샤밥은 지난해 송종국이 활약했던 팀으로 전북 성남 등과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격돌했다. 올 해는 16강전에서 이정수가 활약하는 알 사드 팀에 패해 탈락했다.  


 

 

제파로프가 갑작스럽게 떠난 이유는 무엇인가?

 

  제파로프가 갑작스럽게 사우디로 떠나게 된 것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이적 사유에 대해서 끊임없이 논쟁중이다. 제파로프가 원래 K리그에 정착하기 전에 수많은 중동클럽들로부터 거액의 연봉을 준다는 러브콜을 받았으나, 단번에 거절하고 순수하게 아시아 최상위클럽인 K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하며 왔었기에 그에 대한 파장은 어마어마하다.

 

 

1. K리그 승부조작 파문?

 

  요즘 K리그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는 승부조작 파문이 제파로프의 심경변화가 가장 크게 작용했을 거라는 의견이 먼저 튀어나왔다. 사실 이번 K리그 승부조작 파문은 우리나라 프로스포츠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타격이 컸던 스캔들이었다. 국가대표출신 선수들의 주도 하에 무려 60여명에 달하는 선수들이 연루되어 현재 창원지검에서 조사받고 법적처벌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거액을 줄테니 오라는 중동 클럽들의 러브콜을 뿌리치고, K리그에 왔고, 한국 땅을 처음 밟을 때 했던 각종 인터뷰를 보면 K리그에서 뛰는걸 대단히 좋게 생각하고 행복해한다고 밝혔다. 이런 선수가 불과 반년만에 더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옮기고 싶어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6개월 사이에 급격한 심적인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 심적인 변화의 요인이 여러가지일 수는 있겠으나 일단 거주환경같은 환경적 요인은 아니다. 이미 작년에 임대로 와서 생활을 해봤고 서울에서의 생활을 대단히 만족해했으며, 그 외적인 부분에서 이적 동기를 찾아야 하는데, 작년 챔피언이었던 서울의 성적이 떨어진다고 몇개월만에 트레이드 요구해 달라는 말은 보통 잘 하진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승부조작이라는 이유 하나때문에 선수가 갑작스럽게 서울을 떠나 중동으로의 이적을 선택한다는 것 자체 또한 말이 되지 않는다는 게 내 판단이다. 물론, 그것 때문에 제파로프 본인이 실망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며, 유벤투스 승부조작 파문때문에 다른 팀으로 떠났던 선수들처럼 그러한 이유로 떠날 확률도 있겠지만, 그러한 불상사가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잔류했던 선수들이 더 많았지 않았던가? 승부조작 스캔들이 선수에게 어느정도 영향력을 끼칠 순 있었겠지만, 그것이 전적인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2. 몰리나와의 공존 실패?

 

  좀 더 무게가 실리는 의견으로는 바로 제파로프-몰리나의 공존 실패가 결정적인 요소라고 주장하고 있다. '성남의 황금 왼발'로써 성남에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안겨줬던 마우리시오 몰리나가 올초에 15억원이라는 이적료로 상암에 입성하며, 서울의 전력이 한 층 업그레이드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몰리나는 이러한 팬들의 기대와 달리 서울 유니폼을 입고 나서부터는 성남시절에 보여줬던 그 화려한 기술과 승부를 결정짓는 해결사기질이 실종되어버리면서 슬럼프에 빠져버렸다. 거기에 더해서 서울의 전술에 전혀 녹아들지 못하면서 서울에 있어서 이질적인 선수가 되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도 구단은 몰리나에게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경기출장기회를 더 많이 부여했고, 이러한 과정에서 몰리나와 제파로프의 동선이 겹쳤고, 거기에 모자라 몰리나에게 세트피스에서 키커를 전부 맡겨버렸다. 이것 때문에 제파로프가 팀내 역할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했던 장면이 종종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실제로 알 샤밥은 서울의 두 외국인 용병인 몰리나와 제파로프에게 동시에 영입 오퍼를 집어넣었으나, 서울은 거절했다. 그러다 알샤밥은 몰리나라도 달라고 요청하면서 결국 서울과 좋게 협상을 마쳐가면서 거의 몰리나를 영입하기 직전에 이르렀고, 서울도 몰리나가 이적할 것을 대비하여 실제로 브라질 출신 미드필더를 영입하기 위해 테스트 중이었다고 한다(몰리나가 떠날 것이라는 소문은 한달 전부터 떠돌고 있었다).

 

  그러나, 갑작스럽게 알 샤밥은 몰리나 대신에 제파로프를 택했고, 그를 데려오기 위해 무려 기존에 제파로프가 서울에서 받는 연봉의 4배를 인상시켜주겠다는 파격조건을 내걸었으며, 제파로프 영입에 대하여 서울 구단주에게 직접 영입의사를 전달했다. 이 때문에 제파로프가 이적요청의사를 서울에게 전달했고, 몰리나 대체자로 사용하려던 브라질 용병의 테스트는 이렇게 끝나버렸다고 한다.

 

 

 

제파로프의 이적, 서울에게 있어서 위기인가? 아니면 기회인가?

 

  제파로프의 이적은 분명 서울에게 있어서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실제로 서울의 전술을 보면 수비에서는 아디, 공격에서는 데얀, 그리고 중원에서는 제파로프가 키플레이어로 활동하며 외국인 용병들이 각 포지션에서 핵심적인 선수로 자리잡고 있으며, 그들이 있고 없고의 서울경기력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데얀이 빠지게 되면, 서울의 공격진은 그 날 골을 거의 못넣는다고 보면 될 정도로 외국인 용병들의 비중이 매우 크다).

 

  그러나 제파로프를 영입하는 데 알 샤밥이 이적료로 85억원을 지불했다고 하니 이것이 과연 마냥 위기가 될 것인지는 두고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된다. 85억원이라면 뻥 안치고, 현재 K리그에서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동국, 김정우, 윤빛가람 등 국가대표급 선수들을 한 번에 영입하고도 남는 엄청난 금액이다. 그리고 현재 FC서울이 보강해야할 부분도 많기 때문에 제파로프를 떠나보낸 것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요즘에 K리그 수도권 구단과 링크되고 있는 호주 국가대표의 상징이자 에이스, 해리 키웰)

 

  현재 FC서울은 제파로프를 보냈기 때문에 아시아쿼터를 이용한 용병을 영입할 수 있는 여유분이 생겼다. 그래서 그 자리에 아시아쿼터제를 이용한 미드필더를 찾고 있다고 하는데, 이란 혹은 호주 출신 국가대표 선수를 최우선으로 영입할 것이라는 힌트를 주고 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얼마 전부터 K리그에 호주의 슈퍼스타이자, 유럽에서 꽤나 이름을 날렸던 해리 키웰이 올 지도 모른다는 루머가 떠돌기 시작했다. 실제로 해리 키웰은 현재 소속팀인 터키의 갈라타사라이를 떠나 아시아로 컴백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으며, 중동 몇몇 클럽과 호주의 맬버른 A, 그리고 K리그의 몇몇 클럽이 접촉 중이라고 한다. 해리 키웰 뿐만 아니라 제파로프의 영향 때문인지 K리그의 레이더망에 여러 선수들이 리스트로 오르내리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리고 85억원이라면 현재 최용수 감독대행체제인 서울에 새로운 감독을 영입할 수 있는 자금 또한 충분하며 항상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중앙 수비부분과 오른쪽 수비부분을 충분히 보강하고도 남을 금액이다. 제파로프가 안기고 간 85억원이라면 선수 구성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는 서울에게 있어서 절호의 찬스이자, 전반기에 부진했던 경기력은 단 번에 만회할 수 있는 터닝 포인트다.

 

 

  이제 K리그를 대표하는 용병이었던 세르베르 제파로프는 이제 한국을 떠나 사우디로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냥 아쉬워하거나 안타까워 할 필요는 없다. 서울은 제파로프가 떠나면서 발생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서 작년의 영광을 다시 한 번 재현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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