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한국 축구소식을 가장 뜨겁게 달구는 이적소식이 2개가 있다. 하나는 AS 모나코의 에이스이자, 한국국가대표 주장인 박주영의 차기행선지 소식.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한국의 초특급 유망주라고 평가받고 있는 "참치" 지동원의 유럽리그 진출 소식이다.
(EPL의 선더랜드를 비롯하여, PSV, 샬케 등 유럽의 여러 구단이 지켜보고 있는 '동원참치')
사실 지동원의 유럽진출이야기는 지난 아시안컵이 끝난 이후부터 모락모락 올라왔던 이야기였지만(그때 당시 분데스리가 2위를 달리고 있는 레버쿠젠이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대회가 끝나고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해외진출에 대한 이야기가 잠잠해졌다. 그러다 부상에서 회복한 지동원은 수원 원정에서 벼락같은 선제골을 기록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폼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5월 한달간 지동원의 무서운 포스에 맞물려 전남 또한 상승기류를 타기 시작했다.
그리고 국가대표경기에서도 유감없이 존재감을 보여줬다. 아직 A매치 10경기 밖에 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6골이라 기록하는 등 유망주답지 않은 골감각과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고, 아시안컵 때 박주영의 공백을 충분히 메꿨을 뿐만 아니라, 지난 가나와의 평가전에서도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한국국가대표의 미래가 아주 밝다는 것을 증명했다.
선더랜드의 오퍼, 그리고 바이아웃 조항
(선더랜드는 전남에게 지동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이용한 영입제의를 하였다. 사진출처 = 알싸까페 즐거운울음님)
국가대표에서나 클럽팀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지동원에게 또 다시 유럽진출의 기회가 주어졌다. 다름아닌 EPL 클럽 중 한 팀인 선더랜드가 그에게 관심을 표명하여 공식적인 영입을 제안했던 것이었다. 선더랜드의 경우에는 핵심선수인 대런 벤트를 약 420여억원에 아스톤빌라로 넘긴 이후, 기안 이외에는 믿을만한 공격수가 없고, 공격수 층이 매우 얇은 상황이었다(후반기에 선더랜드가 7위에서 중위권으로 밀려난 것도 골을 넣을 스트라이커가 기안 하나였다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기안의 파트너를 찾기 위해 선더랜드는 동분서주했던 것이고, 한국의 초유망주로 평가받고 있는 지동원에게 그의 바이아웃 조항을 훌쩍 뛰어넘는 오퍼를 넣은 것이다.
지동원에 대한 오퍼가 들어올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전남 입장에선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지동원이 복귀해서 슬슬 상승무드를 탈려고 하는 중인데, 갑작스럽게 팀의 핵심이자 프렌차이즈 스타를 내주게 되어버리면 팀분위기에 상당히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논란이 되었던 부분은 바로 지동원에게 설정되어있던 바이아웃 조항이었다.
사실 바이아웃 조항은 보통 해당 팀 내의 핵심선수를 지키기 위해 사용되는 장치이다. 그렇기 때문에 보통 바이아웃 조항을 계약서에 삽입할 경우에는 상당히 높은 가격으로 책정하며, 이것을 잘만 이용하면 선수나 구단에게 도움이 되는 윈-윈 전략이 되기도 한다. 해외에서는 맨유가 호날두에게 바이아웃조항 1400여억원을 걸어놓고,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때 1600억원을 받아낸 것이 대표적인 사례고, 국내에서는 조용형이 제주에서 카타르의 알 라얀으로 이적할 때, 바이아웃 조항 19억원을 이용하여 양 쪽 다 만족할만한 트레이드를 성사시켰던 사례가 존재한다(아, 이용래가 경남에서 수원으로 이적할 때도 바이아웃조항이 이용되었다).
하지만 K리그에서에서는 바이아웃 조항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지동원에게 책정되어있는 바이아웃조항 금액은 8억원이라는 낮은 금액이었고, 이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하게 된 것도 현재 K리그를 지배하고 있는 드레프트 제도에 의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집어넣은 것이다. 그렇기에 유망주에 대한 급료 상한선이 제한되어있는 바람에 전남은 어쩔 수 없이 바이아웃 조항을 집어넣었던 것이고, 다시 재계약함으로써 급료를 높이려고 했었다(이것이 전남의 원래 계획이었다).
그러나 선더랜드의 기습적인 바이아웃조항을 넘겨버린 오퍼에 전남은 그저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었는데다가, 이런 오퍼에 대처할 겨를도 없이 지동원의 에이전트인 C2글로벌은 이러한 사실을 언론에 까발리면서 만천하에 드러내는 데 큰 공헌을 했다. 그래서 처음에 바이아웃 조항에 대해 줄곧 부인하던 전남도 나중에는 그 사실을 시인하게 된 것이다.
바이아웃 조항에 대하여 전남이 거절했다? No, 지동원 본인이 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선더랜드가 바이아웃 조항을 이용하여 지동원에 대한 오퍼를 넣자, 네덜란드의 맹주 중 하나인 PSV 아인트호벤이나 분데스리가의 명문클럽인 샬케04도 뒤늦게 지동원 영입경쟁에 뛰어들기 시작했다(PSV는 지난 전남과 인천 경기에서 지동원을 관찰하기 위해 직접 스카우터를 문학 경기장에 보냈던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지동원 영입에 대한 협상과정은 생각보다 시간을 오래 끌게 되었고(전남은 지동원이 확실히 주전으로 뛸 수 있는 팀을 신중히 고르고 있는 중이다), 급기야 샬케측에서는 전남이 바이아웃 조항을 넘긴 오퍼를 했는데도 지동원을 억지로 붙잡고 있다는 식으로 불만을 표시하면서 영입의사를 포기하였다(그러면서 다른 한국 선수를 찾고있다지..?? 뭐냐 너네?? 장난치냐??). 이런식의 언론플레이가 시작되니깐, 축구팬들은 일제히 전남의 태도에 대하여 욕한바가지를 퍼나르고 있다. 하지만, 전남이 그 조항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동원은 다비드 실바처럼 전남에게 많은 이적료가 지불되지 않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 선언했다)
전남은 이미 자신들이 거절할 수 있는 권한을 벗어났다. 이것은 전남이 지동원의 이적협상을 막아서고 있는 것이 아니라 지동원 본인이 전남과의 의리를 생각해서 협상테이블에 앉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지동원의 에이전트인 C2글로벌은 "아직 전남 측과 협상 중이다. 지동원은 전남에서 이적을 해도 된다는 말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아무런 협상도 시작하지 않을 것이다"고 했다. 또한 바이아웃 조항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바이아웃 조항에 대해서는 전남 측에서 말하는 대로 믿으면 된다. 더이상 전남 측과 관계가 소원해지기는 싫다"고 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지동원은 현재 자신을 영입하려는 구단이 전남에게 만족할만한 이적금액이 지불되지 않는 이상, 협상테이블을 갖지 않겠다는 것이다(현재 맨체스터 시티에서 맹활약중인 다비드 실바가 발렌시아에서 맨시티로 이적할 때랑 똑같은 상황이라고 보면 된다). 무엇보다도 지동원 자신이 전남 구단에게 애정이 상당히 강하다. 만약 그가 팀에 대한 애정이 전혀 없었다면 이러한 지지부진한 협상테이블은 애초에 없었고, 전남의 결정을 기다리지 않고 벌써 메디컬 테스트를 통과하고 유니폼을 들고 있는 사진을 찍었을 것이다. 그를 무상으로 현재 이 자리까지 키워준 전남에 대한 보상을 지동원이 해주고 싶어하는 것이다.
또한 지동원의 에이전트측에서도 지동원이 아닌 다른 선수를 데리고 있고, 또 꾸준히 영입해야 한다. 선수 잘키우기로 유명한 전남의 가장 유망한 선수를 데리고 있고, 앞으로도 전남 유망한 유스를 영입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쉽사리 움직이지 않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에이전트도 구단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이 미래로 보면 옳은 판단이다. 지동원 하나때문에 앞으로 많은 K리그 출신 선수들과 계약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서 졸지에 큰 시장을 잃는 편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바이아웃이 있지만 자기 자신이 구단 통해서 오라고 한다면 이것은 전혀 불법이 아니고, 그 어떤 누구도 욕먹을 수가 없다. 지동원이 마지막 충성심을 발휘하는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것마저 전남이 잘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유럽에서 이러한 숱한 오퍼가 와도 거절하거나 씹는 것은 비일비재한데 이러한 상황을 가지고 전남을 욕할 수는 없는 것이다. 선수 본인의 의사가 그러한 것인데 말이다.
우리는 해외축구 이적시장에서 유럽 로컬유스출신 선수들이 거액의 오퍼가 와도(심지어 바이아웃 조항을 넘겨서 오퍼를 제의해도) 그냥 도도하게 무시해버리면 "아, 너님 멘탈은 ㅎㄷㄷ.", "멘탈甲이다.", "충성심 짱이다." 하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반면에, 비슷한 사례임에도 전남드래곤즈의 로컬보이인 지동원이 이적하기 직전까지 전남을 향한 마지막 충성심을 발휘하는데도 전남 구단이 욕먹는 상황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어떠한 해외이적에도 결코 대승적 차원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한 구단에서 유망주를 키워낸다는 것은 그만큼 엄청난 시간과 자금이 투입되는 것이며, 그런 선수에 대한 보상을 받기 위해 더 많이 받는 것은 키워낸 구단입장에선 당연한 것이고, 해당 구단 출신 선수가 계약에 대해 구단에게 맡기는 것은 선수 자유의사이다. 단순히 한쪽에서 일방적인 언론플레이에 혹하여 이중적인 태도로 섣불리 판단하지 말고, 끝까지 상황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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