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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병수의 결정에 대해 무조건 손가락질 하지말라

J_Hyun_World 2011. 7. 23. 07:06

 

 

 

  2010 K리그 득점왕 출신이자 인천과 K리그가 자랑하는 라이징 스타, '월미도 호날두' 유병수가 해외로 리그진출하게 되었다. 유럽이 아닌 중동리그로 진출하게 되었다. 유병수의 차기 행선지는 이영표의 전소속팀인 사우디 리그의 명문 클럽 알 힐랄이다.  인천과 알 힐랄은 지난 21일에 이적 동의서를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병수는 오는 23일 알 힐랄이 전지훈련 중인 독일 뮌헨으로 출국해 메디컬 데스트를 받을 예정이다. 이로써 유병수는 이영표, 설기현, 이천수에 이어 사우디 리그에 진출하는 4번째 한국인 선수가 됐다. 그의 이적에는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이영표 선수의 도움이 있었다는 후문이다. 이적료는 바이아웃 조항으로 걸려있던 15억원의 두배인 30억원이며, 연봉도 인천에서 받던 금액의 5배인 20억원으로 예상된다.

 

  그의 뜬금포스러운 알 힐랄 이적은 국내 축구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팬들의 입장은 일반적으로 그가 좀 더 무대가 큰 유럽이 아니라 중동으로 떠나는 것이 좀 아쉽다는 반응이고, 일부는 그가 중동으로 떠나게 된 것이 단순히 돈을 보고 이적한 것이라고 그의 이적결정에 대하여 신랄하게 비판하는 사람들도 종종보였다. 물론, 그의 이적에 대해서 조금 아쉽다고 느껴질 수는 있지만, 과연 그의 결정이 팬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넘어서 돌을 맞을 짓을 한 것인지는 제대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1. 그의 사우디리그 진출은 '절대로' 팬들을 배신하는 행위가 아니다

 

(그가 중동으로 진출하는 것은 조금 아쉬울 수 있으나, 절대로 팬들을 배신하는 행위로 볼 수 없다)

 

  그의 이적에 대한 오해 중 가장 큰 요인은 바로 일부가 '중동리그 진출=팬들의 배신하는 행위'로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아쉬운 마음에서 나왔기에 어느정도 심적으로 이해는 한다만, 그렇다고 그의 이적행위가 배신하는 행위라는 둥 팬들에게 손가락질 받을 비겁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을 명백하게 해두겠다. 유병수는 프로선수다. 프로선수라면 당연히 자신에게 더 좋은 계약 제의가 왔을때, 그 계약에 따라 이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프로선수들의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돈이다.

 

  게다가 유병수가 인천 팬들을 배신하고 K리그 타 팀으로 이적하는 것도 아닌데, 그를 인천의 배신자라고 낙인찍어버리려고 한다는 건 지나친 비판이 아닌가 싶다. 오히려 K리그 타팀으로 이적해서 친정팀 인천을 상대로 제대로 비수를 꽂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배신'이라고 해야하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그가 그동안 이적에 대한 숱한 언론플레이를 날린 것도 아니기에 유병수의 이적에 대해 이랬느니 저랬느니 할 필요까지는 없는 것이다. 또한 이적료 30억원을 주고 떠났기에, 이 정도 이적료라면 인천은 유병수의 공백을 메울 자금으로써 충분한 셈이니 더 이상 그에게 손가락질 할 필요가 있을까?

 

 

2. 사우디 리그, 그리고 알 힐랄은 절대로 K리그보다 떨어지는 수준이 아니다

 

(이영표, 설기현 등이 몸담았던 알 힐랄은 아시아를 대표하는 명문클럽이다)

 

  유병수의 이적에 대한 오해 중 또다른 이유가 바로 중동리그(정확하게 말해서 사우디리그), 그리고 알 힐랄의 수준이 K리그보다 못한 데 그곳에 가야만 했어야 했나는 점이다. 우리의 인식 속에 있는 중동리그는 주로 유럽에서 최절정의 기량을 뽑냈던 일부 스타 플레이어들이 노후보장 겸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가는 리그로 생각하고 있다. 이 인식은 비록 사실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우디 리그, 그리고 알 힐랄의 수준이 절대로 K리그에 비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FIFA선정 20세기를 대표하는 아시아클럽 Top 10에 1위를 차지한 알 힐랄, 무시할만한 팀이 아니다)

 

  사우디 리그는 현재 아시아에서 K리그, J리그와 함께 아시아를 대표하는 '아시아 3대 빅리그' 중 하나이며, 우리에게도 친숙한 '아챔의 강자' 알 이티하드와 더불어 사우디의 명문클럽이다. 지난 시즌에는 정규리그 무패 우승 및 크라운 프린스컵 우승으로 2관왕에 올랐을 정도로 막강한 전력을 지녔지만, 이번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전에서 최대 라이벌팀인 알 이티하드에게 패했다는 이유로 감독을 경질시킬 만큼, 승리에 대한 야망 또한 매우 강한 팀이기도 하다. 또한 매시즌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를 밟는 단골팀이기 때문에 유병수가 여태껏 밟아보지 못했던 국제대회도 경험할 수 있다.

 

  또한 알 힐랄 홈관중의 응원열기 또한 K리그 못지 않게 대단하다. 알 힐랄에서 뛰었던 이영표의 경험담을 빌리자면, 알 힐랄은 매경기마다 경기장 전좌석을 꽉꽉 채울 정도로 대단히 인기있는 클럽이다. 그리고 국내 선수 못지 않게 해외 용병에 대한 애정 또한 상당하다고 한다. 이영표는 알 힐랄에서 뛰는 동안, 아시아 레전드로 칭송받으면서 행복한 클럽생활을 보냈다고 한다(사우디 왕자가 그의 광팬이라 자칭할 정도였으니). ACL 노출도도 한국보단 더 높기 때문에 유병수 본인이 K리그에서 활약한 것 이상으로 노력해서 보여준다면, 알 힐랄에서 이영표 이후 한류(韓流)를 이끌 수 있을 것이다.

 

  알 힐랄과 K리그 16개 구단과 비교했을 때, 알 힐랄을 능가할 만한 팀이 K리그 내에서도 손에 꼽을 정도로 좋은 제안이라는 점이다(알 힐랄의 인프라는 아시아에서 최고의 위치에 있다). 현실적인 시각으로 봐도 인천보단 알 힐랄이 훨씬 더 강한 팀이다. 그렇기에 인천 입장에서나 선수 입장에서나 거절하기엔 너무 좋은 제안일 수 밖에...

 

(알 힐랄의 열기는 K리그 어느 팀 못지 않게 열광적이고, 외국인 용병에 대해서도 대단한 애정을 지녔다)

 

 

 

3. 유병수의 이적은 결과적으로 인천의 전력을 위태롭게 만드는 것일까?

 

(인천에게 있어 유병수의 전력 이탈은 크나큰 손실이지만, 허정무 감독에게 있어서는..?)

 

  유병수가 사실상 인천의 득점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기 때문에 그가 떠나게 된다면 인천에게 있어서 크나큰 전력누수가 된다. 실제로 그가 3시즌을 뛰는 동안 78경기에 출장하여 40골 6도움을 기록했다. 그렇기에 유병수가 해외로 이적하게 되면, 앞으로 남은 여름 이적시장 1주일 내에 유병수를 대체할 준수한 자원을 곧바로 찾아내기엔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찾아내지 못하면 인천의 크나큰 손해가 된다(프렌차이즈 스타로 키울 작정이었기에 손실은 더더욱 클 것이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 체제에 드러선 이후에도 유병수의 전력 이탈이 엄청난 전력손실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할 수 없다. 분명 작년까지 유병수는 인천의 핵심선수였음은 분명했지만, 올시즌 그가 부상으로 장기간 전력이탈한 동안 허정무 감독은 유병수 없이도 인천이 잘 버텨왔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면서 리그 중위권 싸움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장본인으로 떠올랐고, 인천은 올시즌에 리그 5위까지 찍었었다. 또한 유병수-정혁이 이탈한 동안에 박준태, 한교원, 김재웅 등의 성장세가 돋보이며 인천의 미래를 가늠케 했었다.

 

  허정무 감독은 대표팀 감독시절에도 유병수 같은 스타일 선호하지 않는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인천 부임 후에는 이 내용과 전혀 다른 인터뷰를 했었지만, 감독으로서 팀 운영이나 선수관리 차원에서 한 발언일 뿐이라고 생각이 된다. 이러한 점에서 봤을 때,유병수가 허정무 감독 체제의 인천에서 계륵이 아니었나라는 추측도 해보게 된다. 감독으로서 자기의 스타일과 전혀 맞지 않는데, 정작 팀에서 가장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선수라 이적도 못 시키고, 벤치에 앉히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그동안 허정무 감독이 자신이 원하는 축구를 일정부분 포기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는 추측도 있다.

 

  최근에 허정무 감독은 인천으로 전 국가대표 출신인 김남일과 이천수를 강력하게 영입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두 선수가 공통적으로 인천이 고향인 점을 고려, 국가대표시절 허정무 감독과 손발을 맞췄던 점 등을 고려하여 현재 인천의 패기에 노련함을 더해줄 선수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유병수가 떠나면서 남긴 이적료 30억원인 이 두 선수를 영입하기 위한 자금으로 쓰일 확률도 무시못한다. 또한, FC서울의 이승렬 또한 허정무 감독의 레이더망에 걸려있다.

 

  현재 인천은 재빠르게 브라질산 용병 두명을 공수했는데, 울산과 포항을 뛰면서 이미 K리그 팬들에게 친숙한 알미르와 그리고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땅을 밟은 엘리우나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두 선수 포지션이 기본적으로 포워드이다보니(알미르는 원래 공격형 미드필더이지만, 상황에 따라 윙포워드나 쉐도우 스트라이커도 가능하다) 유병수의 공백을 어느정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다.

 

 

 

4. 알 힐랄은 왜 유병수를 영입하려고 한 것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심이 생긴다. 왜 알 힐랄은 유병수를 영입하기 위해 나선 것일까? 첫번째 이유로는 현재 알 힐랄의 전력이다. 알 힐랄은 루마니아 국가대표의 에이스이자 미드필더의 중추인 미렐 라도이, 스웨덴 국가대표 출신인 크리스티안 빌헬름손을 중심으로 하여 탄탄한 미드필더진을 구축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탄탄한 중원에 비해 공격력이 매우 빈약하다는 점이다. 특히, 골결정력 부재가 매우 심각한데, 지난 아챔 16강에서 알 이티하드보다 더 높은 점유율을 쥐고서도 탈락의 쓴잔을 맛보게 된 것이 바로 골을 넣지 못해서였다(이 경기 여파로 알 힐랄 감독도 경질되었다 ㄷㄷ). 사우디의 국민영웅인 알 카타니가 버티고 있지만, 그 혼자서 모든 득점을 뽑아내기엔 역부족이였다.

 

  그러한 골결정력 부재를 극복하고자, 알 힐랄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공격수를 찾는 데 혈안이 되어있었다. 그래서 알 힐랄은 마침 구단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이영표를 통하여, 이영표와 같은 에이전트 소속이자 국가대표출신이기도 한 유병수를 영입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알 힐랄이 유병수 이외에도 지난시즌 프랑스 리그 리게 앙 득점왕 3위를 차지했던 모로코 국가대표 출신인 유수프 엘 아라비까지 동시에 영입했다. 참고로 엘 아라바의 입지가 어느정도냐면 요즘 우리나라 축구팬들의 최대 관심사인 박주영과 링크되었던 릴과 세비야에서 이 선수에 대해 접촉했을 정도다(박주영 영입 실패시, 다음 타겟이 엘 아라비...). 

 

  이 정도만 하더라도 알 힐랄의 의도가 어느정도인지 대충 짐작할 만하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유병수가 알 힐랄로 이적한다고 해서 당장 주전자리를 꿰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 국민영웅인 알 카타니와 프랑스 리그 득점왕 3위인 엘 아라비라는 큰 산맥을 넘어서야하기에 지금까지 해왔던 노력의 몇 배 이상을 각오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유병수가 K리그에서 보여줘왔던 것처럼 사우디에서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게 된다면,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 또한 여기서의 활약이 어쩌면 그가 염원하던 유럽무대로 다가서는 데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큰 문제가 없는 한, 유병수의 메디컬 테스트는 아무 이상 없이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된다면, 그는 한국과는 전혀 다른 환경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그의 결정에 대해서 분명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유병수의 결정에 대해서 무조건 손가락질 하지 말았으면 한다. 유병수 본인도 그동안 이적문제를 비롯하여 국가대표 문제 및 여러가지로 최근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었고, 이러한 중동행 비행기 티켓도 몇번이고 다시 고심한 끝에 내린 결정이라는 것이다(무작정 오일머니에 혹해서 간 것이 아니라는 거다). 그의 선택에 대해서 뒤에서 묵묵히 응원의 박수를 쳐주었으면 한다. 알 힐랄을 발판으로 하여 한 단계 더 도약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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