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2달여만에 돌아온 반가운 얼굴들, 울산 처용전사들

J_Hyun_World 2011. 7. 14. 11:15

 

 

(2011 러쉬앤캐쉬 주관 리그컵에서 울산이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울산이 2007년 이후, 4년만에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비록 리그 우승컵도 아니고, FA컵도 아닌 비중이 약한 일명 "종이컵"이라고 불리는 리그컵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고는 하지만, 그동안 트로피에 목말라있던 울산에게 있어서는 목마름을 어느정도 해결해주는 촉매제였다. 또한 오늘 리그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데 결정적인 공헌을 했던 설기현과 고창현이 드디어 득점을 올렸고(특히나, 설기현은 올시즌 최초 필드골을 기록했다), 김신욱은 결승전 투입 전까지 22개 슈팅 중 11골을 잡아내는 등 울산의 차기 스트라이커로 완벽하게 입지를 굳히게끔 만들어준 대회가 바로 이 리그컵 대회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더더욱 반겨야 할 소식이 있었다. 바로, 2달여 동안 서포팅 보이콧 선언을 하면서 그동안 울산 경기가 있을 때마다 서포팅을 하지 않았던 울산 공식 서포터즈 "처용전사"가 드디어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그동안 침울한 분위기였던 울산 선수들을 한껏 달아오르게 만들었다.

 

 

 

처용전사들을 발돌리게 만들었던 충격적인 비극 : 서산홈경기사태

 

  때는 바야흐로, 꽃피는 봄이 만개하던 춘삼월을 넘긴 춘사월 18일. 올해부터 K리그 메인스폰서가 된 현대오일뱅크의 사장이자, 울산 현대의 구단주인 권오갑 구단주는 자신의 구단인 울산을 가지고 획기적인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었다. 한국프로축구 역사상, 길이길이 기록될만한 아주 블록버스터급 깜짝 쇼 퍼레이드를 말이다.

 

  그가 두뇌를 회전하고 회전해서 나온 계책이 바로 "서산홈경기 개최!" 서산홈경기를 개최한 이유는 간단하다. 이번시즌부터 K리그의 메인스폰서를 도맡고 있는 현대오일뱅크가 바로 서산에 본사를 두고 있었고, 거기서 일하는 자신의 직원들에게 소소하게나마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서 사장님이 직접 베풀어주신 은혜였다. 벌써 두 경기도 잡아놨다. 제주, 그리고 수원과의 홈경기를 서산에서 펼치겠다는 것이다(수원은 이러한 제의를 빠른 거절해버렸다). 더 웃긴 것은 이러한 코미디에 대해서 연맹이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프로구단들이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대부분 기업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기에 기업의 의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옮길 수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한다면, 야구를 생각해보라. 만약 LG나 두산이 서울 잠실이 아니라 서울에서 3,400여km 더 멀리 떨어진 광주나 부산, 혹은 제주도에서 홈경기를 개최한다고 하면 누가 그걸 찬성하겠는가? 아무리 기업소유라고 하지만, 엄연히 연고주의가 프로축구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던 것인데, 권오갑 구단주는 그것을 철저히 무시하고 서산홈경기를 강행돌파했다.

 

(이러한 불상사를 접한 처용전사는 프론트의 만행에 적극적으로 반대시위를 펼쳤으나, 구단은 귀를 닫았다)

 

  이러한 독단적인 결정에 처용전사는 단단히 화가 났으며, 즉각 구단에게 철회하지 않으면 전면적으로 보이콧을 하겠다고 선포하였고, 적극적으로 반대시위를 펼쳤다. 하지만, 처용전사들의 울부짖음으로부터 돌아오는 답변은 이러한 사태에 대한 사과와 죄송의 한마디가 아니라 되려 변명의 반복이었다. 게다가 이에 모자라 반대시위를 하는 처용전사들을 용역투입시켜 강제로 제재하는 눈꼴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던 프론트였다. 결국 머리끝까지 화가난 처용전사들은 자신들의 성명서를 발표함과 동시에(처용성명서 → http://www.cywsc.net/105995 참조) 구단이 사과 한마디 하지않고 결국에 5월 15일에 서산홈경기를 개최하기 이르자, 5월 22일부터 본격적인 서포팅 보이콧 체제에 들어가버렸다.

 

  울산 서포터즈들이 경기장을 찾지 않게 되자, 마치 약속이나 한듯이 문수경기장을 찾게 되는 사람들의 발길마저 끊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산홈경기사태 때문에 시즌권을 끊은 사람들마져 전부 환불받았기에 경기장은 마치 무관중 속에서 경기하는 그런 느낌을 주기 시작했다. 경기장 밖에서 이러한 일이 계속 진행되고 있으니, 당연히 울산 선수들의 경기력에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가뜩이나 경기 기복이 심하기로 유명한 울산인데, 홈구장의 열기가 홈경기같지 않으니 그들의 경기 기복은 더 심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러한 경기 기복은 결국 성적으로 연결되어 울산은 예전 명성처럼 상위권으로 더이상 올라오질 못하고 있다.

 

 

 

두 달여만에 공동선언문으로 합의점을 찾게 된 구단과 처용전사

 

  그렇다고 해서 서포터즈와 구단과의 대화가 완전히 차단되게 결렬된 것은 아니었다. 공식적인 보이콧 체제에 들어선 이후에도 물밑에서 양측은 지속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면서 이 사태에 대한 논의에 논의를 거치며 회동을 몇차례 가졌으나, 좀처럼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6월 21일. 오랜 진통 끝에 처음으로 공동선언문 발표이라는 이야기가 튀어나오게 되었다.

 

  그렇게 공동선언문을 기본 베이스로 가닥을 잡은 양측은 서로의 의견을 조율하여 7월 10일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발표하기로 최종합의를 보면서 처용전사들도 두달여 가까이 보이콧 체제를 해제하면서 전북전으로 기점으로 하여 다시 서포팅 체제로 들어가기로 합의한 것이다. 

 

  영영 갈라설 것처럼 보이던 양측이 이렇게 최종 합의를 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화합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울산 관계자는 "리그컵 결승을 앞두고 다시 한 번 뭉쳐보자는 뜻이 통했다"고 말했다. 타이틀이 걸린 경기를 앞두고 힘을 모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나서 7월 10일, 전북과의 홈경기를 앞두고 울산 구단은 경기 시작 15분전, 문수경기장 전광판을 통하여 처용전사와의 공동선언문을 발표했고(내용은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반드시 서포터즈와 이야기를 먼저 할 것이며, 그들을 우선적으로 존중하겠다는 내용. 그런데 구단 홈페이지나 서포터즈 홈페이지나 공동선언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없어서 본인이 확인하기 힘들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소식을 장내 아나운서를 통해 낭독하지 않고그냥 전광판만 띄우고 말았다는 점이 아쉽다), 발표함과 동시에 그 날 경기부터 처용전사들이 N석에 등장했다.

 

  확실히 그들이 돌아오고나서부터 경기장 내 응원분위기도 한층 좋아졌고, 울산 경기를 보러 온 일반 관중들도 처용전사가 오고나서부터 더 보기가 좋아졌다는 말들을 남기곤 했다. 또한, 그들의 응원의 영향력이 컸던지 최강팀 전북을 상대로 하여 0대0 무승부를 기록했고(전북과의 경기를 치르면서 두경기 동안 한골 내준 팀은 울산 밖에 없을껄?), 부산과의 컵대회 결승전에서도 3대2 승리를 일궈내는 등 처용전사들의 서포팅에 곧바로 화답했다.

 

 

 

  울산 구단도 이번 일을 통하여 하나 깨달았으면 한다. 축구경기를 하는 데 있어서 홈팀 서포터즈의 존재를 무시했다가는 영원히 그 지역에서 좋은 대접 받지 못하고 버림받는 신세가 될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서산사태를 거대한 삽질을 집어치우고 작년 이맘때쯤 발표했던 성명서를 그대로 시행하여 흥행몰이에 좀 더 신경써주길 바란다. 처용전사의 컴백에 다시 한 번 환영의 인사를 보낸다.

 

 

 

 

사진 출처 : 그린나래의 블로그(두번째 사진 : http://cjh123119.blog.me/10108232579)

                   CYWSC 홈페이지 갤러리(세번째 사진 : by 우시산 도짱님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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