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울산에게 가장 필요한 선수는 이천수다

J_Hyun_World 2011. 8. 17. 08:00

 

 

 

3년째 표류하고 있는 호랑이

 

  7월에 들어올렸던 리그컵 우승의 기분을 이제 잊어야 한다. 아직도 리그컵 대회를 하는 것이 아니다. 전반기에 하위권으로 추락하면서 자존심을 구길 대로 구겼던 전통명가 울산. 올시즌 빼어난 수비력에 비해서 득점력은 턱없이 모자랐다. 주 득점왕인 김신욱은 언제나 고립되어 있었고, 야심차게 영입한 설기현은 시간이 지날수록 퇴보하고 있으며, 고창현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득점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울산은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정대선+현금(대략 15억~20억원 사이로 추정)을 주고 경남의 골게터 루시오를 데려오면서 화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웠다.

 

(3년째 울산 호랑이가 표류하고 있는 것에 대해 김호곤 감독의 영향이 가장 크다)

 

  하지만, 현재까지 울산의 루시오 영입효과는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지난 서울과 성남전 두 경기에서 울산의 공격패턴은 보는 사람마져 답답할 정도로 단조로웠고, 루시오 합류 이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채 루시오의 머리를 맞추는 킥앤러쉬 전술을 그대로 고수하였다(루시오가 공중볼을 떨궈주면 김신욱이나 고슬기가 세컨볼을 따내서 득점하는 뻔히 보이는 루트). 전술만 아니라 탄탄하다고 평가받던 수비진마저 흔들리기 시작했는데, 그동안 체력적인 안배없이 무작정 매 경기마다 베스트 11을 돌리다보니 전술적인 면에서나 체력적인 면에서 한계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더욱 중요한 건, 울산이 올시즌 6강에 속해있는 전북, 포항, 서울, 부산, 제주, 수원을 상대로 리그경기에서 1승조차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부산에게 승리한 것은 리그컵 결승전이다).

 

  이렇게 울산은 어느덧 3년째 방향을 잃은 채, 리그 테이블에서 표류하고 있는 상태다. 2009년 아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맛보고 몇달 뒤에 플레이오프 탈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며 상당히 자존심을 구겼다. 그다음해인 작년 2010년, 분위기를 쇄신하고자 전반기에 단독1위로 치고 나왔으나, 막판 뒷심부족으로 턱걸이로 6강 플레이오프를 통과했지만, 거짓말처럼 아시아 챔피언 성남에게 3대0으로 광탈당했다. 선수구성면에서는 K리그 최상위팀이라고 해도 손색없는 팀인데도 불구하고 3년째 명성에 걸맞지 않는 성적만 낸다면 아무리 철밥통이라 한들 김호곤 감독도 양심적으로 물러나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울산에 절실히 필요한 선수는 루시오가 아니라 이천수였다

 

(울산에 진정 필요한 타입은 '크랙'이다. 그러한 '크랙'으로 팀을 살릴만한 선수는 이천수 밖에 없다)

 

  울산이 가지고 있는 현재 문제점은 바로 경기를 주도해나가는 키 플레이어, 즉, '크랙'형 선수가 눈씻고 찾아봐도 전혀 찾아볼 수가 없다. 엄청난 고액 연봉을 떠안겨주면서(내가 알기론 울산 팀 내에서 탑3 안에 드는 걸로..) 최대라이벌인 포항에서 빼내온 설기현의 경우, 포항마린스가 아주 대놓고 비웃을 정도로 그는 쇠퇴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포항에서 보여주었던 퍼포먼스보다 더 못하다. 역습찬스로 전개나가나는 과정에서 그에게 공이 가면, 템포가 항상 끊긴다. 그의 크로스가 아직 여전하다고는 하나, 설기현의 크로스가 베컴급이 아닌 이상 그렇게 울산의 전력에 위력적이지 못하다. 적어도 크로스가 무기라고 하려면 최소한 최재수 정도는 되야 할 것이다.

 

  또한 작년 여름이적시장에서 데려와 울산의 6강 플레이오프 진출에 큰 힘이 되어주었던 고창현의 경우, 좀처럼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스탯은 둘째치고, 혼자 경기를 이끌어나가려고 하다보니 무리한 돌파가 많아지고, 그것이 흐름을 끊어버리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진다. 부진에서 탈출하지못하다 보니 주전이 아닌 계속 교체멤버로 출격하는 빈도수가 늘어나기 시작했다(근데, 오히려 벤치에서 출발할 선수는 고창현이 아니라 설기현인데 말이지...). 그나마 고창현과 같이 울산에 입단한 고슬기가 요즘들어 물오른 골감각을 보여주고 있다지만, 고슬기가 BTB 능력은 좋을 지 몰라도 크랙형 선수는 아니다. 그래서 고슬기가 경기를 이끌어나가기엔 벅차다는 소리다.

 

  이렇다보니, 울산 팬들 사이에서는 자연스레 찾게 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울산아시아깡패시절의 장본인이자, K리그를 나홀로 정복했던 이천수다. 이천수가 누구던가. 2006년 A3컵에서 감기몸살로 교체투입되자마자 오사카를 상대로 혼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던 그가 아니었던가. 2005년 울산이 K리그 우승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도 바로 이천수였다. 상대 수비진을 얄짤없이 흔들어버림으로써 무너뜨리는 드리블과 스피드, 그리고 웬만한 공격수들과 맞먹는 골결정력과 울산에서 등번호 10번을 달았을 만큼 경기를 주도해나가는 능력. 괜히 김정남 전 감독이 '나믿천믿'을 주창하게 아니었다. 작년같은 경우에는 오르티고사라도 있었지만, 올해에는 오르티고사마져 없으니 경기력이 언제나 롤러코스터다. 오죽하면, 김신욱을 플레이메이커처럼 기용하고 있겠는가.

 

('최악의 악동'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일본으로 쫓겨난 이천수. 예전모습을 되찾으려 노력중이다)

 

  한 때, 유럽 진출과정에서 빚어진 향수병과 계약문제, 그리고 전남과의 관계악화로 인하여 우리나라 내에서 '최고의 악동'으로 낙인찍힌 채, 그는 졸지에 일본 J리그의 오미야 연습생 신분으로 추락하는 경험까지 했다. 그렇게 그는 서서히 잊혀져 가는가 했으나, 최근 강등권인 오미야를 이끌고 강등권 사투를 벌이면서 팀내 최다득점을 기록하는 등 서서히 떨어진 폼을 되찾아가고 있다. 올초에 오미야와 1년 재계약을 맺으면서 팀내 최고 연봉을 받아낸 것을 보면, "썩어도 준치"라는 말이 허튼소리는 아니었다. 물론, 현재 그의 기량이 K리그 정복하던 시절에 못미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점차 폼을 되찾아가는 진행형이기 때문에 최절정으로 돌아올 확률은 얼마든지 있다(나는 개인적으로 높다고 판단하지만). 최근 그는 오미야와 1년 더 재계약을 맺을 지, K리그로 돌아갈 지에 대해서 큰 고민을 하고 있다는데, 그는 K리그로 복귀하고 싶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물론 그가 K리그로 복귀하려면 해결해야할 문제들이 남아있다. 당시 사우디 알 나사르로 이적할 때, 불거졌던 전남과의 갈등을 풀어야한다. 이에 대해 이천수는 예전과 달리 기꺼이 전남 구단에게 사과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실제로 지난 겨울에 한국에 들어와서 박항서 전 감독에게 사과의사를 표시했다. 그리고 간접적인 루트를 통하여 전남 구단에게 사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중이다. 이것만 보더라도 이천수는 예전의 악동기질의 선수가 아니다. 오미야 연습생 신분을 겪으면서 그는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하니, 이쯤이면 그를 다시 받아드려도 되지 않을까 싶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도 1년 지나면 받아주는데, 이천수에게만 유독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이유는 전혀 타당치 못하다. 여자연예인과의 스캔들은 말그대로 그의 사생활이니 남의 사생활을 트집잡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울산, 이천수를 잡아라!

 

  일단, 그가 K리그로 돌아오려면 전남이 그를 용서해준다는 전제조건이 붙지만, 현재 이천수를 노리고 있는 K리그 팀이 제법 있는 걸로 알고 있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인천의 경우, 인천출신인 이천수를 영입하여 인천의 전력을 강화시키려는 야심을 보이고 있는 걸로 알려져있고(허정무 감독은 이천수 이외에도 같은 인천 출신인 김남일 또한 노리고 있다), 전남의 경우에도 이천수와 틀어진 관계를 회복하고 그를 기용할 가능성도 제법 존재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와 적재적소를 메워주고 있는 광양제철고출신 선수들과 패기가 넘치는 외국인 용병들이 가세하고 있다지만, 젊은 팀이니 만큼 경험 면에서는 부족하다. 그렇기에 전남도 이운재 이외에 노련한 특급 스타가 필요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울산도 이천수의 향방에 대해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김호곤 감독이 해가 서쪽에서 뜨지 않는 한, 현대고 유스출신의 유망주들을 기용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언제나 즉시전력감만 찾는다는 모순적인 말만 늘어놓는다). 그렇기에 울산에서 도움이 될만한 윙어자원은 실질적으로 풀백출신인 최재수 밖에 없다. 그리고 플레이메이커 노릇을 해줄 선수도 없다. 그렇기에 왕년의 울산과 함께 하면서 울산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이천수를 다시 데려와야만 한다. 울산의 단조로운 공격패턴은 상대가 강한 팀일수록 통하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그들이 경기에서 이길 확률 또한 그만큼 떨어지게 된다. 리그에서만 내리 2연패를 당한 울산은 이번주에 예정된 대전 원정경기에서 대전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는 확신조차 흔들리고 있을 만큼 사태가 좋지 않다.

 

  인터뷰에서 밝힐 때, 정말 우승에 대한 열망이 가득차다면, 울산은 그것을 제대로 입증을 해라. 루시오 하나 영입에 큰 돈을 썼다고 해서 호랑이의 울부짖음이 두려운 건 아니다. 돈을 많이 쓴만큼, 실속있는 영입 또한 필요하다는 것이다. 울산의 약점은 스트라이커 뿐만 아니라 윙어 및 플레이메이커도 해당한다는 걸 명심해라. 단조로운 울산의 패턴을 바꿀 수 있는 선수는 이천수가 유일하다. 그를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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