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벨톤듀오(에벨찡요-에벨톤)의 활약으로 성남은 3연승을 달리게 되었다)
신태용매직이 작년에 이어 다시 한 번 빛을 발하는 것인가, 아니면 흑마법인 김호곤매직이 이 경기에서 다시 부활했던 것일까? 경기 결과는 3대2 펠레스코어로 한창 재밌는 경기였던 것으로 보이지만, 경기 내용면으로 따져보았을 때, 90분 내내 성남의 일방적인 페이스였다라고 간략하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빠른 발을 이용하여, 높이를 정복한 울산을 완전히 묶어 놓았던 한 판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이 경기를 발판으로 성남은 FA컵까지 합쳐 3연승을 달리면서 후반기 대반격에 돌입하면서 13위인 광주의 턱밑까지 쫓아와 잘만하면 10위권 이내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반면, 서울과의 홈경기 패배에 이어 울산은 성남 원정에서 패배하면서 3연승 뒤 2연패를 기록했다.
<선발라인업>
성남 : 하강진/홍철-사샤-김태윤-박진포/조재철-김성환-전성찬/에벨찡요-조동건-에벨톤(4-4-3)
울산 : 김영광/강진욱-곽태휘-강민수-이용/에스티벤-고슬기/최재수-김신욱-설기현/루시오(4-2-3-1)
Flashback 1 : 양 팀 풀백들의 활발한 오버래핑, 그리고 강진욱의 결정적인 실수
시작 전부터 두 팀의 공격루트는 대충 어느정도 예상이 되었다. 김신욱과 장신 센터백 등 높이를 무기로 삼는 울산이었기에, 신태용 감독은 이러한 울산의 고공축구를 무너뜨리고자, 주포 라돈치치를 벤치로 둔 채 에벨톤-조동건-에벨찡요 발빠른 쓰리톱을 가동하여 그들의 뒷공간을 노리는 방법을 택했다. 울산에게 있어서도 측면은 중요했다. 울산의 풀백인 이용과 최재수의 공격적인 오버래핑과 날카로운 크로스를 십분 활용하기 위해서는 측면 장악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경기 초반부터 양 팀의 풀백들은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왕성한 활동량을 과시했다. 가장먼저 임팩트를 선사했던 건, 성남의 홍철.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면서 중거리슛을 때리면서 성남이 선공을 퍼부었다. 그리고 성남의 경우에는 홍철이나 박진포가 오버래핑을 올라가게 되면, 조재철이나 전성찬 등이 그들의 배후를 커버하면서 울산이 측면으로 역습하지 못하도록 앞서 차단하였다. 반면에 울산의 경우, 윙어로 나온 최재수가 공격적으로 상대 진영으로 파고드는 데에 비해 왼쪽 풀백으로 나온 강진욱이 제대로 커버해주지 못하면서 성남에게 숱한 기회를 허용했다.
그러던 찰나, 성남의 역습 찬스에서 조재철이 강진욱을 돌파하면서 울산의 뒷공간을 완벽하게 파고들어 낮은 크로스를 올렸고, 조동건과 에벨톤듀오가 울산 수비진을 달고 다니는 사이에 전성찬이 그 틈을 비집고 문전쇄도 하면서 선제골을 뽑아냈다. 강진욱의 순간적인 판단미스가 골을 자초했던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러한 빈틈을 발견한 성남은 집요하게 강진욱 쪽을 노렸고, 강진욱은 성남의 파상공세에 스스로 무너져버려 에벨톤의 두번째골까지 내주면서 전반전 분위기를 성남이 가져가게 만든 원흉이 되어버렸다. 결국, 강진욱은 성남에게 두 골을 내주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며 전반 29분에 고창현과 교체되는 수모를 겪었다.
Flashback 2 : 전성찬+조재철 vs 에스티벤의 중원 대결
(오늘 종횡무진으로 뛰어다니던 전성찬이야말로 성남 승리의 숨은 공신이다)
측면 대결에서 울산이 강진욱의 실책 두 번으로 측면 밸런스가 무너져 버리면서 일방적으로 끌려다니기 시작했다. 측면이 무너져버리자 울산은 김신욱을 중심으로 하는 일명 '플레이스트라이커' 전술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었고, 무너진 측면을 메꾸어보고자 고창현을 이른 시간에 투입했고, 최전방에 배치된 루시오를 타겟으로 하는 킥앤러쉬로 회귀하게 되었다. 하지만, 성남은 측면에 이어 중원까지 잠식해나가는 경기력을 보이면서 울산의 중원을 야금야금 먹어가고 있었고, 울산의 패스를 상당히 끊었다.
이 날 경기에서 눈에 띄던 선수가 에벨톤듀오보다도 나는 조재철+전성찬 콤비라고 생각된다. 이 두 선수는 90분 내내 중원, 측면을 가리지 않고 왕성한 활동량을 바탕으로 성남이 공격을 전개할 때, 항상 필요로 하는 위치에 있었고, 에벨톤듀오가 좀 더 수월하게 돌파할 수 있도록 툭툭 찍어주는 패싱능력도 돋보였다. 특히나, 전성찬의 경우에는 공격 조율 뿐만 아니라 빼어난 수비가담까지 선보이면서 중원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가 되었다. 조재철도 에벨톤 듀오 못지 않게 역습상황에서 울산의 측면을 파고들면서 패스를 주는 모습은 매번 소름이 돋았다. 이번 경기를 직관하면서 느꼈지만, 전성찬과 조재철은 앞으로 성남의 책임질 핵심선수라는 것에 틀림없다.
성남에 전성찬+조재철이 있다면, 울산에는 역시 에스티벤이 버티고 있었다.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고슬기와 중원에 섰지만, 공수분담이나 커버에서 의사소통의 문제가 있었는지 중원에서 풀어나가는 플레이가 그리 매끄럽지 못했다. 하지만, 설기현 대신에 이호가 들어오고 고슬기가 공격형 미드필더로 배치되면서 울산의 중원이 서서히 살아나가기 시작했다. 에스티벤은 왕성한 활동량으로 경기장 전역을 누비면서 성남의 패스를 전부 커팅하며 울산의 반격에 쉴새없이 힘을 불어넣어줬다. 울산이 후반전에 들어서 고슬기가 2골을 뽑아낼 수 있었던 것도 에스티벤이 1인다역으로 성남의 볼배급을 적극적으로 차단했던 게 컸다. 에스티벤이 없었더라면, 울산은 오늘 완벽하게 두들겨 맞았을 것이다.
Flashback 3 : 성남의 무서운 쓰리톱, 에벨톤-라돈치치-에벨찡요
성남에게 있어서 에벨톤듀오의 합류는 현재까지 성남의 분위기를 보았을 때, 확실히 성남을 바꿔놓고 있다는 건 확실하다. 에벨톤은 3월경에 성남에 합류했었지만, 신태용 감독의 기대에 비해서 크게 두각을 나타내진 못했다. 하지만, 같은 이름을 쓰는 에벨찡요가 이번 여름에 합류하고 나서부터 에벨톤도 슬슬 살아나기 시작했다. 울산전까지 합쳐 두 선수가 합작해낸 골만 5골이다. 스탯뿐만 아니라 경기력 면에서도 성남의 공격전개에 있어서 상당한 옵션이다. 비록 제공권을 따내는 타입은 아니지만, 빠른 발과 발 밑에서 강하기 때문에 속도전에서 거의 극강이라 해도 무방하다.
이 날 경기에서도 에벨톤과 에벨찡요, 에벨톤 듀오의 활약은 대단했다. 끊임없이 울산의 측면수비를 괴롭히면서 측면에서 중앙으로 드리블을 하면서 울산 수비들을 다 몰고 다니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노마크찬스를 만들어주었다. 뿐만 아니라 역습 전개에서 울산의 수비라인을 무너뜨리고 2골을 합작하면서 울산전 승리에 일등공신이 되었다. 나는 7천원을 내고 에벨톤듀오쑈쑈쑈를 관람한 셈이다.
(에벨톤듀오의 스피드와 라돈치치의 제공권과 골결정력, 모든 옵션을 다 갖춘 무서운 성남공격진)
게다가 7월말에 부상에서 돌아온 라돈치치의 합류 또한 성남에게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고 있다. 작년 아챔 결승전 직전에 부상으로 빠져 오랫동안 그라운드를 밟지 못했던 라돈치치라 경기감각이 많이 떨어져 있을 줄 알았으나, 재활치료하는 동안 10살 연하 아내의 영향 덕분인지 성남에 복귀하자마자 결정적인 두 골(FA컵 부산전, 상주전)을 뽑아내면서 예전 그대로라는 것을 증명했다. 또한, 울산전에 교체로 투입되면서 울산의 센터백을 위협하는 제공권을 장악하면서 에벨톤듀오가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끔 만들어주었다. 에벨톤듀오의 기량만개와 라돈치치의 합류, 성남을 상대해야하는 상대팀 입장에서는 앞으로 골치아프게 생겼다.
Flashback 4 : 루시오의 합류, 되려 울산의 전력에 마이너스가 되고 있다
(정대선+현금으로 경남에서 울산으로 건너온 루시오, 내 생각엔 이 영입은 울산의 손해가 아닌가 싶다)
울산은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가장 대대적인 물갈이를 한 팀 중 하나였다. 그동안 부진했던 외국인 용병 매그넘, 나지 등을 과감하게 내치고, 비니시우스, 루시오를 데려오면서 용병을 싹 다 갈아엎었다. 특히나 루시오는 경남에서 데려올 때, 정대선+현금(아마 15억~20억 선이라던데)을 내줄 정도로 거액에 모셔왔다. 하지만, 현재까지 루시오의 성적표를 봤을 때, 울산의 이러한 장사는 완전 손해보고 있는 장사다.
김호곤 감독은 루시오를 데려온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빈약한 윙어자원을 메꾸기 위함이다. 제공권이나 발놀림은 좋으나, 발이 느린 김신욱이 제공권을 이용하여 공중볼을 따내지만, 그의 패스를 받고 쇄도해줄 수 있는 윙어가 최재수 이외에는 없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김호곤 감독은 아예 김신욱을 타겟이 아닌 "플레이스트라이커(플레이메이커+스트라이커)"로 기용하면서 김신욱을 2선에 배치하면서 경기를 주도해나가며, 최전방에 발이 빠르고 득점력이 좋은 루시오를 놓고 그에게 마무리를 맡길 심산이었다.
하지만, 김호곤 감독은 그러한 의도와 달리 되려 루시오를 에전에 김신욱을 이용해서 쓰던 "크로스+머리맞추기"식으로 그를 활용하고 있다는 점이 가관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울산에 있어서 경기를 풀어나갈 플레이메이커가 울산 미드필더진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김신욱을 2선으로 내려 쓰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 경기를 보면 김신욱이 자꾸 측면으로 빠지고, 루시오가 그의 크로스를 받아 머리를 맞추려고 하는 모습이 눈에 자주 비췄다. 결국, 이런 식으로 사용할 심산이었다면 루시오를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다. 차라리 그 돈으로 국내정상급 윙어를 데려왔어야했다. 루시오를 김신욱처럼 쓰는 모습이나 경기력이 엉망인데도 불구하고 죽어라 설기현만 기용하고, 고창현 등을 자꾸 서브로 돌리는 점 등을 보았을 떄, 김호곤 감독의 답답한 전술에 이제는 인내심을 잃었다. 설사 울산이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거나 리그 우승을 하게 되더라도 미래를 생각한다면, 김호곤 감독을 내쳐야한다. 그의 전술은 그저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답답하다. 내용이 없다.
울산의 이러한 경기력을 봤을 떄, 수원과의 2연전 이전에 대전 원정에서조차도 매우 불길할 것만 같은 느낌이라서 도무지 생중계로 경기를 지켜볼 자신이 없어지게끔 만든다. 루시오를 제대로 살릴 것이라면 투톱을 기용하던가, 아니면 확실한 윙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루시오-김신욱 둘 다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 경기가 끝나고, 두 팀은 순위에는 크게 변동은 없었다(울산은 9위, 성남은 14위). 하지만, 이 경기를 통해서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뀌었다. 울산까지 잡은 성남은 예전 부산이 5연승가도를 달릴 때와 비슷한 상승기류를 타면서 다시 한 번 신태용매직을 일으켜 FA컵 우승과 리그 10위권 이내 진입 목표가 점점 가시화되고 있다. 그에 반해, 울산은 리그컵 우승 이후 상승세를 타나 싶었으나, 전술적 한계가 서울전에 이어 성남전에서 노출되면서 자신들의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하는 한, 2년 전처럼 6강 플레이오프도 진출하지 못하는 굴욕을 또 한 번 겪을까봐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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