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0/11시즌 레알 마드리드는 그들의 발목을 그동안 잡아왔던 징크스와 이별했다. 무관징크스, 챔스 16강 징크스, 리옹 징크스 등등... 많은 징크스를 깨뜨리면서 그들이 서서히 예전의 갈락티코시절의 위용으로 돌아오려고 하고 있다. 난적 바르셀로나를 제치고 18년만에 코파 델레이 우승컵을 들어올렸고, 리옹 징크스를 넘고 넘어 챔스 4강까지 진출하면서 그들이 아직 죽지 않았음을 보여줬다. 또한, 세계 최강팀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를 상대로 1승2무2패를 기록하며 그들을 막아세우는 방법 또한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정작 그들이 염원하던 리그 우승과 빅이어는 바르샤가 가져가버렸으니깐 말이다. 그렇기에 마드리디스모들은 지난시즌의 성적에 만족해하지 않고 있으며, 무리뉴 감독 또한 다가오는 이번시즌을 단단히 벼르고 있다. 시즌 종료를 알리자마자 아직 열리지도 않은 여름이적시장에서 가장 빠른 움직임을 보여준 팀은 바로 레알 마드리드. 그들은 7월 1일이 되기 전에 이미 누리 사힌, 하밋 알틴톱, 호세 카예혼 영입을 확정지었고, 열리자마자 그들은 파비우 코엔트랑과 라파엘 바란까지 데려오면서 제대로 된 로테이션 체제를 꾸려서 모든 대회를 석권하겠다는 야망을 표출하고 있다.
그러한 야망을 이번 프리시즌 첫경기에서도 그들의 모든 것을 보여주면서 시즌 첫단추를 잘끼웠다. 비록 상대가 레알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된 LA 갤럭시였지만, 프리시즌 중인 레알 마드리드와 달리 LA 갤럭시는 시즌 한창 진행중이기 때문에 경기감각은 LA가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그러나 레알 마드리드는 4대1로 크게 누르며 그들의 위력을 마음껏 과시했다.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 카카가 다시 부활할 조짐이 명확하게 보였다)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돋보이는 선수를 꼽으라면, 한 두명 선택하기 힘들다. 왜냐하면 필드 위에서 뛰고 있는 11명 모두 매 경기마다 자신의 이름값대로 환상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는 유난히 돋보였던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카카와 파비우 코엔트랑이다.
1000억원 이상의 천문학적 액수의 이적료를 받고 레알 마드리드로 건너온 카카에게 마드리드에서의 2년은 그야말로 악몽과 같았던 시간이었다. 그는 밀라노에서 뛸 때부터 달고 다니던 무릎부상이 그를 지속적으로 괴롭혀왔다. 무릎부상이 완쾌하기도 전에 무리하게 남아공 월드컵 출전을 감행했던 나머지, 결과적으로 2010/11 시즌의 절반을 재활훈련으로 날려버리게 되었다. 그가 피땀 흘려 재활훈련하는 사이에, 그 자리에는 반더바르트가 떠나고 그의 백넘버 23번을 이어받은 독일의 신성 메수트 외질이 차지해버렸다. 후반기에 부상에서 돌아오긴 했지만, 외질의 미친 경기력과 아직 부상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카카는 외질에게 밀려 벤치멤버로 전락하는 굴욕을 맛보게 되었다.
이런 카카답지 않았던 시즌을 보내버렸기에, 자기관리가 철저한 카카 입장에선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는 레알 프론트진과 무리뉴 감독에게 아예 전성기시절 기량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선언하면서 잔여 경기 출장을 포기하고 본격적으로 경기감각을 끌어올리는 데에 주력했다. 카카가 이러는 동안에, 카카가 빠져버린 브라질 국가대표팀은 코파 아메리카 8강에서 가장 치욕적인 탈락을 겪였고, 카카는 그 순간을 TV로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사실상 카카의 대표팀 생활도 이제 끝났다는 말도 스멀스멀 기어나오기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카카가 보여줬던 움직임은 분명 다음시즌에 다시 부활할 것이라는 팬들의 기대에 확신을 심어주었다. LA를 상대로 그는 전반전 끝나고 교체되기 전까지 골을 뽑아낸 것은 아니지만, 골만 못 넣었을 뿐 경기력은 AC밀란 시절의 그 '카카'였다. 전반전 내내 그는 레알의 모든 공격에 관여했고, 매번 사람들을 홀리는 플레이를 연출하기도 했다. 때로는 경이로운 볼 컨트롤 기술을 과시하기도 했다. 상대 수비는 카카를 쫓아다녔지만 그를 막는 것은 불가능했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카예혼의 골을 이끌어낸 패스였다. 눈부신 개인플레이로 페널티킥을 얻을 뻔 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에 '카카의 부활'이라는 톱제목으로 스포츠뉴스 1면을 장식하기 시작했다.
카카가 부활한 것도 기쁜 소식이긴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코엔트랑의 데뷔 경기도 그야말로 호평일색이었다. 역대 수비수 이적료 2위를 기록하며 백곰군단의 일원이 된 파비우 코엔트랑. 그의 활약상은 작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수많은 시선을 사로잡았다. 본래 그의 포지션은 왼쪽 윙어였으나, 왼쪽 풀백이 없었던 포르투갈 국가대표팀은 궁여지책으로 코엔트랑을 풀백으로 기용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퀘이로즈 감독의 신의 한 수가 여기서 적중했다. 윙어출신답게 스피드, 크로스, 킥력 등에서 준수한 실력을 갖추었기에 오른쪽 측면인 보싱와보다 오히려 더 공격적인 오버래핑을 선보이면서 상대의 오른쪽을 무너뜨렸다. 그리고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협력플레이 또한 좋았기에 그가 레알 마드리드로 건너오기 전까지 수많은 클럽들과 링크되면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대어로 떠올랐다(결국 본인 의지 때문에 레알로 오게 되었다).
물론 그의 기량에 대한 검증은 이미 끝마친 상태이긴 했지만, 일부에서는 그의 높은 몸값 때문에 과연 코엔트랑이 그 몸값만큼 활약상을 보여줄 지 의문 부호를 붙였다. 하지만, LA와의 경기에선 묵묵히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성실히 수행했고,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이적료에 대한 팬들의 걱정을 조금은 덜어낸 것 같다."고 밝혔다. 그의 데뷔전은 마치 거액의 이적료에 이적하자마자 좋은 활약을 펼쳤던 페페와 디마리아를 연상케 했다.
나는 처음에 무리뉴 감독이 코엔트랑을 영입했을 때, 그를 유일하게 대체 선수가 없었던 왼쪽 풀백으로 기용하면서 체력적인 부담을 안겨주었던 마르셀로와 로테이션 체제를 돌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코엔트랑 영입 직후 무리뉴 감독은 나의 예상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그는 코엔트랑을 단순히 왼쪽 풀백이 아니라 윙포워드 측면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그의 낯선 포지션인 오른쪽 측면까지 기용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무리뉴는 그가 팀에 합류한 이후부터 풀백이 아닌 여러 포지션에 대한 훈련도 시키고 있다.
그런 배경을 토대로 코엔트랑은 데뷔전에서 미드필더의 경계를 오가며 뛰었다. 그는 더 이상 라스 디아라의 존재를 그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면, 그는 곧 자신이 라스보다 유기적이고 조화로운 플레이에 능하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파비우는 무리뉴 감독의 절대적인 선수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레알 마드리드는 팀을 떠나고 싶어하는 라스 디아라 때문에 더 이상 고통 받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에게 주어진 문제는 이과인-벤제마 이외에 3번째 공격수로 누굴 영입하느냐다. 브라질의 신성 네이마르가 사실상 레알 마드리드로 합류할 것이라고 언론에서 보도하고 있다지만, 그가 언제, 진짜로 레알 마드리드로 오는지 여부를 떠나 지금 레알 마드리드는 나머지 공격수 한자리를 마저 영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바로 다가올 시즌에 레알은 수많은 경기를 치뤄야한다는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올 시즌에도 모든 대회 우승을 노린다. 무리뉴 감독과 선수들 모두 이를 잘 알고 있다. 무리뉴는 이번이 마드리드에서 2번째 시즌이기에 그 이전 팀에서도 보여줬던 것처럼 이번에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려고 한다. 과연 이번에는 어떤 결과물을 낼지 벌써부터 나를 흥분시키고 있다.
원본 : [마르카 칼럼] 2011/12시즌 레알 마드리드의 열쇠는 카카와 코엔트랑이다(by 미겔 앙헬 디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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