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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리가 클럽들의 유럽무대 부진,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 밖에 없나?

J_Hyun_World 2011. 10. 21. 10:42

 

 

 

(비야레알의 3전 전패, 단순히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라 하기엔 그들은 너무 무기력하다)

 

  매 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가 시작되기 전에는 언제나 레알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는 강력한 우승후보군으로 분류되며, 시즌동안에도 위협적인 모습을 선보이면서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하지만 이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라리가 팀들은 챔스에서 부진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현재진행형이라는 것이 문제다.  지난시즌 유로파리그 4강문턱까지 올라섰던 '노란 잠수함' 비야레알은 죽음의 A조에 편성되어 현재 3전 전패로 다른 세 클럽에게 신나게 두들겨맞고 있고, 첼시와 한 조에 속한 발렌시아는 조 2위자리를 탈환하는 것조차 상당히 버거워보인다. 또한 지난 시즌 챔스 플레이오프에서 광탈한 세비야는 이번에도 유로파리그 플레이오프 전에서 또 한번 탈락함으로써 지난 유로파리그 2연패의 위엄을 무색하게끔 만들었다.

 

  이것이 어쩌면 라리가 내의 상황을 그대로 나타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라리가는 이제 '신계'와 '인간계'의 영역이 뚜렷하게 구별될 정도로 레알과 바르샤의 양강체제는 일종의 자연섭리마냥 단단히 굳어졌고, 그러한 영향력은 챔스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이 두 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들의 유럽무대의 위상도 점차 떨어지고 있으며, 16강행 조차도 상당히 불안정해보이는 실정이다.

 

  이것이 비단 올시즌만 그런 것이 아니다. 지난시즌에도 지지난시즌에도 레알-바르샤를 제외한 나머지 라리가 팀들은 16강을 넘기지 못했다. 지난시즌에는 발렌시아가 샬케에게, 2008/09, 2009/10 시즌에는 세비야가 페네르바체와 CSKA 모스크바에게 일격을 당했다. AT 마드리드 역시 2008/09 시즌에 포르투를 상대로 16강에서 탈락했다. 즉, 맨유나 AC밀란 같은 유럽 최정상급 팀과 맞붙어 탈락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이 점이 유로파리그에서 라리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게 참 아이러니하다).

 

  2006/07 시즌 발렌시아 이후로 기타 라리가 팀들의 챔스 8강 고지에 오르지 못했던 것도 어느덧 4시즌이 지났고, 지금 흐름상으로 보았을 때에는 '5시즌'째를 기록할 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게끔 하고 있다(그렇기에 비야레알과 발렌시아가 좀 더 분발했으면 좋겠다). 결국 라리가에서 양강체제가 심화되어 현재진행형화 되는 것은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지나치게 강하다라는 변명만으로 성립할 수 없다. 다른 상위권 팀들의 경쟁력이 기대만큼 발휘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라리가가 UEFA 리그랭킹에서 프리미어리그를 뛰어넘지 못하고 있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두 리그의 전체적인 수준, 전력 평준화 정도, 스타 선수들의 네임밸류와 흥미요소 등을 놓고 비교 분석을 한다면 우위를 가려내기가 어렵겠지만, 상위권 팀들의 '챔피언스리그 경쟁력'이란 측면에서는 프리미어리그가 단연 유럽 탑을 달려 왔기 때문이다(2009/2010 시즌을 제외하고 잉글랜드는 매시즌마다 한 팀씩 챔스 결승무대를 밟았다).


 

(발렌시아는 매시즌마다 스타플에이어를 매물로 내놓을 수 밖에 없어 경쟁력에서 점차 밀리고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라리가는 그렇게 빈부격차가 심하지 않았다. 당시만 하더라도 레알 마드리드-바르셀로나-발렌시아-데포르티보 4강구도였다. 하지만, 데포르티보가 재정난으로 인해 스스로 무너지면서 4강 체제에서 이탈했고, 그 다음엔 발렌시아 또한 양강체제에서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라리가 상위권 팀들의 전반적인 전력과 경쟁력이 점차 약화된 가장 큰 이유는 다름아닌 재정적인 문제다. 발렌시아가 자금난으로 인해 휘청거려 왔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비야레알과 세비야의 재정상태도 점차 악화돼 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2000년대 중반 당시 과감한 투자로써 전력 강화에 성공했지만, 그 후폭풍을 견뎌내기엔 클럽 규모가 그만큼 크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였다.

 

  이 과정에서 발렌시아는 비야, 실바, 알비올에 이어 올 여름 마타와 호아킨을 잃었고, 비야레알 역시 고액연봉을 수령하는 베테랑 선수들을 대거 정리한데에 이어 올 여름 카솔라를 말라가로 떠나 보냈다. 세비야도 매년 여름 라모스, 알베스, 폴센, 케이타, 아드리아누와 같은 팀 내 주축 선수들을 빅클럽들로 이적시켜 왔으며, 이는 토레스에 이어 아구에로와 포를란을 떠나 보낸 AT 마드리드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또한 라리가 기타 팀들이 유럽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은 현재 리그 내 중계권료 문제도 제법 많은 영향력을 미친다. 그동안 레알-바르샤 중심으로 중계권료가 편중되어 있었고, 그것이 한 두해가 아닌 수십년간 축적되어 오다보니 자금력 씀씀이에서도 차이가 벌어졌다. 그리고 레알-바르샤가 많은 중계권료를 챙기는 만큼, 선수영입자금에도 아끼지 않기에 최고의 별들은 당연히 이 두팀으로 집중포화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고, 기타 팀들은 적은 금액으로 자신의 스쿼드를 그대로 유지하기만 해도 선방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결국 이 중계권료 문제로 인해 올시즌 라리가가 개막하기 전에 선수협 파업이라는 사태까지 직면했었고, 현재 일단락이 되었다고는 하나, 이 영향으로 이번시즌 라리가 팀들 절반가량이 스폰서를 구하지 못하고 유니폼 정면이 휑한 채 뛰게 되었다.

 

(발렌시아, 비야레알, AT 마드리드, 세비야 등 라리가 팀 절반이 스폰서 없이 올시즌을 시작했다)

 

  결국 발렌시아, 비야레알, 아틀레티코, 세비야와 같은 팀들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다시 한 번 '그들만의 생존법'을 터득해야 한다. 발렌시아는 라 리가 내의 대형 유망주들을 적극 영입함으로써 돌파구를 찾아내려 하고 있고, 비야레알은 B팀 출신 유망주들을 중용하며 보다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스쿼드를 운용해나가고 있다. 세비야는 몬치 단장을 위시한 구단 운영진이 예전처럼 이적시장 무대에서 '마법'을 발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 AT 마드리드의 경우 보다 나은 자금사정을 바탕으로 팔카오, 투란, 디에구, 미란다와 같은 스타 선수들을 대거 영입하며 가장 많은 기대감을 불러모으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세비야의 호세 마리아 델니도 구단주가 지적했듯이, 라리가 상위권 팀들 또한 이제 마케팅이나 홍보측면에 대해서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할 것이다. 사실, 레알이나 바르샤를 제외하곤 다른 라리가 팀들은 미국이나 동남아 등 큰 시장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으며, 심지어 유럽 내에서도 시장점유율이 그리 크질 못하다. 단순히 팀의 성적만 좋아서 될 것이 아니라, 해외 투어 등을 통하여 팀의 가치를 좀 더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 프리미엄리그 팀들만 봐도 그렇다. 맨유나 첼시 뿐만 아니라 중소클럽인 볼튼마저도 올시즌 미국투어를 했던 것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라리가의 양강체제에는 당분간 별다른 변화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라리가의 다른 상위권 팀들은 양강과의 격차를 지금보다 좁혀야 하며, 챔피언스리그나 유로파리그같은 유럽 대항전에서 보다 나은 경쟁력을 발휘해야 한다. 여기서 격차가 더 벌어지게 된다면, 라리가는 말그대로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그리고 기타 아이들' 리그로 격하될 지도 모른다. 다른 라리가 클럽팀들의 분발이 촉구된다.

 

 

원문 : [Goal.com], 라 리가의 유럽 부진… 레알·바르사말고는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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