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가 잠시 휴식기를 맞이했다. 원래라면 이번주에 중부올스타vs남부올스타 전 경기를 치르는 게 맞지만, 이번시즌은 상황이 좋지 않은 지라 올스타전은 취소되고 그 대신 박경훈 감독이 선발한 "FC 박경훈" 멤버들이 이번주에 봉사활동을 하기로 결정이 났다(좋은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FC박경훈 뿐만 아니라 다른 팀들도 이번 휴식기간에 봉사활동을 하는 구단들도 있다(울산 같은 경우에는 어제 선수단 단체로 봉사활동에 참여했고, 리그컵 상금 1억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번시즌에도 각 구단의 선수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이동국, 김정우, 윤빛가람 등으로 대표하는 국가대표출신 선수들의 맹활약과 '데얀민국'과 '모따신'을 중심으로 과감한 화력쇼를 내뿜는 외국인 용병들의 골폭풍, 그리고 올시즌에도 어김없이 빛내주는 신예선수들의 활약 등등 여러가지 볼거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이번시즌 K리그 신인상은 과연 누구에게로 돌아갈까? 매시즌마다 떠오르는 신예들은 혜성같이 등장했고, 때로는 그들의 활약 때문에 신드롬까지 이어지는 현상도 간혹 보였다(이동국, 이천수, 박주영이 신드롬까지 이어지던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또한 신인상버프로 인해 2년차에도 더 좋은 모습을 보이는 케이스도 있다. 올시즌 여고생 군단의 선봉장으로 서있는 윤빛가람만 하더라도 2년차임에도 더욱 더 정교하고 날카로운 패싱과 프리킥 능력으로 상대를 위협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내 나름대로 이번시즌 신인왕 후보, 아니 올시즌 K리그를 빛내는 신예들을 한 번 선별해보았다.
1. 광주의 프렌차이즈스타이자 아이돌 : 이승기(광주/1988.6.2./MF)
검색창에 이승기라고 이름을 치면, 발라드 가수 이승기가 제일 처음 뜬다. 그렇기 때문에 광주의 이승기는 가수 이승기와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올시즌 시작 전부터 이름으로 팬들의 주목을 이끌기도 했다. 그러나 절반이 지난 지금은, 그의 가치가 단순히 이름이 같다는 이유 이외에도 빼어난 실력으로 올시즌 K리그 신인상의 강력한 수상후보로 떠올랐다.
광주에서 태어났고 광주에서 자라, 올시즌 신생팀인 광주에서 프로데뷔를 치룬, 그야말로 광주의 프렌차이즈 스타인 이승기. 처음에는 그보다도 광주 최전방을 담당하는 장신 스트라이커 듀오(박기동-김동섭)가 더 주목받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그의 인지도가 더욱더 치고 올라섰다.
그의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어오는 드리블 능력은 정말 뛰어나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기 드문 유형의 드리블러라고 해야할 것 같다. 6월 9일 강원과의 경기가 그의 진가를 확실히 보여줬던 경기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두번째골을 넣을 때 4명을 제치고, 그 어려운 자세에서 골까지 연결짓는 모습에서 거의 놀라움을 금치 못했으며, 바로 다음경기인 전북전에서도 박기동과 2대1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빠른 발을 이용하여 전북 수비진을 한번에 제끼는 플레이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서울에게 4대1대패를 당할 때에도 서울은 이승기의 움직임 때문에 경기종료 휘슬이 불기 전까지 안심하지 못했다는 후문도 있다.
울산대시절까지 공격형 미드필더와 섀도 스트라이커를 번갈아맡았지만, 광주 입단 초기부터 자신이 젤 좋아하는 포지션을 맡았던 것은 아니었다. 안성남이 공격적인 롤을 맡고, 이승기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섰는데, 안성남의 부상이 이승기에게 기회가 된 셈이었다. 현재 5골 1도움을 기록하며, 광주 사람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이승기. 이번 K리그에서의 활약을 통하여 국가대표팀의 부름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축구팬들 사이에서도 이승기가 신인상 받을 거라고 꼽는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 그만큼 그의 존재감 자체가 무섭다는 뜻이다.
2. 이것이 정녕 신인선수의 플레이인가요? : 윤일록(경남/1992.3.7./MF)
(92년생 신인선수라고 하기엔 아주 뛰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윤일록)
광주에 이승기가 있다면, 경남에는 윤일록이 있다. 이번시즌 K리그 신인상 후보에 이승기와 더불어 가장 유력한 수상자로 점쳐지고 있는 윤일록, 그도 역시 이번시즌에 프로데뷔를 한 선수라고는 믿겨지지 않는다. 19라운드까지 제법 많은 스탯도 쌓았다(3골 5도움). 이정도면 프로 2,3년차 선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원래 경남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바로 '경남 유치원'. 조광래 감독이 경남을 맡았던 당시에 윤빛가람, 김영우, 김주영 등을 중심으로 하여 수많은 젊은 선수들을 프로에 데뷔시키면서 그들의 포텐셜을 엄청나게 터뜨리고 국가대표감독으로 떠났다. 그 유치원을 이어받은 최진한 감독도 '경남 유치원'을 들고 경남이 매서운 팀이라는 것을 이번시즌에 똑똑히 각인시키고 있는데, 그 중심에 윤일록까지 추가된 것이다.
윤일록 또한 경남에서 배출해낸 경남 유스 출신 선수인데, 그의 장기는 스피드와 개인기다. 윤빛가람이 중원에서 조율하면서 볼배급으로 경기를 주도해나가는 스타일이라면, 윤일록은 빠른 돌파력과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헤집으면서 최전방 공격수에게 연결해주거나 아니면 직접 해결하는 다리역할을 맡고 있다. 경남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서인지, 그는 곧있을 콜롬비아 U-20 세게대회 한국대표팀으로 뽑히기도 했고, 골닷컴에서도 유럽에서 통할 미드필더 TOP5에 선정되기도 했다. 윤빛가람에 이어 윤일록 또한 경남의 아이콘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3. 허심을 사로잡은 신예 듀오 : 한교원(인천/1990.6.15./FW) & 김재웅(인천/1988.1.1./FW)
(유병수의 사우디 이적으로 인한 공백을 메워주고 있는 인천 공격수 듀오 한교원(위)과 김재웅(아래))
인천이 자랑하는 공격수이자 핵심전력인 유병수가 사우디로 떠났다. 어떻게 보면 인천입장에선 전력상 엄청난 손실이라 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은 유병수가 떠나고 나서의 공백에 대하여 그렇게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왜냐하면 유병수가 올시즌 부상으로 약 두달간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동안, 인천의 수많은 신예들이 조금씩조금씩 유병수의 자리를 메꿔나가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실이 보였다는 점이다.
그 중에서도 허정무 감독을 사로잡은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신예 공격수 듀오 한교원과 김재웅이 아닐까 싶다. 작년 드래프트 5순위로 인천에 입단한 한교원은 체격과 순간적인 스피드가 장점으로 손꼽히며, 수비 뒷공간을 파고드는 능력이 일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무엇보다도 현재 인천이 주로 사용하는 전술인 선수비-후역습에도 특화되어 있다보니 허정무 감독이 그에게 무한한 신뢰를 보이면서 한교원에 대하여 아낌없는 칭찬을 보내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김재웅도 한교원 못지 않게 인천에서 아끼는 선수 중 한명이다. 내셔널리그에서 한시즌 보냈던 김재웅은 박준태와 같이 '허정무 감독의 아이들(용인커넥션)'의 일원으로 올시즌 특급조커로써의 가치를 보여주고 있다. 공격 능력이 뛰어나 인천의 활력소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특급조커라고 하지만, 경기스탯은 한교원과 비슷할 정도로 골결정력이 좋은 편이다(한교원은 19라운드까지 3골 2도움, 김재웅은 3골 1도움 기록중).
허정무 감독과 인천은 아직 두 선수가 경험이 부족하다는 단점을 지니고 있지만, 그들의 젊은 혈기가 팀 분위기를 긍정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고, 유병수 또한 이 선수들의 잠재가능성에 대해서 좋은 평가를 내렸다. 그렇기에 인천 또한 이 두 선수를 선봉으로 내세워서 이번시즌이야말로 유병수가 타지 못했던 신인상을 타게 될 것이라는 강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4.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묵묵히 맡은 바를 다한다 : 전성찬(성남/1987.12.27/MF)
올시즌 성남은 작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맞나 의심스러울 정도로 하루아침에 전력이 약해졌다. 역시 구단의 재정이 악화되다보니, 재정상 이유로 성남의 스타급 플레이어들을 하나하나씩 다 팔아버려야만 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신태용감독의 이마에는 주름살이 더해져만 간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성남은 새로운 가능성을 보게 되었는데, 바로 성남의 유망주들을 대거 육성하여 전남처럼 1군에 과감하게 기용하는 것이었다. 전성찬 또한 최근 이러한 성남의 성향에 의해 발굴된 숨은 인재였다.
지난 4월 30일 경남과의 경기에서 첫 데뷔전을 치르고 나서, 마계대전에서 이용래-오장은-홍순학으로 이어지는 수원을 상대로 허리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였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수원과 홈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둘 수 있었다.
수원전이 기폭제가 되었는지, 전성찬은 계속 선발출장을 하면서 총 14경기를 소화하며(선발 12경기/교체 2경기), 어느새 신태용감독의 믿을맨으로 자리잡았다. 후반기에 라돈치치의 복귀, 그리고 에벨톤-에벨찡요의 활약까지 더해진다면, 뒤에서 날카로운 롱패스를 찔러주면서 그들의 공격을 적극적으로 돕는 전성찬의 가치 또한 더더욱 빛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전성찬을 계기로 하여 성남의 운영정책에도 커다란 터닝포인트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5. 황새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사나이 : 고무열(포항/1990.9.5./FW)
(포항의 레전드이자 감독인 황선홍 감독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고무열, 그만큼 황새 감독이 그를 높게 평가하고 있다)
포항에게 있어서 등번호 18번은 남다르다. 현재 포항 감독이자 포항의 프렌차이즈 스타인 황선홍 감독의 등번호이기 때문이다. 그가 포항에서 뛰는 동안 보여줬던 놀라운 퍼포먼스들은 포항 팬들을 황홀하게 만드는 데 충분했고, 그의 등번호 18번에 대한 향수 또한 여전히 진하게 남아있다. 그렇게 포항에서 18번을 달고 뛴다는 것은 그만큼 중압감도 엄청나게 작용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치를 지닌 18번을 황선홍 감독은 신예선수에게 직접 지정해주었다. 그 선수는 바로 고무열. 포항이 자랑하는 포철공고 출신으로 현재 빗셀고베로 단기임대를 떠난 배천석과 함께 차기 포항의 최전방을 이끌어줄 재목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포워드 답지 않게 패스플레이나 연계플레이 또한 뛰어나기 때문에 황선홍 감독은 고무열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다.
고무열이 가끔 경기 기복이 있다는 게 조금 흠이지만(골결정력이 안좋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던데), 프로데뷔 첫시즌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는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모따와 스위칭을 하면서 2대1 패스플레이로 돌파하는 장면이나, 공격수 답지 않게 전방으로 툭 찍어주는 패스능력 등을 보았을 때, 황선홍 감독의 강철군단에 있어서 전술적 활용도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의 플레이 스타일에 대해서 조광래 감독 또한 눈여겨 보고 있다고 하니, 그가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밟는 일도 그리 먼 이야기가 될 것 같지 않다. 그리고 스탯기록만 조금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 뿐이지, 경기 내용면에서는 아주 좋다. 그렇기에 이승기, 윤일록, 한교원 등과 같이 신인상후보군에 포함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6. 지동원이 그냥 커피라면, 나는 T.O.P.다 : 이종호(전남/1992.2.24/FW)
(지동원이 그냥 커피라면, 이종호가 진정한 T.O.P.다)
지동원이 떠나도 전남은 아무렇지도 않았다. 그리고 정해성 감독도 그렇게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어찌보면 그게 당연했다. 지동원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스트라이커로 엄청난 성장을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올시즌 전남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거의 없었다. 그가 선더랜드로 떠나기 전에 리그에서 소화한 경기 수도 그리 많지 않았을 뿐더러, 부상과 국가대표 호출로 인해 사실상 팀전력에 도움이 되질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남은 광양제철고 유스들을 적극기용하면서 리그 4위까지 치고 올랐기 때문에 더더욱 걱정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그 광양제철고 라인의 중심에는 윤석영이 자리잡고 있었지만(올시즌 정해성 감독의 핵심카드로 부상했다), 윤석영 못지 않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광양루니' 이종호다. 전남팬들은 흔히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 "지동원이 그냥 커피라면, 이종호는 T.O.P.다."라고. 지동원의 스타일이 베르바토프와 비슷하다고 한다면, 이종호는 루니와 흡사한 스타일이다. 몸싸움을 즐겨하면서 저돌적인 돌파로 상대 수비를 튕겨버리는 힘, 그리고 경기를 읽는 시야와 패스 능력도 광양제철고 출신답다.
사실 이종호는 광양제철고 시절에 한살 더 많은 지동원과 투톱을 이루면서 청소년리그를 휘젓고 다녔으며(지동원-이종호 투톱이 워낙 사기였고, 상대팀이 이 두 선수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한국 U대표에도 꾸준히 부름을 받았고, 이번 콜롬비아 대회에서도 호출되었다(이 때문에 정해성 감독의 고비가 콜롬비아 청소년대회 기간이라고 한다). 그만큼 이종호도 단기간에 전남의 중요자원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종호를 중심으로 신영준, 황도연, 김영욱 등이 차례차례 1군무대를 밟으면서 전남의 전력층은 점점 더 어린 선수들로 구성되어 젊은 패기로 K리그를 이끌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외에도 광주의 최전방 듀오인 박기동-김동섭 투톱과 수원의 신세계, 서울의 윤승현이나 강정훈, 최근 제주로 이적한 양준아 등이 눈여겨볼 만하다. 이번 신인상 경쟁도 그 어느때만큼 매우 치열하다. 이 중에서 올시즌을 자기의 시즌으로 만들 선수가 과연 누가 될 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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