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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팬들과 허정무 감독의 불편한 만남, 무엇을 얻었는가?

J_Hyun_World 2011. 8. 27. 07:00

 

 

인천 서포터즈의 허정무 감독 청문회(?)

 

  지난 주말, 인천은 K리그 꼴지를 달리고 있는 강원을 상대로 0대0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또다시 고순도 무재배에 성공했다. 게다가 강원원정에서 거의 강원에게 밀리다싶이한 경기력으로 인해 인천 유나이티드 서포터즈들은 단단히 화가 나버렸다. 그러한 졸전의 경기력에 실망한 나머지, 인천 팬 30여명이 경기가 끝난 직후, 경기장 출입구에 모여 "허정무 나와!'라며 외치면서 항의했다. 이러한 인천 팬들의 반응을 들었던 허정무 감독은 25일 저녁, 승기 연습구장에서 자진해서 팬들과 만남을 가져서 소통하겠다고 나선 것이었다.

 

(25일 저녁에 있었던 구단과 팬의 만남 자리에 나타난 인천 허정무 감독, 그러나 서로 찝찝함만 남겼다)

 

  원래 마련된 자리는 허정무 감독의 잘못을 질책하고자가 주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인천이 좀 더 나은 구단으로 발전해볼까가 메인이었고, 그래서 현재 인천의 성적 이외에도 현재 인천시 남구청의 반대로 정지된 인천 숭의아레나 구장 문제 및 구단의 현재 상황 등에 대해 구단과 팬들의 의사소통하기 위해서였다. 인천 구단과 팬과의 팬미팅 자리가 한창일 무렵, 허정무 감독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정무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고 난 뒤, 3,40명 정도 되는 인천팬들과 1대1 질의응답을 가지게 되었는데, 편안하게 치맥을 즐기면서 편안하게 만나면서 대화하려는 자리가 일종의 허정무 감독에 대한 청문회로 변질되어버린 듯했다. 이미 이것은 예상되었던 결과였다.

 

  청문회가 끝난 직후, 한 여고생 팬의 트위터로 인해서 이상한 방향으로 논란이 가열되었다. 그 여고생은 트위터에 "허정무 X놈아 선수탓한거 맞자나" "나 솔직히 이말하면 진짜 나빠보일 수도 있는데 허정무나랑 얘기할 때 열받아서 좋았음" "솔직히 오늘 아버지뻘되는 허감독한테 공격적으로 말한건 내 잘못 반성하고 있음 ㅋㅋ" 등의 멘션을 두서없이 남겼다. 이 내용은 삽시간에 언론의 표적이 되어 허정무 감독과 인천팬들의 만남을 왜곡시켜서 보도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그 여고생의 태도는 잘못했고 반성해야 할 일인 것은 맞지만, 이미 언론은 이 만남의 본질을 상당히 흐려놓았다는 것이 참 안타깝다.

 

  

 

인천의 현재 실태, 과연 누구의 책임인가?

 

  이 사태를 보면서 내가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인천 서포터즈들이 인천의 현재 상황에 대해 허정무 감독에게만 너무 매몰차게 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들의 불만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한다. 최근 인천의 순위는 리그 10위. 내가 보기에도 일전에 K리그 전반기 리뷰를 쓸 때, 인천의 경기력과 지금의 인천의 경기력이 조금 갭이 느껴질 정도였으니, 당사자들인 인천 서포터즈의 기분은 어떠했겠는가?

 

인천의 현재 성적 : 리그 10위, 5승 12무 5패. 최근 10경기에서 8무 2패 기록중

 

  물론 허정무 감독이 전혀 문제없다고는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당신이 감독이라고 생각해보자. 2:1로 앞서나가는 상황에서 "마지막 10분간 잠글까 이대로 운영할까? 오히려 더 공격적으로 나갈까..." 하는 순간이 왔다고 쳤을 때, 감독의 판단이 잠그자였다고 가정해보자. 근데 수비가 우르르 무너지면서 골을 헌납해서 무승부를 했다면 그게 판단미스일까??결과적으론 판단미스가 맞다. 앞서 2골을 넣었던 공격능력으로 한골을 더 먹더라도 한골을 더 넣는 전략으로 승부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 외에도 선택의 폭은 더 많을 것이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라면 지금 허정무 감독이 10경기 연속으로 판단 미스를 저질렀으니 욕먹을 만하다. 하지만 지금 상황이 과연 그런 이유일까?? 감독과 달리 인천 선수들의 능력은  그 이상, 혹은 그 외에 것을 실행하고 있었나??

 

('왜 인천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 전적으로 허정무 감독이 책임져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이 먼저 든다)

 

  성적에 대해서 말 나온김에 한 번 제대로 짚고 넘어가보자. 냉정하게 말하자면, 현재 인천의 전력은 다른 팀들에 비해 전반적으로 조금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자, 여기서 인천 선수들 이름을 언급하면 상대팀이 벌벌 떨만한 네임벨류를 가질 만한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되는가? 다른 팀 팬들이 인천에서 '아, 인천에서 OOO선수가 우리 팀 와서 뛰었으면 좋겠다'며 생각하게끔 만드는 선수가 과연 몇이나 될까? 물론 인천 선수들이 매경기마다 그들의 열정을 전부 다 쏟아부으면서 열심히뛰어주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1대1로 맞붙어서 될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더욱 좋은 전술이 필요한 것이지만, 허정무 감독의 전술에 과연 몇이나 제대로 인지하고 녹아들었는가?

 

  그리고 현재 인천의 전력에 대한 문제는 인천 구단의 특성상의 문제도 꽤나 자리잡고 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태생적으로 전북, 포항, 서울, 수원, 울산처럼 대기업을 모태로 삼아서 탄생한 구단이 아니라 2~300억원으로 소액 주주들이 모여 근근히 운영하는 가난한 시민구단이다. 인천이 과거에도 김치우, 최효진, 이정수, 라돈치치, 데얀, 유병수 같은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다른 팀으로 팔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바로 구단 재정이 그리 넉넉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허정무 감독도 좋은 선수를 왜 영입안하고 싶었겠는가? 인천 재정이 슈퍼스타를 데려오고 유지할 만한 자금이 턱없이 모자르다는 것이다. 현재 인천 구단에 대해 미적지근한 태도를 취하는 구단주이자 인천시장인 송영길 시장 때문에 백방으로 뛰어다니고 있는 사람들 중 한 명이 허정무 감독이다.

 

 

 

인천 팬들과 허정무 감독의 불편한 만남, 무엇을 얻었는가?

 

  가볍게 자유로운 토론을 하고자 했던 취지는 이미 온데간데 없어졌고, 서포터즈와 허정무 감독은 서로가 이 만남 이후로 불편한 관계가 되어버렸다.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그닥 도움이 되지 않은 만남이었다. 나는 여기서, 왜 인천 팬들과 허정무 감독이 왜 지금 이 시점에서 만남을 가졌어야 했는가다.

 

  현재 인천 서포터즈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서 모르는 바는 아니다. 충분히 이해는 되는 일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팀이기 때문에 팬의 입장에선 애정을 갖고서 자신이 응원하는 팀에 대해 이것저것 관심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 나도 3년째 삽질하고 있는 울산을 보고 있자니, 분통이 터지다못해 이제는 해탈의 경지까지 이르렀으니까. 하지만, 그들의 행동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현재 인천이 리그 10위인데 이러한 만남을 가졌다면 리그 꼴지를 달리고 있는 강원이나 3년째 감독 잘못만나서 뭐 하나 부족할 게 전혀 없는 구단임에도 우승후보가 아닌 어중이떠중이가 되어버린 울산 서포터즈들은 어떻게 행동했어야 하는 것일까? 그들의 공감대를 얻지 못한 행동은 소수의 입장에서 다수의 집중포화를 맞게 되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이 만남을 통해, 인천은 좋은 감독이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는 것을 재확인하게 되었다고 생각된다)

 

  많은 이들은 이 불편한 만남을 통해서 서로가 얻은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나는 조금 생각이 다르다. 오히려 이 만남을 보고 나는 인천 서포터즈가 부럽다고 느껴졌다. 보통 이러한 팬들의 강경한 요구에 대하여 감독들 중에서 일반적으로 팬들의 강경 반응에 회피하려는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경우에는 팬들이 만남을 요구하니까 좋다고 선뜻 나섰고, 그 약속을 지키러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3,40명이 물어보는 질문에 성실하게 답변 및 해명을 하면서 팬들과 좀 더 직접적인 소통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오죽하면, 허정무 감독의 적극적인 자세에 대해 다음 훈련일정에 지장있다며 구단측에서 허정무 감독을 강제로 돌려보냈을 정도니깐 말이다. 인천은 말그대로 좋은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셈이다. 부럽다 진심으로(울산은 그렇지 않거든).

 

  이 만남을 통해서 팬들과 허정무 감독은 서로에 대하여 불편한 감정을 얻었지만, 그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비록 승기구장에서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사안들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직접 맞대면으로 의사소통을 한다는 점은 그만큼 팬과 구단의 사이가 더 긴밀해질 수 있다는 점이고, 그로 인해서 인천이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새로운 디딤돌을 놓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다음달이면 허정무 감독이 인천에 부임한 지 딱 1년이 된다. 아직 허정무 감독은 1년 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의사소통이 지속된다면 인천은 좀 더 내실이 튼튼한 구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 지금의 인천은 인내의 시간이 필요하다. 인천 서포터즈들이 허정무 감독 말마따라 조금만 더 기다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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