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클래식&챌린지 그리고

강원FC의 미래를 정치색으로 결정해서는 안된다.

J_Hyun_World 2011. 8. 4. 08:00

 

 

  지난 7월, 강원 대 울산 경기에서 하나의 이벤트로 강릉 종합운동장에서는 김원동 전 강원 대표이사의 퇴임식을 진행했었다. 김원동 전 대표이사는 1993년 대한축구협회 지원총괄부 부장으로 축구계와 인연을 맺은 뒤 프로축구연맹 사무국장과 사무총장을 거쳐 2008년 11월 강원FC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축구 행정에 있어서는 전문가였기에, 축구계 현실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김원동 대표이사는 열악한 환경의 신생 시민 구단이 자리 잡도록 큰 공을 세웠다. 여기저기 발품을 팔아 스폰서를 직접 구했고, 신생팀으로서는 드물게 클럽하우스까지 갖췄다. 

  행정능력에서만 빛났던 것은 아니다. 경기가 끝나면 먼 거리까지 원정 온 팬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였다. R리그(2군 리그) 경기장에서는 팬들과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응원하는 모습을 본 적도 있다. 올 초 팬의 요청으로 마련된 선수단의 '6강 기원 입수식' 때는 얼음 같은 경포대 바다에 선수들과 함께 직접 몸을 던지기도 했다. 팬들은 옆집 아저씨처럼 친근한 김원동 대표이사를 마치 가족처럼 생각했다. 강원도 강릉 출신인 그는 고향팀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한마디로 김원동 전 대표이사는 1000여일 동안 강원에 있으면서 강원 구단에 있어 핵심인물이었다. 요즘 강원이 꼴지를 달리고 있지만, 만약 김원동 대표이사가 없었다면 강원이 지금까지 버텨왔을 지도 의문스럽다. 그의 퇴임은 형식상으론 '성적부진' 이지만, 따지고 보면 도민구단의 특수성 속에 정치적인 영향력이 적지 않았다. 김원동 대표이사가 퇴임하던 날 팬들은 물론 선수들까지 눈물을 흘렸다. 김원동 전 대표이사는 그야말로 프로 구단의 수장의 좋은 예였다고 할 수 있다.

 

 

기가 막힌 강원 대표이사 후보, 근데 왜 임은주씨인가??

 

(국제여성심판으로 유명했던 임은주 교수, CEO 경력이 전무한 그녀를 강원 대표이사에?)

 

  김원동 전 대표이사가 물러난 이후에 차기 강원 대표이사 자리를 놓고 후보군이 몇 명 떠올랐다. 나는 거기서 매우 기가 막힐 후보를 발견했다. 다름 아닌 우리나라 최초 국제여성심판인 임은주 을지대학교수가 후보에 올라와있던 것이다. 임은주씨는 체육인으로서는 매우 훌륭하신 분이라는 것은 이의가 없다. 국제심판도 지내셨기 때문에 체육인의 커리어로만 따지면, 손색이 없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해서 그녀는 체육인이지 그렇다고 해서 CEO를 해도 상관없다는 건 아니다. 프로 구단도 엄밀히 따지면, 구단 또한 하나의 기업이기 때문에, 기업을 꾸려나갈 기업인이 더 적합한 것이다.

 

  임은주 교수를 대표이사로 선임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3가지다. 1) 강원 출신이 아니라는 점, 2) 강원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강원 FC와 아무 관련이 없던 인물이라는 점, 3) 경영 능력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 이를 종합해보면 대표이사 인사에 합당한 이유를 말해달라는 강원 FC 서포터즈 나르샤의 주장과 뜻을 같이할 수 있다. 현재 임은주 교수는 지금까지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가 독단적으로 추대한 인물이라는 것 외에는 마땅한 이유가 없다.

 

  사실 1)과 2)의 조건까지 동시에 충족할 만한 대표이사 후보군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그렇기에 적어도 3)에 해당하는 사람을 강원에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임은주 교수는 어떠한가? 임은주 교수는 경영이나 행정 경험이 전무하다. 아시아축구연맹위원과 아시아축구연맹심판 등을 지냈고 지난 3월부터 을지대 여가디자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스포츠경영이나 스포츠마케팅을 전공으로 하는 것도 아니다. 그녀는 대표이사에 선임되면 무보수로 일할 것이라고 천명했지만 차라리 많은 월급을 받고 그 월급 이상의 일을 해내는 게 더 옳은 방법이다. 무보수로 일한다고 해서 경험 부족이 만회되지는 않는다. 월급을 몇 억을 줘도 아깝지 않을 대표이사가 필요하다. "내가 돈도 안 받고 일하는 데 이 정도면 된 것 아닌가."라는 의식은 위험하다. 어떤 사장이 자기 회사를 꾸려나가는 데 이런 마인드를 가졌단 말인가?

  그리고 임은주 교수가 내세우는 공약 또한 그녀가 강원 대표이사로 앉기에 더더욱 명분이 떨어지고, 설득력이 없다. "여자월드컵을 한국에서 개최하겠다"라... 이것이 강원 대표이사가 되는 데에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지금 차기 대한축구협회장 뽑는 선거가 아니다. 말그대로 강원의 미래를 책임져줄 사람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정말 공약을 내세울 꺼라면 예를 들어 "강원을 위한 축구 전용구장을 짓겠습니다."라는 식의 공약을 내놓아야 하는 것 아닌가? 강원과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만 늘어놓으면서 "검증받고 싶습니다.", "절 뽑아주세요."라는 말이 쉽게 나오는가?

 

 어제(8월 3일)에 있었던 이사회에서 임은주 교수는 저번 이사총회에 있어서 또다시 지각했다. 후보로 내정되어있다는 사람이 근무태만으로 벌써 2번이나 지각해버렸다. 그러면서 한다는 소리가 "열린 자세로 봐달라."는 말 뿐이다. 임은주 교수는 지금 사람들이 자신을 왜 반대하고 있는지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녀는 단순히 '젊은 여성 CEO'라는 타이틀에 눈에 멀었는지, 자신의 문제점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 여성 CEO도 그렇게 매력있는 것도 아니며, 강원의 흥행카드도 될 수 없다. 이미 이탈리아 세리에A에선 AS로마 구단주(로젤라 센시)나 볼로냐 FC 구단주(프란체스카 메나라니)가 여성이었고, 여성 CEO를 앉혔다고 해서 로마나 볼로냐가 그 여파로 흥행했다는 자료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시민 구단의 대표이사직, 단순히 정치형 낙하산을 통해 내 사람을 앉히는 자리가 되서는 안된다

 

   어쩌면 이 문제는 비단 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강원 뿐만 아니라 다른 시민 구단인 인천, 대전, 경남, 대구, 그리고 광주까지 앞으로 생겨날 시민형 구단에게까지 미칠 큰 문제다. 이미 인천 유나이티드는 이러한 문제로 인해 골치를 썩고 있다. 인천시장으로 송영길 시장이 당선된 이후, 한국 축구계에서 뛰어난 축구행정능력을 자랑하는 안종복 전 인천 단장은 안상수 전 인천시장 쪽 사람이라는 이유로 대표자리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그리고 내년이면 완공되어 본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숭의아레나파크 또한 갑작스럽게 완공을 코 앞에 두고 정치 공약에 의해 전면 올스톱이 되어버렸다. 여태껏 숭의아레나에 별탈 없던 남구청이 반발했던 것도 새로 부임한 남구청장이 무리수를 던져가며 자신의 공약을 실행시키려고 막장을 벌려놓는 것이다(숭의아레나 손해배상을 자기가 책임질 것도 아니면서..).

 

  현재 강원의 대표이사 선임문제도 인천과 비슷하게 흘러가고 있다. 최문순 강원도 도지사는 강원 구단을 위한 인사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인사를 하려하고 있다. 이번에 이사회가 추천한 인물에서 답이 나온다. 이사회는 임은주 교수 임명을 반대하면서 최흥집 현 강원랜드 대표이사를 새로운 강원FC 대표이사로 밀고 있다. 최문순 도지사는 그래서 더 임은주 교수 임명을 강행 처리하려는 분위기다. 민주당 출신 최문순 도지사와 반대로 최흥집 대표는 올해 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 경선을 펼쳤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도지사 입장에서는 최흥집 대표를 압박해야 자신의 입지가 넓어진다.

 

  어떻게 보면 최흥집 대표는 이사회가 최문순 도지사를 견제하기 위해 선택한 인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두 진영 측에서 내세운 후보를 보면 객관적으로 이사회에서 내세운 최흥집 대표가 더 강원FC 대표이사로 매력적인 건 사실이다. 정치색을 떠나서도 마찬가지다. 최흥집 대표는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강릉에서 대학교까지 나온 뒤 줄곧 강원도를 위해 일했다. 강원도 기획관과 환경관광문화국장, 산업경제국장, 강릉시 부시장, 기획관리실장, 정무부지사 등 강원도를 위해 힘쓴 인물이다. 최근 강원랜드 대표이사로 부임했다.

  최흥집 대표가 한나라당계 인사니깐 배제한다고 치자. 그렇다면 (주)그래미의 남종현 회장을 선임하려는 데에 있어서는 최문순 도지가사 굳이 반대할 필요가 있을까? 남종현 회장이 정치계에 기부금을 많이 내는 것으로 유명하지만, 엄연히 말해서 그가 한나라당계 인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문순 도지사는 임은주 카드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가려고만 한다. 아무런 매력도 없는 카드를 들고서 말이다. 도지사 자리는 임기 4년만 채우면 그저 떙이고, 도지사는 그저 정치인이기 때문에 임기만 채우면 된다. 하지만, 강원 구단은 이와 성격이 다르다. 구단은 도지사 임기에 따라 맞춰져가야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리그의 성적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정치색깔에 따라 구단의 목표가 움직이면 대체 소는 누가 키울 것이냐 말이다.

 

(최문순 도지사의 독단적 행동으로 인해 강원의 최대 스폰서인 강원랜드(하이원 리조트)도 잃을 지도 모른다)

 

  강원랜드(하이원 리조트)는 강원에 연간 40억 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최흥집 대표가 강원랜드로 부임하기 전인 정무부지사 시절부터 강원을 전폭적으로 도운 결과다. 그는 "강원랜드는 강원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 그러려면 강원FC만한 게 없다. 이왕 투자하는 거라면 확실하게 강원FC에 투자해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하자"고 강원랜드를 설득했다. 창단 첫해 20억 원을 지원하던 강원랜드는 이후부터 40억 원씩 매년 강원을 지원하는 중이다. 최흥집 대표는 물론 강원FC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최흥집 대표는 현재 최문순 도지사와 정반대편에 서 있다. 만약 최문순 도지사가 일방통행식 인사를 고집해 자신이 원하는 이를 강원 대표이사 자리에 앉힌다면 그만큼의 출혈도 감수해야 하는 건 당연한 일. 강원랜드가 강원에 연간 40억 원의 지원을 끊을 경우 이를 보완할 대안은 있는지 묻고 싶다. 강원랜드는 현재 강원의 목숨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메인 스폰서와의 관계를 최악으로 치닫게 하고도 자신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앉힌다는 건 구단주로서 무책임한 일이다. 정 최흥집 대표가 싫거든 임은주 교수처럼 자격이 부족한 인물 말고 그 이상 능력 있는 이를 추천해라. 개인적으로 괜찮게 생각하는 정치인이지만, 이 부분에 있어서는 최문순 도지사의 행동에 대해서 전면적으로 반대한다. 이사회가 임은주 교수를 반대하는 건 최문순 도지사의 정치색에 반발하는 게 아니라 임은주 교수가 정말 비전이 없고, 부적합하다는 것에서 반대하고 있다는 걸 알아야한다.

  시민구단은 구단 경영을 두고 늘 잡음이 끊이질 않는다. 이것은 비단 강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강원과 비슷한 케이스로 한 차례 큰 홍역을 겪었던 인천의 사례도 있고, 최근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대전을 비롯한 대구, 경남, 광주 등 참 크고 작은 일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모두 축구단으로 잘 되는 길과는 조금 엇나가는 행동들이다. K리그는 머지않아 2013년부터 승강제를 시행하게 된다. K리그 16개 팀 중에서 상무를 빼면 15개 팀, 만약 12개 팀으로 1부 리그를 구성한다면 어떻게 될까?

  현재 강원은 이번 시즌 1승밖에 거두지 못하고 무려 15번이나 패했다. 신인 축에 속하는 선수들은 아직 프로의 세계에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고, 아직 유소년 시스템도 명문 구단들에 비해 갖추지 못했다. 지금은 구단주가 정치적인 생각으로 대표이사를 선임할 때가 아니다. 도지사와 대표이사는 임기가 끝나면 그만이지만 강원에 임기가 있어서는 안된다. 강원 구단은 도지사 개인 소유가 아니다. 강원도민들의 오랜 숙원을 담아 탄생한 클럽이다. 최문순 도지사가 단순히 정치적 커리어를 쌓기 위함이 아니라 정녕 강원도민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면, 이번 강원 대표이사 문제를 가볍게 넘겨선 안된다.

 

참고 : 김현회 - 강원FC 사장, 임은주 교수는 부적합하다.

          [박찬하의 크로스바] 강원FC의 청사진을 먼저 알 수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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