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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고 있는 브라질 유망주들의 입지와 시선

J_Hyun_World 2011. 8. 10. 08:00

 

 

  유망주, 신예, 신성, 차세대 스타, 떠오르는 태양 등등 모든 종목의 스포츠에서 이러한 용어를 흔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물론, 축구에서도 예외는 아니며, 우리나라에서도 흔한 현상 중 하나다. 이러한 유망주들을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나라, 브라질. 브라질은 축구황제 펠레의 시작으로 하여, 손으로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백, 수천명의 유망주를 생산해내고 수출하는 대표적인 축구유망주 생산국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브라질을 제외한 다른 나라들은 주기 없이 매 분기마다 쏟아져 나오는 브라질에 대해서 매우 부러움을 느끼곤 한다(얘네는 무슨 공장에서 제품 찍어내듯이 선수들을 계속 배출하니까..ㅎㄷㄷ). 그만큼 많이 나오기 때문에 누구 하나가 빠진다 하더라도 그 자리를 문제 없이 금방 메꿀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대중적인 시선에 대하여 브라질은 조금 다르게 보는 것 같다.

 

 

 

브라질에게 '신성'이란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구상에서 5번째로 큰 영토를 가졌으며, 5번째로 많은 인구를 차지하고 있는 나라 브라질. 그런 넓은 땅덩어리와 2억에 육박하는 인구가 살고 있기에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그런 유망주들이 자라게 되면 자연스레 유럽으로 진출하고 국가대항전 등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축구팬들의 이목을 끌게 된다. 우리가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대학교에 진학하듯이 브라질에선 이러한 코스가 '일상생활'이다. 하지만, 이러한 코스가 언제 공급이 끊길 지 모르기 때문에 브라질 사람들은 그들이 카나리아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에 나가지 않는 한,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다.

 

(브라질 사람들의 유망주 판단 기준은 카나리아 군단의 일원으로 월드컵 무대를 밟았느냐 여부로 판단한다고 보면 된다)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유망주라느니 신성이라느니 말은 사용하지 않는다. 어쩌면 브라질 사람들 입장에선 당연하다. 그들은 펠레나 호마리우, 호나우두 등을 실제로 눈 앞에서 봐왔던 사람들이기에 전세계 사람들 중에서 축구에 대한 시각이 제일 높다. 그들한테 유럽리그 또한 시시하게 보일 지도 모른다. 이러한 관점과 특성의 차이 때문에 브라질에서 사용하는 '유망주'라는 단어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유망주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리고 그 개념은 2014 월드컵을 앞두고 있는 브라질 내에서는 더욱 더 확고해지고 있다.

 

 

 

브라질 내에서는 네이마르급의 유망주가 한 두명이 아니다.

 

  그럼 쉬운 예로 하나 들겠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가장 이슈화되고 있는 브라질 유망주로는 단연코 네이마르다. 최근 펠레는 네이마르에 대하여 '메시를 위협할 수 있는 차세대 스타'라고 수차례 언플을 날렸으며, 네이마르 자신도 메시를 제치고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 당장 비교하자면 당연히 메시가 우위를 점하겠지만, 네이마르도 경험과 발전이 더해진다면 요 몇년 사이에 메시와 동급, 아니 그 이상의 기량을 펼칠 무한한 잠재력을 지닌 소유자다. 이렇다보니 전세계는 네이마르의 행동 하나하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최대한 귀를 기울이고 있고, 레알 마드리드 또한 메시의 바르셀로나에 대항하기 위해 네이마르를 영입하고자 하는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미 전세계에선 네이마르를 '신성'이라 표현하지만, 브라질 내에선 그는 그저 '산토스의 에이스'일 뿐이라 평한다)

 

  그러나 참 이상한 것은, 브라질을 제외한 전세계는 네이마르를 이미 초특급 슈퍼스타라고 치켜세우기 바쁜데, 정작 브라질 내에서 네이마르에 대한 평은 그저 '산토스의 에이스'일 뿐이다.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그저 '산토스의 에이스'다. 브라질 정보망이 브라질 전체의 모든 정보력을 수집하지 못한다. 그만큼 브라질의 땅덩어리는 엄청나게 크다. 그래서 브라질 전역에 퍼져있는 모든 브라질 선수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지 못하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네이마르급의 기량을 갖추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선수들이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뛰고 있다는 소리다.

 

  그래서 브라질은 네이마르 한 명에게 온갖 호들갑을 떨지 않는다. 그가 뛰는 산토스 클럽만 보더라도 그렇다. 산토스에 네이마르 말고도 간소도 건재하게 버티고 있으며, 상파울루에는 루카스 피아존, 얼마전 코르치안스는 상파울루의 유망주 루카스를 영입했다. K리그에서 뛰고 있는 필리피뉴(제주)나 수원에 임대왔었던 베르손 또한 브라질에서 알아주는 선수들이라는 것. 이번에 콜롬비아에서 열리는 U-20 월드컵 대회에도 쿠팅요나 알렉스 산드루, 오스카 등 내놓으라 하는 신예들이 대거 출전했고, 항상 이러한 멤버로 브라질은 청소년 대회에서 항상 우승권에 근접한 힘을 갖춘다. 지방으로 가면 이러한 현상은 더욱 더 심해진다. 지방 언론은 메이저 언론에서 다루는 만큼 네이마르에 대해서 비중있게 다루지 않는다. 자기네 지역에서 뛰는 선수들 관찰하기도 바쁘니깐 말이다. 더이상 브라질 언론은 어린 선수 한 명에 대해서 설레발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어린 선수들이 쉽게 유럽으로 진출하지 않는 이유

 

(알렉산드로 파투 이후로 소위 말하는 브라질 신성들의 유럽 빅클럽발 빅사이닝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이적시장기간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소식 중 하나가 바로 "'신성'이라는 칭호를 받은 선수들이 과연 어떤 빅클럽과 계약을 할 것인가"일 것이다. 특히나 브라질은 매번 전세게적으로 이슈화되었던 유망주들은 우리가 예상하던대로 빅클럽과 파격적인 계약을 맺으며 단 번에 그 팀의 핵심 선수로 주목받는다. 호빙요가 브라질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올 때 그러했고, 알렉산드로 파투가 로쏘네리 유니폼을 입을 때만 하더라도 그러했다. 그렇기에 해외 언론들은 네이마르나 간소 등이 이번 여름에 유럽으로 진출할 것이라며 확신에 찬 예상을 내놓는다.

 

  그러나 정작 브라질 내에서는 조용하다. 옛날과 상황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축구 외적인 이유로 우선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경제정책으로 인해 브라질 경제가 살아나면서 전반적으로 먹고 살기 편해졌다. 그렇기에 경제적인 문제로 브라질의 어린 선수들이 도박을 하면서까지 유럽으로 무작정 진출하려고 하지 않는다. 단적인 예로, 이번 여름에 코르치안스의 움직임만 봐도 그러하다. 그들은 상파울루에서 루카스를 거액의 돈을 주면서 데려왔고, 맨시티의 카를로스 테베즈를 600억원이 넘는 금액으로 영입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러한 경제적인 풍요로움이 어린 선수들로 하여금 브라질 프로리그에서 뛰는 것에 대해 만족감을 느끼도록 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다른 하나는 바로 유럽진출에 대한 시각의 변화다. 네이마르만 보더라도 그렇다. 그는 당장 유럽에 진출하려고 하기 보단 소속팀인 산토스의 일원으로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과 FIFA 클럽 챔피언 우승을 우선으로 하고 있으며, 빠르면 올해가 아니라 내년에 진출하겠다고 미룰 정도니까 말이다. 네이마르 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선수들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루카스도 유럽 진출이 아닌 코르치안스에 이적한 것도 현재 브라질 리그에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유럽으로 일찍 진출했던 브라질 선수들이 유럽으로 진출하고 나서 선수생명이 급격히 짧아지고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세리에A를 정복할 것만 같았던 아드리아누가 멘탈에 문제를 일으키면서 국내로 리턴했던 것도 그랬고, 호나우딩요가 짧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사생활을 컨트롤 하지 못함으로 인해 서른이라는 나이에 다시 브라질로 리턴한 것만 봐도 그렇다(게다가 디에구마저도 지금 브라질로 리턴하느니 마느니 말까지 나오지 않은가!).

 

  이러한 현상을 보고 펠레를 필두로 한 브라질 축구계의 유명인사들은 무조건 유럽진출하는 것이 반드시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고 경고성 발언을 던지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때문에 현재 브라질 리그에서 뛰고 있는 어린 선수들은 브라질 월드컵을 발판으로 하여 유럽으로 진출해서 성공가도를 달리겠다는 분위기가 대세라고 한다. 무엇보다 브라질에서 영웅으로 추앙받으려면 월드컵 등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쳐야 한다는걸 알고 있기에 어린 선수들은 서두르지 않는다.

 

 

 

이미 브라질 내에선 주전경쟁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유럽은 눈물을 흘린다

 

  브라질은 네이마르와 간소 등을 필두로 하여, 2014년 23인 엔트리를 최종 목표로 삼고 뛰는 어린 선수들이 넘쳐난다. 그래서 어린 선수들끼리 자국 리그에서 경쟁하는 현상이 점점 더 심해지고 가열화 되고있는 반면에, 유럽으로 진출하려고 하는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유럽으로 나간다고 해서 사람이 기계가 아닌 이상, 그 환경에 적응하는 데 꽤나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국내에서 경쟁력을 기르는 방향으로 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적, 그리고 적응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브라질 내에선 분위기가 국내에서 경쟁력을 기르자는 분위기다.

 

  이러한 브라질 내에서의 현상 때문에 유럽은 브라질 선수들의 수급이 급격하게 줄어들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어느 정도 잠재력을 갖춘 선수들이 밖으로 뛰쳐나오려고 하지 않으니깐 말이다. 유럽 뿐만 아니라 K리그도 요 몇년간 브라질 출신 용병을 영입하는 데에 엄청난게 고생하고 있기에 브라질이 아닌 다른 남미 출신 선수들을 수혈하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월드컵까지는 아직 시간이 한참 남아있다. 하지만, 브라질 내에서는 이미 서바이벌 오디션 대장정의 막이 올랐다. 한 방의 로또가 아닌 실리주의를 택한 브라질의 선택. 이것이 과연 2014년 월드컵 때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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