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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리그를 폐지하려고 하는 플라티니. 왜 그러는걸까?

J_Hyun_World 2012. 5. 16. 12:36

 

 

 

('유로파 옥새' 라다멜 팔카오는 2년 연속 자신의 팀을 유로파리그 우승팀으로 올려놓았다. 10-11시즌 포르투/ 11-12시즌 AT 마드리드)

 

이번에도 드라마를 연출한 유로파리그 결승전

 

  지난 5월 10일, 사실상 스페인 팀들의 잔치로 점쳐졌던 이번 유로파리그는 예상대로 결승전에서 스페인 클럽 두 팀(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 아슬레틱 빌바오)이 격돌하였다.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경우에는 이미 아구에로-포를란을 앞세워서 유로파리그를 정복했던 경험이 있었고, 빌바오의 경우에는 클럽 역사상 처음으로 유로파리그 우승에 도전하는 중요한 시기였다. 리그를 포기하고 유로파리그 우승에 올인한 두 팀이기에 우승컵은 그들에게 있어서 중요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우승도 '먹어본 사람이 먹을 줄 안다'고, 유로파리그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2대0 완승으로 결승전이 마무리되었다. 특히나, 지난시즌 유로파리그 득점왕에 이어 이번시즌에도 유로파리그 득점왕에 오른 '유로파 옥새' 라다멜 팔카오의 원맨쇼가 돋보였다. 결승골과 추가골을 성공시키면서 빌바오의 무서운 닥공 기세를 꺾어버렸다.

 

  준우승에 그친 빌바오의 활약도 대단했었다. 오로지 바스크 출신으로 구성되어 무조건 공격축구를 구사하는 마르셀로 비엘사를 앞세워서 빌바오가 간만에 유럽대회에서 큰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나, 그들이 유로파 16강전에서 맨유를 두 번이나 꺾었던 것은 이변이자, 그들이 결코 만만한 팀이 아니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맨유를 꺾음으로써 사기가 충천한 빌바오는 이에 그치지 않고 8강전에서는 샬케04를, 4강전에서는 스포르팅 리스본을 내리 잡으면서 유로파리그를 라리가 클럽팀 잔치로 만들어버렸다. 하지만, 팔카오의 원맨쇼에 완파당한 빌바오는 모든 전력을 이 대회에 쏟아부었던 탓인지 준우승을 하면서 굉장히 서럽게 울었다(특히나 페르난도 요렌테의 눈물은 인상적이었다). 이 스페인 클럽 간의 결승전은 마치 지난 시즌 포르투갈 클럽 간의 결승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고, 두 번 연속으로 결승전에서 극적인 드라마를 만들어내며 유로파리그 또한 챔피언스리그 못지 않게 치열하고 짜릿하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

 

 

 

유로파리그 폐지설? 갑작스럽게 태도돌변한 미셸 플라티니?

 

(유로파리그를 무시하지 말라했던 미셸 플라티니, 왜 갑자기 유로파리그를 폐지하려는 움직임으로 바뀌었나?)

 

  하지만 이 유로파리그가 폐지될 것이라는 소문이 이번 유로파리그 4강전때부터 스멀스멀 기어나왔다. 이 유로파리그 폐지설의 근원은 다름 아닌 UEFA 회장이자 프랑스 축구계의 레전드인 미셸 플라티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플라타니는 기존의 UEFA컵을 유로파리그라고 새롭게 이름을 변경하여 재출범시키며, 좀 더 많은 유럽 중소리그의 클럽팀들에게 국제대회의 출전기회를 주기 위해 애썼다. 그리고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의 "징벌이다"라는 인터뷰(퍼거슨 감독은 유로파리그의 수준을 폄하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챔스탈락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했다)에 대해 플라티니는 유로파리그를 무시하지 말라고 크게 분노하면서 영국 중심의 축구관을 버리라고 독설을 날렸던 점을 보자면 그가 갑자기 유로파리그 폐지하려는 움직임은 도통 이해가 가기 힘든 부분임에는 틀림없다.

 

  올시즌만 보면 유럽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 리그 4강전에 진출했던 팀의 구성 국가를 보자면, 스페인 출신 클럽 팀이 5개팀(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아슬레틱 빌바오), 영국 출신 클럽 팀 1(첼시), 독일 출신 클럽 팀 1(바이에른 뮌헨), 그리고 포르투갈 출신 클럽 팀 1(스포르팅 리스본)로 국제대회가 거의 스페인 클럽팀의 독무대나 다름 없었다. 플라티니가 의도하고자 하는 바와 달리 국제대회는 아직까지도 빅리그 클럽팀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플라티니는 국제대회를 새롭게 조직하려고 하는 것은 이러한 빅클럽 위주로 치중된 현상 때문만은 아니다. 서포터즈와 각 국가들의 클럽 팀들을 위해 유로파리그를 폐지하고 기존의 챔피언스리그를 32개팀이 아닌 64개팀 참가로 확장시키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64개팀으로 늘리게 된다면, 영국, 스페인, 독일 같이 빅리그 팀들에게는 6장의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획득하게 되고, 약소리그로 분류되는 라트비아나 벨로루시, 슬로바키아 같은 팀들에게도 챔피언스리그 진출 기회를 부여하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과연 플라티니가 순수하게 클럽 팀과 서포터즈를 위해서 움직이는 것인지는 다소 의구심이 든다. 이러한 플라티니의 움직임은 마치 UEFA 내에서 미치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챔피언스리그 파이를 크게 키워서 여러 클럽팀들로부터 지지표를 얻으려는 행동으로 밖에 안보인다.

 

유로파리그 폐지할 경우의 득과 실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출전국의 상금과 유로파리그 출전국의 상금 차이. 유로파리그를 우승해도 챔피언스리그 참가팀보다 상금이 적다)

 

  이런 유로파리그 폐지설이 마냥 뜬금없는 소리는 아니다. 사실 유로파리그와 챔피언스리그의 격차가 너무나 큰 데다가 빅클럽 팀의 경우에는 유로파리그 참가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그리고 빅리그에서 챔스진출권 정도 전력을 구축한 팀들이 매번 최소 4위권 이내 진입에 목숨을 거는 이유도 "유로파리그는 챔피언스리그의 마이너리그이자, 하위리그다."라는 인식이 어느정도 깔려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예가 바로 토트넘의 올시즌 행보였다. 그들은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에 올인하기 위해서 이미 참가한 유로파리그에 대한 태도가 영 시큰둥했다. 그래서 유로파리그 조별리그에서 1,5군이나 2군들을 대거 출장시키면서 리그 일정에 치중했다. 그리고 유로파리그 참가팀과 챔피언스리그 참가팀에게 돌아가는 상금 갭이 엄청나다는 것도 한 몫 한다. 위의 표에서 보았듯이 유로파리그에 우승하더라도 우승팀이 받는 상금이 챔피언스리그 우승팀이 받는 상금의 1/5 밖에 안될 정도로 적기에 이러한 금전적인 혜택의 차이가 엄청나다보니 빅클럽들은 챔피언스리그 출전에 목숨을 거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에 비례하여 언론에 노출되는 빈도 수도 현저하고 중계권료 배분 또한 현저하게 차이나다 보니 유로파리그가 소외되는 이유이기도 하다(2010/11시즌 기준으로 하면 챔스 16강에 진출했던 아스날의 TV중계권료가 유로파리그 16강에 진출했던 리버풀이나 맨시티가 받은 금액의 5배다).

 

  하지만, 유로파리그를 폐지하고 챔피언스리그 파이를 확대시키는 것 또한 그리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 가장 먼저 지적할 점은 빅리그의 경우 6위 팀까지 출전기회를 부여한다면 이것이 과연 "챔피언스리그"라는 리그의 취지에 맞는 지를 고려해야 할 것이다. 챔피언스리그가 말 그대로 각 리그의 챔피언 클럽들간의 경쟁을 통해서 그 중 최고를 가리자는 것인데, 빅리그에게만 6위팀까지 진출기회를 부여하게 된다면 각 리그 내에서의 경쟁력에 차질을 빚을 것이고 굳이 리그 우승하려는 동기 부여에 상당한 문제점을 초래할 것이다. 그리고 각 리그에서 운영하고 있는 컵대회의 존립 자체도 유명무실화될 것이다. 빅리그의 경우 컵대회 우승팀에게 유로파리그 진출기회를 부여하는 데 유로파리그가 폐지된다면, 더이상 컵대회에 신경쓸 팀이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챔피언스리그의 파이를 키워서 약소리그 팀들에게 기회를 더 부여한다고 한들, 빅클럽팀들의 일방적인 주도가 나아지진 않으며 결과론적으로 약소리그 클럽 팀들은 그들의 들러리로 전락하게 되는 셈이다. 그나마 수준별로 나눠져 유로파리그가 있기에 중소리그 클럽팀들이 국제대회에서 좀 더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챔피언스리그 진출팀의 경우 치뤄야할 경기 수가 오히려 더 늘어나기 때문에 선수들의 체력부담 면에서도 상당히 영향을 주게 된다. 이럴 바에 차라리 유로파리그를 좀 더 키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직 플라타니의 개인적인 생각이기에 이것이 확정되고 추진중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현 체제에서 여러가지 한게점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조만간 UEFA에서 크나큰 변화를 줄 것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유로파리그의 한 메이저 대회를 없앤다는 것에 대해서는 한 번 생각하고, 두 번 생각하고, 수십 번 생각해야 할 문제이다. 그 메이저 대회 하나가 폐지됨으로 인해 부가적으로 일어날 파장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자본주의와 깅팀 위주로 꾸려나가는 챔피언스리그에만 치중한다는 것이 과연 그들이 추구하는 '아름다운 스포츠 정신'인지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 한다.

 

참고 : [Swiss Ramble] 챔피언스리그의 수익배분원리와 영국 클럽을 통해 바라본 4위권 유지의 중요- http://swissramble.blogspot.co.uk/search/label/Chelsea / 번역 - 알싸 첼시변호사

플라티니가 유로파 폐지, 챔피언스 리그 확대 개편을 고려 중이다 - http://www.bild.de/sport/fussball/nachgehakt/kolumne-alfred-draxler-23525676.bild.html / 번역 - 알싸 호돈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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