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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지에서 일어나는 '줄무늬 유니폼 돌풍'

J_Hyun_World 2011. 11. 1. 08:00

 

 

 

  올해도 변함없이 유럽 리그는 어느 때처럼 상당히 흥밋거리를 더해준다. 언제나 예상했던 명문팀들이 힘을 쓰고 있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변 혹은 돌풍은 같이 공존하고 있다. 그러나 재미난 사실은, 각 리그에서 일어나는 명가의 귀환, 혹은 약체팀의 반란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는 것인데, 그것은 바로 그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있다는 점이다(참고로 국내리그인 K리그 내에서도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클럽들이 대체적으로 강세였다. 예를 들어 전북이나 포항..). 올시즌 각 리그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줄무늬 유니폼' 클럽들을 한 번 조명해보고자 한다.

 

 

 

1. 명가 재건을 꿈꾸는 북동부 영주, 뉴캐슬 (프리미엄 리그)

 

(항상 '빅4'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EPL, 그 고정관념을 뉴캐슬이 깨뜨릴 것인가?)

 

  맨체스터 형제의 질주로 이미 초반부터 레이스는 어느정도 차이가 나기 시작했다. 특히나, 맨체스터 시티는 이웃집 원수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올드 트래포드에서 51년만에 6대1 대패를 안겨주면서 사실상 올시즌은 자신들이 대세라고 증명하고 있다. 맨시티는 맨유까지 잡아버림으로써 무패행진을 달리고 있는데, 맨시티만 무패행진으로 치고 나오는 것이 아니다. 뉴캐슬 또한 무패행진으로 어느새 4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맨유, 아스날을 끊임없이 견제하던 명가 뉴캐슬, 그러나 레전드이자 캡틴인 앨런 쉬어러가 은퇴한 이후, 리더의 부재로 팀은 와해되면서 제 살 깎아먹기 식으로 무너져가기 시작했다(경기 도중 팀 동료인 다이어와 보이어가 서로 치고받는 난투극까지 벌어지기도 했었다). 이렇게 고삐가 풀린 뉴캐슬은 2009년 5월, 강등의 쓴 맛을 보면서 챔피언쉽으로 떨어지면서 프리미엄리그와 잠시 작별을 고하기도 했다. 1년 뒤에 다시 EPL로 복귀했지만, 어수선한 팀 분위기는 여전했다. 챔피언쉽에서 뉴캐슬을 훌륭하게 이끌었던 크리스 휴튼이 건강상 이유로 감독직을 사퇴하고, 뉴캐슬 구단주인 마이크 애쉴리의 대책없는 행동으로 인한 툰즈 서포터즈와의 갈등 증폭, 그리고 앤디 캐롤의 이적까지.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시즌 12위로 마치면서 다음 시즌에 대한 미래가 그렇게 밝진 않았다.

 

  그리고 2011년 여름, 뉴캐슬은 올시즌 명가 재건에 힘쓰기 위하여 앨런 파듀 감독의 요청에 따라 알짜배기 선수들을 데려왔고, 그 영입을 바탕으로 뉴캐슬의 성적 또한 좋아졌다. 현재 리그 4위로, 3위인 첼시의 바로 턱밑까지 따라잡으며 뉴캐슬팬들은 예전 2000년대 초반의 그 뉴캐슬로 돌아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에 한껏 부풀어올랐다. 이 뉴캐슬 돌풍의 핵심은 뉴캐슬 중원을 담당하고 있는 티오테-카바예 라인이다. 특히나, 올시즌에 웨스트햄으로 이적한 케빈 놀란의 대체자로 영입한 요한 카바예는 차세대 프랑스 국대 주전답게 시원스런 중거리슛과 중원 장악력이 일품이다. 그리고 파트너인 티오테 역시 코트디부아르 국대 주전으로 뽑힌 만큼, 카바예의 파트너로써 발군의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 이외에도 올시즌 제대로 포텐이 터져 네덜란드 국가대표로 호출되고 있는 골키퍼 팀 크룰과 득점을 전담하고 있는 이적생 뎀바 바까지 가세하고 있는데다 뉴캐슬의 초반일정까지 천운에 가깝다. 그렇기에 박싱데이에 돌입하기 전까지 자신들의 위치를 확고히 굳힐 것이다.

 

 

 

2. 신계에 도전하는 하찮은 인간계의 반란, 레반테 (라리가)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을 따라해서일까? 레알과 바르샤와 같은 위치에서 놀고 있는 레반테)

 

  이번 시즌 라리가 판도가 한 팀의 행보에 의해서 상당히 혼잡해졌다. 평소 다른 시즌 같았더라면, 벌써부터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일찌감치 양강 체제를 형성하여 다른 18팀과의 격차를 벌려놓았을텐데, 올시즌은 의외로 한 복병이 껴있는 바람에 그러질 못하고 있다. 그러한 신의 영역에 과감하게 도전하고 있는 인간계 클럽이 있었으니, '말락티코'로 빵빵한 총알을 장전한 말라가도 아닌 가난한 구단인 레반테다.

 

  선수 평균나이 31.45세, 20개 라리가 클럽들 중에서 가장 노장팀이라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연령대다. 강등권팀인 레반테는 지난시즌 가까스로 운좋게 12위로 리그를 마감하면서 잔류에 성공한 팀이었다. 하지만, 그 잔류성공의 공헌자인 루이스 가르시아 감독이 헤타페 감독으로 새로 부임하고, 지난시즌 레반테의 골을 책임졌던 필리페 카이세도가 완전이적하자마자 로코모티브 모스크바로 곧바로 이적해버림으로써 올시즌 시작이 매우 안좋게 풀려나갔다. 게다가 20개 구단 중에서 두번째 낮은 주급을 주는 가난한 구단이었기에 스타 플레이어를 데려오기에는 한없이 벅찼다(구단 재정이 상당히 위태로운 수준이기 때문이다).

 

  불안했던 프리시즌과 달리 레반테는 리그가 개막하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전혀 상반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특히나, '갈락티코' 레알 마드리드를 홈에서 불러들여 1대0로 잡아버린 것은 유럽축구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었는데, 레반테는 자신들의 주급보다 1800배를 더 받는 레알 마드리드를 자신들 앞에 무릎을 꿇게 했으니 전세계의 큰 이슈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이것을 발판으로 레반테는 오사수나에게 패배하기 전까지 무려 7연승을 달리면서 신계에서 인간이 발란을 일으킨 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레반테가 레알 베티스처럼 곧 DTD(내려갈 팀은 내려갈 것이다)라고 보지만, 축구팬들은 레반테의 이변이 계속 이어지길 바라고 있다. 그만큼, 라리가의 불변의 공식과도 같은 이 양강체제를 약소팀이 깨뜨려주길 내심 바라고 있는 것이다. '아저씨 팀' 레반테가 과연 어디까지 보여줄 지 기대해볼만하다.

 

 

 

3. 핵심선수들이 다 떠나도 여전한 'D의 의지', 우디네세 (세리에A)

 

  드디어 그들이 왕좌로 귀환하기 시작했다. '29-2'라는 씻을 수 없는 상처를 가슴에 새긴 이탈리아의 제왕인 유벤투스가 몇년만에 세리에A 선두로 올라섰다. 선두로 올라서면서 자신들의 라이벌인 밀라노 형제(AC밀란와 인테르)와 피오렌티나를 깔끔하게 잡았다. 지난시즌에도 강팀에게는 강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때와 지금의 차이점을 찾자면, 매번 불안했던 수비라인과 중원조합이 완벽하게 퍼즐완성되었다는 점이다.

 

(산체스, 인러, 자파타가 떠나도 디나탈레의 'D'의 의지가 있기에 무서운 우디네세)

 

  하지만 유벤투스의 선두 탈환만큼 주목해야할 팀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유벤투스 바로 턱 밑까지 쫓아와서 그들을 위협하고 있는 2위인 우디네세다. 이번 여름에 상당한 보강을 한 유벤투스와 달리 우디네세는 올시즌에 핵심선수들을 대거 잃었다. 공격의 한 축을 담당하던 알렉시스 산체스는 바르셀로나로 떠나버리고, 중원의 사령관인 괴칸 인러는 챔스의 야망을 꿈꾸는 나폴리의 새로운 일원이 되었고, 빠른 발을 가진 센터백인 크리스티안 자파타는 비야레알로 이적해버렸다. 사실상 우디네세는 공수 전체적으로 큰 구멍 하나씩 뚫려버린 채 새 시즌을 맞이해야만 했고, 그 우려는 결국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전에서 드러나버렸다(결국 우디네세는 아스날에게 챔스티켓을 양도했다).

 

  그러나 우디네세에는 아직 '그'가 있었다. 만화<원피스>에서 'D'를 이어받은 자, 우디네세 주장이자 세리에A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인 안토니오 디나탈레가 아직 남아있었다. 규모가 작은 클럽이기에 매번 좋은 선수들을 빅클럽에게 내줄 수 밖에 없는 우디네세이지만, 디나탈레만큼은 절대적으로 사수하고 있다. 그만큼 그가 차지하는 비중은 단순히 한 선수 그 이상이다. 클럽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이나 디날탈레는 이번시즌에도 노년가장으로써 팀을 이끌고 있다. 세리에A 내에서 검증된 공격수답게 그는 현재 득점 선두를 달리면서 팀을 상위권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고 디나탈레를 받쳐주는 플로로 플로레스나 마우리시오 이슬라, 그리고 사미르 한다노비치 등이 있기에 우디네세는 이가 없어도 잇몸으로 씹어먹겠다는 의지로 질주하고 있다.

 

 

 

  아직 시즌이 초반이기에 나중에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 12월 크리스마스 휴일기간에 접어들 때쯤 되면 내가 '돌풍'이라고 한 이 전망 또한 완전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반대로 이 예측이 그 기간에 다가갈 때쯤 그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이 3팀은 확실히 각 나라 리그에서 냉정하게 말해서 우승권 전력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의 행보 하나하나가 확실히 주목할 만한 것은 분명하다(특히나 현재까지의 레반테나 우디네세의 행보는 리그 판도를 완전 뒤엎어버렸으니까). 이 줄무늬 유니폼 팀들의 돌풍은 올시즌 어디까지 갈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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