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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유는 바르샤의 전술을 간파했음에도 당할 수 밖에 없었다.

J_Hyun_World 2011. 5. 29. 12:18

 

 

 

 

  전세계의 축구팬들을 들썩이게 만들었던 UEFA 유럽 챔피언스리그도 오늘 새벽(한국시각)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맨유와 바르샤의 리턴 매치라는 점에서 많은 이들의 관심과 흥분을 유도했었으나, 결국에는 전문가들의 대부분 예상처럼 바르샤의 일방적인 우세로 끝나며, FC바르셀로나는 맨유를 또다시 꺾고 4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이 경기에서 물론 바르셀로나는 빛났다. 크게 논란이 될만한 부분도 없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바르셀로나는 이날을 대비하여 특별히 다른 전술을 들고 나오지 않았다. 매번 그랬듯이, 항상 자기네들의 방식 그대로 들고 나왔으며, 베스트 11도 주장인 카를로스 푸욜 대신에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센터백으로 나온 것말곤 변화도 없었다. 한마디로 맨유는 바르샤의 전술을 경기 전에 간파했음에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1. 중원싸움에서 완벽한 패배

 

  결승전에서 맨유가 들고 나온 스쿼드는 당시 리그에서 첼시를 무너뜨렸던 그 전술이었던 4-4-1-1을 그대로 들고 나왔다. 많은 이들은 여기서 박지성이 스쿼드에 포함되느냐 마느냐를 놓고 심한 설레발에 힘입어 결장드립까지 쳤던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나는 그런 걱정은 애초부터 전혀 할 필요가 없었다고 느꼈다. 왜냐하면 박지성을 선발에서 제외할 수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바로 다니엘 알베스를 완벽히 차단해줄 사람이 박지성 밖에 없었다는 점이다(나니는 수비력이 약하고, 발렌시아는 왼쪽에서 뛰면 거의 삽질 수준이기에..).

 

  박지성 관련 이야기는 일단 뒤로 미루고, 나는 이 스쿼드를 보면서 박지성의 선발출장 여부보다 과연 중원에 과연 누굴 세울 것인가가 더 궁금했었다. 퍼거슨 감독이 선택한 옵션은 바로 긱스-캐릭 라인. 이 중원라인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아, 바르샤와의 중원싸움은 그냥 개털릴 수 밖에 없겠다." 였다.

 

(긱스-캐릭 중원 라인으로는 바르샤 중원에 적극적인 압박 자체가 불가능했다)

 

  왜 그렇게 생각했느냐는 내가 앞서 프리뷰로 양 팀의 약점을 되짚으면서 맨유의 약점으로 짚은 것 중에 하나가 바로 '대런 플레처'의 출장 여부에 따라 맨유의 경기흐름의 양상이 판이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이미 써놓았다. 사실 바르셀로나를 잡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이 있다. 바르샤의 장점인 점유율과 중원싸움에 맞불을 놓아 중원싸움에서 바르셀로나를 압도하는 방법, 그리고 바르샤를 상대로 10백을 돌려 잠그는 방법, 그리고 높게 끌어올린 바르샤 수비라인을 치고 들어갈 원터치 패스 역습하는 방법. 하지만 맨유는 플레처를 서브명단에 올려둠으로써 세번째 방법을 택함과 동시에 플레처 투입시 첫번째 방법도 고려하는 측면을 택한 것이다. 이러한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둔 것은 잘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이 실패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던 것이 바로 긱스와 캐릭의 적극적인 압박과 커팅능력에서 바르샤 중원에 비해 상당히 떨어졌던 것이다. 긱스나 캐릭의 경우에는 파이터형처럼 중원 이쪽저쪽 뛰어다니면서 상대의 볼을 2선에 따내고, 적극적인 압박으로 상대를 위축시키는 타입이 아니었다. 그러한 점 때문에 아무리 초반부터 바르샤가 익숙하지 않는 측면으로 밀어넣었음에도 시간이 흐른 뒤에 다시 바르샤가 중원을 차지하게 된 점이다. 이렇게 중원에서 압박이 실패하니 자연스레 사비-이니에스타 듀오는 중원을 장학하고, 그에 맞물려 메시 또한 아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 맨유가 바르샤를 상대로 한 맞춤형 전술을 쓰든, 아니면 자기네들 스타일로 끌고 나가려고 하든 간에 결과적으로 플레처처럼 중원에서 압박을 가해주는 파이터형 미드필더 한명 정도는 필요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 바르샤를 압도했던 08/09시즌 첼시나 09/10시즌 인테르, 그리고 올시즌 5차례 엘클라시코를 치루면서 1승 2무 2패를 기록하며 바르샤와 비교적 대등한 경기를 펼쳤던 레알 마드리드를 봤을 때 전부 다 파이터형 미드필더들이 존재했기에 바르샤를 상대로 맞대응이 가능했던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플레처와 오셔의 결장은 또다시 맨유 전술의 한계점을 느끼게 해주었고, 결과적으로 중원 보강이 오는 여름 이적시장에서 보강 0순위라는 경고등을 켜게 만들었다.

 

 

 

2. 너무 수비에만 치중했던 맨유

 

(맨유는 바르샤를 상대로 너무 수비에 치중을 두다보니, 공격 전개에 있어서 상당한 불편함을 겪었다)

 

  중원싸움에서 밀린 것 다음으로 패배할 수 없었던 요인은 바로, 맨유가 너무 수비에만 치중했다는 점이다. 바르샤를 상대로 수비에 심혈을 기울여야 하는 건 맞다(웬만한 팀들은 다 이 부분을 고려했고, 무리뉴 감독조차도 레알의 초호화 스쿼드를 두고도 바르샤를 상대하기 앞서 수비측면부터 강화했으니깐). 퍼거슨 감독이 이 부분을 택한 것에 대해서는 나도 동의하는 편이었다. 다만, 문제는 너무 수비에 치중하다보니 맨유가 공격할 타이밍에 심하게 불편함을 겪었다는 것이다.

 

  맨유는 경기 시작 휘슬 울리고부터 바르샤를 중앙에서 측면으로 몰아내기 시작했다. 그래서 일부러 측면을 열어두고, 중앙에 밀집시키는 방법을 택했다. 맨유가 일부러 측면을 열어둔 것은 다 이유가 있었다. 선발로 나온 양쪽 윙어인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공격력만큼 수비력 또한 받쳐주는 밸런스형 윙어였기 때문에 측면에서도 바르샤를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그리고 그들의 뒤에서 에브라나 파비우가 커버해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전술은 되려 실패로 돌아갔다. 그 이유는 박지성과 발렌시아가 양쪽 측면에서 알베스와 아비달의 오버래핑을 예민할 정도로 바르샤 풀백들을 집중견제하다보니 공격전개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특히, 맨유의 오른쪽 측면은 수비하기에 급급한 모양새였고, 발렌시아는 이날 경기에서 우리가 알던 그 발렌시아가 맞나 싶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바르샤의 빠른 돌파에 따라가기에 급급했고, 그렇게 그들의 뒤만 따라다니다 보니 맨유가 공격할 때에는 전방으로 치고 나가야할 발렌시아가 후방에 머무는 모습을 보이게 된 것이다. 게다가 파비우가 이날따라 거의 수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기에(파비우가 오버래핑을 많이 하지 않은 것은 아무래도 퍼거슨 감독의 지시가 있었을거라 생각됨) 바르샤는 되려 맨유의 오른쪽 측면을 집중 공략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파비우 대신 나니가 교체로 투입되면서 오히려 맨유의 오른쪽 측면이 살아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발렌시아가 아니라 나니가 선발로 나왔어야했던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나니가 오른쪽 측면에서 바르샤를 이리저리 휘젓기 시작했다(바르샤 수비가 나니쪽으로 몰리는 현상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나니가 뭔가 임팩트를 주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파비우가 오늘처럼 좋은 수비력을 보여줬기에 아예 수비력 좋은 발렌시아 대신에 공격적인 나니를 선발출장시켜 최전방에 고립된 치차리토나 루니를 보좌할 수 있었을텐데... 그 점에 있어서 매우 아쉽게 느껴진다. 왼쪽은 그나마 박지성과 에브라가 스위칭하면서 번갈아 공격가담을 했던 것에 비해 오른쪽이 너무나 밀렸다.

 

 

 

3. 맨유가 다음시즌에도 선전하려면...

 

  결국 이 두 가지의 큰 원인이 맨유가 알고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경기내용이 그렇다보니 새벽에 밤새면서 맨유의 선전을 기원했던 사람들도 맨유의 패배에 대해 크게 놀라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특히나, 바르셀로나는 맨날 자기네들이 하던 것처럼 나왔으니 맨유만 답답할 노릇이었다(경기도중 선수들을 향해 화를 내다가 결국에는 체념한 퍼거슨 감독의 표정이 카메라에 잡힐 때는... 어떤 심정인지 느꼈다).

 

  일단, 맨유는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 무조건!! 중앙 미드필더 영입 수혈에 올인해야한다고 느껴진다. 위에서 언급했듯이 맨유의 중원 장악은 그동안 수차례 문제가 제기되었지만, 퍼거슨 감독은 그러한 문제점을 최소화시키고 윙어들에게 수비력을 요구하면서 커버하는 데 성공했지만, 바르셀로나 같이 중원에 강한 팀을 상대로 한다면 맨유의 4-4-2가 먹히지 않는다는걸 실감케 했다. 긱스와 스콜스는 이미 황혼기에 접어들어 그들에게 의존하기에는 무리고, 하그리브스는 잔부상으로 맨유에게 있어 짐짝이며, 깁슨은 이미 신뢰성을 잃어버려 다음시즌 방출대상 0순위에 언급될 정도이기에 무조건 데려와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끊임없이 링크되고 있는 베슬레이 스네이더(인테르)는 물론이겠거니와 요즘 떠오르고 있는 홀딩 미드필더인 에티엔 카푸에(툴루즈)나 미친 활동량을 자랑하는 스티븐 데푸르(스탕다르), 잉글랜드의 슈퍼유망주 잭 로드웰(에버튼) 같은 선수들이 맨유 중원에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적되는 것은 바로 윙어. 현재 맨유에서 확실히 즉시전력감으로 돌릴 수 있는 선수는 박지성과 나니, 발렌시아 세명 뿐이다. 하지만, 나니만이 유일한 공격한 윙어다. 오늘같이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나니처럼 크랙 역할을 해줄 선수가 필요한데, 그러한 선수들이 맨유에 부족하다보니 경기흐름을 쉽게 뒤집을 수가 없는 것이다. 다음시즌에 클레버리와 웰백이 복귀한다는 점은 크게 반가울 일이나, 이 선수들을 윙어로만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클레버리는 측면 중앙 다 소화가 가능한 멀티플레이어 기질이 있고, 웰백도 윙어가 가능하지만 본디 포워드로 세울 때 강한 면모를 보인다). 그렇기에 이왕이면 나니처럼 공격형 윙어가 하나 더 필요하다는 점이다. 요즘 링크되고 있는 가레스 베일(토트넘)같은 스타일이 맨유에게 필요한 것이다.

 

  맨유가 바르샤에게 당하는 것은 두 번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니깐 세번째에도 당하는 모습을 보긴 싫다. 이 경기에서 맨유는 어디가 빈약하고 부족한 지를 확연히 보여줬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에서는 레알 마드리드나 유벤투스처럼 폭풍영입하여 부족한 부분을 많이 메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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