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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진화하기 시작한 첼시와 토트넘

J_Hyun_World 2011. 9. 27. 08:30

 

 

 

  이제 더이상 영국 프리미엄리그에서 '빅4'라는 타이틀을 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매 라운드마다 이변이 속출하는 한 경기가 등장하게 되고, 그 경기로 의해서 소위 강팀이라 불리는 팀들이 한 번씩 브레이크가 걸려서 일시정지모드가 되기도 한다. 이번 라운드에선 맨유가 '피지컬로 승부하는' 스토크 시티에게 발목이 잡혔고, 지난 라운드에선 맨시티가 풀햄한테 발목이 잡혔고, 아스날은 블랙번에게 굴욕을 당했다. 또한, 리버풀은 토트넘에게 지난시즌에 이어 또다시 완패를 당하면서 이변에 이변을 낳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시즌에서 가장 돋보이는 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고, 그 뒤를 쫓아 지역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가 떠오르면서 맨체스터 클럽들의 위용을 한껏 과시하고 있다(심지어는 이번 리그 우승팀은 이 두 팀 중 한 팀이 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번 시즌이 이 맨체스터 클럽이 독주하는 시즌은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지금 당장 이 두 팀을 능가할 만큼의 포스는 아니지만, 충분히 이 두 팀이 우걱우걱 리그를 씹어먹게 내버려두지 않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건 확실하다. 바로, 첼시와 토트넘이다. 이 두 팀도 초반부터 벌써 한 단계 진화하고 있는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마하의 속도'에 빠져버린 첼시, 그들이 빨라지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어린 축에 속하는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이 과연 첼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큰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그가 첼시를 맡기에는 첼시의 핵심선수들과 나이차가 얼마 나지 않아(심지어 비야스-보아스보다 나이 많은 이도 있다.. 힐라리오...), 과연 그들을 잘 통제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적은 나이차가 선수와 스태프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더 활발해지는 것 같고, 오히려 첼시가 더 화끈해지고 끈끈한 팀으로 변모하는 것 같다(무리뉴 감독 시절과 비슷하면서도 약간 차이가 나는..).

 

(첼시의 '빠른 축구'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은 스페인 특급 윙어, 후안 마타)

 

  그동안 첼시의 스타일을 크게 보자면, 중원싸움에서 상대를 피지컬과 타이트한 압박으로 밀어부쳐서 먼저 중앙고지를 점령한 이후에, 천천히 톱니바퀴처럼 최전방까지 볼이 배급되면서 득점을 하는 방식이었다. 이러한 스타일은 무리뉴가 만들어내긴 했지만, 비야스-보아스가 상당한 도움을 준 것으로 유명하다. 무리뉴가 씨앗을 심어놓은 이후로 그랜트, 스콜라리, 히딩크, 안첼로티까지 무리뉴가 뿌린 씨앗을 그대로 가꾸어 수확하며 약간씩 변형·개조하여 전술을 운용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스타일을 고수하기에는 첼시의 선수층이 점점 노쇠화를 겪고 있었고, 90분내내 피지컬과 점유율을 유지하기엔 체력이 부족했다.

 

  그러한 첼시의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 비야스-보아스는 과감하게 메스를 들었다. 이 전술을 완성시켰던 멤버 중 한 명이었고, 포르투에서 그동안 공격적이고 빠른 템포의 4-3-3을 구축했던 비야스-보아스였기에, 그는 세대교체 겸 스타일의 변화로 첼시를 좀 더 과감하고 공격적인 팀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그 중심에 서있던 선수가 바로 발렌시아에서 데려온 '믿고 쓰는 레알산'인 후안 마타였다. 현재 마타는 바르샤의 메시의 역할처럼 '첼시의 메디아푼테' 와 윙포워드를 넘나들면서 비야스-보아스의 황태자로 군림하였다. 작은 키라는 단점을 빠른 스피드와 유연한 드리블, 그리고 경기를 읽는 판단력과 창조성, 그리고 정교하고 날카로운 왼발 킥력으로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을 정도다. 요시 베나윤을 임대보내고 그에게 10번을 부여한 의미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마타의 합류는 첼시에게 있어 여러모로 전술의 옵션을 가져다주고 있다. 마타를 윙포워드로 배치하여 상대의 측면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방법, 혹은 마타를 공격형 미드필더 내지 섀도 스트라이커로 배치하여 2선 침투 및 경기를 직접 풀어나가면는 방법, 그에 맞춰 다른 포지션에 다양한 선수들을 배치하여 다양하게 전술을 운영할 수 있는 방법. 또한 마타가 이리저리 휘저으면서 말루다의 슈퍼서브모드까지 빛을 보고 있으니 마타의 영입은 분명 첼시에게 있어 환상의 영입이 되었다.

 

(후안 마타의 합류는 페르난도 토레스를 춤추게 한다)

 

  단순히 마타를 중심으로 하는 빠른 템포가 마타 하나로만 그치지 않고, 팀 전체에 빠른 템포로 바뀌기 시작했다. 마타의 합류로 인해 가장 빛을 보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페르난도 토레스. 그동안 토레스는 첼시의 느린 템포에 영 적응하지 못하면서 지난시즌 1골에 그쳐 900억원짜리 먹튀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사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토레스는 드록바와 달리 직접 몰고 올라가거나 전형적인 타겟형은 아니라, 자신의 순간속도로 상대 수비의 좁은 틈을 파고 드는 유형이었다.

 

  그러한 토레스의 유형을 빨리 간파한 비야스-보아스는 토레스를 적극적으로 부활시키기 위해 토레스를 보좌할 윙포워드로 마타-스터리지를 배치하면서 토레스가 좋아하는 빠른 템포의 축구로 변신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토레스 또한 이전과 달리 많은 활동량으로 경기장 전체를 누비면서 팀 동료들이 좋은 위치를 잡을 수 있게 헌신적인 플레이도 많이 보여주고 있다. 최근에 무한도전과 동급인 예능감이 너무 부각되어서 그렇지, 3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를 올리고 있는 등 리버풀 시절의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하울 메이렐레스의 합류로 인해 중원의 활동량은 전보다 더 많아졌다. 메이렐레스는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 미드필더 등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선수인데, 첼시에 합류하고 나서는 팀의 빠른 템포를 돕기 위해 비교적 뒤로 빠지면서 하미레즈와 함께 왕성한 활동량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다(덕분에 하미레즈가 올시즌에 빛나고 있다). 그리고 때로는 빠른 수비가담으로 테리-이바노비치 듀오의 수비부담까지 덜어내주고 있으니, 공수양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팔방미인이 되겠다. 이러한 요소들 때문에 첼시는 '마하'의 속도에 빠져들어, 맨유 못지 않게 빨라지고 있다.

 

 

 

로테이션의 참 맛을 알아버린 레드납 감독, 진정 무서워지고 있는 토트넘

 

  지난 시즌 토트넘이 후반기에 확 미끄러져 맨시티, 아스날에게 챔피언스리그 티켓을 내주게 된 것은 지나친 주전 혹사와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것, 그리고 쓸데없이 잉여자원이 많다는 점이었고, 나는 매번 토트넘의 고질병으로 이 문제를 지적해오면서 레드납이 하루 빨리 변해야만 토트넘이 살아날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는 생각보다 빨리 찾아왔다.

 

('로테이션은 이런 맛으로 하는거구만?' 드디어 로테이션의 참 맛을 보고 있는 레드납 감독)

 

  사실 이번시즌 토트넘의 출발은 그리 좋지 못했다. 런던 폭동으로 인하여 에버튼과의 개막전은 취소가 되었고, 뒤이어 가졌던 맨체스터 두 클럽과의 경기에서 토트넘은 너무 일방적으로 두들겨맞으면서 무너져버렸다. 그러나 이 충격요법은 해리 레드납 감독을 비롯하여 토트넘 선수단 전체를 자극하여 재정비하는 데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승부욕이 발동한 레드납 감독은 기존에 잉여자원으로 분류되었던 제나스, 팔라시오스, 허튼 등을 대거 팔아버리거나 임대보내면서 쓸데없이 부풀어져 있던 스쿼드를 압축시켰고, 아데바요르와 스콧 파커를 데려옴으로써 내실을 다졌다.

 

  여기서 레드납 감독은 또 한 번 변화를 하게 되는데, 바로 로테이션 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지난 시즌 뼈져리게 로테이션 체제의 중요성을 경험했고, 맨유의 활발한 로테이션 운영에 자극받았는지, 레드납 감독은 다음시즌 쳄스티켓을 따기 위해 과감하게 리그에 올인하는 방법을 택했고, 이 과정에서 로테이션에 대하여 습득해나가기 시작했다.

 

  리그에 올인하기로 했기 떄문에 자연스레 레드납 감독은 국제대회인 유로파리그에 과감하게 유망주들로 대거포진하여 출전시키는 모험수를 두었다. 사실 일찍 탈락해야 주전들 체력부담도 덜할 것이고, 토트넘이 유로파에 만족할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러나 결과는 어린 유망주만으로도 무승부를 기록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그렇게 주전들은 체력을 충분히 비축한 덕분에 바로 다음 경기인 리버풀전에서 모드리치와 아데바요르, 그리고 데포의 활약 등으로 4대0 대승을 연출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경기만 놓고 보았을 때, 토트넘은 충분히 다음시즌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할만한 자격을 갖춘 팀이었다. 마치 리버풀이 작년에 탈탈 털리던 인테르를 연상케 하였다.

 

(로테이션 효과로 인해 토트넘 주축들은 가벼운 몸놀림으로 자신들의 기량을 맘껏 보여주었다)

 

  이러한 로테이션은 칼링컵에서도 이어졌고 다음 위건 원정에서도 이어졌는데, 그 로테이션의 대표적인 변화가 바로 중앙 미드필더 라인의 구축이었다. 리버풀전에는 파커-모드리치가 짝을 이루었다면, 칼링컵 스토크시티전에서는 산드로-리버모어, 그리고 위건 원정에서는 모드리치-산드로가 짝을 이루면서 충분히 자기 역할을 해냈다. 또한 지난시즌에 철저하게 외면받았던 니코 크란차르나 지오반니 도스 산토스에게도 점점 기회가 옴으로써 베일-레넌에만 의존했던 측면에 많은 전술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점은 토트넘 입장에선 상당히 고무적이다. 또한 아데바요르의 합류로 공격진의 구성 또한 한결 여유로워졌으니, 토트넘은 거칠 게 없었다.

 

  그리고 이렇게 로테이션이 습관화 된다면, 토트넘도 맨유나 맨시티 못지 않은 잠재된 파괴력을 120%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맨유나 맨시티이 강했던 것도 로테이션 체제에서 비롯된 것인데, 이것을 적절하게 활용할 줄 알기만 한다면야 토트넘도 챔스티켓 진출이 아닌 리그 우승에 도전한다해도 결코 허망된 욕심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빅4'라는 개념이 형성된 이후로부터 항상 '빅4'의 구도는 런던팀vs비런던팀 구도로 이어져왔다. 물론, 그 구도는 이번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단, 첼시와 토트넘이 앞으로도 계속 진화한다는 전체 하에). 이번시즌은 맨체스터 클럽에게만 지나치게 관심가져서는 안될 것이다. 런던클럽들의 저력은 무시못하기 때문이다. 내 예측으로는 아마 이번시즌이 끝나고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은 아마 맨유, 맨시티, 첼시, 그리고 토트넘, 이 4팀이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리그의 주도권을 다시 런던쪽으로 되찾아 올 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두 팀이 잔여경기동안 얼마나 진화할 지에 따라 달려있다. 과연 이 두 팀은 최종진화형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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