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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에도 벚꽃이 피는 봄날이 올 것인가?

J_Hyun_World 2011. 9. 1. 07:30

 

 

 

북런던의 소름이 돋는 '추운 여름'

 

  가수 캔의 "내생애 봄날은"이라는 노래(보통 "내 생애 봄날은 간다"라고 제목을 착각하는 이가 더러 많다. 본인도 착각했음.)에 가사가 참 마음에 와닿는다. 삶이 힘들어도 작은 사랑이 있어 행복했지만, 헤어지는 순간 봄날이 가버렸다는 그 애절함. 요즘 북런던을 보자면, 이러한 상황이 아닌가 싶다.

 

  EPL 출범 이후, 맨유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EPL의 한축을 담당했던 북런던의 대포군단 아스날과 마틴 욜 감독 부임 이후 해가 지남에 따라 서서히 숨겨진 발톱을 드러내고 있는 아스날의 철천지원수인 토트넘. EPL에서 이 두 팀을 빼놓고 이야기 할 순 없다. 그리고 근 10년간 두 팀이 보여줬던 모습은 적잖게 차지했다. 아스날의 맨유 견제와 토트넘의 출사표는 EPL에 보다 많은 시나리오를 만들어냈었다.

 

  하지만, 이러한 북런던에 연고를 두고 있는 두 팀은 이번 시즌 초반부터 여태껏 경험해보지 못한 최악의 사태를 경험하고 있다. 두 팀은 명성에 걸맞지 않게 개막전부터 최악의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하며, 지난 주말에는 우연찮게 맨체스터 두 팀(맨유와 맨시티)을 상대로 아주 골이 날 정도로 두들겨 맞았다. 총 점수 합산하여 "맨체스터 13 : 3 북런던"으로 "동네북런던"이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쓸 정도로 그들은 처참하게 짓밟히며 짓겨져버렸다. 그들답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맨체스터 두 팀과 북런던 두 팀은 시즌 초반부터 많은 비교를 당하고 있었고, 지난 주말에 붙었던 <맨유vs아스날>, <토트넘vs맨시티> 이 두경기는 EPL이 자랑하는 최고의 더비경기급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북런던이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무너졌다.

 

  아스날의 경우에는 올시즌 출발부터 영 찝찝했었다. 개막전부터 맨유전까지 내리 3경기 연속 퇴장이라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긴데다(제르비뉴와 알렉스 송은 이거 땜에 3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았다), 아스날 전력의 절반이라해도 무방한 파브레가스와 나스리를 잃어버렸다. 그래도 뉴캐슬과 리버풀전은 어떻게든 버텨냈지만, 맨유 원정에서 처참하게 짓밟혔다. 명색에 라이벌이 무색할 정도로 아스날은 철저히 맨유에게 유린당했고, 8대2 라는 영원히 맨유팬들에게 놀림당할만한 결과를 만들어냈다. 이 경기결과의 충격으로 아르센 벵거 감독은 경기 끝나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으며, 아스날은 이 대패에 대한 책임으로 홈경기 공짜 입장을 선포했다.

 

  토트넘도 아스날 못지 않게 시작이 찝찝했다. 프리시즌동안 첼시가 계속 모드리치를 물고 늘어진데다가 런던 폭동으로 인해 에버튼과의 개막경기가 취소되는 사태까지 이르렀다. 그래서 사실상 맨유원정이 개막경기나 다름없는데(또 맨유여 ㅎㄷㄷ), 토트넘은 아스날보다 먼저 맨유에게 완패를 당하며 26년 연속 OT 무승징크스를 이어갔고, 다음 맨시티와의 홈경기에서 오버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이적료 값 이상을 해내고 있는 제코와 데뷔경기에서 날라다닌 나스리, 그리고 아게로-실바에게 폭격당하면서 5대1 대패를 당했다. 아스날이 8대2로 되지 않았다면, 토트넘이 엄청난 조롱거리가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북런던이 왜 처참한 패배를 기록했던 것인가?'

 

  아스날과 토트넘이 동반 부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은 각 구단마다 저마다의 다른 사정이 있다고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내가 보기에는 두 팀 다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첫번째가 바로 다른 라이벌 팀들에게 비해 지나치게 낮은 주급상한제, 두번째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점이다.

 

 

1) 지나치게 낮은 주급상한제

 

  이 두 팀의 주급상한제는 예전부터 줄곧 문제가 되어왔던 부분이며, 이 두 팀이 성장하는 데에 있어 매번 자신들의 발목을 잡아왔던 족쇄와 같은 존재였다.

 

 

(아르센 벵거는 주급상한제라는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면서 상당히 골치를 썩고 있다)

 

  아스날의 경우에는 일전에도 내가 포스팅했듯이 그들의 주급상한 금액이 10만 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억 8천만원)으로 구단주가 새로 바뀌었고, 구장 짓느라 이적료를 그동안 저축했음에도 슈퍼퀄리티를 그동안 데려오지 못했던 것이 바로 이 주급 때문이었다. 물론 지나치게 많은 금액을 사용하는 것이 문제가 되겠지만, 팀의 핵심으로 간주되는 반페르시나 베르마엘렌의 주급만 보더라도 겨우 1억을 넘기는 수준이다. 벵거감독이 최근에 구단 프론트와 면담을 요청한 것도 이 주급 문제인데, 프론트는 전혀 새겨들을 생각을 안하고 이적자금만 늘려주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리 이적자금이 많다 하더라도 슈퍼퀄리티를 만족할만한 주급을 제시못한다면 아무리 구단과 합의해도 선수가 거절해버리면 말짱도루묵이 되어버리는 현실이다.

 

  토트넘은 아스날보다도 더 심각하다. 현재 토트넘의 최고 연봉자는 주급 7만파운드(우리나라 돈으로 대략 1억 2천만원)를 받고 있는 반더바르트고, 그의 주급을 중심으로 주급상한제가 맞춰져있다. 반더바르트나 모드리치를 비교적 싼 주급(그들이 보여주는 활약에 비한다면 주급이 싼 편인건 사실)으로 데려온건 대단했으나, 그렇게 영입하는 데에 있어서 한계점이 있다. 그들이 매번 이적시장에서 폭풍거절당했던 것도 그들의 낮은 주급상한제가 한 몫했었다. 그래서 옥의 티인 공격진을 쉽게 갈아엎지 못하는 것도 토트넘의 주급에 맞춰서 자신의 주급을 깎고 들어올만한 정상급 스트라이커가 여태껏 없었다는 것이다.

 

 

2) 점점 더 벌어지는 주전과 비주전의 격차

 

  주전과 비주전의 점점 더 벌어지는 격차 또한 이 두 팀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점이다. 토트넘의 경우에는 레드납 감독의 지나친 베스트 11 고집이 가장 큰 화근이었다. 스티븐 피에나르나 니코 크란차르 같은 미드필더에 다양한 공격패턴을 부여할 수 있는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그들을 선발로 기용할 생각이 없는 듯 하다. 매번 베일-반더바르트-모드리치-레넌만 고집했고, 그 결과 그들이 부상으로 동반결장했을 때 벤치에 있는 그 어떤 누구도 그들을 대체할 수 없었다. 맨유원정경기에서 단순히 루카 모드리치 한 명 빠졌다고 해서 우르르 무너지는 토트넘 중원만 보더라도 불보듯 뻔했다. 그리고 맨시티전에서 큰 삽질을 범했던 카불만 보더라도 그는 갈라스나 킹을 전혀 대체할 수 없었다. 그에 비해 맨시티는 누구 하나 빠진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 바로 집어넣어 공백을 못느낄 자원들이 넘쳐난다는 게 대조적이다. 맨시티전에서 크란차르와 반더바르트가 부상당한 마당에 과연 대체할만한 자원이 있을까?

 

(모드리치 한 명 결장했다고 무너졌던 토트넘, 반더바르트 없이 과연 다음 경기를 치룰 수 있을까?)

 

  아스날도 토트넘의 문제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물론 더 나은 점이라면 벵거 감독이 레드납 감독에 비해 좀 더 융통성 있고, 로테이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아스날은 지나친 베스트11 고집이라기 보단 핵심선수들과 달리 벤치에 앉아있는 선수들이 꼬꼬마들 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기량차이가 확연히 차이날 수 밖에 없다. 세스크와 나스리가 나간 이후에 그 자리에 들어갔던 아론 램지만 보더라도 최소 그렇게 느껴졌다. 그리고 그들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나왔던 아스날 선수들도 대부분 어린 선수들이 대부분이었으니, 제아무리 최전방에서 반페르시나 월콧이 뛰어다닌다한들 경험부족인 어린 선수들이 어떻게 그들의 보폭에 맞춰서 움직일 수 있었겠는가? 맨유에게 굴욕대패를 당했던 것도 아스날의 수비진이 너무나도 어렸고 경험이 부족했으며, 1군과의 격차가 너무나도 커버렸던게 문제였다.

 

 

 

막판에 접어든 여름이적시장, 북런던 두 팀에게 꽃피는 봄날을 선사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두 팀에게 캔의 노래처럼 더이상의 미래는 없다고 단정짓기 이르다. 아직 여름이적시장이 닫힌 건 아니다. 그리고 영국의 이적시장은 다른 나라에 비해 하루 더 연장된다는 점이다. 충분히 반전카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활시위를 당긴 것은 아스날이었다. 역시 라이벌팀인 맨유에게 8대2 패배를 당했던 충격이 컸던 것일까? 아스날은 이적시장막판에 갑자기 이적시장 태풍의 중심으로 우뚝섰다. 아스날에  반페르시 말고 스코어러가 없는 빈약한 공격진에 AS모나코의 청년 가장이었던 박주영을 170~180억원(옵션 포함)에 영입했다. 샤막, 벤트너 등이 득점력이 저조하여 칼이 무뎌졌던 아스날에게 있어서 새로운 무기인 셈이다(박주영 활약이 좋으면, 샤막을 대신 입대시키는 걸로 퉁칩시다. 응?).

 

  아스날은 이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가장 허약한 부분인 수비진 보강에 전면적으로 나섰고, 현재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부동의 왼쪽 풀백이자 호베르투 카를로스의 재림이라 불리우는 안드레 산토스를 페네르바체에서 데려오면서 경험부족과 구멍이었던 왼쪽 풀백문제를 단숨에 해결해버렸다. 또한 오랫동안 노려왔던 베르더 브레멘과 독일국가대표팀의 주전 센터백인 페르 메르테사커까지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마지막 퍼즐인 패싱이 좋은 미드필더만 데려오게 된다면 아스날은 충분히 예전의 아스날로 돌아갈 수 있다.

 

 

  토트넘도 이적시장 막판에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양은 많았지만, 잉여자원이 많기로 소문난 토트넘은 잉여자원들을 하나둘씩 처리하기 시작했다. 래드납 감독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로비 킨은 이미 LA갤럭시로 떠나버린 지 오래고, 계륵으로 분류된 윌슨 팔라시오스는 스토크행에 거의 확정된 분위기며, 저메인 제나스도 아스톤 빌라로 막판에 이적할 분위기다.

 

(루카 모드리치의 파트너로 스콧 파커의 영입은 정말 최고의 영입으로 손꼽힌다고 감히 단언한다)

 

  그리고 잉여자원을 차례차례 내주면서 토트넘은 맨시티로부터 엠마누엘 아데바요르를 임대영입하는데 성공하면서 2% 모자란 공격진의 퀄리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또한 라스 디아라를 영입 실패하면서 그들은 발빠르게 웨스트햄의 핵심인 스콧 파커를 영입하면서 루카 모드리치의 최적의 파트너를 화이트 하트 레인에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게다가 첼시의 거액의 오퍼에도 모드리치를 내주지 않겠다고 레비 단장까지 직접 나서서 성명발표를 했으니 토트넘도 이번시즌에 다시 빅4로 복귀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또한 토트넘은 아스날이 메르테사커로 선회하면서 포기해버린 개리 케이힐을 데려오기 위해 막판 빈집털이를 감행하며 "카불을 줄테니 케이힐을 주세요."라는 사기극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만약 모드리치를 끝까지 지키면서 케이힐을 데려와 부상병동인 도슨 파트너 자리를 메꾼다면 토트넘도 다시 빅4에 도전할 만한 전력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감독만 바꾸면 좋으련만...응?).

 

 

  확실히 이번 여름이적시장 막판이 북런던 두 팀에게 아직 포기하지 말라는 한줄기의 희망을 주고 있으며, 두 팀은 이 빛줄기를 통하여 기사회생할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이번 시즌 EPL의 빅4의 이미 세 자리는 맨유와 맨시티, 그리고 첼시가 차지한 것으로 본 채, 나머지 한 자리를 두고 아스날과 토트넘, 그리고 리버풀이 경쟁하는 구도로 전망하고 있다. 그렇기에 북런던  라이벌 두 팀은 내년 챔스티켓을 두고 치열한 북런던 혈전을 펼치지도 모른다. 하지만, 의외로 이 두 팀이 맨유나 맨시티, 첼시를 끌어내리고 당당하게 빅4의 두 자리를 차지할 확률도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다. 이 두 팀이 얼만큼 보강하느냐에 따라 우승경쟁구도가 더 재밌게 흘러갈 수 있고, 아니면 뻔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최대의 변수는 바로 이 두 팀이 쥐고 있다. 자, 북런던 두 팀은 이번시즌을 계기로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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