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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런던이 사랑하는 왼발잡이 83년생 네덜란드인들

J_Hyun_World 2011. 11. 13. 10:46

 

 

 

 

(데니스 베르캄프 이후, 북런던이 가장 사랑하는 네덜란드인 로빈 반페르시와 라파엘 반더바르트)

 

북런던이 사랑하는 네덜란드인, 로빈 반페르시. 그리고 라파엘 반더바르트

 

  지금으로부터 한달 전인 10월 2일, 북런던에 소재한 화이트 하트 레인으로 넘어간다. 그당시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는 북런던 더비인 토트넘과 아스날의 빅매치가 잡혀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이날 경기에 가장 주목을 끌었던 관전 포인트 중 하나가 바로 북런던 두 클럽이 사랑하는 네덜란드인이자 에이스인 라파엘 반더바르트와 로빈 반페르시의 맞대결이었다. 참 재미난 것이 있다면, 반더바르트와 반페르시는 공교롭게도 현재 둘 다 네덜란드 국가대표 주전으로써 활약하고 있고, 주로 사용하는 발이 왼발, 그리고 둘 다 83년생 동갑내기에 아들바보, 또한 축구계에서 알아주는 절친이라는 것이다(당시 반더바르트가 레알을 떠날 당시, 반페르시가 아스날 구단에게 반더바르트 영입을 강력하게 주장했을 정도로 두 사람 사이는 매우 돈독하다).

 

  두 사람이 함께 선발 출장하면서 맞붙었던 지난 북런던 더비의 기록을 보자면 1승 1무로 토트넘이 우세했으며, 두 번의 경기에서 반더바르트는 아스날 킬러로 강림하면서 3골 2도움을 기록하였고, 반페르시는 1골을 기록했다. 10월 2일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웃은 건 결국 반더바르트였다. 그는 아스날킬러라는 명성답게 아데바요르의 크로스를 어깨로 트래핑한 뒤에 곧바로 왼발로 아스날 골망을 흔들면서 토트넘 승리에 크게 견인하였다. 반면에 반페르시는 주장으로써 끊임없이 토트넘의 수비진을 괴롭히면서 고군분투하였지만, 그 날 경기에서는 골을 기록하지 못하였다.

 

  그렇다고 그 한경기만 놓고 반페르시가 반더바르트보다 못하다고 판단하지 말길 바란다. 현재 프리미엄 리그 득점왕(2011년 11월 13일 기준)이 반페르시(11경기 11골 3도움)이며, 캡틴을 넘어서 현재 아스날에서 거의 종교에 가까울 정도로 아스날의 상위권 귀환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반더바르트도 토트넘에게 있어서 모드리치, 베일 등과 함께 구단의 대명사로 자리잡았고 현재 6골 2도움으로 지난시즌에 이어 팀내 득접 1위를 달리고 있다. '믿고쓰는 네덜란드산'이 어떤 것인지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두 사람이다. 또한 이 두 사람이 함께 오랑예군단으로 뛸 떄에 네덜란드의 화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전술적인 활용도에 있어서 반페르시와 반더바르트는 자신들의 주 포지션 이외에 여러 위치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반마르바이크 감독에게 있어 반페르시와 반더바르트는 주요자원으로 분류되어있다.

 

 

 

아스날의 '캡틴'을 넘어서 '새로운 신흥종교'가 되어버린 로빈 반페르시(11경기 11골 3도움)

 

(아스날의 신흥종교 "Vantastic" 교주 반페르시와 그의 열렬한 광신도들)

 

  나는 일전에 아스날에서 반페르시의 역할이 앞으로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던 적이 있다(http://j.mp/vxlvjR  참조). 전 주장이었던 세스크 파브레가스로부터 주장완장을 건네 받았기에 그는 위기에 쳐해있는 아스날의 캡틴으로써 선원들을 이끌고 나가야만 하는 처지이고, 팀원들을 다독여 앞으로 나아가야만 했다(단순히 골만 넣는 골게터가 아니라는 의미다). 아스날이 맨유에게 8대2 대패를 당하면서 아스날의 팀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침울하고 가라앉은 상황에서도 주장인 반페르시는 끝까지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어린 선수들을 다독였으며, 아르센 벵거 감독이 난처한 입장에 있을 떄에도 그는 묵묵히 그를 지지하는 버팀목이 되어주었다(아스날이 하위권으로 추락할 떄에도 반페르시는 아스날이 다시 위로 올라갈 것이라며 팀 분위기를 유지시키는 데 꽤나 힘을 썼다).

 

  반페르시의 흔들림없는 팀에 대한 믿음은 6라운드 볼튼전에서부터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청용이 빠져 삐걱대고 있는 볼튼(3대0 승)을 상대로 2골을 꽂아넣는 것을 시작으로 하여, 토트넘전 다음인 선더랜드전(2대1 승)에서 2골, 요즘 잘나가고 있다는 스토크시티(3대1 승)를 상대로도 2골을 뽑아내질 않나, 게다가 이 언급된 3경기에서 반페르시는 모두 결승골을 만들어내면서 어미새처럼 아스날에게 승점 3점을 물어다주며 아스날에게 한줄기의 빛을 안겨다주었다. 그리고 대망의 첼시와의 런던 더비, 여기서 반페르시는 첼시를 상대로 하여 해트트릭을 기록하면서 아스날에게 5대3 대역전극을 선사하면서 "Vantastic"으로 군림하며, 아스날에 새로운 신흥종교로 급부상하였다. 그 다음 라운드인 웨스트브롬위치(3대0 승)와의 경기에서도 반페르시는 1골 2도움을 기록하면서 아스날 승리에 또 한 번 큰 공헌을 했다.

 

  어찌보면 반페르시의 맹활약이 국내팬들에게 있어서는 다소 불안감을 안겨줄 수도 있다. 원톱을 선호하는 벵거 감독이기에 이러한 반페르시의 활약이 지속된다면, 포지션 경쟁자인 박주영의 입지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빈 반페르시"라는 벽은 박주영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높은 벽이라는 건 어쩔 수 없다. 매 경기에 어떻게 해서든 승점3점을 획득하여 선두권들과 격차를 줄여야 하는 것이 아스날의 입장이기에 매경기마다 벵거는 최고의 카드인 반페르시 카드를 무조건 선발로 내세울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현재 반페르시는 2011년에만 28경기 출장하여 29골을 기록하고 있을 만큼 그의 역대 커리어 중에 최고 정점을 찍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게다가 지난시즌 부상에서 돌아온 이후로 단 한 차례 잔부상조차 당하지 않았을 정도로 그의 몸상태 또한 최절정이다. 이번 아스날은 여태껏 벵거가 감독으로 맡은 이후 가장 힘든 시기이다. 그렇기에 아스날 선수들을 비롯하여 아스날 팬들은 반페르시가 기적을 일으켜주길 내심 바라고 있다. 베르캄프 튜터링 이후, 포스트 베르캄프로 시작하여 어느새 '포스트 베르캄프'라는 수식어를 지워버리고 "Vantastic"으로 떠오르고 있는 반페르시. 그의 믿기지 않는 마법이 이번시즌에 아스날을 어디까지 인도할 지 기대해볼 만하다.

 

 

 

토트넘이 가장 필요로 했던 '천재 미들라이커', 라파엘 반더바르트(9경기 6골 2도움)

 

(반더바르트가 토트넘에 합류한 것은 마치 1990년대 중반 위르겐 클린스만을 깜짝 영입했을 떄의 그 파급력이랄까?)

 

  몇해 전까지만 하더라도 토트넘에 대한 구단 이미지는 "그저 전력이 조금 나은 중상위권 클럽", 하지만 "빅클럽들에게 선수를 내줘야만 하는 셀링클럽"의 이미지였다. 즉, 토트넘은 베르바토프나 캐릭처럼 빅클럽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교두보 클럽의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라이언 긱스를 잇는 슈퍼탤런트인 가레스 베일과 크로아티아의 플레이메이커 루카 모드리치가 토트넘에 합류할 때만 하더라도 기존에 가지고 있던 토트넘의 이미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하지만, 반더바르트라는 슈퍼스타가 화이트 하트 레인에 극적으로 합류하면서 토트넘은 새로운 터닝포인트를 맞이했다.

 

  본디 반더바르트 덕후(+반페르시 덕후이기도 하다)이다 보니 반더바르트에 대한 언급은 수차례 사골 우려내듯이 했던 것 같다(http://j.mp/gPunSC 참조). 토트넘은 그동안 수많은 알짜배기 혹은 준척급 선수들을 영입해왔으나, 우리가 흔히 아는 유럽 전국구 스타플레이어 영입에는 그리 많지 않았다. 특히나 2000년대 접어든 이후에는 더더욱 희박했다. 또한 토트넘은 로비 킨-베르바토프 듀오가 해체됨으로 인해 득점력에서 상당히 고전했을 뿐만 아니라 경기를 직접 이끌어나갈 플레이메이커의 부재까지 같이 겪고 있었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토트넘은 빅클럽 못지 않게 많이 영입함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물을 내놓질 못했던 것이다.

 

  그의 합류는 토트넘의 새로운 터닝 포인트이자, 마치 1990년대 중반 독일의 슈퍼스타인 위르겐 클린스만이 합류했을 떄와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그가 최전방스트라이커 바로 밑에서 대기하면서 그들이 공중볼을 따내면 언제든지 세컨볼을 받아 득점할 준비를 하면서 상대팀의 골망을 찢는데 전념하고(그의 득점력은 그동안 부진을 겪던 저메인 데포를 비롯하여 토트넘 스트라이커들을 자극했다), 전방에서 그가 미들라이커처럼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하니, 자연스레 모드리치는 부담없이 자유자재로 패스를 뿌릴 수 있는 데 크게 전념할 수 있었던 것이다(반더바르트가 메시처럼 현란하게 움직인다면, 모드리치는 사비처럼 패스를 전담했다고 보면 된다).

 

   반더바르트의 합류 이후, 토트넘은 빅클럽들과 맞붙으면서 이제 그들을 잡는 것이 결코 우연이 아님을 증명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은 지난 챔스에 처녀출전했음에도 8강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다. 그러한 영광을 다시 재현하기 위해 토트넘은 이번에 리그에 올인했다. 그리고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데바요르와 파커 등 EPL을 대표하는 스타들을 데려오면서 다시 한 번 유럽무대에 대한 야망을 꿈꾸고 있다. 이에 맞물려 반더바르트는 지난 시즌에 이어 이번시즌에도 물오른 득점력과 천부적인 센스를 앞세워서 토트넘 선봉장을 떠맡고 있다. 이는 또하나의 "Vantastic"임에 분명하다. 이번시즌에 EPL 최고의 미들라이커로 군림할 것인지 계속 두고봐야 할 것이다.

 

 

 

+ Bonus

 

(반페르시의 아들인 샤킬(왼쪽)과 반더바르트의 아들인 데미안(오른쪽))

 

  반페르시와 반더바르트가 워낙 절친이다보니 그들의 아들내미들 또한 절친. 반페르시 아들인 샤킬 반페르시와 반더바르트의 아들인 데미안 반더바르트가 후에(한 15년 뒤에) 각각 자신들의 아버지가 뛰던 클럽의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에서 맞붙으면 북런던더비의 또하나의 스토리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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