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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대표팀의 끝없는 진화, 그리고 한국대표팀이 배워야 할 점

J_Hyun_World 2011. 10. 13. 08:00

 

 

 

(메이저 대회의 최강자 독일, 이들은 매 대회를 거듭할 수록 앞만 보고 달린다)

 

 

 

브레이크가 없는 전차군단, 끊임없이 앞을 나가다

 

  독일 국가대표팀하면 가장 떠오르는 수식어는 뭐니뭐니해도 "토너먼트의 최강자"일 것이다. 역대 월드컵 대회에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참가했으며(전대회 출장), 단 한 차례도 조별경기에서 떨어져 본 적이 없는 그야말로 유일무이한 기록을 가지고 있다. 한때 '녹슨전차'라느니 '세대교체 실패'라느니 같은 수식어가 붙어 부진(?)을 겪었던 1998년부터 2004년까지 못해도 월드컵 16강은 기본으로 진출했었고, 2002년에는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의외의 결과물까지 만들어내기도 했다(바로 이어진 메이저 대회인 유로2004가 독일의 옥의 티이긴 한다만). 그만큼 독일은 '부자가 망해도 3년 간다'라는 속담처럼 그 클래스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한 독일이 유로2004 대회 이후를 기점으로 하여, 협회측에서 국가대표팀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가 시작되었고, 순수게르만혈통을 주장하던 기존원칙을 깨뜨리며 독일에 거주하는 외국계 이민자들에게도 열려 있는 기회를 주면서 독일 축구의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했다(그 시발점이 포돌스키와 클로제였다). 독일 내에 살고 있는 유망주들에 대한 체계적인 투자와 육성의 결과물이랄까, 자국에서 열렸던 2006 월드컵에서 독일은 기존의 터프하고 실리적인 축구를 버리고, 화려하고 다양한 스타일의 축구로 변모했다. 180도 뒤바뀐 스타일의 축구를 들고 나와서 월드컵 대회 3위라는 성적까지 기록했다. 확실한 그들의 성공이었다. 그러한 성공은 2006년 월드컵에서 끝나지 않았다. 요아힘 뢰브 감독 체제가 안정화되면서 협회에서 집중투자한 유망주들이 매해마다 국가대표 A매치 데뷔경기를 치뤘고, 기존에 자리잡은 주전선수들의 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2006년 독일 월드컵 당시 독일 대표팀의 중심이었던 발락과 프링스는 4년 뒤인 2010년에 대표팀 엔트리에 없었다. 그 대신 그 자리에 외질과 슈바인슈타이거가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토마스 뮐러나 사미 케디라 같은 새로운 선수들이 눈에 띄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마츠 훔멜스나 마리오 괴체같은 떠오르는 신예들이 또 등장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신성들은 빠른 시간 내에 독일 국가대표팀의 주축으로 성장하였고, 그 다음에 독일 국가대표A팀 데뷔를 예약해놓은 선수들도 하나둘씩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빠른 선수단 교체에도 불구하고, 독일 전력은 오히려 더 안정화 되면서 진화를 거듭해 나가고 있다.

 

 

 

독일이 지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년 폴란드-우크라이나에서 열리는 유로2012 예선전 A조 탑시드로 배정되었던 독일은 10전 전승으로 조1위를 기록하며, 당연하다는듯이 유로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예선 시작 전부터 독일이 1위로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부분이었지만, 독일이 10전 전승으로 올클리어할 것이라고는 어느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A조에는 독일 외에도 '늙은 마법사'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터키, 최근 골든 제네레이션을 구축하며 부활을 준비하고 있는 벨기에, 그리고 의외의 복병 오스트리아가 포진되어 있었기에 수치상으로 완승을 하기엔 상당한 무리가 있었다(특히나 터기, 벨기에 전력으로는 다른 조에서 손쉽게 조2위, 마음만 먹으면 조1위를 위협할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독일은 친선경기 등을 통해서도 상당히 강세를 보이면서 상대팀을 공포로 몰고 갔다(브라질을 때려잡은 거나, 1.8군으로도 폴란드 정예멤버와 무승부를 기록하는 등).

 

 

"독일에는 이제 붙박이 주전이란 없다. 이탈자들을 대체하기 위해 11명 이상의 선수들이 필요하다. 감독으로서 팀내 경쟁이 있는 것이 좋다. 붙박이 주전이란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 요아힘 뢰브 -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 끝난 이후, 독일은 친선경기와 유로예선을 거치면서 단 한번도 고정된 베스트 11을 들고 나왔던 적이 없었다. 매 경기마다 베스트11이 수시로 바뀌었다. 터키전에서는 마리오 괴체, 마리오 고메즈, 사미 케디라, 페어 메르테사커와 제롬 보아텡이 메수트 외질, 미로슬라브 클로제, 토니 크루스, 마츠 후멜스와 베니덱트 회베데스 대신 출전했었고, 주전을 대거 뺐음에도 완승을 거두었다. 단순히 독일 국가대표팀의 선수층이 두껍다고 설명할 수는 없다. 현재 독일 대표팀 25명의 몸값은 약 4억 2200만 유로로 한 선수당 평균 1690만 유로(약 270억 원) 수준이고, 선수 사이의 경쟁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에 뢰브 감독은 불가피하게 "국가대표팀 로테이션화"를 감행하면서 "독일에는 이제 붙박이 주전이란 없다." 선언한 것이다.


 

 

(독일 국가대표팀 선발 11명의 자리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구 하나도 긴장을 늦출 수 없다.)

 

  독일 국가대표팀처럼 선수선발의 폭이 넓은 나라는 제법 되는데, 대표적으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 브라질이 그러한 예였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이번 코파아메리카 대회를 앞두고 역대 최고의 호화군단을 꾸리기 위해 리오넬 메시를 중심으로, 세르히오 아게로, 카를로스 테베즈, 곤살로 이과인, 하비에르 파스토레, 앙헬 디마리아 등 그야말로 게임에서나 이뤄질법한 스쿼드를 이끌고 참전했으나, 이 슈퍼스타들을 어떻게 활용할 지 내내 애만 먹다가 홈텃세는 커녕 개망신만 당하면서 탈락했다(현재도 아르헨티나는 초호화 스쿼드에 비해 매경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것은 즉슨, 감독과 선수들의 공감대를 나눌 여력이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30여년동안 내내 무관을 겪다가 이제서야 유로2008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더블을 기록한 것도 감독과 선수들의 공감대가 비로소 형성되기 시작했던 점이다.

 

  독일의 경우에도 이처럼 선택의 폭이 넓었던 경험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뢰브 감독 입장에서는 상당한 어려운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았다. 하지만, 뢰브 감독은 그러한 문제점을 오히려 긍정적으로 바꾸며, 문제점을 별 탈 없이 극복해냈다. 수많은 선수들을 기용해왔기에 최정예 없이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플랜B를 여럿 만들어 놓았다는 점, 그리고 현재 국가대표팀으로 호출되는 선수들 대부분이 청소년대표팀시절부터 줄곧 발을 맞춰왔고 같은 환경에서 성장해왔다는 점이다(몇몇은 해외파이긴 하지만, 그 해외파들도 모태는 분데스리가라는 점이다). 그렇기에 생전 처음 얻은 성인대표팀 기회에서도 거침없이 스탯을 쌓아올린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마리오 괴체와 안드레 쉬를레다. 이렇게 누가 빠져도 공백을 보이지 않고 있으니, 유로2012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선정됨과 동시에 벌써부터 2014 브라질 월드컵 우승후보 0순위로 지목되고 있는 것이다.

 

 

 

독일 국가대표팀의 발전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

 

(독일대표팀의 질주는 한국 국가대표팀에게 여러가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국가대표팀도 2002년 월드컵을 기점으로 하여 세계축구를 향하여 쉴새없이 앞으로 전진하고 있다. 지금 이 시대에는 박지성이 유럽의 중심에서 포효하고 있고, 박지성의 유럽 도약을 시작으로 "Made in Korea" 보석들이 해외로 진출하면서 낯설 것만 같았던 클럽에서 어엿하게 뛰고 있다. 해외 진출에 맞물려서 국내 리그인 K리그 또한 지속적인 진화를 거듭하면서 전반적인 선수들의 수준 또한 2002년 월드컵 이전에 비해 확실히 업그레이드 되었다. 독일만큼은 아니더라도 이제 우리나라 또한 국가대표팀에 나름 화려한 스쿼드를 갖추는 황금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과 달리 현재의 국가대표팀은 하루마다 잡음이 나오면서 이것이 그치기는 커녕 점점 부풀어오르기만 하고 있다. 이 점이 바로 독일 국가대표팀과 다른 방향으로 걷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대표팀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선수들의 상태나 기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글자 한 토시 틀리지 않을 정도로 매경기마다 '똑같은' 선발라인업을 정한다는 점이다. 이 문제는 이번뿐만이 아니라 지난 아시안컵에서부터 줄곧 문제되와던 부분이었다.  분명 조광래 감독은 아시안컵 이후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선수들을 국가대표팀에 호출하면서 여태껏 지내왔던 한국 국가대표팀 감독 중 단기간 내에 가장 많은 선수들을 불러들였다. 하지만, 그 수많은 뉴페이스들 중에서 과감하게 기용되어왔던 선수들은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고, 설사 뉴페이스들을 기용하더라도 그들이 가장 최적에서 뛰는 포지션이나 선수특징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기용해왔고, 결과적으로 뉴페이스들은 혹독한 신고식을 치르면서 일종의 국가대표팀 알레르기를 겪고 있다.

 

  물론 감독은 자기철학을 항상 유지해야하고 최소한 감독의 임기기간 동안 그 철학을 존중해줘야한다는 것이 내 입장이긴 하지만, 주축선수가 빠졌을 때에는 그 외의 전력으로 꾸릴 수 있는 최소한의 플랜B가 한 두개 정도는 있어야한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점에서 보았을 떄, 한국대표팀은 주축 선수 한 명 없다고 해서 플랜B로 상대팀과 맞붙었던 적이 거의 없다. 조광래 감독이 들고 나온 변형 쓰리백이라던지, 삼각형 구도의 중원조합이라던지 전술 자체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사용할만하다. 하지만, 그 전술을 사용할 수 없을 떄에는 다른 전술을 사용해보거나 아니면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여 다른 방법을 끄집어내야할텐데 최근 국가대표팀에서는 전혀 그런게 없었다. 그로 인해 투재성(김재성&이재성)처럼 감독판단미스로 인해 희생되는 케이스, 구자철처럼 무리한 차출로 인한 부상까지 입는 케이스가 생겼다. 게다가 계속 쓰던 전술에 항상 쓰던 선수들만 사용하니 벌써부터 파주트레이닝센터에선 주전과 비주전선수들의 갈등이 일어나 '우린 어차피 열심히 뛰어도 주전으로 기용안될 것이다'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 정도 분위기라면 거의 최악의 분위기라 해도 무방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독일 국가대표팀의 발자취는 우리에게 여러가지의 메시지를 준다. 첫번째는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동등한 기회를 부여하여 무한 경쟁체제를 유지시켜야 한다는 점이고, 두번째는 선수들의 기량과 특성 등을 고려하여 전술의 다양성을 줘야한다는 점, 세번째로는 국가대표팀이 강해지는 근간은 해외 빅리그 출신이 아니라 바로 자국리그 출신 선수들이라는 점, 마지막으로는 국가대표감독자리에 대한 보장이다(독일 국가대표팀 감독이 총 10명 바뀌는 동안, 우리나라는 66명 감독이 국가대표를 거쳐갔다).

 

  한국대표팀은 한국축구역사상 역대 최고의 황금기를 거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해외에서도 옛날과는 달리 한국 선수들에 대하여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황금기 속에서 우리는 그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우리는 어디로 갈 지 모른채 표류하고 있다. 그러한 상황에서 독일 국가대표팀의 발자취는 우리가 반드시 따라가야할 롤모델이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것에 연연해선 안된다. 우리도 이제 시야를 넓게 보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때이다.

 

참고 : [Goal.com] 뢰브의 독일, 왜이리 강한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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