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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테리의 주장박탈사건을 통해 본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문제점

J_Hyun_World 2012. 2. 9. 08:00

 

 

 

  지구 반대편에 위치한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하루하루 조용할 날 없이 시끄럽다.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는 마치 이벤트거리를 제공하는듯 마냥 매번 논란을 만들어내고, 많은 사람들을 적으로 돌려놓고 있다. 그러나 그들은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 지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며, 설사 자신들의 판단이 잘못되었다고 해도 절대로 반성하거나 인정하려고 들지 않는 전형적인 권위적 모습을 보인다. 그런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태도 때문에 많은 잉글랜드 클럽들이나 프리미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이 희생양이 되기도 했다. 잉글랜드 국가대표 주장이었던 존 테리도 이 희생양 리스트 중 한 명이 아닐까 싶다.

 

 

(존 테리의 국가대표 주장발탁의 계기가 된 존 테리의 안톤 퍼디낸드 인종차별사건. 사진출처 AFP/게티이미지)

 

  2011년 10월 23일(현지시각) QPR 대 첼시의 경기로 시간을 되돌려본다. QPR이 첼시를 홈으로 불러들여 1대0 값진 승리를 얻어냈지만, 그 경기 도중 문제가 발생했다. 바로 첼시와 잉글랜드 주장직을 맡고 있는 존 테리가 QPR의 수비수이자 리오 퍼디낸드의 동생인 안톤 퍼디낸드에게 인종차별적인 욕설을 퍼부었다는 것이다. 안그래도 그 이전에 루이스 수아레즈가 파트리세 에브라에게 인종차별적 발언을 한 것 때문에 잉글랜드 전체가 발칵 뒤집혔던 적이 있었는데, 또다시 이러한 문제가 터져버리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인종차별논란에 휩싸이게 된 것이다.

 

  이미 존 테리가 인종차별적 욕설 이전에 웨인 브릿지의 전 여자친구와의 섹스스캔들 등으로 이미 여러 차례 언론 헤드라인을 장식했기 때문에 사건이 터지자마자 언론의 반응은 "테리가 또?"였다. 잉글랜드 언론에서 테리의 이러한 점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걸고 넘어지고 잉글랜드 축구협회를 압박한 것인지,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지난 주 주말에 존 테리를 잉글랜드 주장직에서 박탈시켰다. 아직 존 테리의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재판도 시작하기도 전(재판은 올 7월에 잡혀있다)에, 그리고 현재 잉글랜드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의 의사가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결정이었다.

 

  이 때문에 존 테리는 선수로서 자존심에 큰 흠집을 남기게 하였고, 이러한 결정에 대하여 첼시의 안드레 비야스-보아스 감독은 크게 반발하였고, 18년동안 맨유의 주장직을 맡았고 잉글랜드 국가대표의 레전드이기도 한 게리 네빌 또한 자신의 칼럼을 통하여 이러한 축구협회의 무책임하고 종잡을 수 없는 결정에 대하여 강도높게 비난했다.

 

 

 

(게리 네빌 : Team England? 농담하나? 존 테리의 위기는 축구협회의 리더쉽 부족을 증명한다)

 

  게리 네빌은 자신이 18년동안 뛰어왔던 맨유를 예시로 들면서 잉글랜드 축구협회와 파비오 카펠로 감독 사이의 파트너쉽 부족을 가장 먼저 비판하였다.

 

"내가 18년간 뛰면서 맨유는 간단하게 두 사람이 있었다. 데이비드 길 사장과, 그리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 압박이 생길 때, 이 두 사람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고 있고, 엄격한 규칙이 있고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일을 처리한다. 길과 퍼거슨 경을 지지하는 보드진 또한 맨유에 존재하지만, 이 두 사람이야말로 팀의 문제를 해결하는 단서를 제공한다. 만약 문제가 생긴다면, 자체적으로 혹은 사적으로 처리할 뿐 공개적으로 선수를 변호하고 보호하는 데 앞장선다. 이렇게 될 수 있는 이유는 데이비드 길과 알렉스 퍼거슨 경이 서로에 대해 신뢰하고 있으며, 선수들은 그들이 어디있는지 알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성공의 모델이다."

 

"하지만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러하지 못하다. 현재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회장인 데이비드 번스타인이 이끌며, 14명의 보드진이 있고 4명의 Club England 보드진이 있다. 또한 이 협회의 운영방식에 대하여 114명의 의원이 존재하며, 6M를 받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감독인 파비오 카펠로, 이렇게 구성하고 있다. 실제로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1년에 10번 갖는 국가대표 A매치 경기를 이끌고 나가는 국가대표팀 치고는 너무나도 비대한 조직체를 갖추고 있고, 이러한 조직체 때문에 그 중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조차도 다수에 의해 동반으로 무너져버리곤 했다(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것이 바로 잉글랜드 축구협회를 겨냥한 것이 아닐까 싶다)."

 

(게리 네빌 : 이 문제는 현재 잉글랜드 팀 스피릿을 통째로 흔들며, 무죄추정의 원칙을 철저히 무시했다)

 

  그리고 게리 네빌은 이어서 현재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팀 스피릿을 찾아볼 수 없고, 현재 존 테리의 주장박탈은 팀 스피릿을 통째로 흔들어놓으면서 축구협회의 결정이 법보다 우선일 수 없다며, 그들의 무죄추정의 원칙의 위배에 대해서도 지적하였다.

 

"나는 국가대표팀이 토너먼트에 포함되기 전에, 항상 우리의 위대한 팀 스피릿에 대해서 말하곤 했다. 나는 그들을 믿었지만, 테리 베너블즈 감독(유로96 당시 잉글랜드 감독) 이후로는 진정으로 감독을 얻어본 적이 없었고, 진정한 잉글랜드 팀을 본 적이 없다. 유로96 당시 팀은 연대책임을 느꼈고, 나는 그 팀이 가장 최고라 자부할 수 있으며, 1996년 토너먼트에서 최고의 성적(당시 공동 3위)을 거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2004년에 리오 퍼디낸드가 약물 파동에 연루되어 우리는 퍼디낸드의 유죄가 입증되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과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해 싸웠으나, 그 때 당시 스벤 고란 에릭손 감독은 사적으론 우릴 지지했지만 공적으로는 지지할 수가 없었다. 그 때문에 잉글랜드 팀은 분열이 되었고, 카펠로 감독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아마 존 테리에 대한 결정은 이전에 다른 사건들로 인해 누적 적용된 감이 없지 않으나, 모든 사건은 제대로 판단되어야 하며 내가 만약 드레스룸에 있다면 테리의 유죄가 확정되기 전까지 싸웠을 것이다.

 

"테리가 가장 좋은 친구는 아니지만, 그는 좋은 주장이었고 테리는 현재 드레싱 룸에 가장 중요한 사람이다. 이 사건은 사적인 감정에 대한 것이 아니라 무죄 추정의 원칙에 관한 것이다. 나는 선수들이 강간, 중상해죄, 소란행위 등으로 고발당하는 것을 여태껏 봐왔고, 그들은 3개월 뒤에 무죄로 판명되었다. 축구선수 또한 법 아래에 있고, 만약 테리가 유죄로 밝혀진다면, 퍼디낸드가 약물 때문에 8개월 정지를 먹었던 것처럼 그 나름대로 충분한 죄값을 치루면 된다."

 

 

 

(수아레즈가 에브라에게 인종차별발언한 사건도 법원의 최종판결이 나올때까지는 징계가 없었다)

 

  전세계 축구판에서 상대방에게 인종차별적인 발언은 그 어떤 플레이 중에 가장 심하고 더러운 축에 속하는 인신공격이기 때문에 FIFA는 인종차별에 대하여 엄중 처벌을 가하고 있고, 실제로 "No Racism"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존 테리의 인종차별혐의는 그 어느 때보다도 파장이나 후폭풍이 컸던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이같은 성급한 처방은 사태를 진정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더 큰 화만 불러왔다는 것이다.

 

  존 테리 이전에 인종차별발언으로 시끄럽게 떠들었던 루이스 수아레즈의 케이스를 한 번 생각해보자. 수아레즈가 법원의 최종판결에 의해 8경기 출장정지 징계를 당하기 전까지는 그는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서 그 어떠한 제재를 받지 않고 경기를 뛸 수 있었다. 그러나 존 테리의 경우는 어떠한가?  법원재판은 아직 시작조차 하지 않았고, 심지어 아직 수사단계에 접어들었을 뿐인데, 존 테리가 이미 여러 번 찍힌 게 있어서 그런지 유로2012를 4개월 남짓 남겨두고 주장자격을 박탈하는 것으로 일을 처리하는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팀에서 주장이라는 역할이 무엇인가? 피치 위에서 뛰는 11명의 필드 플레이어, 아니 한 팀에 소속되어 있는 선수들을 대표로 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바로 주장이다. 즉, 진정한 자부심이라 느끼는 국가대표 선수들 중에서 주장은 크게 보면 한 나라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이다. 그러한 상징과도 같은 국가대표의 주장이 입에도 담지 못할 행동을 했다면 그저 주장박탈로 끝날 것이 아니라 차라리 존 테리를 더 이상 선수로 뛰지 못하게 막아햐 하는게 아닐까?

 

(카펠로 잉글랜드 감독 또한 영국 축구협회의 처분에 대해 항명하고 있으나, 축구협회는 도리어 카펠로에게 입다물라고 경고하였다)

 

  존 테리의 주장박탈 사건에 대해 후에 전화통보를 받은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잉글랜드 축구협회의 발표에 "절대로 동의할 수 없는 입장"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자신의 권한에 대하여 간섭하는 걸 싫어하는 카펠로이기에, 자신의 의사 없이 멋대로 주장박탈을 시켜버린 잉글랜드 축구협회에 대하여 단단히 화가 난 것이다. 그러나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오히려 카펠로의 이러한 반응에 대해 강력한 경고하는 차원에서 그를 긴급회동하였고, 지난 성적부진에 대하여 오히려 책임을 물어 경질시킬지도 모른다는 뻔뻔함을 들고 나오고 있다(거참, 누가 누구한테 할 짓인지 참나..). 그 결과 파비오 카펠로 감독은 유로2012를 4달 앞두고 사임하게 되었다(대박...).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잉글랜드 축구협회는 그동안 자기네들 멋대로 일을 처리해왔고, 자신들이 잘못내린 결정에 대하여 단 한 번도 사과나 수정을 한 적이 없다. 이들의 되도않는 고집이 계속된다면, 아마도 잉글랜드는 더이상 발전하는 데 있어 영원히 한계를 뛰어넘지 못할 것이며, 제2의 뮌헨 참사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그들은 영원히 꿈 속에서만 살아갈 것이다. 읻옹궈의 만화처럼 잉글랜드가 유럽 최약체가 된다면, 그건 아마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자초하는 일이 아닐까 싶다.

 

 

참고 : Gary Neville - Team England? You are joking! Terry crisis proves lack of leadersh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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