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설마 했는데, 우리가 플레이오프까지 진출할 줄은 상상도 못했다....)
(大父 김호곤의 평행이론설이 정설이 되느냐가 결정하는 진정한 한 판이 될지어다, 이 합성짤 제작해주신 서리님 떙큐)
2008년 11월 30일
2008년 11월 30일은 내 머리속에서 지워진 날짜다.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는다(거미의 기억상실처럼 도무지 내가 그 날 뭐했는지 기억조차 나질 않는다). 당시 기억을 어렵사리 꺼내보자면, 나는 그때 마포구 신수동 어느 반지하 자취방에서 숙취에서 차츰차츰 풀려나는 중이었다. 그러한 혼미한 정신상태로 나는 무의식적으로 TV를 켰다. 생각없이 틀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그 날이 하필이면 정규리그를 우승한 수원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을 상대를 결정하는 서울vs울산의 플레이오프전이었다. 울산은 챔피언결정전에 오르기 위해서 포항과 전북을 누르고 겨우겨우 어렵사리 올라왔다. 반면에, 정규리그 2위를 기록한 서울은 울산에 비해 체력적인 면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태에서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휘슬이 울렸다.
이 경기에서 내 기억력은 1대1 무승부로 전후반 끝난 것까지다. 홈이라 그런지 계속 밀어부치는 서울과, 역습의 아버지인 김정남 감독의 전술에 맞춰 울산은 빗장수비로 걸어잠근 뒤에 염기훈-알미르를 중심으로 하는 빠른 역습으로 서울의 후방을 노렸다. 선제골은 홈팀인 서울이 먼저 터뜨렸다. 울산의 코너킥 찬스에서 서울의 역습으로 넘어가던 과정 중, 울산 수비의 실책(그게 박동혁이었니 오창식이었니??)으로 정조국이 선제골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이후에 아크로바틱한 알미르의 오버헤드킥이 작렬했지만, 심판이 공격자 파울을 불면서 울산의 흐름을 확실히 끊어놓았다(왜 그게 파울이었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다). 서울은 선제골의 기세를 틈타 계속 찬스를 맞이했지만, 기성용이 계속 나로호를 발사하는 덕분에 템포가 틀어졌고, 후반전에 서울 수비의 실책을 틈타 루이지뉴가 연결하여 염기훈이 밀어넣기로 동점을 만들며 승부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는 생략한다. 왜냐면 90분 내내 하얗게 불태워버린 울산은 거짓말처럼 연장 30분 사이에 3골을 내주며 4대2 패배를 당하며 짐싸서 울산으로 돌아갔다. 그 경기 결과에 책임을 지고 김정남 감독은 자리에서 물러났고, 기다렸다는듯이 울산 프론트는 그 자리에 김호곤을 앉혔다. 울산을 잡고 올라간 서울 또한 울산전에서 하얗게 불태워버린 나머지 거짓말처럼 수원에게 패배하며 '콩'이 되었다.
데얀의 대안이 없는 서울이 대안으로 어떤 대안을 꺼내들 것인가?
('데얀'민국의 대통령 데얀. 유럽 원정에서 두 탕 뛰고 온 그의 체력이 얼만큼 받쳐줄 것인가?)
서울의 핵심 선수를 꼽자면, 두 말 할 필요 없이 바로 데얀이다. 서울이 초반에 밑바닥까지 찍었다가 다시 막판에 정규리그 3위로 끝마칠 수 있었던 이유의 5할 이상은 데얀의 자리가 그만큼 컸다. 아쉽게도 김도훈의 한시즌 최다득점 기록을 갈아치우진 못했지만, 29경기에 출장하여 23골 7도움을 기록하는 등 그저 골넣는 스코어러 그 이상을 보여줬던 한해다. 인천에서 처음으로 K리그 데뷔할 떄에도 심상치 않았지만, 서울로 이적한 뒤로 날이 갈수록 데얀의 플레이는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예술(아트 사커)를 보는 듯한 느낌이다. 환상적인 볼터치와 어느 위치든 구애되지 않으면서 언제든지 득점할 수 있는 움직임, 그리고 승부를 결정짓는 승부사 본능, 공격수로써 갖출 것은 다 갖췄으며 발이 빠르지 않다고 해서 골을 못넣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가 K리그에서는 데얀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나는 데얀을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같다고 생각한다. 분명 두 사람은 뭔가 묘하게 닮았다. 데얀이나 즐라탄, 둘 다 공통점으로 리그에서는 최고의 공격수로 군림하고 있으며, 리그 우승의 일종의 옥쇄 비슷한 영향력을 지닌 선수들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결정적으로 데얀이나 즐라탄 둘 다 큰 경기에 다소 약한 모습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가 챔피언스리그에서 약하듯이, 데얀도 은근히 중요한 경기에선 크게 힘을 쓰지 못하곤 한다. 그 단적인 사례가 바로 2008년 챔피언결정전이었고, 그 때 당시 데얀은 침묵했다. 또한 올시즌 수원과 맞붙었던 두 번의 빅게임에서도 데얀은 다크 템플러가 되어버렸다. 아챔 8강에서도 데얀은 부진했다. 그러한 모습을 본 울산의 주장인 곽태휘는 "데얀은 큰 경기에 약하다"고 직격디스를 날렸다(곽주장 쎄네). 게다가 데얀은 유로2012 플레이오프 경기를 위해 유럽까지 찍고 왔으니 체력이 완전하다고 감히 장담할 수 없다.
그렇기에 데얀의 대안이 마땅히 없는 서울의 입장에선 데얀의 대안으로써 어떤 대안을 꺼내들지가 이 경기에서 승기를 잡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울산이 멍청하지 않는 한 데얀에게 '어서오십시오'하고 열어줄 바보가 아니니까).
1) 후반기에 부활한 '잘생긴' 몰리나
(서울에서 '잘생김'을 맡고 있는 라돈치치보다 '원조도둑' 몰리나. 스포탈코리아 출처)
제파로프가 중동 알샤밥으로 떠난 이후, 거짓말처럼 몰리나가 되살아났다. 성남 미친크랙시절 모습까진 아니더라도 그당시 시절에 비교하면 한 8,90%까지 올라왔다. 역시 자기가 '잘생겼다'는 것만 믿고 축구하는 비주얼형 축구선수가 아니라는 것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이 자랑하는 데몰리션 콤비, 데얀이 수비 압박의 부담을 덜어내려면 무엇보다도 몰리나의 크랙기질이 발동하여 울산의 틈을 최대한 벌려놔야 한다. 서울에서 가장 잘생겼다는 몰리나는 과연 울산과의 대결에서 울산 비주얼 간판인 곽태휘와의 외모대결에서 압승할 것인지 과연 볼만하다(옴므파탈 지노신부터 꺾고 올라와라). 그의 왼발에 울산이 훅 갈 수도 있다.
2) 울산을 상대로 칼을 갈고 있는 '신의 아들' 하대성
(유독 울산에 강했던 '울산킬러'인 '신의 아들' 하대성. 이번에도? 베스트 일레븐 출처)
서울에 정착하기 전까지만 해도 울산-대구-전북 등을 거치며 방랑자생활을 해왔던 하대성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난 뒤로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 세글자를 톡톡히 알리고 있다. 그의 포지션상(중앙 미드필더) 그렇게 골을 많이 넣는 건 아니지만, 유독 울산만 만나면 유달리 강한 모습을 보이며 울산전 킬러로써 면모를 보이고 있다(서울 선수들 중 울산 상대로 골 넣은 선수들 상위 클래스 이름에 하대성이 있다). 예전에 김정남 감독시절 만년 2군에서 울산을 썩혔던 한풀이를 하는 것인지, 그가 종종 소리소문없이 나타나 슛을 때릴때면 왠지 식겁할 때가 많다. 제발 살살 좀.... 무섭다 당.신. 경남전 때처럼 '하트트릭' 할까봐 겁나.
3)'나 K리그 8년차야' 어느덧 베테랑(?)이 된 고명진
('나 K리그 8년 차여', 요즘에서야 드디어 빛을 보기 시작한 고명진. 알싸 주휘민님 출처)
현재 볼튼의 에이스로 발돋움한 '청량리' 이청용과 같이 서울에 입단했지만, 쌍용 듀오가 포텐이 터질 때 고명진은 뒤에서 그들이 만개하는걸 지켜만 보고 있었다. '청용이도 없고, 성용이도 없으니', 그제서야 고명진의 포텐은 터지기 시작했다. 서울이 패싱게임이 가능한 것도 바로 고명진의 기량 만개 덕분이다. 그의 왼발에서 시작되는 정교한 패싱은 서울이라는 팀컬러에 좀 더 화려함을 보태줌과 동시에 쉴새없이 데얀과 몰리나에게 볼배급(일종의 볼셔틀?)을 하면서 중원을 조율하고 있다. 조광래 감독이 데려왔으면서 왜 아직도 조광래 감독이 고명진을 국가대표로 발탁시키지 않는지 의문일 정도로 고명진은 그만큼 물이 올랐다. 개천절 슈퍼매치에서 수원을 상대로 현란한 패스로 수원 중원을 긴장시켰던 것도 바로 그다. 울산을 상대로 얼마나 통하려는지는..
결전의 순간에 투사들을 집결시키는 캡틴 곽태휘와 기사단
(올시즌 주장완장을 넘겨받은 곽태휘는 주장답게 팀 전체를 전반적으로 정신적으로 컨트롤하고 있다)
울산이 막판에 상승세를 타고(가을 징크스를 계속 이어 5승 3무로 상승세를 타긴 했으나, 경기력으로는 상주전과 포항전을 제외하곤 썩 맘에 들지 않는 게 본인의 입장) 지난시즌처럼 턱걸이로 6강의 바늘구멍을 비집고 들어가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6강에 어렵사리 들어갔다고 해서 그걸로 만족한다면 분명 지난시즌 플레이오프때처럼 성남에게 3대1로 광탈당하듯이 서울에게 또 한 번 광탈당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기에 울산은 마치 영화 <아저씨>의 원빈의 대사처럼 '오늘 사는 놈이 내일 사는 놈을 죽인다'는 기세로 덤벼들어야한다. 원정이라고 해서 소극적으로 나섰다간, 아무 것도 찾지 못하고 서울행 교통값만 소비하는 꼴이 될테니깐 말이다. 'AGAIN 2008'이 다시 재현되지 않으려면 연장 가기 전에 90분 내에 승부를 결정지어야한다.
그렇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주장인 곽태휘의 영향력이 많이 좌우한다. 축구전술은 감독놀음이라지만 울산은 예외다(솔직히 말해 김호곤의 전술보단 선수들 개개인 역량이 뛰어난거다). 곽태휘는 올시즌에 영입된 신입생 신분이지만, 프렌차이즈 스타인 유경렬이 넘겨주고 간 주장완장을 곧바로 차고 울산 팀 분위기를 쥐어잡아야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았다. 울산으로 돌아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곽태휘는 그간 굴곡이 참 많았다. 작년 남아공월드컵을 앞두고 십자인대 부상으로 16강 진출을 TV로 봐야하질 않나, 올초에 있던 아시안컵에서 PK 헌납으로 인해 신뢰스럽지 못한 수비수라는 불명예까지 떠앉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울산 주장으로 뛰면서 그동안의 부진을 한번에 해결했다. 팀 내 득점 1위는 물론이겠거니와 K리그를 대표하는 센터백으로 복귀함과 동시에 이동국과 더불어 '유부남 비주얼 투톱'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울산의 수비진이 단단했던 것도 곽태휘의 리딩이 단단히 한몫했고(지난시즌 블랙홀인 김치곤이 없으니 참 좋다), 그의 리드 하에 파트너인 강민수와 이재성도 성장하고 있다.
이제 투사들을 집결시키는 '캡틴 곽'과 기사단. 이번 상암 원정에서 어떤 모습으로 서울에게 크리티컬샷을 선사할 것인가? 그리고 그를 보좌할 선수들은?
1) '그간 불명예를 씻어내겠다' 강민수에게 한 번 더!
(나는 절대 광주 프리뷰어인 강민수가 자신의 이름이 강민수라고 강민수를 추천한 것 때문에 강민수에 대해 쓰는게 아니다)
사실 강민수에 대해서 사람들은 상당한 오해를 많이 해왔다(나 또한 그랬다). 2007년 아시안컵에 차출됐을 때에는 분명 좋은 재목이 될 것이 될 줄 알았지만, 중요한 경기 때마다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면서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주었고, 그러한 부진은 리그에서도 계속 이어졌다. 제주의 최다실점률이 반감된 것도 강민수가 떠났기 때문이라는 오해를 사기도 했고, 수원으로 이적해서도 강민수 때문에 수비가 뚫린다느니의 일부 사람들에 의해서 그는 상당히 평가절하된 채로 울산으로 건너왔다. 올시즌 전반기 때 보여줬던 강민수는 이제 많은 경험이 쌓여서인지 이제는 어느정도 여유를 찾았고, 곽태휘의 파트너로써 에너지를 전부 쏟아내면서 수비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후반기엔 이재성에게 밀렸지만, 이재성이 국대에서 겪은 '충격과 공포'로 인해 폼이 좋지 않은 걸 감안한다면 강민수는 이번 플옵을 통해 불명예를 씻을 기회를 잡을 것이다.
2) 요즘 이적루머의 중심에 서있는 '콜롬비아 마케렐레' 에스티벤
(모든 K리그 팬들의 장바구니 상위권에 담겨져있는 '중원의 로망' 에스티벤)
겨울이적시장이 다가갈 수록 K리그 내의 이적루머(90%는 소설, 1할의 진짜를 찾는 보물찾기라는 뜻)는 확대 및 재생산되고 있으며, 단순한 한줄 루머 때문에 거기에 얽혀있는 양쪽 팬들은 심하게 외적갈등을 논하여 빚기도 하고 있다. 그 중에 팬들이 얽히면서 심하게 싸우게 만든 대상 중 한명에 바로 에스티벤이 끼여있다. 에스티벤의 중원에서 미치는 존재감은 쉽게 해외축구선수로 비유하자면 마케렐레같은 스타일로, 에스티벤 한명만 중원에 포진되어 있으면 상대팀 중원은 깨~끗~이 지워진다(이러니 타팀 팬들이 탐내지). 과장 안보태고 에스티벤 하나 뚫으려면 상대 미드필더 라인이 하얗게 불태워야할 정도? 이 홀딩을 뚫기 위해 과연 서울은 어떻게 나올런지...
3) 침식하고 있는 '거대산맥' 김신욱, 이래도 무너져도 좋은가?
(거대산맥 '김치누크'가 지각운동으로 언제쯤 다시 우뚝 솟아나려나? 이게 울산의 핵심이다)
내가 개인적으로 신경쓰이는 부분이 있는데, 다름아닌 울산의 주 득점원인 '치누크' 김신욱의 침식이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 10골을 터뜨리며 차기 골게터로 입지를 굳히는가 했으나, 올시즌 김호곤 감독의 무리한 선발기용으로 인하여(이건 혹사야) 강원전 즐라탄 빙의 터닝골을 기점으로 하여 페이스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휴식을 줘서 다시 컨디션을 끌어올려야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김호곤 감독은 성적 때문에 계속 김신욱을 투입했다(결과적으로 울산 골도 못넣고, 김신욱의 슬럼프만 길어졌다). 대구전에서 보여줬던 그의 모습은 전보다 폼이 어느정도 올라오긴 했지만, 아직 만족스럽지 못하다. 정규리그가 끝나고 3주가량 얻은 휴식기간동안 김신욱의 컨디션이 얼마나 올라왔느냐에 따라 울산의 득점력도 좌우될 것이다. 강원전 때 보여줬던 그 모습으로 올라왔길 바라면서....
현영민, 그 3년 사이의 얄꿎은 운명
(2008년, 그리고 2011년. 현영민은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반대 케이스를 체험하는 어쩌면 가장 불행한 선수다?)
2008년 11월 30일 토요일, 현영민은 울산 유니폼에 등번호 13번을 달고 상암 경기장을 120분간 누볐다. 하지만 3년 뒤인 2011년 11월 19일 토요일에 현영민은 3년 전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 유니폼에 등번호 13번을 달고 상암 경기장을 뛰게 생겼다. 불과 3년 사이,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팀에서 뛰다가 졸지에 자신이 가장 사랑했던 팀을 적으로 두고 경기를 치뤄야 하니, 현영민 입장에선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러한 기분이다(이것은 마치 성남 프리뷰어이지만 수원도 좋아하는 용훈이가 마계대전을 볼 때 어딜 응원할 지 갈팡질팡하는 그러한 시츄에이션). 그렇기에 이 경기에서 따로 재조명을 할 사람은 바로 현영민이다.
2002년 월드컵 당시 경기장을 직접 밟진 못했지만 최종 엔트리 23인 중 한명이었던 현영민, 울산 로컬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울산에서 프랜차이즈급 대우를 받았을 만큼 현영민 본인이나 울산이나 서로가 매우 아꼈다. 로리 델랍 못지 않은 롱쓰로인과 공수 양방면에서 다재다능한 모습, 그리고 그의 특허인 '경운기 드리블'로 무장하면서 2005년 울산에게 리그 우승컵을 안겨준 공신 중 한명이다. 그리고 러시아 진출 이후 컴백할 때에도 그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자신의 친정팀인 울산으로 컴백하였고, 그가 돌아오자 울산팬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그를 뜨겁게 맞이하였다(김현석, 유상철 이후로 해외에 나갔다가 다시 돌아왔던 건 그가 처음이다. 이천수도 울산으로 돌아왔지만, 그는 그 뒤로 영원히 떠났다).
하지만 그가 울산에서 시작한 제2의 커리어는 2010년 초반에 김호곤 감독의 미스테리한 트레이드로 인해 어이없이 끝났다. 김호곤 감독은 당시 센터백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서울 센터백으로 뛰고 있는 자신의 애제자인 김치곤을 데려오기 위한 트레이드 카드로 다름 아닌 주장 현영민을 사용했고, 안그래도 측면수비수가 필요했던 서울은 얼씨구나하고 받아들였다. 결국, 현영민은 타의에 의해 친정팀을 떠나게 된 것이다(내가 김호곤을 싫어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었다). 이 트레이드는 결과적으로 서울에게만 이득을 안겨다주었다. 현영민은 서울 유니폼을 입고 나서 서울의 리그 우승에 크게 일조하며 단번에 서울 팀내에서 입지를 다지는 데 성공했지만, 반면에, 김치곤은 울산팬들이 가장 싫어하는 선수 0순위에 뽑힐 만큼 최악의 폼이었고, 그렇게 팀을 망쳐놓고선 그 다음해에 상무로 도망쳤다(참고로 김치곤은 아직도 자신이 울산선수라는 걸 별로 안좋아하는 것 같다. 그의 트위터나 미니홈피의 흔적들이 그렇다).
그렇게 울산을 떠나버린 현영민, 하지만 그는 팀이 자신을 버렸다고 해서 울산을 버리지 않았다. 얼마 전 문수경기장에서 펼쳐졌던 서울과 울산 경기가 끝난 직후, 현영민은 나홀로 울산 서포터즈석에 가서 정중히 인사를 했고, 팬들은 그에 대해 기쁨의 화답을 보냈다. 그만큼 그의 심장은 아직도 울산에 향해있던 것이다. 서울 유니폼을 입었지만, 마음은 울산에 향해있는 현영민. 과연 그는 친정팀에게 비수를 꽂을 것인가?
이운재가 없었더라면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가 될 뻔한 그들, 김용대 vs 김영광
(이운재가 없었다면 진작에 국대 주전골리가 되었을 두 골리, 김용대 vs 김영광, 스포탈코리아 출처)
2002년의 이운재의 포스는 엄청났다. 특히나, 스페인전에서 경기 시작 휘슬부터 홍명보의 마지막 승부차기 골로 경기의 승패가 결정날 때까지 이운재는 한경기 스페셜급 영상을 만들어낼 정도로 신들린 선방쇼를 보였다. 올리버 칸이 만약 그때 출전하지 않았더라면 이운재의 가치는 세계적으로 더더욱 빛났을 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러한 이운재의 영향력 때문인지 한국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 자리는 10년 가까이 이운재가 독점했고, 그 자리를 넘보던 젊은 골키퍼들은 그저 이운재가 은퇴하길 기다리기만 했다.
만약 이운재가 없었더라면 아마도 이 두 사람 중 한 명이 현재까지 국가대표 주전 골키퍼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바로 서울의 김용대와 울산의 김영광이며, 이 두 사람 때문에 이 경기의 골키퍼 또한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대와 김영광, 두 사람 다 청대시절부터 국가대표코스까지 단계벌로 밟고 올라온 '엘리트' 출신들, 두 사람의 스타일을 쉽게 표현하자면 김용대는 반더사르처럼 침착함과 경험이 풍부한 골키퍼인 반면에, 김영광은 올리버 칸처럼 동물적인 감각이 상당히 뛰어난 골키퍼다. 침착성과 동물적 감각의 대결, 두 정상급 골리들의 계급장 뗴고 붙는 이 한 판이 왜이리도 재밌는지 모르겠다. 이 싸움은 마치 강원 프리뷰어 햇님과 나의 드립력 싸움이라고 봐도 좋다(마지막 줄은 그냥 넘겨라).
<예상 선발라인업>
경기결과 예상 :
1) 서울 프리뷰어(정우)의 예상 : AGAIN 2008
'뒷태 전문 기자' 박성기가 사골 우려내듯이 쓰는 표현인 '숨막히는 경기'로 X줄을 타면서 90분내내 치고받고 싸우다 연장가서 '리마리용' 김승용처럼 누군가 쐐기골 넣고 아스트랄하게 서울의 연장접전승으로 올라갈 것 같다. 그나저나 '위너 군단' 울산의 신장이 너무 부담된다. 저 평균 키에 한 3~5cm는 나에게 기부했으면 좋겠다.
2) 지나가다 한마디 써주고 간 인천 프리뷰어의 예상 : 방언니가 일을 낼 것!
왠지 인천출신인 방승환 언니가 크게 사고 칠 것 같다, 그걸도 결승골!! 근데 그 결승골이 자책골이 되기를 빌고 또 비는 이런 마음은 대체...응?(헐?)
3) 인터파크의 예상 : 과도한 설레발, 인터파크 사장은 대체 누구 편인가?
4) 이번 합성짤 제작에 큰 도움주신 수원프리뷰어 서리의 여왕님의 예상 : 서울이 햐앟게 불태우기만 할 것
서울이 이 경기에서 하얗게 불태울 것이다. 그러다 하얗게만 불태우고 결국 곽태휘에게 헤딩골을 먹히고 울산이 이기는 게임. 그나저나 이제부터 나는 나의 저작물 보호를 위해 이제부터 모든 합성짤에 내 이름을 새기기로 했다. 수원프론트, 날 채용해주길 바람. 나 참 잘할 자신 있는데...(보고 있나 수원 프론트?? ㅠㅠ)
5) 울산팬(사실 내 드립의 지주님) 트친분의 예상 : 울산이 이길 리가 없다
만약 울산이 서울을 잡는다면, 나는 팬티를 입고 최용수 감독 앞에서 걸스데이 춤을 추겠다. 그만큼 가능성이 없다. 그러니 이런 공약을 내거는 것이다. 별 일 없다면 울산은 서울에게 6대1 대패를 당할 것이다.(역시 쎄다!!)
6) 10월 16일 동해안더비의 복수하고픈 포항팬 트친분 : 울산 올라와라, 다시 붙자
고려대에게 서울이 3대2로 졌으니, 울산이 이길 것이다.는 훼이크고, 사실 저번에 울산에게 털렸던 경기에 대해 복수하고 싶다. 울산 올라와라, 다시 한 번 맞붙자.
7) 나의 예상 : 아마우린 안될꺼야.
아마 우린 안될꺼야. 엄청 열심히 안했잖아. 그러니 안될꺼야. 아마우리도 유벤투스 전역일 40일 남았다는데, 김호곤의 울산 전역일은 왜 아직도 안보이는가? 이제 그만 우리 헤어집시다 plz-.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하자. 그러니까 서울이 이겨야하는 시나리오가....(서울이 우리에게 지면 난 서울 미워할꺼야)
경기 결과 예상은 그저 재미일 뿐, 여기에 대해 흥분하지 맙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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