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이 여기까지 올라올 꺼라고 누가 에상했던가? 이제 1인자인 전북 도장을 깨러 왔다)
'박챔프 정신'으로 기어이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온 울산
예전 무한도전 '소간지 특집'할 때 한 코너가 생각이 난다. 당시 무한도전은 클래식버전으로 플라잉체어게임을 했었는데, 그 떄 박명수는 가장 처음에 나와서 무려 14연승(멤버 2바퀴를 돌았다)을 기록하면서 '박챔프'라는 새로운 타이틀을 따내면서 승리자가 되었다. 마치 박챔프의 오마쥬랄까? 올시즌 K리그에서도 박챔프와 비슷한 행보를 걷고 있는 팀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울산이었다. 올시즌 울산은 종이컵이지만 리그컵 트로피를 들어올리는 등 타이틀을 획득했으나, 중반기까지만 하더라도 중하위권에서 허덕이면서 좀처럼 위로 올라가질 못했다(8월까지만 하더라도 울산에게 6강의 미래는 더이상 없어 보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울산의 전매특허인 '가을징크스'가 찾아오면서 울산은 가을에 상승기류를 탔고(경쟁상대팀들이 알아서 미끄러져주는 고마운 일도 많았다), 그 덕분에 울산은 리그 막판 접전 끝에 6위 턱걸이를 하면서 K리그 챔피언쉽 마지막 티켓을 손에 쥐었다.
그리고 6강 플옵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울산은 서울에게 패배할 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뚜껑도 열어보기 전에 언론에서는 벌써부터 서울과 수원의 슈퍼매치가 플레이오프에서 성사되는 것이 아니냐는 설레발까지 쳤다. 따지고 보면 당연했다. 대구전에서 보여줬던 울산의 경기력은 6강진출팀이라고 보기엔 대구에게 끌려다녔으니깐 말이다. 대구전 졸전과 올림픽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패배가 도리어 약이 되었을까? 울산은 플옵에 들어서자마자 완전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울산은 '철퇴축구'라는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이면서 19일 상암에서 서울에게 가차없이 철퇴를 후려치면서 3대1 손쉽게 이겼다. 그리고 이어지는 23일 수원과의 경기에서도 동점 패널티킥을 내주기 전까지 다소 여유 있는 플레이로 수원의 템포를 철저히 끊어놨다. 연장까지 합쳐 120분을 다 쓴 울산은 마지막으로 승부차기 대비용인 김승규 카드를 뽑아들면서 승부차기 끝에 수원을 눌렀다.
그렇게 수도권에 위치한 큰 도장을 2개나 깨버린 울산은 2012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직행 티켓을 놓고 최대라이벌인 포항과 스틸야드에서 격돌했다. 본선직행티켓을 획득하기 위해 포항은 전반부터 거세게 몰아쳤으나, 김승규의 신들린 PK선방 2개에 의해 사기가 곤두박칠쳤고, 전반전에 지나친 오버페이스로 울산의 수비문을 열어제끼려다가 체력을 많이 소모해버렸다(한 달 가까이 경기를 치르지 않다 보니 포항 팀 전체적인 경기력이 떨어졌던 것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후반부터는 본격적인 울산의 페이스로 넘어갔고, 시간이 갈수록 맘이 급해진 포항은 후반 29분에 모따가 설기현에게 반칙을 범하면서 울산에게 PK를 내주게 되었고, 이번 동해안더비의 핫피플인 설기현이 이 더비의 마침표를 찍음으로써 울산은 포항마저 밀어제치면서 스틸야드까지 "잘있어요 송"을 3번 연속으로 불렀다. 마치 천덕꾸러기 아들놈이 성공하겠다고 집문서 들고 나갔는데 서울 가서 사업 일으키고 수원에서 위기를 극복하고 포항 지역체인도 성공시킨 다음에 귀향.. 이것은 금의환향이자 '박챔프 정신'이 아닐 수 없다.
2011년 자타공인 'K리그 1인자' 전북, 백의종군 해야할 때
(2011년 K리그의 한해는 두 말 할 것 없이 '전북'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리그도 다른 리그처럼 시대마다 대세였던 팀들이 하나 둘 정도는 있었지만, 그 기간은 그렇게 오래가지 못했는데, 2000년부터 2007년까지만 하더라도 수원-성남-울산-포항이 순서대로 정권교체했을 만큼 그 패권을 3년 이상 오래 쥐진 못했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전북이 이러한 패권을 장기집권화하기 위하여 끊임없이 진화하기 시작했다. 2009년 처음으로 리그 챔피언에 오른 이래에, 전북은 자신들의 패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수차례 진화에 진화를 거듭했고, 그 결과물로 2011년 이번 시즌에 '닥공'이라는 새로운 신조어를 탄생시키면서 전북이라는 팀이 단순히 이슈에 그치지 않고, 명문클럽으로써의 기반을 다지는 데 성공했다(전북과 유니폼색깔도 비슷하고 자동차회사를 모기업으로 하는 것도 비슷하며 바이에른 뮌헨을 잡고 팀 창단 이래 최초로 리그 우승을 이뤘으나, 제코가 떠난 이후로 몰락해버린 볼프스부르크와는 대조를 이룬다).
전북이 올시즌 기록한 리그 성적은 18승 9무 3패로 승점 63점, 팀 득점 67골(최다득점 1위)에 32실점(최소실점 3위)을 기록하면서 리그를 다시 한 번 평정하면서 정규리그 1위에 끝마쳤다. 리그 이외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전북의 위력은 대단했다. 16개 팀 중에서 유일하게 '더블 스쿼드'를 운영하면서 선수들의 체력을 철저히 안배하며 활약한 덕분에 전북은 국제대회에서도 끊임없이 '닥공' '닥공' 닥공'이었고, 심지어 겁없이 덤벼들었던 알 이티하드도 가차없이 때려눕히면서 2005-2006시절 울산 이후 아시아의 새로운 깡패로 등극했다(참고로 그 시절 잘나가던 울산을 아챔에서 발목잡았던 팀이 하필 전북이었다). 비록 알사드에게 승부차기에서 패하는 바람에 아쉽게 아시아 왕좌에 오르는 데에는 실패했지만, 많은 축구팬들이 전북이라는 팀을 통해서 K리그도 해외 빅리그 못지 않게 재밌는 경기를 한다는 인식을 갖게 되었고, 전북의 플레이에 매료되어 올시즌에 전북팬이 된 사람들도 상당히 많아졌다. '유재석의 인기'가 바로 이런건가 보다.
그렇다고 해서 전북이 마음을 놓고 있을 때는 아니다. 아챔 결승전 이후로 전북은 한 달 가까이 휴식을 취하긴 했으나, 그 반면에 경기감각은 많이 떨어졌다. 비록 상대팀인 울산이 19일부터 시작하여 일주일 동안 3게임을 치뤄서 체력적인 문제를 호소한다고 하지만, 울산은 상당히 독기를 품은 채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것이다. 게다가 올시즌 울산은 리그 챔피언에 오르게 된다면, 수많은 전문가들의 예상을 깨고 더블을 기록하게 되는 셈이다(많은 이들은 전북이 더블을 기록할 것이라 했지만, 도리어 전북 또한 '콩'이 되게 생겼다). 그러하기에 미디어데이에서 최강희 감독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정규리그 1위'라는 타이틀은 던져놓고 시작하겠다는 '초심'으로 간다고 언급했다. 전북은 이제 울산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일어설 때가 왔다. '1인자'의 위치에서 전북이 아닌, '백의종군'의 자세로써 울산을 상대해야한다. 게다가 1차전은 울산 홈인 문수 경기장에서 치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부담감도 상당할 것이다. 여기서 '1인자'는 어떠한 방법으로 도전자를 물리칠 것인가?
따끈따끈한 매치업
1) '잘생긴 유부남' No.1 타이틀 결정전 : 곽태휘 vs 이동국
(하나의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 절대 미남도 only one!! 승부를 가르자!! 스포탈코리아 출처)
K리그를 좋아하는 여성축구팬들은 이 경기에서 눈호강을 제대로 할 것이다. 왜냐하면 K리그에서 비주얼로 1,2위를 다투는 양대산맥인 곽태휘와 이동국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으니까 말이다(이럴 때 남자인게 서럽더라). 두 사람의 공통점은 잘생겼고, 유부남에(애 아빠 추가) 팀 내 득점 1위를 찍고 있는데다가 팀 전술의 정점이자 핵심축이다. 곽태휘의 경우에 최근 3경기 동안 울산 수비라인을 후방에서 진두지휘하면서 끊임없는 수비리딩과 깔끔한 1대1마크로 상대의 칼끝을 뭉개버리는 데 크게 일조하였으나, 이번 1차전에서 경고를 받게 되면 2차전에서 경고누적으로 결장하게 되버리는 문제점 또한 안고 있다. 전북도 현재 이동국의 컨디션이 어느 정도 올라왔느냐에 따라 이번 챔피언결정전 승부의 향방이 갈라질 것이다. 사실 알사드와 연장전까지 가게 된 것도 이동국이 제 컨디션이 아니었던 탓이 컸다. 다행히 전북에게 한달 간 휴식이 있었기에 이동국은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했다는 점이 전북에게 있어서 이득이다. 이동국의 몸이 가볍다면 전북은 1차전부터 맹공을 퍼부을 것이라 예상된다.
2) '공중에는~ 누구?' : 김신욱 vs 심우연
(K리그에서 가장 키가 큰 두 사람인 김신욱과 심우연이 공중전을 펼친다면?)
이번 플옵에서 김신욱은 거의 '무적'에 가깝다고 해도 아깝지 않는 표현이다. 196cm 답게 제공권은 물론이겠거니와 센스있는 움직임과 종종 찔러주는 킬패스와 상대팀 서포터즈를 눌러버리는 슈팅과 세러모니, 박지성 빙의돋는 활동량, 그리고 레전선수급 돋는 딱 부러지는 인터뷰까지..!! K리그 슈퍼스타로써 갖춰야할 것은 다 갖춘 셈이다. 이러한 김신욱을 상대로 아디, 마토, 김형일이라는 K리그 대형 수비수들이 차례차례 무너졌다. 그렇기에 전북 입장에서는 이 김신욱을 막는 데 상당히 고민거리이고, 전북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는 195cm인 심우연의 활약이 중요하다. 조민호 캐스터가 '공중에는 심우연'이라는 유행어를 만들 정도로 공중에서는 거의 제왕에 가까웠던 심우연이 드디어 제대로 된 적수를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게 된 셈이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울산의 김신욱은 수비수에서 공격수로 전향했고, 전북의 심우연은 공격수에서 수비수로 전향한 케이스. 뭔가 비슷하면서도 다른 두 사람이 공중에서 맞붙는다면 과연 조민호 캐스터는 '공중에는' 타이틀을 누구에게 붙여줄 것인가? 이 경기에서 공중을 지배하는 자가 획득하겠지.
3) 김영광이냐, 김승규냐. 울산의 행복한 골라먹는 재미
(전북에게 없고, 울산에게만 있는 것? 바로 No.1과 No.2 골키퍼, 누굴 내놔도 손색이 없을 만큼 뛰어나다는 것!! 스포탈코리아 출처)
울산이 이것만큼은 전북에게 있어서 압도적인 면을 보이고 있는데 바로 골키퍼다. 현재 울산의 넘버원 골키퍼는 김영광인데, 김영광은 최근 첫딸을 얻은 뒤로부터 선방횟수가 늘어나며(일종의 분유버프가 작용했다), 플옵에서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팬심 잔뜩 담아서 서울전-수원전에서도 김영광의 선방만 보자면, 국대 넘버원으로 뽑아야 정상이지. 보고있나 조광래? 하지만 그렇게 울산의 골문을 든든하게 지켰던 김영광이 경고누적으로 포항전에 결장하여 울산에게 불리하게 돌아갈 줄 알았으나, 울산은 전혀 문제가 없었다. 바로 'PK괴물 김승규'가 있었으니깐 말이다. 지금으로부터 3년전 포항과의 6강 플옵에서 교체로 데뷔한 김승규는 노병준과 김광석의 슛을 막아내며 울산에게 승리를 가져다 주는 등 화려한 데뷔로 이름을 알렸고, 그러한 반복은 3년이 지난 지난주말에도 이어졌다. '포항킬러'답게 모따와 황진성의 PK를 차례로 막아내면서 포항의 사기를 꺾었고, 김영광 못지 않는 판단력과 감각으로 포항의 슈팅을 다 막아내면서 차세대 수문장으로써 진가를 발휘했다(김영광 위기설). 현재 김호곤 감독은 전북전을 앞두고 김영광과 김승규 누굴 쓸 지 참 행복한 고민에 빠져있다. 물론 김영광이 선발로 나오겠지만, 김승규가 선발로 나온다해도 이상할 게 없다. 그만큼 울산의 골키퍼는 강하다.
4) '가장 중요한 자리', 에닝요의 파트너로 과연 누가 나올려나?
(전북의 고민은 '3'의 나머지 한 자리로 누굴 기용할 지가 문제다. 이승현이냐? 서정진이냐? 조이뉴스24 출처)
전북이 쉽게 닥공모드로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골게터인 이동국의 골결정력도 한 몫 했지만, 그의 뒤를 받쳐주는 '3'의 존재감도 무시할 수 없다. 그 '3'이라는 자리에 이미 두 자리는 확정되었는데, 루이스와 에닝요다. 이 두 외국인 선수들은 두말 할 것 없이 주전으로써 좋은 활약을 펼쳐왔는데, 특히나 에닝요는 올시즌 절정의 기량을 뽐내고 있으며 측면 돌파나 1대1 찬스, 그리고 세트피스에서의 데드볼리스트 기질까지 두루 갖추며 영원한 전북의 오른쪽 윙어로 굳혔다. 문제는 이 에닝요의 짝으로 서게 될 왼쪽 윙자리다. 후반기에 주전으로 치고 나와서 좋은 모습을 선보였던 서정진은 최근 국대 유니폼이 워낙 튀었던 탓인지 아니면 갑작스런 언론의 띄워주기에 당황한건지, 경기시에 너무 힘이 들어간 모습이었다. 특히나, 알사드와의 경기에서 상당히 무리한 돌파와 개인기를 선보이면서 되려 전북의 공격력을 반감시켰다. 그리고 서정진 대신 투입된 이승현의 경우, 그동안 서정진에게 밀려 벤치에 머물러 있었으나, 알사드전에서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내는 등 중요한 활약을 펼치면서 서정진과 대조를 이루었다. 한달 여 가까이 지난 지금, 서정진은 A매치와 올림픽대표팀 호출로 인하여 체력이 상당히 고갈된 상태이고 이승현은 반면에 한달 간 푹 쉰 상태. 그렇지만 경기력 부분에서는 오히려 서정진이 더 좋다(계속 경기를 치뤘으니까). 최강희 감독의 선택은?
<예상 선발라인업>
<나의 경기예상>
올시즌 전북이 1승1무로 울산에게 앞섰다곤 하나, 울산 원정에서 전북이 크게 이겼던 적이 거의 손에 꼽을 정도로 울산원정에서 전북은 그렇게 큰 힘을 쓰지 못했다(나한테는 2006년 아챔 4강이 가장 최근의 충격패였다). 2연타로 설레발 적중한 김에 한 번 더 설레발칠까?? 그냥 지지는 않고 비길 것 같다. 2차전에서 결판날 것 같다.
+ To. 연맹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이례적으로 평일 저녁 6시, 주말 오후 1시반이라는 파격적인 편성표가 나왔다(작년만 하더라도 평일 7시, 주말 3시였건만...). 주말도 주말이지만, 평일에 저녁 6시에 경기를 잡았다는 것은 연맹 직원들이 한국인이 아니라는 것 말고는 도통 설명하기 힘들다. 아무리 공중파 중계라 한들, 중계권료와 스폰서에 눈이 멀어 무리수를 강행한다면 과연 누구 손해일까? 결과적으로 연맹이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 연맹의 무능력함 덕분에 울산은 연맹에게 반항하는듯한 태도로 무료관중경기라는 일종의 시위격으로 경기를 치르려고 한다. 무료관중으로 인해 울산이 K리그 격을 낮춘다? 이미 K리그 격을 낮춘건 연맹이지, 울산이 아니다. 엄한 사람에게 욕하려 들지 마라. 무료관중해도 연맹 덕분에 지금 올 사람도 못오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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