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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view] 전북 vs 울산 : 스타워즈, 그 마지막 이야기의 결말은?

J_Hyun_World 2011. 12. 3. 08:00

 

 

 

(드디어 2011년 K리그 마지막 프리뷰가 되겠구나. 이제 난 이걸 끝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

 

 

비 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수요일 문수산 기슭, 그리그 그 후...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어느 수요일 문수산 기슭, 철퇴와 닥공이 영화처럼 일진일퇴를 벌이다 결국 닥공이 이겼다 스포탈코리아&뉴시스 출처)

 

  11월  30일 수요일, 울산에는 비가 억수로 쏟아졌다. 가뜩이나 이제 겨울이라 추운데, 비까지 내렸으니 비를 잘못 맞았다간 아파서 방바닥에 드러누워야 했을 지도 몰랐을 정도로 추웠다. 하지만, 문수산 기슭은 그 추위 속에서 뜨거운 열을 내뿜었다. 이 궂은 날씨와 연맹의 병맛같은 중계시간에도 불구하고, 문수 경기장에는 K리그 챔피언을 가리는 챔피언결정전 1차전을 보기 위해 2만 5천여명의 축구팬들이 찾아와 주었다. 울산에서 13년동안 살아봐서 아는데, 오후 6시까지 문수경기장까지 도착하는 건 울산 지리상으로 힘들다. 경기장이 일단 울산 중심부와 떨어져 있는데다가 문수경기장까지 가는 교통편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6시까지 경기장을 도착하려면 최소한 집이나 직장, 학교에서 4시에 출발해야하는데, 우리나라 평일 문화에서 그게 가능할 리가 있나?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문수에 모인 2만5천명은 정말 대단한 분들이라는 것이다.

 

  그렇게 많은 관중들의 환호에 보답하는 듯이 6위에서 차례차례 스테이지를 깨고 마지막 스테이지까지 넘어온 플레이어 울산은 이제 RPG 게임인 'K리그' 끝판왕으로 있는 전북을  상대로 홈에서 맞붙었다. 빗 속에서 맞붙은 두 팀의 대결은 마치 영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에서 배우 박중훈과 안성기가 마지막 씬에서 주먹다짐 하듯이 치열했고, 많은 이들의 예상과 달리 팽팽한 경기였다. 전반시작부터 울산이 전북을 몰아부치면서 선제공격을 날렸고, 이에 응수하듯이 전북도 슬슬 경기력이 올라오면서 그들의 특기인 '닥공모드'로 울산에게 반격을 가하였다. 그렇게 일진일퇴의 공방전 끝에 전반전은 득점없이 비겼다. 그리고 후반 7분, 이재성의 반칙으로 PK를 얻어낸 전북에게 먼저 득점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에닝요가 골을 성공시키며 팽팽한 균형의 축을 깨뜨렸다. 하지만, 머지 않아 후반 18분 곽태휘가 기습적이고 날카로운 프리킥 골을 성공시키면서 전북의 기세에 제대로 철퇴를 후려치면서 전북마저 당황케 했다. 이러다 안되겠다 싶었는지, 전북은 정성훈과 로브렉을 투입시키면서 극단적인 공격으로 울산을 밀어부쳤고, 울산은 체력적인 열세 속에서도 전북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러나 후반 34분, 에닝요가 다시 한 번 울산의 골망을 흔들면서 결국 전북이 아슬아슬하게 2대1 역전승으로 울산 원정을 마무리했다. 무서운 기세로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왔던 울산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이으로 바뀌었지만...

 

  원정경기 승에 게다가 올해부터 적용되는 원정 다득점 원칙이라는 제도까지 생겼으니 사실상 전북이 우승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벌써부터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제 1차전이 끝났을 뿐이고, 2차전인 전주성에서 어떠한 일이 벌어질 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오직 신만이 아는 시나리오다. 그래서 준비해봤다. 이 스타워즈의 엔딩 두 가지 버전을...

 

 

 

가상 엔딩 1 : 전주성으로 귀환, 그리고 이동국의 새로운 기록갱신?

 

 

  첫번째 엔딩은 전북의 우승 시나리오다. 이미 울산 원정에서 2대1 승리라는 값진 결과물을 얻어냈고, 또한 2차전은 전북의 홈인 전주성이기 때문에 전북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상황이다. 또한 원정다득점 원칙까지 적용되니 우승확률은 거의 90%대에 육박한다 해도 크게 과장된 말은 아니다. 또 전북은 울산과 달리 플레이오프를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체력적으로도 울산을 압도하는 위치고, 울산과 달리 더블 스쿼드를 유지하고 있기에 누가 빠지더라도 그 자리를 메꿀 선수들이 대기하고 있기에 울산에게 있어서 전북이라는 벽은 한없이 높아보인다(아마 우린 안될꺼야. 전북을 어떻게 이겨. 차라리 내가 태연과 연애하는 게 빠르겠다. 응?). 그리고 경기감각 면에서도 전북은 전혀 공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전반 초반에 울산에게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전반 막판으로 갈 수록 전북의 경기력은 차츰차츰 살아나더니 후반전이 되자 전북은 평소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이런 괴물들). 이미 상당수의 전북팬들은 자신들이 우승할꺼라고 확신에 차있으면서 그들도 이제 두번째 별을 달게 될 거라며 자신하고 있다.

 

  전북의 우승과 별개로 전북에게는 또 하나의 중요한 도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전북의 핵심선수인 이동국의 개인통산 골기록이다. 현재 K리그 개인통산 최다골 1위는 우성용이 세운 116골이다. 이동국은 현재 이보다 한 골 뒤져있는 115골을 기록하며 2위에 랭크되어있는 상황이다. 그렇기에 이번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그가 2골이상을 기록하게 된다면, 우성용을 제치고 이동국이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되는 셈이 된다. 올시즌 이동국은 기록들을 차례차례 갈아치우고 있는 중이다. 이번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서 한국인 최다 13골을 경신했고, 올시즌 15도움(16골)으로 사실상 도움왕에 확정됨으로써 K리그 역사상 최초로 신인상+득점왕+도움왕+MVP 개인상 4개를 싹쓸이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면서 현재 성남 감독으로 있는 신태용 감독의 기록까지 넘어서게 되는 셈이다(신태용 감독도 선수시절에 수많은 개인 상을 싹쓸이 했으나, 도움왕은 단 한 번도 받았던 적이 없다). 

 

 

 

가상 엔딩 2 : 철퇴의 역습, 2006년 아챔 4강의 복수?

 

 

  두번째 엔딩은 바로 만화나 드라마에서나 일어날 법한 울산의 역전드라마다. 울산은 현재 전북에 비해 모든 게 어려운 상황이다. 19일 서울과의 경기를 시작으로 하여 3일 간격으로 쉴새없이 달려왔다. 그렇다보니 체력적으로는 이미 한계점이 다다랐다(이미 포항전때 체력이 바닥난 모습이 명백하게 드러났었다). 그냥 전북과 1차전을 치르기만 해도 체력이 많이 소비되는데, 비까지 왔으니 울산의 체력 소모는 더이상 말이 안나온다(피로돌이가 몇명이야 대체...). 그러한 상황에서 홈에서 전북에게 역전패를 당했다. 그리고 원정다득점 원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울산이 전북을 잡고 역전드라마를 쓰려면 전주성에서 최소한 2대1 이상으로 전북에게 승리해야하는데, 2차전에는 고슬기와 이재성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한다는 것이 타격이 크다. 이재성의 경우, 강민수로 어느정도 공백을 최소화 할 수 있는데, 문제는 고슬기의 대체자다. 중앙, 측면 가릴 것 없이 공격적인 면모로 상대의 수비진 사이를 침투하여 득점하는 고슬기의 공백은 너무나도 크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울산이 2차전에서 무조건 패배할 것이며, 이제 더이상 가망이 없다고 말하기엔 아직 이르다. 2006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 4강전을 한 번 되새겨보자. 당시 울산은 전북 원정에서 3대2 승리를 거두며, 사실상 결승에 오를 줄만 알았다. 하지만, 그러한 아시아깡패 울산을 상대로 염기훈-김형범을 앞세운 전북은 울산 홈에서 4대1 역전승을 이루면서 드라마틱하게 아챔 결승에 올라갔고, 그리고 우승팀이 되었다. 전북도 그렇게 했는데, 울산이라고 못할 것이라 할 것 없다. 5년 사이에 두 팀의 위치가 서로 바뀌었을 뿐, 상황은 그때와 매우 흡사하다. 5년 전 이야기를 되새김질한다면, 울산에게 있어서 오히려 이 상황이 전북에게 복수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게다가 부상으로 이탈했던 고창현과 이진호도 2차전엔 합류한다고 한다. 이미 역전드라마를 쓸 구성요소들은 전부 갖춰진 셈이다. 이제 울산이 얼만큼 정신력으로 무장하여 전북보다 더 우승에 대한 열망을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렸다. 목마른 놈이 우물을 먼저 찾는다고, 울산도 그러한 정신으로 전북에게 덤벼들면, 축구, 몰라요.

 

 

 

중요한 승부처 : 세트피스 상황

 

  2차전의  승부를 가를 승부처는 아무래도 세트피스 상황이 될 것 같다. 세트피스 상황이야 말로 이러한 단기전에서 가장 많이 터져나오는 득점 루트일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단기전일 수록 각 팀의 수비수들의 집중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그렇기에 공격수들이 틈을 놓치지 않고 수비를 뚫고 침투할 수 있는 기회는 정규리그 때보다 더 줄어들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러한 수비수들의 집중력을 한 번에 무너뜨리면서 우리쪽 분위기로 가져 올 수 있는 것이 바로 세트피스다. 이번 플옵에서도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했던 게 제법 된다. 특히나, 울산의 경우에는 두 번이나 세트피스를 통해 분위기를 자기쪽으로 가져 왔었다. 먼저 서울전에서 세틔피스 상황에서 곽태휘와 김용대가 경합하면서 튕겨져 나온 공을 곽태휘가 놓치지 않고 골을 성공시키면서 서울의 사기를 꺾어버렸고, 지난 수요일 전북전에서 곽태휘는 벼락같은 프리킥 골로 전북의 기세를 눌러버리기도 했다.

 

  전북이나 울산이나 양 팀에 다 막강한 데드볼리스트를 보유하고 있다. 전북은 두 말 할 필요없이 에닝요다. 에닝요는 프리킥, 코너킥 가릴 것 없이 그 자리에서 직접 득점할 정도로 예리하고 강력한 오른발을 지니고 있다. 전북의 최근 경기였던 알사드와의 결승전에서 전북의 선제골도 에닝요의 발에서 시작했고, 이승현의 동점골 또한 에닝요의 코너킥에서 시작했다. 그만큼 세트피스 상황에서 에닝요의 존재감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섭다라는 말밖엔 나오질 않는다. 울산도 전북에게 밀리진 않는다. 울산은 전북보다 더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있다. 왼발엔 최재수, 오른발엔 곽태휘 혹은 고창현이 존재한다. 최재수는 올시즌 내내 울산의 세트피스를 전담해왔고, 곽태휘는 이번 전북전에서 데드볼리스트 기질을 증명했다. 고창현 또한 부상을 당하기 전에 최재수와 더불어 전담하기도 했다.

 

 

<예상 선발라인업>

 

 

 

 

<나의 경기 예상>

 

 

 

  박챔프 아니 박호랑님의 호랑이 기운을 이어받아 2차전에 싱겁게 끝나지 말고 반전드라마가 한 번 쯤 일어나줬으면 좋겠다(하지만 일어나지 않겠지. 끝판왕이 너무 막강해서 말이지.) 그저 일장춘몽일뿐, 울산은 우승 못할꺼야....

 

 

P.S) 드디어 이 경기를 끝으로 나도 올해 프리뷰가 끝난다. 아 신난다. 당분간 휴식을 취할 수 있겠구나. 그동안 저의 미흡한 프리뷰를 읽어주셨던 분들께 감사말씀 올립니다. 그리고 저의 하찮은 프리뷰에 상당한 고퀄 소스를 주신 서리의여왕님을 비롯하여 저와 프리뷰 공동작업 할 때 도움 많이 주신 다른 프리뷰어님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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