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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는 현재 '동유럽 열풍'입니다.

J_Hyun_World 2011. 12. 21. 08:00

 

 

 

90년대 동유럽의 추억

 

  1983년에 개막한 K리그도 어느덧 서른 살이 다되어간다. 이 스물여덟해 동안 K리그를 거쳐간 수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있었고, 이들이 오늘날의 K리그가 있기까지 적지 않은 공헌을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처음에는 '외국인 용병'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그저 일시적이며 뭔가 낯설었던 존재로 다가왔던 그들이지만, 이제는 어느덧 '용병'이 아닌 국내 선수들과 똑같은 '선수'로 불리면서 외국인 선수 또한 K리그의 한 식구가 되었다. 외국인 선수들이 K리그에 남겨놓은 발자취들은 실로 대단했고, 특히나 1990년대 발칸반도에서 건너온 파란 눈의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세월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오고 있다(우연찮게도 1990년대 구 유고슬라비아를 주축으로 동유럽 국가들이 국제무대에서 강세를 보였던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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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K리그 동유럽 열풍의 주역이었던 마니치, 샤샤, 싸빅, 그리고 라데)

 

 

  먼저 1990년대에 포항에서 황선홍 감독과 환상의 파트너로써 K리그에 처음으로 발칸반도 선수의 좋은 인식을 심어주었던 '유고 특급'인 라데 보그다노비치(이하 라데)의 플레이는 현재까지도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특히나, 황선홍과 함께 2대1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골을 넣는 플레이 등은 라데가 포항에서 4년동안 머무는 동안, 8만 달러의 몸값이 아닌 80만 달러의 가치를 보여주었다. '우승 청부사' 샤샤 드라큘리치(이하 샤샤)의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1995년에 부산에 입단하여 2003년 성남을 끝으로 떠날 때까지 그는 K리그 통산 득점랭킹 역대 4위에 유일한 외국인 선수로 등록되어있고, 부산-수원-성남을 거치면서 전부 팀을 우승시켰을 만큼 그의 득점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안정환과 함께 부산을 이끌며 '바람의 아들'로 불렸던 마니치도 빼놓을 수 없다. 우아한 볼터치와 날카로운 마무리, 공격수임에도 좌우측면 가리지 않고 소화했던 다재다능함을 지녔다. 크로아티아 출신 수비수인 싸빅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포항-수원-성남-전남을 거치면서 K리그를 대표하는 외국인 수비수로 자리매김하였고, 한국이 마음에 들어서 '이싸빅'이라는 새로운 이름과 함께 귀화까지 했다.

 

  이러한 90년대 동유럽에 대한 추억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명맥을 라돈치치나 데얀, 스테보, 마토가 이어가고 있긴 하지만, 예전처럼 발칸반도 출신 선수들의 영향력은 크게 미치지 못하고 최근 요 몇년간은 브라질을 비롯하여 남미에서 건너온 외국인 선수들에 의해 판이 좌우되고 있으며 동유럽 열풍도 이제 서서히 식어가기 시작했다.

 

 

 

K리그에 다시 불기 시작한 동유럽 열풍

 

 

(포항과 성남이 동유럽국가 출신인 조란 랜들리치(위 사진)와 블라디미르 요반치치(아래 사진 왼쪽 상단)를 영입하였다)

 

  이렇게 식어버릴 것만 같던 동유럽 열풍이 최근 들어 다시 한 번 크게 불어닥칠 조짐이 보이고 있다. K리그 외국인선수들의 주공급처인 브라질이 최근 경제 성장으로 인하여 예전보다 몸값이 훨씬 비싸졌고, 브라질 출신 선수들을 데려오는 과정이 깨끗하지 못하거나 기량이 의심되는 선수가 많아지는데다가, 최근 브라질 축구판 경향이 해외보단 국내에서 뛰는 선수들을 더 우대하는 추세라 그런지 브라질 선수들이 해외로 나가려는 모습이 이전에 비해 소극적으로 바뀐 것이다. 이렇다보니 K리그 구단 입장에선 브라질 선수들을 공급하는 데에 있어 매우 어려움을 겪게 되었고, 그 때문에 일부 구단들은 브라질이 아닌 다른 나라 선수들을 데려오는 쪽으로 선회했으며, 다시 한 번 동유럽 쪽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동유럽출신 선수들 영입에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팀은 바로 포항. 포항은 다음시즌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무대와 스플릿제도로 인하여 경기 수가 급격하게 늘어난 K리그 일정까지 소화하려면 두껍고 퀄리티가 높은 스쿼드를 구축해야 하는데, 얼마 전에 팀내 득점 1위이자 포항의 공격첨병이었던 모따와 재계약을 포기하였고, 슈바도 잔부상이 많다보니 내년에도 계속 데려가자니 그의 부상이 걸림돌이 된다. 게다가 주장인 김형일이 다음 시즌 군입대를 위해 2년간 상주에서 뛰게 생겼으니 그의 대체자 영입이 필수였던 상황이었다. 그래서 포항은 90년대 풍미했던 '라데의 추억'을 떠올렸는지 발칸반도쪽으로 가장 먼저 눈을 돌렸고, 김형일의 대체자로 세르비아 수페르리가의 야보르 이반지카 소속 센터백인 조란 랜들리치와 계약하여 얼마전에 메디컬테스트까지 마쳐 사실상 영입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포항은 모따의 대체자로 불가리아 리그의 CSKA 소피아 소속 공격수이자, 루마니아 국가대표 출신인 이아니스 지쿠까지 노리고 있다고 한다. 지쿠까지 영입에 성공한다면 포항은 다음시즌 막강한 공수 원투펀치를 장착하는 셈이다(불가리아 현지 언론은 이미 지쿠와 포항의 계약이 확정되었다고 보도했다).

 

(현재 K리그를 비롯하여 아시아, 러시아 등 수많은 곳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는 루마니아의 핫피플, 이아니스 지쿠)

 

  포항에 뒤질세라 다른 K리그 팀들 또한 동유럽 출신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에 피스컵이 다시 개최됨과 더불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진출 덕분에 문선명 구단주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총알을 제대로 충전한 성남은 수원으로 떠나버린 라돈치치의 공백을 메꾸기 위해 신태용 감독이 동유럽으로 날아가서 포항의 레전드인 라데의 '친조카'이자 세르비아 명문팀인 파르티잔에서 뛰고 있는 블라디미르 요반치치를 직접 영입하였다. 에벨듀오와 사샤 잔류가 사실상 높아진 성남 입장에서 요반치치를 영입하면서 외국인 쿼터를 미리 확정지으면서 조직력 강화에 힘쓰는 일만 남은 셈이다(참고로 사샤도 동유럽계 호주 선수다).

 

  라돈치치-데얀 등을 맨 처음 K리그에 안착시키면서 K리그 팀들 중에서 '동유럽 커넥션'을 무기로 장착하고 있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빈약한 스쿼드를 보충하기 위하여 제2의 데얀이나 라돈치치를 영입하기 위해 다시 한 번 동유럽 쪽을 물색하고 있으며, 세르비아 수페르리가 명문팀인 레드스타의 에이스이자 현재 세르비아 국가대표로도 호출되는 안드레아 칼루제로비치와 칼루제로비치 이외에도 마케도니아 출신 공격수인 이자이르 메이니까지 노리고 있다고 한다(현재 인천에서 테스트를 받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며, 다음달에 계약 완료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 이외에도 제주도 동유럽 출신 선수 영입 성사 직전까지 간 상황이라 하고, 강원의 경우에는 최근 전북에서 방출통보를 받은 로브렉을 붙잡기 위해 필사적이라는 링크도 뜨고 있다(가만, 강원도 로브렉 영입하면 동유럽 커넥션이네?). 그리고 마토와 스테보, 라돈치치 동유럽 커넥션을 보유하고 있는 수원은 동유럽계 호주선수를 아시아쿼터를 통해 영입하려고 준비중이라고 한다(이거 때문에 수원에서 뛰었던 동유럽 선수출신인 우르모브가 에이전트 자격으로 다음달에 수원에 접촉할 것이라는 기사가 나온 것 같다).

 

 

 

  내년 2012년은 K리그 발전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해가 될 것이다. 2013년부터 승강제가 도입될 것이고, 내년 스플릿 제도까지 도입하면서 2부리그에서 뛸 4팀을 가를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각 팀 국내 선수들의 활약 여부도 중요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의 기량 또한 내년 많은 경기를 소화하는 데 있어서 서울의 데얀이나 전북의 에닝요나 루이스, 울산의 에스티벤처럼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 본다. 그 중심에 동유럽 선수들이 새바람을 일으켜서 제2의 동유럽 열풍이 불어닥칠 지는 이제 동유럽 선수들의 몫이다.

 

 

(인천의 동유럽 커넥션을 통해 K리그와 링크된 안드레아 칼루제로비치(위), 그리고 이자이르 에미니(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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