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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유망주들의 일본 러쉬에 대한 쓸씁한 현실

J_Hyun_World 2011. 12. 31. 08:00

 

 

 

 

해가 거듭될수록 한국 유망주들의 일본행이 늘어나고 있다

 

 

(청소년대표팀에서 큰 두각을 나타내던 슈퍼탤런드 백성동, 하지만 그가 택한 프로리그는 한국이 아닌 일본이었다)

 

  차세대 한국축구계의 슈퍼탤런트로 주목받던 백성동이 J리그 주빌로 이와타로 이적했다. 이전부터 반드시 K리그에서 프로 데뷔를 했으면 좋겠다는 선수였으나, 국내 축구팬들의 바람과 달리 일본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백성동에 이어 황도연과 같이 청소년대표팀에서 수비의 중추가 되었던 장현수마저도 FC도쿄로 이적을 확정지으면서 K리그는 두 명의 큰 재능들을 일본에게 눈뜨고 빼앗기는 걸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더 가슴 아픈 것은 이 두 선수처럼 J리그로 날아가는 유망주들이 한 두명이 아니고, 이게 어제오늘 일어나는 일이라는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선수들이 90년대 말부터 J리그로  상당히 많이 넘어갔었다. 우리나라에서 레전드로 불렸던 황선홍이나 홍명보, 유상철, 안정환 등도 J리그에서 크게 활약했던 선수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K리그에서 시작하여 자신들의 기량에 정점을 찍은 상태에서 J리그로 건너갔다는 것이 차이점이라 볼 수 있다. 그당시와 달리 현재는 기량의 정점을 찍은 선수들이 아닌 아직 기량이 채 만개하기도 전인 유망주들이 잇따른 일본으로 날아가고 있다.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고 있는 김보경이나 김진현, 오미야 아르디자 소속인 김영권과 조영철, 그리고 김민우(사간 도스), 정동호(가이나레 돗토리), 정우영(쿄토 퍼플상가), 한국영(쇼난 벨마레) 등이 있고, 이들은 대부분 현재 한국 올림픽대표팀의 주축선수들이기도 하다.

 

  유망주들의 일본 러쉬 유행을 보고 현재 올림픽대표팀 홍명보 감독은 "멀쩡한 K리그 놔두고 왜 굳이 외국에 나가서 편의점 도시락을 사먹느냐"면서 이러한 현상에 대해 씁쓸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체 우리나라의 젊은 인재들이 자국리그인 K리그를 놔두고 왜 어려운 고생을 하려고 일본으로 날아가는 것일까?

 

 

 

왜 유망주들은 모국을 놔두고 떠나야만 할까?

 

  어느 순간부터 왜 우리나라 유망주들은 한국 무대를 놔두고 일본 무대로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나가려고 하는 것일까? 외국인 용병이라는 좋지 않은 대접까지 감수하면서까지 말이다. 크게 보면 두 가지로 볼 수 있다. 하나는 K리그보다 프로축구리그 기반이 탄탄한 환경이 있고, 또다른 하나는 바로 유망주들의 선택의 자유를 크게 제한하는 드래프트 제도가 있다.

 

 

1) 확실히 축구하기 편한 환경인 J리그

 

 

(유럽의 인프라를 그대로 도입해서 쓰다보니 J리그의 축구환경은 한국보다 더 좋을 수 밖에 없다)

 

  우선, 냉정하게 말한다면 우리나라 보단 일본이 확실히 축구선수들이 뛰기엔 좋은 환경인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보다 10여년 늦게 프로축구리그를 출범했지만 애초부터 일본은 자금력 승부에서 우리보다 더 많은 돈을 퍼부으면서 자신들의 축구인프라를 철저히 닦아놓으면서 유럽의 선진제도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태생부터 승강제를 도입하여서 각 팀들 간의 경쟁력을 자극하면서 치열한 경기를 유발시키는 데 윤활제 역할을 했다. 주급제도나 선수들의 훈련환경 또한 우리보다 훨씬 더 좋으며, 오로지 축구에만 전념할 수 있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준다. J리그에서 경험했던 김승용과 이근호도 어느 인터뷰에서 밝히지 않았던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우리나라로선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부분이 아닌가 싶다. 물론 K리그 모든 팀의 축구환경이 J리그보다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모기업을 둔 구단들은 선수들에게 아주 최적의 환경이기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시민구단의 경우에는 좀 다르다. 특히나, 몇몇 구단은 연습구장이 없어서 남의 운동장을 빌려다 쓰거나 클럽하우스를 마련할 여력이 없어서 다른 기관의 건물을 빌린다거나 아파트 등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물론 이러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뛰어난 재능들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열악하다보니 자신이 좀 더 운동에 매진할 수 있고, 자신을 좀 더 좋게 대우해주는 곳으로 찾게 되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현실이 아닌가 싶다.

 

 

2) 유망주들의 선택의 폭을 제한하는 드래프트 제도

 

(현재 K리그의 가장 골칫거리로 전락해버린 드래프트 제도, 이 드래프트 제도에 대해선 현재까지도 말이 많다)

 

  축구환경보다도 아무래도 유망주들이 일본행 비행기에 타게끔 만드는 직접적인 원인은 아무래도 현재 K리그에서 시행되고 있는 드래프트 제도일 것이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K리그에서 드래프트 제도는 폐지되었고, 한동안 자유계약체제로 운영되었던 적이 있었다(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이 있다). 하지만, 자유계약체제로 가는 동안 이천수나 박주영의 케이스처럼 계약체결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버리는 부작용이 생겨버리고, 부익부 빈익빈 구조로 기업구단과 시민구단의 격차가 갈 수록 벌어지고 이에 동반하여 전력 차이도 심하게 벌어지게 되니 프로축구연맹은 다시 드래프트제도를 부활시키게 되었다.

 

  이 드래프트 제도 때문에 유망주들은 자신이 선호하는 프로팀과 먼저 계약을 함부로 할 수 없게 되어 반강제적으로 소위 뺑뺑이를 돌려서 팀을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택의 제한을 받기 시작했고 드래프트 제도에 의해서 프로 첫데뷔 당시 초년 연봉도 적은 액수로 제한되어있고, 일본으로 가게 되면 드래프트 우선지명자보다 아무리 적어도 3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참고로 드래프트에서 제1지명 선수의 연봉이 5천만원인데, 그것도 뽑혀야 받을 수 있지 이번에만 하더라도 드래프트 제1지명으로 뽑힌 선수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이렇게 선택권이 극히 제한된 드래프트 제도이다 보니 특히 대학교에서 뛰던 유망주들은 자연스레 K리그 팀이 아닌 J리그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며, 여기에다 J리거 출신 선수들이나 대학교의 입김까지 작용하여 일본으로 방향을 잡게 되는게 아닌가 싶다. 내년부터 K리그도 자유계약제2+드래프트제도로 수정하여 도입하면서 점차적으로 드래프트제도를 폐지하려고 하지만, J리그로 유출되는 현상은 당분간 막기 힘들 것이다.

 

 

 

일본행, 그것이 마냥 좋은 것일까? J리그 진출의 어두운 그림자

 

  결국 유망주들 또한 아마추어가 아닌 프로선수로 활약할 것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돈을 더 많이 주는 곳, 뛰기 더 편하고 좋은 곳을 선호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물론, 돈이 아닌 명예나 의리를 중요시 여기는 선수들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J리그가 돈을 많이 주고 선수들이 운동에 집중하기 좋은 인프라가 구축되어있다고 하지만, 과연 유망주들의 일본행이 기회의 땅이라고 생각하는걸까?

 

(J리그에서 뛰는 유망주들은 대부분 박지성처럼 해외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나, 사실 박지성처럼 진출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번에 주빌로 이와타로 이적을 확정지은 백성동의 말을 들어보면, 예전부터 일본행을 준비해온 것은 일본이 스페인처럼 패싱축구를 구사하며 후에 일본에서 유럽으로 진출하기 훨씬 더 수월할 것이라고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오히려 일본에서 유럽으로 진출하는 케이스가 더더욱 어렵다. 일본 자국 선수들도 유럽에 나가서 성공하는 케이스도 거의 손에 꼽을 수준인데, 외국인으로 분류되는 한국 선수들이 일본에서 유럽으로 진출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최근 유럽으로 진출한 한국 선수들의 이적형태를 살펴보면 오히려 K리그에서 유럽으로 진출한 케이스가 더욱 많다. 박지성을 제외한 박주영, 이청용, 기성용, 지동원, 구자철 등이 전부 K리그에서 유럽으로 날아갔던 케이스 아니었던가?

 

  그렇다면 일본에서 뛰고 있는 유망주들이 롤모델로 삼고 있는 박지성의 케이스를 한 번 파헤쳐보자. 박지성은 K리그가 아닌 J2리그에 속해있던 교토 퍼플상가 소속으로 활약했으며, 팀을 1부리그 승격 및 천왕배컵대회 우승의 1등공신이 되어 히딩크 감독이 있는 PSV 아인트호벤으로 날아갔다. 하지만, 그의 기량이 과연 일본 무대에서 뛰면서 갖추어진 것일까? No, 박지성의 기량이 꽃피우고 잠재력이 폭발하게 된 것은 히딩크 감독의 역할이 컸지, 결코 일본 무대가 메인이 아니다. 그렇기에 박지성을 롤모델로 삼는다는 것은 다소 무리한 목표설정이며, 박지성은 현재 J리그에서 뛰는 유망주과 다른 특별한 케이스다. 박지성 같은 특별한 케이스를 제외하고 일본 무대에서 활약하다가 유럽으로 날아간 선수를 꼽으라면 현재 FC 바젤에서 뛰고 있는 박주호 밖에 없다(박주호도 이제 막 유럽에 발을 디뎠다).

 

(일본에서 뛰는 한국 유망주 중에서 가장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는 김보경도 현재 유럽행이 불투명하다. 스포탈코리아 출처)

 

  현재 J리그에서 뛰고 있는 한국 유망주들의 활약상을 한 번 보자. 일본에서 뛰는 선수들 중에서 현재 한국 국가대표에 승선할만한 선수라곤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는 김보경을 제외하곤 국가대표로 선발하기에도 다소 애매하다. 김보경만 하더라도 처음에 일본 무대로 건너간 이후 대표팀의 호출을 받을 당시에, 패싱을 중요시하는 일본 무대와 달리 압박과 스피드를 중요시하는 국가대표의 경기흐름에 적응하지 못하여 오랫동안 쳐지기도 했었다(김보경이 이 정도였는데, 다른 J리거 유망주들은 무슨 말이 필요했을까). 그래서  한동안 국내축구팬들은 국대스타일에 적응하지 못하는 J리거를 뽑지 말자고 목청껏 주장했다(지금도 그러하다). 그래도 김보경은 고등학교시절 어느정도 인지도가 있는 상태에서 일본으로 건너갔고, 세레소 오사카에서 뛰면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도 경험하는 등 나름 큰 경험은 쌓았지만, 기타 다른 한국 선수들은(대부분 J리그가 아닌 J2리그에서 뛴다) 이러한 경험조차 얻지 못하는 경우가 과반수다.

 

  이러한 결과를 봤을 때, 결과적으로 J리그행이 마냥 좋은 선택이고 올바른 선택이라 말할 수 있을까? 일전에 김보경이 베스트일레븐과 했던 인터뷰가 생각이 난다. 김보경이 말하길, 일본에서 한국인 선수들이 외국인 선수(즉 용병)로 분류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일본 선수들보다 주급이나 대우하는 것이 더 좋고 근래에 들어서 미래를 내다보고 한국 유망주들을 영입한다고는 하지만, 결과를 내지 못하는 순간 그 때부터 일본 선수와 한국 선수에 대한 반응이 판이하게 달라진다고 밝혔다. 일본 선수와 달리 한국 선수들은 용병이기에 결과물이 없으면 가차없이 버림받고 내쳐진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본행을 택하는 것은 어린 선수들 본인들의 몫이다. 그들 또한 프로선수들이기 때문에 당연히 돈을 더 많이 주는 곳으로 혹은 출전기회가 더 많이 보장되는 곳으로 가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자국이 아닌 외국으로 나가는 것은 그만큼 더 혹독하고 넘어지더라도 누구 하나 일으켜세워줄 사람이 없다는 것 또한 인지하고 더욱 더 냉혹한 경쟁체계에 돌입해야한다는 것 또한 잊어선 안된다. 분명 J리그로 진출하는 한국 유망주들의 최종 목표가 일본 무대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꾸 섬나라로 빠져나가는 것을 당분간 손빨고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한국축구의 현실이 참 씁쓸하고 안타까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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