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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챔피언 타이틀을 놓친 전북, 그러나 그들이 얻은 것들

J_Hyun_World 2011. 11. 7. 08:00

 

 

 

(아쉽다, 그러나 매우 잘싸웠다. 수고하셨습니다. 전북 현대 모터스!)

 

  극적인 드라마로 해피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다. 하지만, 운명의 여신은 해피엔딩이 아닌 새드엔딩을 선택했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역사상 처음으로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결승전이었다. 그리고 중립경기장이 아닌 홈경기장이 결승전 무대가 되었으니 전북의 입장에선 누구보다도 승리에 대한 열망이 강렬했을 것이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외면했고, 결승전에도 변함없이 알사드는 경기진행보다는 어떻게 하면 그라운드에 잘 드러누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이 더 돋보였다. 이러한 상대팀의 진상에도 불구하고 전북은 연장전 접전까지 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승부차기에서 패배하는 바람에 준우승에 그쳤다. 참으로 안타까웠던 순간이었다.

 

 

 

'영화 한 편'을 보는 듯 했던 경기

 

(이승현의 후반 종료 직전 터진 동점골은 제3자 팬인 나까지 울컥하게 만들었던 명장면이었다)

 

    경기 시작 전에 전북 진영은 평소 때와 다름 없었던 것처럼 보였지만, 선수들의 몸 푸는 모습은 하나의 거대한 전투에 돌입하기 직전의 병사들의 모습과도 같았다(그 중에서도 에닝요나 루이스는 몸풀기 운동 중에 상당히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면서 오늘 최고의 컨디션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드러냈다). 경기장 분위기 또한 전북 진영과 일치하는 듯이, 하나의 전투를 준비하는 병사들이 응집하는 모습이었다. 전북 서포터즈인 MGB를 비롯하여 E석과 W석에 자리잡은 일반관중들, 그리고 S석 한가운데 점령하던 신천지까지(그들의 시종일관 보여줬던 카드섹션은 상당히 놀랍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이러한 분위기가 경기장의 휘감고 있었기에 알사드는 그 분위기에 상당히 눌리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전북 또한 결승전이다 보니 몸풀 때 모습과 달리 약간 안맞는 느낌을 주었다. 전반 초반부터 그들의 특유의 빠른 패스와 중원 점유로 쉽사리 분위기를 끌고 가질 못했다(어찌 보면 알사드가 그만큼 결승전 대비를 잘한 것일지도). 그나마 에닝요와 루이스가 패스 공급이나 키핑력이 좋아보였고, 그 외에 정훈이나 서정진은 상당히 오버페이스를 보였고, 정성훈 같은 경우에는 너무 심판 판정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걱정은 에닝요의 프리킥 선제골이 터짐으로써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켰다(나의 선제골 내기를 승리로 이끌어주신 에닝요느님). 하지만 심우연의 안타까운 자책골로 인하여 분위기는 순식간에 알사드 쪽으로 넘어갔다. 확실히 경고누적으로 결장한 주장 조성환의 공백이 이 정도로 클 줄은 몰랐다(자책골로 인해 분위기가 말리기 시작하니, 심우연-손승준 라인이 한동안 흔들렸을 정도) 알사드도 이 날 경기에 대해서 제법 준비를 갖추고 나온 듯 했다. 특히나, 왼쪽 풀백인 나디르 벨하지를 중심으로 하는 역습 전개는 제법 전북의 허를 찌르는 한 수 였다. 만약 니앙이나 케이타가 쓸데없이 볼을 질질 끌지만 않았다면, 전북을 더 곤란한 상황에 빠뜨렸을 지도 모른다.

 

  케이타가 역전 골을 넣고 난 뒤에 알사드는 자신들의 본업인 '드러눕기' 모드로 들어갔다. 이것은 4만관중에게 본격적으로 야유를 듣겠다는 '알'의 의지였다. 명주심으로 분류되었던 라흐샨 이르마토프 주심도 알사드의 페이스에 휘말렸다. 알사드에게 옐로카드를 아낌없이 뿌리긴 했지만, 결승전이라는 빅매치라서 그런지 흐름을 끊지 않으려고 상당히 카드를 아끼는 느낌이었다. 특히나 전북의 중거리슈팅에 맞고(사실 맞은 척이지) 나뒹구는 '더블 침대 세트'에 아무런 주의를 주지 않았던 점은 정말 가관이었다. 결국 최강희 감독은 밀리고 있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김동찬, 이승현에다가 사실상 '협박'카드로 부상후유증으로 벤치에 남겨두려고 했던 이동국까지 투입시키면서 말그대로 '닥공'으로 알사드를 몰아부쳤다(이 상황에서 알사드 골대를 수차례 맞췄던 전북의 슈팅이 정말 아까울 따름... 알사드의 지옥체험). 그리고 후반전 추가시간에 에닝요느님의 코너킥을 이승현이 헤딩슛으로 성공시키면서 다시 동점으로 만들었다(이승현의 예비신부를 향한 하트세레모니에 난 그저 열폭할 뿐이고 응?). 그렇게 연장전까지 알사드를 코너로 몰아부쳤지만, 역전골은 끝내 터지지 못했고, 결국 승부차기에서 4대2로 패배하면서 알사드에게 챔피언타이틀을 내줘야만 했다.

 

 

 

챔피언 타이틀을을 놓친 전북, 그러나 그들이 얻은 것들

 

  전북의 아시아 정복을 바랬던 4만 1천명 관중의 바람은 이렇게 끝났다. 상당히 아쉽고도 지금 생각해봐도 이게 꿈일까 싶을 정도로 믿기지 않는 결과물이었다. 전북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는 모습을 전주성에서 보자니 내가 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그만큼 아시아축구의 축격을 떨어뜨리는 데 앞장서는 알사드에게 승부차기 끝으로 패했기에 그보다 더 충격적일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전북이 챔피언 타이틀을 놓쳤다고 해서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챔피언 타이틀을 놓친 대신에 다른 것을 얻었기 때문이다.

 

 

1) 무명 골키퍼였던 김민식의 초고속 성장

 

(이 경기를 통하여 김민식의 존재감, 그리고 그의 성장이 앞으로 크게 기대할만하다)

 

  전북에서 가장 빛났던 플레이를 펼쳤던 사람은 누가 뭐래도 에닝요였다. 올해 전북과 3년 재계약을 맺었을 정도로 전북에서 그의 위상은 이동국 다음이었다. 세트피스에서 가장 강력한 데드볼리스트였고, 그의 날카로운 오른발 킥력과 평소 에닝요 답지 않은 시종일관 이타적인 플레이와 쓰러져있는 상황에서도 볼을 알사드에게 넘기지 않겠다는 승부욕은 4만명의 환호를 이끌정도의 기대치였다. 하지만, 나는 이 날 에닝요보다도 더 기대가 되는 선수가 있었으니 바로 올시즌 혜성처럼 등장하여 전북의 골문을 지켰던 김민식이다.

 

  김민식은 2008년 신인 드래프트를 통해서 전북에 입단하였지만, 그의 위치는 백업이었기에 사실상 포지션이 한명으로 고정된 골키퍼 경쟁에서 단번에 주전으로 꿰차고 나오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러다 2009년 6월 27일, 강원과의 경기에서 주전 골키퍼인 권순태가 부상을 당하자, 교체로 투입되며 전북에서 첫 데뷔전을 치뤘다. 하지만, 그의 데뷔전은 너무나 가혹했고, 투입된 후 세 골을 내주면서 2대5 패배를 맛보면서 뼈아픈 데뷔전을 경험했다. 그 이후로 8번의 출장기회를 부여받긴 했지만, 그의 위상은 여전히 '후보선수'였고, 올해 주전골키퍼였던 권순태가 상무로 입대하고 그 대체자로 전남의 주전 골키퍼였던 염동균이 전북으로 이적할 때도 그렇게 흘러가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주전 골키퍼인 염동균이 승부조작에 관여하면서 검찰조사를 받게 되어 더이상 경기를 뛸 수 없기 되면서 골키퍼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자연스레 이 기회는 넘버2였던 김민식에게로 돌아갔다. 2011년 6월 25일 상주와의 원정경기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선발로 출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천운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김민식은 남들보다도 더 열심히 골문을 사수했고, 그의 진가는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리그 15경기 출장 15실점,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8경기 10실점으로 기록상으로는 제법 괜찮은 시즌이었고, 경기 내용도 상당히 좋았다. 다소 볼처리에 있어서 약간 불안한 모습을 보여준다고는 하나, 상당한 선방쇼와 클린시트 경기도 제법 있었다는 걸 감안한다면 다음시즌이 다소 기대되는 부분이다.

 

  알사드와의 승부차기에서 패배의 눈물을 보였던 김민식, 하지만 그가 그것 때문에 좌절할 이유는 없다. 그는 생애 처음으로 결승전 무대, 그것도 승부차기라는 경험을 일전에 해본 적이 없었을 뿐이고, 연장전까지 합쳐 120분 동안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전부 다 보여주었다. 올시즌 그의 기량만을 놓고 본다면, 후에 권순태가 제대하고 돌아온다 하더라도 나중에 두 선수가 함께 뛸 경우에 권순태가 감히 주전장갑을 찰 수 있을꺼라고 크게 장담할 수 없다(그러나 권순태가 돌아오는 타이밍에 김민식은 군입대를 할 것이다). 올시즌 김민식의 눈부신 성장은 분명 전북의 입장에선 큰 수확이나 다름없다.

 

 

2) 아챔의 영향으로 인한 상당수의 new 전북팬 유입 급증

 

(이번 아챔 결승전이 새로운 전북팬 유입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올시즌 K리그를 선도하는 팀은 누가 뭐래도 전북이었다. 봉동이장 최강희 감독의 특허품 '닥공'을 전면적으로 앞세워서 에닝요-이동국-루이스를 중심으로 하는 공격축구를 선보이면서 리그 성적도 잡고, 팬들의 마음까지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북이 다른 강팀들과 차별점을 두자면, 바로 그들은 철저하게 로테이션을 가동하면서 전력을 끊임없이 유지하면서 은연스레 선수들 사이에서도 끊임없는 경쟁체제를 부여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스포츠채널 경기중계권 전쟁에서도 자연스레 수도권팀(수원,서울,성남)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고, 그 중계로 인하여 팬들에게 수없이 노출되었다. 이 때문에 전북의 팀컬러와 전북을 추종하는 세력이 갈수록 확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다가올수록 축구팬들이 가장 많이 찾는 모 까페에서도 '전주에 어떻게 가느냐'를 시작으로 하여, 전주에 대한 모든 것을 묻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인터파크에서 예매하는 숫자도 계속 증가했었다. 그만큼 전북에 대한 관심도가 이전에 비해 상당히 증가했고(예매율 증가율 수도권더비 못지 않게 치고 올랐다), 그만큼 전북이 인기클럽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11월 5일 전주성을 방문했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내가 서울에서 전주까지 가는 버스 안에서도 상당수 사람들이 전북의 축구를 보기 위해 탔었다(전주고속터미널 도착 직전에 전주월드컵경기장 앞에 정차할 때, 탑승객 절반가량이 하차했었다).

 

  전주시내에 잠시 볼 일을 마치고 전주성을 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이미 전주성 입장시각인 오후4시가 되길 기다리고 있었다. 이것이 전북의 축제를 넘어 K리그의 경사이다보니 전북 레플리카 이외에도 다른 K리그팀 레플리카도 지나치다가 마주칠 수 있었다. 그리고 E석 앞에 위치한 전북 샵판매점(초록이네) 앞에선 많은 사람들이 전북 머플러나 기념 티셔츠를 사기도 했고(나는 무려 지름신으로 이동국 레플리카를 질렀다), 많은 이들이 수박색(전북 유니폼 색깔) 옷으로 무리지어 다녔다. 무엇보다도 가장 반가웠던 것은 전주와 그 주위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왔다는 것이다. 이 말은 즉슨, 전북이 이제 확실하게 전주를 비롯하여 전라북도를 상징하는 스포츠클럽으로 자리매김하였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것은 내년에 전북의 평균관중수에 상당한 영향력을 주게 되는데, 기존에 2만명이 채 되지 않던 전주성 평균관중수가 3만까지 가게 된다면 수원-서울에 편향되어 있는 관심도를 빼앗아옴과 동시에 전주시 자체가 하나의 축구도시로 정착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전북의 드라마같은 경기에 감동을 받거나 반해버린 사람들도 상당히 늘어났다. 전부 다 자신의 SNS를 비롯하여 온라인상에서 전북의 경기력에 대해 하나같이 극찬하고, 그들과 함께 안타까움을 공유했다. 이러한 반응이 끊임없이 늘어나게 된다면, 전북이 대한민국 대표클럽이 되는 건 시간문제나 다름이 없다(물론 우승을 일궈냈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 대회를 기점으로 전북은 대중적인 팀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그것을 계속 유지하려면 전북은 지금보다도 더 많은 신경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3) 다시 한 번 정복 야망에 대한 의지 강화

 

(이 경기 이후로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내년에 올시즌에 보여줬던 것 이상으로 쏟아부을 것이다, 그것이 젤 무섭다)

 

  경기가 끝난 이후, 수장인 최강희 감독을 비롯하여 많은 전북 선수들이 패배에 대해 아쉬움과 슬픔을 표현했다. 그러한 안타까움과 아쉬움이 컸다는 것은 그만큼 전북이라는 클럽이 얼만큼 큰 야망을 가지고 있었는지는 대충 가늠해볼 수 있다. 전북은 아챔우승을 해서 바르샤, 산토스와 겨루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었던 팀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준우승에 머물렀다는 것은 다음시즌에 전북이 대대적인 분노영입을 통하여 완벽한 팀으로 만들어낼 여지를 만든 것이다. 게다가 내년에는 K리그가 승강제를 앞두고 강등팀을 결정하기 위해 스플릿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반드시 스쿼드 강화가 필요하기도 하다.

 

  그렇기에 요즘 떠도는 K리그 이적시장 루머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를 기울이게 만든다. 아챔 결승전이 열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K리그 이적시장 루머에는 주로 서울, 수원이 대부분 지분을 차지하고 있었으나, 결승전이 끝난 직후,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전북에 관한 영입 루머가 쉴새없이 쏟아지고 있다. 올시즌 성남과 계약 만료되는 '뼈본좌' 김정우를 비롯하여 제주의 아이돌 '홍스타' 홍정호, 'K리그 사기유닛'이었던 이천수를 비롯하여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차례차례 전북과 링크되어있는 상황이다(하지만 울산 선수들은 건들지 마라 ㅠㅠ 팀킬하지 말자고).

 

  내년에 전북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의 자금력으로 K리그를 접수할 지도 모른다. 이미 공사에 들어가서 내년에 완공될 율소리 클럽하우스만 하더라도 엄청난 금액이 투자된 것이다. 가뜩이나 좋은 선수들, 좋은 감독, 좋은 환경을 갖추고 있는데 '아시아 정복'이라는 목표 아래에 이들이 얼만큼 또 어떻게 보여줄 지도 벌써부터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올시즌 전북도 충분히 상대를 공포떨게 만큼 무서웠는데, 내년은 그 이상이라는 말인가? 상상예찬이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 아닐까 한다. 그들의 아시아 제패를 향한 야망이 다시 한 번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전북은 '결승전 패배'라는 족쇄에 얽매일 필요가 없다. 비온 뒤에 땅은 굳는 법이며, 오늘이 있으면 내일이 있다. 아직 전북의 올시즌은 끝나지 않았고(챔피언결정전이 남았다), 올시즌이 모든 마지막이 아니지 않는가? 전북은 이 대회 타이틀은 얻지 못했지만, 그대신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들을 얻었다. 결코 모든 것을 잃은 것이 아니다. 전북의 시작은 지금부터다. 역경을 딛고 현재 모습을 뛰어넘어 명실상부 자타공인 아시아 최강클럽으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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