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호랑이의 집

울산의 끝나지 않는 '원클럽맨 죽이기', 이래도 괜찮은가?

J_Hyun_World 2012. 1. 11. 08:00

 

 

 

 

3년째 홀대받던 울산 로컬 보이, 결국 팀을 떠나다

 

('울산의 아들' '지노신' 울산의 이진호가 결국 정든 울산을 떠나 대구로 이적하게 되었다)

 

  어제 아침에 카톡으로 한 메시지를 받았다. 나랑 친한 동생이 말하길, 그당시 울산 클럽하우스에 이근호가 나타났다면서 절대 비밀로 하라고 했다. 그때 당시만 하더라도 드디어 이근호가 울산에 오는구나 하고 내심 기뻐했다. 하지만 몇시간 뒤, 이근호의 울산 입단 오피셜과 함께 나는 슬픈 소식까지 같이 보게 되었다. 울산 로컬보이이자, '울산의 아들'로 불리우던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이진호가 대구로 이적하게 된 것이다. 이진호가 대구로 이적하게 된 것은 울산이 이근호를 영입하면서 대구에게 지불해야할 금액이 발생하게 되었는데, 울산은 여기서 대구에게 이근호 영입에 대한 지불료로 10억+이진호를 택한 셈이다. 울산 팬들에게 있어서 절대적인 지지를 받던 그였기에, 그의 이적은 팬들에게 집단 멘탈붕괴를 일으킬 정도로 여파가 어마어마했다.

 

  이진호,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자라 울산에 입단하여 울산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는 진정한 울산의 로컬보이출신으로 울산팬들에게 이진호에 대한 기억을 묻자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2005년 K리그 플레이오프전 성남전에서 결승골을 꽂아넣고 다음날 상무로 가는 입영열차에 올랐던 기억일 것이다(그러나 쇄골 골절로 귀가조치를 받아 챔피언결정전 2차전까지 나올 수 있었다). 이진호의 특성을 꼽자면 일단 184cm라는 큰 키에 상대 수비수와 몸싸움을 통해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는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힘과 유연성을 바탕으로 골찬스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의 특징이다. 약간 기복이 있다는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래도 언제나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믿음을 주는 선수인 것은 확실했고, 김정남 감독 체제가 유지되는 동안, 그의 앞날은 밝을 줄만 알았다.

 

  하지만 2009년 김호곤 감독이 사령탑으로 앉게 되면서 이진호의 잔혹사는 시작되었다. 스트라이커 부족현상을 겪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김호곤 감독은 언제부턴가 이진호를 외면하기 시작했다. 대신 김호곤 감독은 이진호 대신에 수비수로 입단한 김신욱을 공격수로 변신시키며, 오르티고사, 까르멜로 같은 외국인 공격수들을 수혈하거나 설기현 같은 베테랑을 데려오면서 이진호를 시야 밖에 두었다가, 2010년 여름 포항의 노병준과 6개월 맞임대트레이드라는 희대의 코미디극을 하나 만들어냈다(포항과 울산의 사이를 잘 알고 있다면 이런 코미디는 있을 수가 없다). 이진호가 기량부족이라는 이유로 그를 임대보내는 대신에 전술변화를 위해 노병준을 임대해왔다던 김호곤 감독이었지만, 그의 말은 변명에 불과했고, 이진호는 그 짧은 6개월동안 포항의 주전급선수로 활약하는 등 '포항의 조카' 소리까지 들으면서 포항팬들에게 두터운 신임을 받았다(결과적으로 김호곤 감독의 판단은 틀렸고, 노병준은 포항에서만큼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더욱 재밌는 사실은, 이때당시만 하더라도 제한된 출전기회로 인해 포항으로 완전이적을 하려면 이진호였으나, 김호곤 감독은 팬들의 강력한 항의를 의식했는지 두번 다시 그런 일은 없을꺼라면서 이진호를 다시 울산에 불러들였고, 그에게 기회를 주겠다며 서포터즈에게 약속했다. 하지만, 그것도 허울 뿐인 약속이었고, 이진호에게 어떠한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김신욱이 혹사 등으로 폼이 떨어질 때에도 김호곤 감독은 이진호를 투입시키지 않았고 김신욱을 계속 혹사시켰다. 그리고 이진호를 출전시키면 거의 경기끝나기 직전이나 아니면 선발 도중에 맘에 안든다고 빼버리는 게 다반사였다. 결국, 자신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느낀 이진호가 강원과 부산 중 한팀을 택하려고 했으나, 구단에서는 그는 이근호에 대한 보상선수로 대구로 가야한다고 하면서 이번 괌전지훈련에 참가시키지 않고 억지로 대구로 보내버렸다. 이것이 울산에 충성을 다한 열정적인 선수의 충성의 대가였다.

 

 

 

울산의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푸대접, 이것이 바람직한 것인가?

 

(울산은 2010년부터 올해까지 현영민-유경렬-이진호 등 프랜차이즈 스타를 기분나쁘게 버렸다)

 

  이것이 이진호 선수 한 명에 그쳤다면은, 이 이야기는 시작조차 하지도 않았다. 이진호 이적건까지 무려 울산은 3번이나 이 안좋은 패턴을 반복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0년에는 주장이었던 현영민을, 2011년에는 현영민으로부터 주장완장을 건네받은 유경렬, 그리고 올해인 2012년에는 울산 로컬보이인 이진호까지 매번 비슷한 패턴으로 보내버린 것이다.

 

1) 2010년 : 현영민 ↔ 김치곤 트레이드

 

  울산에서 데뷔한 현영민은 러시아 진출기간 이외에 줄곧 울산에서 뛰면서 로컬보이 출신은 아니지만 주장완장까지 찰만큼 울산 팬들에게 있어서 절대적 신임을 받던 선수였고, 유상철 은퇴 이후 울산의 프랜차이즈스타라 해도 무방했다. 하지만, 서울이 당시 아디와 재계약이 불투명한 입장에서 레프트백 보강 차원으로 울산에게 현영민에 대한 영입문의를 한 것이 화근이 되었고, 이에 맞춰 김호곤 감독은 울산의 센터백 자원이 빈약하다는 이유로 서울의 김치곤과 트레이드 할 것을 제의하면서 현영민과 김치곤이 1대1로 트레이드되는 말같지도 않은 상황이 펼쳐졌다.

 

  이 트레이드 때문에 가뜩이나 신뢰받지 못하던 김호곤 감독은 울산 팬들에게 안티지분만 대량확보하게 되며 감독 생활의 첫번째 위기를 맞게 되었고, 김호곤 감독은 현영민 대체자로 김동진을 자유계약으로 낚아챘다. 이 트레이드 결과로 서울은 아디와 재계약하고 현영민을 데려오면서 중앙과 왼쪽 풀백자리를 메꾸면서 2010년 리그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가질 수 있게 되었던 반면,  김치곤은 울산에 와서 오히려 블랙홀이 되어 자동문수비수가 되어 상대에게 결정적인 실수만 헌납하다가 상무로 입대하였고, 김치곤과 마찬가지로 시즌내내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던 김동진은 이듬해인 2011년에 서울로 이적하면서 결국 울산만 호갱님 인증한 꼴이 되었다. 다행히 최재수가 있었기에 망정이었지, 그가 없었더라면 울산의 왼쪽 풀백자리는... 상상도 하기 싫다.

 

2) 2011년 : 유경렬 재계약 포기(대구와 자유계약)

 

  유경렬 또한 현영민과 더불어 프로데뷔를 울산에서 시작하여 줄곧 울산에서 뛰던 선수 중 프랜차이즈 스타 중 한명이었다. 경기도중 천여가지 다양한 표정연기를 구사한다고 해서 팬들에게 '명배우 유경렬' 이라는 별명을 얻을만큼, 팬들에게 있어서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주었고, 울산에서 뛰는 동안 언제나 최후방 수비수로서 철벽수비를 보여주곤 하던 센터백이었다. 2005년에 울산이 두번째로 리그 챔피언에 오를 때에도 현영민과 같이 활약했던 공신 중 한명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러한 원클럽맨도 미래는 불안정했다.

 

  나이 탓에 기량 저하의 문제를 겪고 있었던 유경렬은 2011년 초, 수비진 강화를 위해 김호곤 감독이 곽태휘와 강민수, 그리고 이재성을 한꺼번에 영입하면서 그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때마침, 계약만료가 된터라 울산이 아니라 다른 팀을 알아봐야하는 상황이었는데, 울산에 대한 믿음이 강했던 터라 울산이 재계약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렸다. 하지만, 그에게 돌아오는 울산구단의 답은 재계약 포기라는 싸늘한 한마디였다. 그렇게 7,8년간 뛰었던 팀에서 버림받은 유경렬은 극적으로 대구로 입단하게 되었으나, 대구에 입단할 당시, 울산전에는 출전하지 못한다는 조항 때문에 울산전에는 출전하지 못하는 불상사까지 생겼다. 곽태휘와 이재성이 올시즌내내 맹활약하긴 했지만, 한때 레전드로 불리던 선수의 푸대접에 대해선 울산팬들도 많이 실망했다.

 

3) 2012년 : 이진호, 이근호 보상 선수로 대구 이적

 

  그렇게 2년에 걸쳐 프랜차이즈 선수들을 가차없이 내쳤던 울산은 이번에도 남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프랜차이즈 스타를 보내버렸다. 그것도 울산로컬보이인 이진호를 말이다. 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김호곤 감독 체제 이후, 감독의 취향(?) 때문에 올시즌 내내 김호곤 감독으로부터 외면당하던 이진호는 결국, 이근호에 대한 지불료 차원으로 대구로 반강제적으로 넘어가버린 신세가 되었다. 이렇게 피눈물흘리면서 로컬보이를 대구로 보내버렸으니 이근호 입장에선 오자마자 상당한 부담감을 안고 울산에서 경기를 뛰게 생겼다.

 

  '과연 그가 울산의 로컬보이를 대가로 지불할 만큼 가치 있는 선수인가?' 또는 '곧 있으면 입대할 선수에게 과연 연봉 12억을 투자할 만큼 가치가 있는 선수인가?' 라는 부담감이 벌써부터 이근호를 바라보는 색안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근호 선수 본인은 기분좋게 울산에 입단하려 했지만, 울산의 삽질(?) 때문에 본의아니게 울산팬들에게 미운털 박히게 생겨버렸으니 막막할 것이다. 만약 이근호가 한경기라도 실수를 하게 된다면, 팬들로부터 어떤 원망을 사게 될지... 안봐도 상황이 뻔하다(상황이 상황인지라 참 안타깝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우리는 원클럽맨을 중요시 여긴다

 

(우리도 스콜스같은 원클럽맨 레전드를 간절히 원하고 있으나, 구단은 오로지 성적에 얽매어있다)

 

  가끔 해외축구를 보면 빅클럽 팀들 중에서도 유스부터 시작하여 오로지 한 클럽에서만 뛰는 선수들이 있다. 레알 마드리드의 이케르 카시야스, 바르셀로나의 사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폴 스콜스, AC밀란의 파올로 말디니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이러한 선수들이 더더욱 가치가 있는 것은 그저 실력이 뛰어난 선수라서가 아니라 실력도 뛰어나면서 충성심까지 더해져 오로지 한팀에서 커리어를 마친다는 것이다.

 

  K리그에서도 간혹 찾아볼 수 있다. 현재 포항의 주전선수들 대부분이 포항유스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포항에서 뛰는 선수들이 태반이다. 울산의 최대 라이벌로 불리긴 하지만, 나는 이점에 있어서 포항을 상당히 부러워한다. 자신들이 직접 길러낸 유스들을 프로무대에 데뷔시켜서 끝까지 함께 한다는 것이 스포츠에 있어서 또 하나의 로망이나 다름없으니까 말이다. 물론, 포항은 성적까지 두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고 있다. 작년 나이대별로 모든 대회를 석권한 포항이기에 그들이 꾸준히 프로무대에 데뷔하게 된다면 포항도 바르샤 못지 않게 끊이지 않는 오아시스를 유지할 것이며, 선수 공급에 전혀 문제를 겪지 않을 것이다.

 

  반면, 포항 못지 않게 K리그 최고의 유스시스템을 정착하고 있는 울산은 포항과 정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다. 오로지 성적에 급급한 나머지 언제부턴가 뛰어난 재능들이 즐비하는 울산 유스출신 선수들이 1군으로 데뷔하는 경우를 찾아보기가 매우 힘들다. 청소년대표팀에도 드나들만큼 큰 재능이었던 임종은, 임창우도 현재 새로 유입되는 선수들 탓에 기회를 잡지 못하고 다른 팀으로 옮겨갈 지도 모른다. 그리고 처음에 울산에서 데뷔했던 선수들 마저도 이제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현영민과 유경렬처럼 프로데뷔를 울산에서 시작해 줄곧 울산 원클럽맨이었던 김영삼도 작년연말부터 이적설이 나는 등 좋은 자원임에도 불구하고 입지가 매우 불안정한 상태다(그래서 항간에 2013년에 김영삼이 쫓겨날 차례가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오로지 성적에 급급하여 기존 선수들, 그리고 유망주들을 배척하는 울산의 운영체제, 이대로 가다간 뿌리부터 흔들릴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현실로 나타날까봐 걱정이 된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