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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변방국 크로아티아 대표팀에게 희망을?

J_Hyun_World 2012. 5. 25. 08:00

 

 

 

(유로 2008에서 맹렬한 불꽃을 태웠던 크로아티아 대표팀, 이번에도 그 불꽃을 다시 한 번 키울 것인가?)

 

  이번 유로2012에서는 꽤나 재밌는 죽음의 조가 2개나 탄생했다. 하나는 강력한 우승후보팀으로 손꼽히는 독일과 네덜란드, 그리고 호날두를 앞세운 포르투갈이 한 데 묶여있는 B조와 지난 유로2008 우승팀인 스페인과 2006년 월드컵 챔피언인 이탈리아, 그리고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부각되고 있는 크로아티아가 포함되어 있는 C조다. 사실 C조는 전 유로대회의 챔피언이자 지난 월드컵 챔피언이기도 한 스페인과 월드컵 4회 우승에 빛나는 이탈리아가 8강에 올라갈 것이고 아일랜드와 크로아티아는 그저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지난 유로 2008에서 보여줬듯이 크로아티아의 위력은 그리 만만히 보아서는 안된다. 1991년 구 유고연방에서 독립한 이래에 크로아티아는 1998 프랑스 월드컵에서 3위를 기록했고, 유로96과 유로2008에서는 8강에 진출하는 위엄을 과시하기도 했다. 이번 메이저대회를 끝으로 크로아티아대표팀 지휘봉을 내려놓게 되는 슬라벤 빌리치 감독은 이번 유로를 그냥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430만명의 크로아티아 국민들의 바람을 이뤄주기 위해 전력을 다할 것이다.

 

 

 

모아보면 강력한 스쿼드를 구축하고 있는 크로아티아 대표팀

 

  흔히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떠올리면 사람들은 그들의 전력이 그닥 강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 사실 2006 독일 월드컵 당시만 하더라도 크로아티아는 예전에 수케르가 건재했던 시절에 비해서 구심점이 없었고 전력이 약했었다. 현재도 크로아티아 수비진에 대해서는 아직 의구심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니코 코바치-로베르토 코바치 형제의 은퇴 이후에 수비진이 많이 헐거워졌고, 아직 시무니치에게 그 역할을 맡기기엔 그의 폼이 완전하지 못하다. 그리고 촐루카도 코바치 형제같은 정신적 지주로써의 자질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크로아티아의 미드필더진영과 공격진을 놓고 보았을 때, 현재 유로대회에 참가한 그 어느 팀과 견주어봐도 전혀 밀리지 않는다. 오히려 강팀이라 불리는 몇몇 팀들보다 더 무게감을 가지고 있다. 천재적 미드필더로 자리 잡은 루카 모드리치를 필두로 폼페이 왕자인 니코 크란차르, 영원한 캡틴인 다리오 스르나, 세비야의 마시아인 이반 라키티치, 그리고 분데스리가를 대표로 하는 크로아티아 공격수 듀오인 이반 올리치와 마리오 만쥬키치가 있다.

 

 

1. Magic Modric, 크로아티아 중원이 자랑하는 영원한 불꽃, 루카 모드리치

 

(유로 2008 당시 크로아티아 대표팀 중에서 가장 화려한 불꽃이었던 모드리치, 4년만에 찾아온 유로무대에서 다시 한 번 그 가치를 보여줄까?)

 

 

  유로 2008은 루카 모드리치라는 21살의 신예 미드필더를 만천하에 알리게 된 메이저 무대였다. 당시 디나모 자그레브에서 뛰던 그는 자유롭게 양발을 쓰면서 20대 초반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정도의 넓은 시야와 매 경기마다 만들어내는 창의적인 패스감각, 작은 체구와 전혀 어울리지 않게 90분 내내 경기장을 누비는 활동량. 이 선수의 플레이를 보고 그 누가 반하지 않을 수 있었을까? 유로대회에서 보여준 그 활약 덕분에 모드리치는 토트넘으로 이적할 수 있었고, 그 결과 모드리치는 전세계를 대표하는 창의적인 미드필더라는 수식어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그의 마법같은 움직임은 수치상으로도 가늠해볼 수 있는데, 2011/12 시즌 리그에서 4골 6도움을 기록했고 무엇보다 한 경기당 찬스를 만드는 횟수로 4위(2.67개, 1위는 후안 마타로 3개)에 랭크될 정도로 그의 존재감은 상당히 컸다. 그렇기에 이번 크로아티아 대표팀 내에서 모드리치가 차지하는 비중이나 그의 역할이 매우 커졌으며, 지난 유로에서 실수한 것(터키전 패배)을 만회하기 위해 필사적일 것이다. 특히 6월 18일에 바르샤 중원으로 구성된 스페인전은 그의 커리어에 중요한 관문이 될 것이다.

 

 

2. 믿음직한 크로아티아의 슈퍼 캡틴, 다리오 스르나

 

(니코 코바치의 주장완장을 이어받아 현재까지 슈퍼 캡틴으로 맹활약중인 다리오 스르나. 그의 오른발 크로스는 그 어느때보다 예리하다)

 

 

  FM을 하거나 소위 해외축구 좀 안다는 매니아층들은 다 아는 크로아티아의 현재 주장인 다리오 스르나, 그가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모드리치 못지 않게 엄청나게 많이 차지하고 있다. 2008년 니코 코바치가 대표팀에서 은퇴한 이후(사실 유로2008 이전부터 빌라치 감독이 그를 노장이라고 그렇게 많이 중용하지 않았던 점이 컸다) 스르나는 그로부터 주장완장을 물려받으며 현재까지 크로아티아 대표팀 주장으로 뛰고 있다. 스르나는 오른쪽 풀백으로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하더니 소속팀인 샤흐타르 도네츠크에서도 주전 오른쪽풀백이 되었고, 부지런한 움직임과 매서운 오버래핑은 상대의 측면을 부수는 데 충분한 무기였다. 스르나의 오른쪽 지배본능 덕분에 같은 포지션 경쟁자였던 베드란 촐루카가 한때 왼쪽풀백으로 옮겨가서 뛰기도 했을 정도다. 스르나의 장점이라고 하면 그의 날카로운 크로스 능력이다. 이번 유로예선전에서 스르나가 한경기당 기록한 크로스는 13.5개로 2위인 나니(8.7개)보다도 압도적인 크로스를 선보이고 있다. 중원에 모드리치가 있다면, 분명 측면에선 스르나의 과감한 오버래핑을 막아서야 할 것이다. 유로2008 8강에서 아픈 패배를 간직하고 있는 이 크로아티아의 주장은 이번에 '슈퍼 캡틴'이 될 것인가?

 

 

3. 이번 유로에서 기대할만한 신성들 : 더블 이반(Ivan), 라키티치, 그리고 페리시치

 

(크로아티아는 이 왼발잡이 이반 듀오 라키티치(위)와 페리시치(아래)가 분위기를 바꿔줄 대형 신예가 되어주길 원하고 있다)

 

  물론 크로아티아에는 모드리치와 스르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예선전에서 팀 내 최다득점을 기록하면서 아직 건재한 니코 크란차르도 있고, 분데스리가를 대표하는 크로아티아 공격수인 이반 올리치와 마리오 만쥬키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이들보다도 이 어린 친구들이 이번 대회에서 크게 한 번 일을 내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본다. 바로 이반(Ivan) 듀오, 이반 라키티치와 이반 페리시치다.

 

  이반 라키티치의 경우, 원래 스위스에서 태어났으나 혈통이 크로아티아였기에 크로아티아를 자신의 국적으로 택한 케이스로 바젤과 샬케04를 거치면서 화려한 드리블링과 마치 예술과도 같은 패스와 슈팅은 그가 왜 샬케에서 등번호 10번을 달았는지 짐작케 해주는 모습이었다. 특히나, 샬케에서 라키티치는 거의 언터쳐블로 마치 브레멘 시절의 메수트 외질과 쌍벽을 이룰 정도로 분데스리가에서 전도유망한 왼발잡이 플레이메이커였다. 세비야에 건너가서도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비록 2011/12 시즌에는 부진했으나, 여전히 그는 세비야 내에서 "바르샤에는 메시가 있지만, 세비야에는 라키티치가 있다."라는 말을 탄생시킬 만큼 매경기마다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한경기당 라키티치가 찬스 하나를 만들어내는 데는데 걸린 시간이 26분 22초였다) . 그가 국가대표에서 등번호 7번을 다는 바람에 그를 종종 '크로아티아의 호날두'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 다른 이반인 이반 페리시치도 기대해볼만한 유망주다. 비록 괴체와 그로이스크로츠에 밀려 서브자원이긴 하지만, 올시즌 아스날과의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터뜨린 골은 그에게 있어 새로운 터닝포인트였다. 라키티치와 달리 장신으로 왼발잡이 윙어이긴 하나 때에 따라서는 최전방 스트라이커나 섀도 스트라이커로 활용이 가능한 멀티자원이다. 그와 같은 포지션에 니코 크란차르나 이반 라키티치가 있기에 국가대표 내에서도 서브로 출발하겠지만, 분데스리가 내에서 로벤보다도 평균적으로 더 빠른 시간 내에 득점하는 등 골결정력이 준수하고고, 장신임에도 창의적인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있어 '슈퍼조커'가 될 것임에 틀림없다.

 

 

 

크로아티아와 경쟁할 C조의 다른 팀의 상황은?

  이번 메이저 대회를 끝으로 슬라벤 빌리치 감독은 크로아티아 대표팀을 떠나 2012년 여름부터 로코모티브 모스크바 감독으로 계약확정된 상태다. 더더군다나 지난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진출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 어느때보다도 빌리치 감독의 이번 유로2012에 대한 동기부여나 승부욕은 남다르다(물론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 선수들도 승부욕이 장난아니다). 크로아티아가 현재 이정도인데, 크로아티아와 경쟁하는 C조 다른 팀들은 어떠한가?

 

  먼저 유로와 월드컵 챔피언인 스페인의 경우, 공격과 수비의 핵심인 다비드 비야와 카를레스 푸욜의 결장이 확실해진 상황이기 때문에 후방에서 리딩할 수비수와 최전방에서 마무리할 공격수를 찾기에 급급하다. 그나마 수비의 경우에는 라모스가 푸욜의 자리를 대체할 수 있기 때문에 큰 공백이 되지 않겠으나, 반면에 공격수의 경우에는 비야를 제외하곤 토레스나 요렌테, 네그레도, 솔다도 등은 클럽에서 보여주는 것과 달리 국가대표팀에서 영 힘을 못쓴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또한 공격수에 대해 상당히 고심하고 있다.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기존에 노쇠화된 이탈리아 대표팀의 세대교체 작업이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긴 했지만(수비진이나 중원은 이미 안정화되었다), 경기를 결정지을 스트라이커가 없다. 이미 친숙한 이름인 파찌니나 질라르디노 등은 소속팀에서 부진한 이유로 명단에서 제외되었고, 이번 유벤투스 무패우승 주역 중 일부였던 마트리나 콸리아렐라도 득점력 빈곤 때문에 빠졌다. 거기다 쥐세페 로시는 십자인대로 아예 전력이탈했기에 공격진의 무게감이 떨어질 전망이다. 아일랜드도 케빈 도일이나 셰인 롱, 로비 킨 같은 득점머신들과 셰이 기븐이 골문을 지키고 있지만, 이 3팀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는 게 단점이며 트리파토니 감독도 아일랜드의 선전에 대해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는 모습이다.

 

  크로아티아와 같은 조에 속한 나머지 모든 팀들이 최소 한가지 이상 문제점을 떠앉고 있기 때문에 크로아티아가 조별리그에서 탈락한다고만 마냥 할 순 없다. 나는 오히려 크로아티아가 8강에 진출하고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두 팀 중 한 팀이 떨어지는 사태를 만들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개인적으로 크로아티아를 이번 대회 큰 변수로 선택했다). 그리고 요근래 크로아티아 전력이 최절정이라는 걸 감안하면 그들의 승부욕은 어디까지 보여줄 지 장담할 수 없다. 크로아티아가 이번 유로에서 그들이 염원하던 4강까지 진출할 수 있을 지, 주목해볼 만 하지 않은가? 유럽 변방국이라 불리었던 크로아티아 대표팀에게 희망이 올까?

 

 

참고 : David Ornstein, BBC Sport [칼럼] 유로 2012: 작은 나라 크로아티아의 재능은 커다란 희망을 꿈꾸게 한다 http://www.bbc.co.uk/sport/0/football/18086395 / 번역 - 알싸 <으아, 문어 괴물이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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