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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폼이 상징하는 의미 : 단순한 옷차림, 피아구분 그 이상의 의미

J_Hyun_World 2012. 2. 15. 08:00

 

 

 

(스포츠 팀에게 있어서 유니폼이란 어떠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가?)

 

 

유니폼(Uniform), 단순히 피아구별 그 이상의 의미

 

  한 가지 질문을 하나 던져보려고 한다. 스포츠에서 유니폼을 입는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쉽게 설명하자면, 유니폼을 착용한다는 것은 '우리팀'과 '상대팀'을 구별하기 위한, 즉, 피아구별을 쉽게 하기 위함에서 시작되었다. 하지만, 단순히 유니폼이 나와 상대를 구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졌다면 현재 수많은 클럽들의 수많은 종류의 유니폼이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 딱 두 가지 색깔로 구별하면 될 것이다. 우리가 운동회하듯이 청팀-백팀 이런식으로 구별해도 충분할 것이다. 이 말은 즉슨, 유니폼은 단순히 피아구별로만 정의하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이다.

 

  유니폼(Uniform)은 사전적 의미로는 ①제복 ②한결같은 ③일정한 이라는 뜻이 담겨있는데, 모두 다 '하나로 통일된'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우리는 이 것을 입게 됨으로써 하나가 된다.'라는 소속감과 연대감을 불러일으킨다는 것이다. 축구 뿐만 아니라 야구, 농구, 배구 등 같은 옷을 입게 됨으로써 그 경기 안에서는 선수와 서포터즈가 하나로 묶이게 되며, 하나의 공동체로 탄생하게 된다. 그렇게 하나의 공동체로 탄생하게 되면, 그 팀에 대한 애정이 담기게 되고, 그 애정이 쌓여서 하나의 역사로 이뤄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그 유니폼은 공동체를 나타내는 하나의 아이콘으로 성장하기도 한다. 축구강국인 브라질은 노란색 상의와 파란색 하의를 입음으로써 '카나리아 군단'이라는 애칭을 얻었고, 네덜란드 국가대표도 '오렌지 군단'이라는 타이틀로 자신들을 상징하고 있으며, 메이저리그의 꿈의 팀이라 불리는 뉴욕 양키스도 '흰바탕의 검정색 스트라이프'라는 게 바로 떠오를 정도로 유니폼 하나가 그들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그만큼 유니폼이라는 가치는 이제 팀의 상징이자 대표이다. 따라서 유니폼을 단순히 옷으로 치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유니폼의 상징성과 전통성을 무시한 허정무 감독의 발언 "파란색이 우리 전통? 누가 정했나.."

 

  위에서 설명했듯이 유니폼이란 것은 단순한 옷으로 치부할 수 없기에 새로운 디자인으로 유니폼을 만들 때, 상당히 신중해야하고 이것은 매우 예민한 작업이기에 자칫했다가 큰 논란거리를 만들기 쉽다. 그래서 발표 이전에 유출 사진이라도 나돌게 되면 그걸로 인해 해당클럽을 디자인하는 회사가 큰 곤혹을 치르기도 했었다. 2012년 K리그 여러 클럽들도 시즌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앞서 새로운 디자인의 유니폼을 발표하곤 했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큰 화젯거리를 만든 클럽이 있었으니 바로 인천 유나이티드였다.

 

(숭의아레나와 설기현-김남일 등 2002 월드컵 스타 영입 등으로 좋은 이슈거리를 만들던 인천. 하지만 유니폼으로 인해 그 좋은 이미지가 한방에 훅 가버렸다)

 

  2012년 새 시즌을 맞이하는 인천은 그 어느 때보다도 올해가 클럽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점이다. 물론 승강제에서 살아남아야한다는 목표도 있지만, 올시즌부터 인천 문학경기장이 아닌 그들의 전용구장인 숭의아레나가 올해 개장하면서 홈구장을 옮기면서 새로운 시작을 알림과 동시에 2002년 월드컵 주역이었던 설기현과 김남일(김남일은 인천 출신이다)을 영입해 제대로 준비를 해보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 새시작에 맞춰 인천은 창단 첫시즌부터 줄곧 함께해왔던 푸마와의 계약을 끝내고 르꼬끄와 새 스폰서쉽을 맺었다. 르꼬끄와 새 스폰서쉽을 맺었기에 아무래도 새로운 유니폼으로 바꿔야했다.

 

  허나 놀랍게도, 인천은 자신들의 엠블럼 색깔에 맞춰서 그동안 유지해온 파랑-검정 세로줄무늬를 버리고 검정색 대신에 빨간색이 추가된 홈 유니폼을 선보이면서 인천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이 유니폼은 이미 2월3일 인천의 유소년클럽인 인천 광성중학교가 중국 쿤밍에서 열린 인천 평화컵 유소년대회에서 당시 광성중 선수들이 입고 나감으로써 이미 유출되었던 상태였고, 이것을 본 인천 팬들 대다수가 구단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유니폼 디자인에 대하여 상당히 불편한 시각을 표시했고, 이러한 우려는 결국 인천 새 유니폼 발표회때 그대로 이어져갔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인천 허정무 감독의 발언이었다. 기자들과의 인터뷰 도중에 허정무 감독은 "세계적인 팀들도 유니폼이 많이 바뀐다. 파란색이 우리의 전통이라고 하는데, 누가 정한 것인지 모르겠다. 유니폼을 결정하면서 파랑색이 인천시의 색이라고 해서 그 색상을 바탕으로 하고 나머지는 디자인 팀에 맡겼다. 한가지 색으로 통일해서 가는 팀은 없다. 너무 민감한 게 아닌가 싶다."라며, 새 유니폼 변경에 대한 당위성을 주장했다. 이러한 말이 나오자마자 바로 뒤에서 긴 휘파람 소리와 함께 인천 팬들의 원성이 여기저기서 쏟아져나왔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봉을 잡기 한참 전부터 파랑-검정 세로줄 전통을 유지해온 인천이었는데, 팀의 감독이 한순간에 그 전통을 부정해버렸으니 인천팬들은 어처구니 없다는 반응이다.

 

 

 

유니폼 디자인의 결정은 단순히 구단만의 권한은 아니다

 

  허정무 감독 말대로 우리가 흔히 아는 유럽의 빅클럽들 또한 유니폼을 자주 바꾼다. 하지만 그들도 유니폼을 바꾸면서도 그들의 전통은 함부로 건들지 않고, 조금이라도 훼손되기라도 한다면(유니폼에 스트라이프 개수, 색깔의 조화, 포인트 등 조금의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팬들은 그 유니폼을 자신들의 것이라고 쳐주지 않는다. 그렇기에 빅클럽들의 유니폼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도 그만큼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클럽 스태프들도 상당히 조심하며, 말을 아낀다.

 

 

(05-06시즌 아스날 홈유니폼. 하이버리에서 뛰는 마지막 시즌이라 아스날은 하이버리 첫시즌 유니폼을 기념하여 입었다)

 

  EPL의 빅클럽 중 한 팀인 아스날을 예로 들면, 아스날 유니폼 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붉은색 바탕에 흰소매인데, 이 유니폼은 1930년대에 아스날의 레전드로 불리우는 허버트 체프먼 감독이 고안해낸 유니폼이었고 그 이전의 유니폼은 하이버리 유니폼과 비슷했으며 1913년 하이버리 구장을 사용할 당시 첫 시즌에는 아스날이 05-06 시즌동안 입었던 유니폼(자주색 홈 유니폼)을 착용했다고 한다. 때문에 아스날이 하이버리를 떠나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으로 옮겨가기 전 마지막으로 하이버리 구장을 사용하던 시즌(05-06)에 하이버리시절 첫시즌 유니폼의 색깔을 맞췄던 것이다. 일례로 아스날의 08-09 시즌 유니폼의 경우, 기존의 붉은색 바탕에 흰소매에다가 소매 부분에 빨간 부분을 조금 더 주었을 뿐임에도 '이건 아스날이 아니다', '팀의 전통을 깼다' 라는 비판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빅클럽들이 원정 유니폼의 색깔을 변경할 때에도 쉽사리 바꾸지 않는다. 예를 들어 '이 색깔은 언제 썼고 그 당시 성적이 좋았기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이러한 색깔을 바꾼다.'는 식으로 설명을 하면서 팬들을 타이르고 설득한다.

 

  아스날의 사례 말고도 K리그에서도 울산이 2009년에 르꼬끄로 스폰서를 바꿈과 동시에 울산이 상징하는 네이비블루계열 스트라이프 홈유니폼+아르헨티나 국대 홈 스타일 원정 유니폼이 하루아침에 F1 결승선에서나 볼법한 체크무늬계열로 홈+원정유니폼으로 제멋대로 바꾸면서 울산팬들이 일제히 반발했던 적도 있었고(이때 나도 이게 무슨 유니폼 테러냐면서 울산 구단 홈피에 심하게 비난글 올렸던 적이 있다), 2008년(2009년이었나)에 수원을 상징하는 삼색 깃이 나오지 않자, 수원팬들이 디자인에 우리를 상징하는 삼색 깃이 없다고 끊임없이 항의한 덕분에 가까스로 디자인을 수정하여 삼색 깃을 집어넣었던 사례도 있다.

 

 

(유니폼은 바꿀 순 있으나, 그러한 팬들의 자존심이나 구단의 전통을 함부로 무시하는 처사는 옳지 않으며, 용납도 안된다)

 

  다시 인천 유니폼사태에 대해서 넘어가보자. 확실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허정무 감독이 이번 유니폼 변경을 적극 권했다고 하는데, 허정무 감독이 파랑-검정이 야간 경기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는데, 그 정도였다면 여태껏 인천 감독을 맡아왔던 감독들은 왜 한 번도 그러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엄연히 이것은 변명이다)? 분명히 구단은 팀의 유니폼을 바꿀 수 있고, 아무리 팬이라 해도 팀의 권한에 대하여 함부로 뭐라고 제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그러한 발언은 '팀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발언이었고, 그러한 발언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서슴없이 했다는 것은 상당히 문제있는 것이며 충분히 실망스러운 발언이었다. 사우디 알 힐랄에서 뛰고 있는 유병수가 인천에서 뛸 당시 인천의 엠블럼에 키스하던 모습이나, 인천의 레전드라 불리는 임중용이 은퇴할 당시 은퇴 기념 페넌트 제작할 당시 인천 팬들이 인천을 상징하는 고유색인 파랑-검정을 중심으로 제작되었고, 심지어 올해부터 인천이 사용할 숭의아레나 또한 좌석색깔이 파랑-검정이 메인이다. 새 경기장과 스타플레이어 영입만으로 상황이 좋을 지 몰라도, 팬들의 자존심을 존중하지 못하는 태도로 나온다면 그 어떤 누가 좋아할 것인가?

 

  이것은 비단 인천에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K리그에서 뛰는 모든 팀들이 자각해야할 부분이다. 팀의 역사를 써내려가면서 전통을 만들고 그것을 내려가면서 이어가는 것은 팀의 정체성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자, 팀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아무리 성적이 좋고 스타 플레이어로 스쿼드를 꾸린다고 하더라도 막강한 자금을 지원해주는 스폰서가 있더라도 그들을 지지해주는 팬이 없다면 결코 올바른 구단으로 자리잡지 못하는 것이다. 기억하라, 비록 사소한 부분이라 하더라도 자신들을 지지해주는 팬들을 등돌리는 행동이나 발언은 하는 것이다. 결국 구단의 가장 큰 원동력은 팬들의 지지다.

 

 

참고 : 팬 자존심 건드린 허정무... 솔직히 실망이다 -오마이뉴스- http://news.naver.com/sports/index.nhn?category=k_league&ctg=news&mod=read&office_id=047&article_id=0001994407&date=20120213&page=1

[Pitch Out] 허정무 감독의 유니폼 발언, 너무 위험하다 http://blog.naver.com/joohoon5/120152495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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