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축구/클래식&챌린지 그리고

안정환과 최은성, 같은 2002 월드컵 멤버지만 다른 은퇴식을 치뤄야만 했다

J_Hyun_World 2012. 3. 1. 19:07

 

 

 

 

같지만 다른 은퇴식을 치룬 안정환, 그리고 최은성

 

(반지의 제왕 안정환은 어제 쿠웨이트전 하프타임에 은퇴식을 치뤘다 사진출처 OSEN)

 

  2012년 2월 29일 밤, 대한민국 대표팀은 2가지 큰 거사를 치뤘다. 하나는 거의 위험한 상황에 놓여 자칫하면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진출실패 할 지도 몰랐던 한국대표팀이 예능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1박2일'로 이어진 이동국-이근호 듀오의 골에 힘입어 3차 예선 최종전이었던 쿠웨이트를 상암에서 누르고 조 1위로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우리와 같은 조에 편성된 레바논과 아랍에미리트의 경기는 2대2로 비기며, 레바논이 조2위를 확정짓고 최종예선 진출에 성공했다). 물론, 최강희호의 승승장구가 메인으로 주목할만한 부분이긴 하지만, 사실 이 경기에는 주목할 것이 하나 더 있었다. 바로, '반지의 제왕'으로 불리며,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2 한일월드컵 4강신화의 주역 중 한명인 '안느' 안정환이 은퇴식을 치뤘던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1998년 부산 입단으로 처음으로 K리그 무대를 밟던 그는 1999년 14골을 뽑아내면서 부산을 리그 준우승으로 끌고 갔던 실질적인 주역이었다(K리그 준우승팀에서 MVP를 최초로 받은 것도 안정환이었고, 지금까지도 그가 유일하다). 이러한 안정환은 2000년 7월, 당시 이탈리아 세리에A에 소속된 페루자에 입단하면서 우리나라 최초의 세리에A 선수가 되어 이탈리아 내에서 '안느'라 불리며 뛰어난 테크니션으로 평가받았는데, 2002년 월드컵에서도 결정적인 헤딩골(미국전 동점골, 이탈리아전 골든골)을 터뜨리며 그의 가치는 더욱 더 치솟았다(실제로 안정환의 골든골은 역대 골든골 BEST 8 안에 포함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러한 영광과는 정반대로, 안정환의 축구인생은 오히려 꼬이기 시작했다. 2002년 월드컵이 끝나자 페루자 구단은 안정환을 다른 구단으로 팔려고 했는데, 여기서 전 소속팀인 부산과 마찰을 빚었고 에이전트 문제까지 겹치면서 안정환은 EPL의 블랙번 입단 성사직전까지 갔다 물거품이 되면서 일본 J리그로 가게 되었다. 시미즈와 요코하마를 거친 안정환은 2005년 7월, 프랑스 리게 앙 소속이었던 메츠FC로 이적하게 되었으나, 최하위의 팀성적 때문에 반년만에 분데스리가 소속이었던 뒤스부르크 MSV로 이적했으나 뒤스부르크 또한 강등되어 계약해지하며 반년간 무적선수가 되었다. 그 이후로 K리그로 복귀했으나, 부상과 부진 등으로 예전같지 않은 모습을 보이다 결국 중국 C리그의 다롄으로 이적했고 다롄을 끝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되었다.

 

 

(1997년 대전 창단부터 지금까지 함께 해온 대전의 산증인, '수호천황' 최은성. 하지만, 그의 강제은퇴식은 팬들의 분노를 사게 했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대한민국 축구계의 큰 한 획을 그었던 안정환은 4만6천여명이 운집해있는 상암에서 성대한 은퇴식을 치뤘지만, 그 반면에 같은 날 은퇴식을 치뤘는데 안정환과 달리 본인이 의도하지 않게 은퇴식을 치뤄야했던 선수가 있었다. 1997년 대전 창단과 함께 K리그 무대에 데뷔하면서 2011년까지 대전 원클럽맨으로 활약했으며, 안정환과 함께 2002년 한일월드컵 멤버로 활약했던 골키퍼 최은성이다. K리그 최다 출장기록은 현재 경남에서 뛰고 있는 골키퍼 김병지(현재 568경기 출장)가 가지고 있지만, 최은성은 오직 한 클럽에서 개인최다출장기록(464경기 출장)을 기록하고 있기에 '대전=최은성'이라 하더라도 사실 무방한 표현이다. 대전이 등번호 21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한 것도 최은성 때문이다.

 

  이렇게 대전이라는 한 클럽의 살아있는 역사이기도 한 그가 올해 초 FA자격을 얻었고, 당연히 대전과 함께 해왔기에 최은성은 클럽과 재계약 맺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그의 바람과는 달리 그에게 돌아오는 구단의 대답은 냉랭했다. 대전 구단이 오랫동안 함께 해왔던 최은성을 버린 것이다. 그는 대전구단 사무실을 방문하여 김광희 대전 구단 사장과 마지막 면담까지 해봤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29일까지 프로축구연맹에 선수등록을 하지 못했기에 최은성은 이제 K리그가 아닌 해외클럽으로의 이적만이 가능한 상황이나, 대전을 위해 눈물까지 흘렸던 그는 대전이 아닌 이상 더이상 뛰고 싶지 않다며 밝히면서 사실상 은퇴선언을 해버렸다.

 

  현재 대전 구단의 상황이 썩 좋지 않은 건 K리그 팬들이라면 누구나 다 지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대전을 스폰서해왔던 스폰서기업들이 IMF 파동으로 줄줄이 도산하면서 지원자금줄은 확 줄어든 지 오래되었고, 대전 시의회는 이미 축구 뿐만 아니라 대전광역시를 연고로 하는 모든 스포츠구단들을 외면한 지 상당히 오래되었다(한화 이글스만 하더라도 한화기업의 투자가 아니었다면 올해 최악의 경우로 시작해야만 했을 지도 모른다). 대전 구단 숙소의 시설의 열악함이 만천하에 공개되고 승강제 여파로 대전시의회에서 부랴부랴 대전 구단의 지원자금을 풍족하게 지원해줬다지만, 이것 또한 2년치 자금을 땡겨서 사용하는 것이라 지원이 지원같지 않다. 그러나 구단의 사정이 그렇다 하더라도, 이런식으로 대전의 상징인 최은성을 강제은퇴시키는 대전구단의 태도는 도무지 용서할 수가 없고 납득할 수가 없다. 사정이 안좋다고 레전드를 이렇게 쫓아내도 되는 건 누가 그러던가?

 

 

 

최은성의 강제 은퇴, 비단 최은성만의 이야기는 아니었다

 

 

(K리그 역사의 증인들인 이운재(위)와 김한윤(아래)도 최은성처럼 강제은퇴를 할 뻔도 했다)

 

  최은성의 강제은퇴 소식 때문에 대전팬들은 물론이겠거니와 많은 K리그팬들까지 분노를 금치 못했다. 그것보다 더 놀라운 것은 이렇게 선수들이 불명예스럽게 강제은퇴를 했던 사례들이 생각보다 많이 있다는 것이고, 우리가 잘 아는 선수들도 최은성처럼 구단으로부터 그러한 은퇴권유를 받았기도 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바로 현재 전남과 부산에서 뛰고 있는 이운재와 김한윤이다.

 

  2002년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호아킨 산체스의 패널티킥을 막았으며 한국 선수 최초로 골키퍼로서 A매치 100경기 출장 달성(=센추리클럽 가입)한 이운재는 1996년 수원 창단멤버로 입단하여 2010년까지 오로지 수원 한 클럽만을 위해 뛰었던 대표적인 수원레전드였다. 하지만, 2010년 시즌이 끝나고 나서 계속 선수생활을 이어가고 싶어하는 이운재에게 구단은 그에게 이제 선수생활을 은퇴하고 골키퍼 코치직을 제안했다. 이운재의 나이가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이고 기량이 예전에 비해 떨어졌다고는 하나, 골키퍼는 마흔이 넘어서도 계속 할 수 있는 포지션이고(반더사르가 마흔까지 뛰지 않았던가) 이운재가 그렇다고 기량이 한 번에 훅~ 가버린 것도 아니었다. 이운재는 보란듯이, 작년에 전남으로 이적하였고 전남이 상승세를 탈 시점에도 주장완장을 차고 든든하게 골문을 지키면서 전남 선수들을 독려했다.

 

  김한윤의 경우에도 이운재와 비슷한 케이스였다. 비록 최은성이나 이운재처럼 원클럽맨 선수는 아니었지만, 1997년 부천에 입단한 이래로 줄곧 K리그 무대에서만 활약했던 K리그가 자랑하는 대표적인 선수 중 한 명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서울에서 5년간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면서 2010년 서울이 리그 챔피언이 되는 데 크게 한몫했던 선수였다. 하지만, 김한윤 또한 서울 구단으로부터 코치직을 제의받으면서 사실상 은퇴할 뻔 했으나, 안익수 감독이 그를 부산으로 불러들이면서 김한윤은 부산에서 선수생활을 계속 이어갔고, 김한윤 특유의 형님 리더쉽으로 어린 부산선수들의 중심에서 잘 이끌고 나갔다. 부산의 수비진이 상당히 탄탄할 수 있었던 것 또한 노장 김한윤의 영향력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현재 대전 구단은 3월 11일에 최은성을 위해 전북과의 홈경기에서 은퇴식을 마련하려고 했으나 무산되었다고 한다. 다름아닌 대전 김광희 사장의 반대 때문이었다. 팀의 역사와 함께 한 선수를 그저 내친 것에 모자라 한 팀의 레전드의 은퇴식을 도대체 왜 해주냐는 식으로 오히려 반문했다. 팀 레전드에게 이런 식의 치욕을 안겨주면서 명문 클럽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힌 김광희 사장의 말은 상당히 어패가 있고, 이러한 마인드를 가진 구단 프론트들이 아직도 존재한다는 것이다. 팀 레전드에 대한 이런 대접, 아니아니 아니되오!!

 

다 읽으시고, 밑에 있는 VIEW를 눌러서 추천해주시면 저에게 크나큰 도움이 된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