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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지쿠와 박성호에게 손가락질 하기엔 섣부른 판단이다

J_Hyun_World 2012. 2. 19. 08:00

 

 

 

 

 

(포항은 황진성과 박성호의 골을 앞세워 촌부리를 2대0으로 누르고 아챔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2월 18일 포항 스틸야드는 아직 추운 칼바람이 불어닥쳤다. 겨울의 추위가 아직 경기장에 남아있던 탓이었는지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 대부분이 완전 무장한 채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전을 관전해야만 했다(날씨만 좀 풀렸더라도 참 좋았을텐데 그게 좀 아쉽다). 이런 추운 날씨 속에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진출티켓을 놓고 K리그의 명가인 포항과 태국의 촌부리가 맞붙었다. 경기 시작 전에는 포항의 일방적인 승리가 점쳐지면서 포항이 대량득점을 하지 않겠느냐며 대부분 팬들이 편하게 경기를 관전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기 내용은 의외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가 되었고 포항이 2대0으로 힘겹게 승리했다.

 

  포항의 아챔 플옵경기가 열리기 전, 성남이 니콘 아시안 챌린지 컵에서 보여준 막강한 화력축구에 시선을 빼앗긴 것인지 모든 사람들이 포항 또한 성남처럼 상대팀에게 무자비한 공격을 퍼붓다가 90분 경기를 종료할 줄 알았으나, 포항은 성남처럼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질 못했다(경기 전에 황선홍 감독이 포항 선수들의 전체 컨디션이 8~90% 밖에 올라오지 않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폼이 좋지 않았기 때문에 촌부리를 상대로 포항 특유의 패싱플레이가 나오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고, 특히나 이 경기에서 부진했던 이아니스 지쿠와 박성호가 비난의 도마에 오르며 그들의 부진으로 인해 벌써부터 포항이 안될 것이라는 극단적인 반응까지 나왔다. 겨우 이 한 경기를 보고서 말이다.

 

 

 

지쿠와 박성호에게 벌써부터 손가락질 하기엔 섣부른 판단이다

 

(이번 K리그 이적시장의 빅사이닝으로 분류되고 있는 포항의 이아니스 지쿠, 허나 촌부리전에선 그의 이름값만큼 보여주지 못했다)

 

  CSKA 소피아에서 주포로 활약하다 올시즌 포항으로 이적해온 이아니스 지쿠는 이번 이적시장의 빅사이닝으로 분류될 만큼(역대 최고 이적료 및 연봉 지출 리스트에도 오를껄?) 국내 축구팬들의 주목을 끌던 선수였고, 그의 이적과정(일명 지쿠스토리) 때문에 많은 팬들을 들었다놨다할 정도였다. 황선홍 감독은 기존에 포항의 공격을 책임지던 모따를 내보내고 데려온만큼, 지쿠에게 거는 기대 또한 매우 컸고, 지난 포항이 치뤘던 연습경기동안 지쿠는 많은 골들을 기록하면서 감독의 기대를 충족시켜왔다.

 

  하지만 촌부리전에서 지쿠의 모습은 그렇게 크게 두각되진 못했다. 폼이 많이 올라오지 못하다보니 박성호나 아사모아 등과의 연계플레이가 썩 매끄럽지 못했고, 무엇보다도 옵사이드 트랩에 자주 걸리는 등 큰 임팩트는 남기지 못하고 후반에 노병준과 교체되었다. 그가 뛴 57분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면, 분명 그에게 들인 돈이나 기대치에 비해 플레이는 분명 기대 이하였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 한 경기만으로 그에게 너무나 지나치게 혹평을 하기에는 아직 섣부른 것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많은 찬스는 아니었지만, 분명 지쿠가 공을 잡고 그에게 공간을 내주게 되었을 때 촌부리의 수비라인은 위기를 초래했었고, 특히나 지쿠가 왼발 아웃프론트킥으로 문전침투하던 황진성에게 연결해주던 장면 등을 보았을 때, 그의 패싱 감각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확실히 지쿠는 투박한 플레이어가 아닌 창의적인 패싱을 갖춘 스트라이커라는 거다). 이러한 기회가 많지 않다 한들, 한번이라도 이어진다면 이는 곧 치명적으로 작용된다. 지쿠의 폼이 올라온다면, 미들라인 압박이 약한 팀이라면 지쿠에게 완전히 말릴 것이다(그를 막으려면 90분 내내 공격적인 압박이 유지되어야 하는데, K리그 팀들 중에서 90분 내내 압박을 유지하는 팀도 사실 손에 꼽는다). 오늘 경기를 봤을 때 지쿠의 스타일을 대충 가늠해본다면, 이동국보다 스피드는 떨어지나 패스능력이 뛰어난 게 지쿠라고 보면 될 것이다.

 

(박성호가 두번째 골을 넣긴 했으나, 그 골을 넣기 전까지 팬들의 실망감은 상당했다)

 

  지쿠 못지 않게 박성호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았다. 사실 그가 포항으로 이적하는 과정부터 포항팬들에게 그리 달갑지 않았는데, 포항이 대전에게 이슬기+김동희 등 포항이 자랑하는 유망주 2명에 5억원을 얹어서 박성호를 데려왔기 때문이다(특히나 이슬기 같은 경우에는 포항팬들 사이에서 이번시즌에 기대해볼만한 선수로 주목받았다). 그렇기에 사실 박성호 입장에서는 포항 입단이 상당히 부담스러운 시작일 수 밖에 없었고, 잘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러한 부담감이 촌부리전에서 그대로 드러났던 것 같다. 박성호의 경우, 무작정 최전방에서 대기하지 않고 2선으로 내려와서 대기하거나 측면으로 빠져서 움직이는 모습이 있다보니 마무리를 결정지어줄 선수가 중앙에 없기에 득점을 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곤 했다. 그리고 박성호 또한 지쿠처럼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니었기에 치달로 촌부리의 수비라인을 돌파하기엔 다소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그러한 답답한 모습을 보며 '슈바를 보는 듯하다'라는 평까지 나왔다.

 

  박성호 또한 이 한 경기 가지고 실력이 없다느니, 혹은 못한다느니 평가할 수 없는 것이 황선홍 감독의 공격수 조련 능력이다. 황선홍 감독이 부산시절에 박성호와 정성훈을 트레이드하면서 그저 키만 큰 공격수였던 정성훈을 국대승선까지 하게 할만큼 바꿔놓은 것으로 유명하며, 공격수 출신이다보니 공격수들의 숨어있는 잠재력을 끌어내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렇기에 박성호가 포항에 합류한 것 또한 그의 또다른 잠재능력을 보았기에 데려온 것일 것이다. 그리고 아직 아사모아나 지쿠, 황진성과의 호흡이 아직 완벽하지 않다는 걸 간과해선 안된다. 그들의 지원이 제대로 뒷받침된다면 박성호도 어떻게 변신할 지 아직 모른다.

 

 

 

태국팀 촌부리의 무시할 수 없는 경기운영

 

  포항이 촌부리에게 2대0으로 이긴 것에 대하여 포항의 경기력이 전반적으로 부진했고, 선수들의 폼이 아직 올라오지 않은 탓도 있지만, 촌부리가 이 경기를 제대로 준비해서 나왔고 의외로 경기를 잘 풀어나갔던 것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현재는 축구변방국인 동남아시아출신 클럽이라고 해서 함부로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을 촌부리가 오늘 보여준 셈이다.

 

  그들은 포항을 상대로 적극적인 압박과 좁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포항의 패스 루트를 차단하는 데에 주력했으며, 그들의 빠른 주력을 이용하여 포항의 뒷공간을 노리는 역습형태로 포항과 맞서 싸웠다. 비록 마무리짓는 능력에 있어서 많이 미흡했으나, 촌부리의 종종 나오는 역습은 포항의 간담을 서늘하게끔 충분했다. 또한, 그들의 오프사이드 트랩 능력 역시 뛰어났던 대목이었다. 포항이 공격할 당시에 전체적으로 수비모드로 나왔으나, 간격을 좁이면서 포항이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수비라인을 미리 끌어올린 것 또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한 수비모드에서 또한 만들어지는 빌드업 능력도 동남아클럽 치곤 제법 괜찮은 수준이었다.

 

  다만 촌부리 전에서 한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촌부리 선수들 중에서 180cm를 넘는 선수가 2, 3명에 불과했기 때문에 포항이 진작에 롱볼축구를 구사하였더라면 오히려 촌부리를 좀 더 쉽게 무너뜨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나, 포항이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릴 때 촌부리의 골키퍼가 공중볼 처리하는 능력이나 수비수들이 공중볼을 걷어내는 것이 다소 미흡하고 허둥대는 모습을 자주 연출했었기에 그 점을 노렸다면 포항이 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을 것이다.

 

 

 

  경기 내용은 어찌되었던 간에, 결국 포항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본선진출을 확정지었고, 이로써 2012년 아시아챔피언스리그에 K리그 4팀이 모두 참가하게 되었다. 이제 첫경기를 치뤘을 뿐인데, 포항에 대한 평가는 유독 엄격하고 혹독하다. 이러한 포항의 평가는 올해 뿐만 아니라 요근래 몇년간 그래왔던 것이 사실이다. 2007년에 포항이 리그 챔피언으로 등극했을 때도, 2009년에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뤄냈을 때에도 포항은 언제나 리그 우승후보로 평가받질 못했다. K리그 16개 구단 중에 가장 많은 타이틀을 들어올린 클럽 중 하나임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첫경기에서 문제점을 나타냈으니 오히려 다음경기에서 어떻게 풀어나갈 지 문제점을 더욱 더 빨리 해결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될 것인데, 굳이 비관적으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제 한 경기다. 뭐 올시즌 내내 이러한 경기력을 보여준다면 문제겠지만, 포항이 그럴 리는 없으니까 조금만 기다리면 될 것이다. 정작 걱정하는 사람들은 K리그 개막전에 포항을 맞이하게 될 나를 비롯한 울산팬들이니까 말이다(아 진심 X줄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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