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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2라운드 리뷰 4자평 : 말도안돼

J_Hyun_World 2012. 3. 22. 08:00

 

 

 

  이번 아챔 2라운드는 전반적으로 K리그 팀들에겐 죽다 살아나거나 "나 지금 이거 악몽꾸는 것 같은데 이거 꿈 맞죠?" 처럼 도무지 믿기지 않은 결과들이 쏟아져나왔다. 작년이나 재작년에 조별리그에서 보여줬던 K리그 팀들의 맹활약을 비교하자면, 확실히 부진했다. 이번라운드에 거둔 K리그팀들의 성적이 그렇게 좋지 않음에도 아이러니 한 건 4팀들이 각 조에서 각각 1,2,3,4위를 사이좋게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이건 일부러 만들어도 쉽지 않는 배열인데... 흠...). 이번 2라운드에 대해서 간략한 리뷰를 해보고자 한다.

 

 

 

G조 1위 성남(vs 텐진) : 언제1승

 

(마침내 성남에서 데뷔골을 신고한 '한페르시' 한상운(오른쪽). 아쉽게도 성남은 1대1 무승부를 기록하였다. 사진출처 스포츠 투데이)

 

  성남은 언제쯤 올시즌 첫 승리를 거머쥘 것인가? 자꾸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비교하기도 그렇지만, 프리시즌에 가장 강력한 화력을 뿜어댔던 성남이 시즌에 접어들고 나서는 아직 단 1승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2012 시즌 리그+아챔  성적 포함 : 2무 2패). 그렇기에 성남은 문수원정에서 울산에게 3대0으로 탈탈 털렸던 분위기를 반전시키고자 이번 홈경기에서 성남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체로 평가되는 텐진 테다를 1승 제물로 삼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었다. 선제골은 성남에서 먼저 터뜨렸다. 그동안 성남에 녹아들지 못했던 '한페르시' 한상운이  5경기만에 성남에서 데뷔골을 신고했다. 성남의 판타스틱4(한상운-요반치치-에벨톤-에벨찡요) 중에서 유일하게 득점이 없었던 그였기에 그의 득점은 성남 입장에선 상당히 반가운 소식이었다. 뿐만 아니라 울산전 완패가 확실히 약이 되었는지, 성남 수비진이 전보다 훨씬 안정적이었고, 마치 스토크시티처럼 힘으로 승부하는 텐진을 상대로 꽤나 선전했다. 하지만 세트피스에서 동점골을 허용하면서 결국 나고야전 때처럼 1대1 무승부로 끝나며 성남의 1승은 또다시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허나, 신기한건 이날 성남이 속한 G조 4개팀이 모두 무승부를 거두는 바람에 성남은 2무를 하고도 조1위로 올라설 수 있었다. 결과는 아쉬웠지만, 한상운-윤빛가람이 이제 녹아들기 시작했고 수비진이 어느정도 안정화된 걸 감안한다면 성남입장에선 강원전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F조 2위 울산(vs 도쿄) : 호곤지몽

 

(왜 경기를 어렵게 만들어서 겨우겨우 무승부를 거두냐 니네 ㅠㅠ 여하튼 김승용-마라냥의 극장 골로 도쿄에서 침몰당하지 않고 용케 버틴 울산)

 

  아챔 진출한 4팀 중에서 전반적으로 가장 상태가 좋았던 울산, 도쿄원정에서 올시즌 2부리그에서 막 올라온 FC도쿄를  상대로 쉽게 이길꺼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허나, 뚜껑을 열어보니 결과는 2대2 무승부, 그것도 울산이 겨우겨우 극적인 두 골을 성공시키면서 운이 좋았던 경기였다. 남들은 충격이니 어쩌니 했지만, 사실 아프리카로 경기를 지켜본 입장에선 이제 원래 울산으로 돌아온 느낌이 들었다. 사실 도쿄전에서 보여줬던 졸전의 복선은 성남전에서 나타났었다. 90분 내내 많은 체력을 소모하는 전방위 압박을 구사하는데다가 수많은 공격찬스에 비해 골로 이어지는 마무리과정이 부드럽지 못했던 것이 성남전에서 그대로 드러났었고, 이근호 해트트릭 때문에 묻혔던 단점이었다. 그 단점이 도쿄에게 먼저 선제골을 내주고 난 뒤에 확실히 드러났다. 5경기 연속으로 전진압박을 하다보니 체력고갈이 심해졌고, 그동안 선제골을 넣는 입장이었다가 먼저 먹히는 입장이다보니 울산의 진영이 쉽게 휘청거리면서 좀처럼 중심을 잡지 못했다(즉, 1점 뒤질 때 역전하는 경험이 올시즌엔 단 한 번도 없었다). 게다가 도쿄가 후반전엔 아예 작정하고 걸어잠그는데다가, 후반 도중에 중원의 핵심인 에스티벤이  근육에 무리가 와서 교체로 빠지고 난 뒤에는 중원이 와르르 무너졌다(다행히 에스티벤은 큰 부상이 아니지만, 대구전은 감기로 결장한다). 에스티벤 없이 대구원정길을 떠나야 하는 울산, 예전모습으로 돌아와 그저 '호곤지몽'으로 끝나는 건 아니겠지?  

 

 

 

E조 3위 포항(vs 분요드코르) : 금강파괴

 

(아챔의 최강자 포항이 3년만에 만난 '약체' 분요드코르에게 스틸야드에서 2대0 패배를 당하면서 금강파괴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성남이나 울산은 최소 지지는 않았으니, 어느정도 만회할 찬스는 많고 분위기 쇄신도 보다 쉽다. 하지만, 포항은 이와 다르다. 3년 사이에 강팀에서 약체팀으로 전락해버린 분요드코르와의 3년만의 리턴매치에서 2대0 완패를 당했기 때문이다. 매번 포항의 경기력에 대해서 지적당해왔던 부분이지만, 현재 포항의 팀색깔이 분명하게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파리아스식 빠른 템포와 역습축구와 정반대로 점유율을 높이는 축구를 선호하는 황선홍 감독식 축구가 아직 포항에 제대로 정착되지 못했고, 현재 스쿼드도 파리아스의 색깔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도 문제다(황선홍 감독이 아직 이것을 완전히 지워내질 못했다). 특히나, 황선홍 감독 전술의 주요 부분 중 하나인 타겟 스트라이커에 누굴 세울 지가 아직도 말썽이다. 큰 트레이드를 감행하고 데려온 박성호는 몸값만큼은 커녕 안티지분만 늘리고 있지, 황선홍 감독의 등번호를 물려받은 고무열은 중요찬스를 다 날려버렸지, 게다가 김형일-김재성이 빠진 공백도 쉽사리 메워지지 못하다 보니 한방을 노리는 분요드코르에게 맥을 못추던 것이었다(김태수는 기복이 심하고, 김원일은 아직 부족하다). 리그 400승고지를 코 앞에 두고 아홉수에 제대로 걸린 것에 대하여 포항팬들의 원성은 나날이 갈 수록 커지고만 있다. 황선홍 감독도 이제 확실히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확실히 자신이 추구하는 색깔을 보여줄 것인지, 아니면 포항팬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파리아스식으로 회귀할 것인지를.

 

 

 

H조 4위 전북(vs 가시와) : 나비효과

 

(최강희 감독이 나갔다고 해서 이렇게 무너지는가 전북... 사진출처 뉴시스)

 

  제일 답답한 것은 전북일 것이다. 요즘 전북의 행보를 보면, 과연 저 팀이 2011년 리그 챔피언이자 2011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몇 달 사이에 냉정하게 말해서 경기력이 Hell of hell일 정도다. 물론, 주전 센터백들의 줄부상으로 수비부분에 큰 골치를 겪고 있는 것도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이흥실 감독대행이 보여주는 전북은 예전 최강희 감독이 맡기 이전의 전북스러워서 문제다. '닥공 시즌2'라는 타이틀에 얽매이고 있는 건지, 아니면 최강희 감독의 색깔을 지나치게 지워내려고 하는 건지 올시즌 전북은 너무나 실험적인 전술을 들고 나온다는 것이다(원톱 변화만 하더라도 이동국→정성훈→김정우로 고정적이질 못하다). 오늘 오사카 원정에서도 전북은 여태껏 쓰지 않던 3-4-3에다가 김정우를 최전방에 배치하는 대단히 모험적인 전술을 들고 나왔다. 생전 하지도 않던 전술을 썼으니, 결과는 광저우 헝다전처럼 오사카 대참사였다. 전북의 측면은 시종일관 가시와 레이솔의 차지였고, 전북의 수비진은 그저 5골 먹히는걸 넋놓고 구경하기만 했다. 이 사태에 대해 일부 전북팬은 조광래 감독이 국대에서 잘했으면 오늘날 이 사태도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푸념을 늘어놓기도 하다(사실 조광래 감독이 짤리고 그 후임으로 최강희 감독이 갔으니 틀린 말도 아니다). 오늘 밤 MGB는 이게 다 조광래 감독 경질로 인한 나비효과 때문에 이렇게 된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싶은 밤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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