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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월드컵 개최선정은 처음부터 짜여진 정치쇼였다.

J_Hyun_World 2010. 12. 5. 15:07

 

 

  2010년 12월 1일, 스위스 취리히에서 펼쳐진 2018, 2022년 월드컵 개최국 선정에서 2018년은 러시아에게, 2022년은 중동 카타르에게 돌아가게 되는 이변을 낳아, 전세계 축구팬들에게 거대한 충격을 선사하였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이 개최국 선정은 이미 예고되어졌던 각본이나 다름없었다. 한마디로 물밑작업이 충분히 들어가있었던 돈과 돈이 오갔던 정치쇼와 같았다는 소리였다는 것이다.

 

 

 

 

  경쟁적 비딩을 도입한 이래로는 이례적이라 할 수 있는 FIFA의 이번 복수의 차기 월드컵 개최국 선정은 다분히 정치적인 셈법이 담긴 결정이었다. 2010년과 2014년 월드컵이 비유럽인 남아공과 브라질에서 연이어 열릴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은 FIFA와 조셉 제프 블래터 회장의 대륙별 월드컵 순환개최원칙이 작용했던 것이었으나, 현실의 벽 앞에서 무너질 수 밖에 없었다.

  월드컵 역사에서 처음으로 대회 개최권한을 두 대회 연속해서 갖지 못한 유럽의 반발이 거셌고 2014년 월드컵 개최국 희망국으로 브라질만이 나서는 등 대륙별 순환개최가 현실을 고려치 않은 섣부른 정책이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결국 FIFA는 2014년 월드컵의 브라질 개최를 끝으로 대륙별 순환개최원칙을 접는 대신 그 취지는 대회 개최지 선정에 반영하는 어정쩡한 스탠스를 유지했다. 대륙별 순환개최원칙이 적용됐더라면 2018년 월드컵의 개최는 북중미의 몫이었다. 하지만 FIFA는 2018년과 2022년 월드컵의 개최국을 동시에 선정하는 방식을 통해 반발해온 유럽에 2018년을, 원칙 수정에 불만을 품은 북중미와 아시아에 2022년 개최권을 주는 식으로 교통정리를 한 것이다.

 

  FIFA의 정치적, 정략적 선택과 결정은 이번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의 결정적인 열쇠기도 하다. 유치에 참여한 국가들의 조건이 천차만별로 차이나지 않는 한 최종 선택은 결국 정치적, 정략적으로 흐를 확률이 높다. 올림픽 개최지를 선정하는 IOC 위원이 100여명에 달하는 것에 비해 원칙적으로 24명의 집행위원이란 소수 그룹의 선택에 따라 월드컵 개최지가 결정되는 FIFA의 닫힌 구조에 따른 구조적 문제기도 하다.

  2022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지원한 우리가 주목하는 건 FIFA의 정치적, 정략적 선택이 필연적으로 부르는 ‘대의명분’과 ‘돈과 실리’라는 두 마리의 토끼다. 정치적 판단에는 명분이 따라야 한다. 그 판단을 바라보는 주위 사람들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정치적 판단은 결코 환영받을 수 없으며 또 정치적 집단은 명분 없이 그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않는다. 명분 없는 결정은 그 정치적 집단의 생명을 단축시키기 때문이다. 인프라와 안전에 대한 숱한 우려에도 2010년 월드컵 개최국으로 남아공을 밀어붙일 수 있던 정치적 선택도 아프리카에서 열리는 첫 월드컵이란 명분이 뒷받침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렇게 정치적인 명분과 실리적인 모습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면, 솔직히 우리나라의 2022년 월드컵 개최는 실상 가능성은 처음부터 거의 무리수였다고 하는 게 맞았다.

  축구팬인 나도 솔직히 우리나라에서 개최했더라면 더할 나위없이 좋았겠지만, 정치적 명분으로 내걸었던 '평화'카드는 오히려 역효과가 났던 것이다. 연평도 사태가 발발하면서 국내외에 끼친 악영향 또한 FIFA에 직간접적으로 다다르니, 마이너스가 된 데에다가 개최한 지 이제 막 8년이 지났기에 곧바로 재개최를 하려면 매우 특별한 상황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멕시코처럼 예외요소가 없는 한). 그리고 정치적 명분에선 중동국가에서 처음 개최하려고 했던 카타르가 좀 더 힘이 실렸던 것은 사실이다.

   실리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앞섰었다. 8만에서 10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월드컵 경기장을 18개 마련하겠다는 계획 등 스케일 면에서 경쟁국들을 압도하고 있었고, 미국은 이미 16년 전에 개최했던 1994년 미국월드컵 연 관중 350만 명은, 당시는 24팀이 본선에 오르는 방식이었음에도 32팀이 참가하는 오늘날까지 깨지지 않는 기록으로 세계 최대 단일 스포츠 시장이란 미국의 카드가 FIFA 집행위원들의 마음을 잡아끌고 있었으니까.

 

  거기다가 FIFA 간부들 사이에서의 라인싸움도 적잖게 있었다. 공식적으로도 이미 알려졌던 블래터-빈 함맘 라인의 서로 밀어주기 전략에 의해 우리나라는 3차 투표에서 어이없이 밀려난 것도 사실. 정몽준 부회장은 대표적으로 알려진 反블래터 라인이었기에, 과연 한국 개최에 곱게 봤을까? 언론에서도 뿌려진 블래터의 한국 공략이 좋았다는 립서비스에 대해 난 처음부터 믿지도 않았다. 여태껏 두 사람이 충돌해왔던 모습을 봐왔기에 말이다. 그리고 지금 UEFA 회장으로 있는 플라타니 또한 블래터 라인의 대표적인 인사. 그 블래터 라인이 전면적으로 가동되었기에 유럽쪽 표심은 죄다 카타르쪽에 힘이 실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월드컵 개최지 선정에서 떨어진 것에 더이상 분노할 필요도 없다. 그냥 침 한 번 퉤 뱉는 게 속 시원하다. 어차피 처음부터 짜여진 각본 속에 우리는 놀아났던 것이니까. 2022년 월드컵에 목숨 걸 필요 없다. 아직 월드컵 개최의 기회는 많으니까. 다만, 블래터같이 더러운 돈들이 오가는 속에서 개최지 선정이 계속되지나 않을까가 걱정이 된다.

 

발췌 : 박문성의 풋볼리즘 <선택2022> FIFA 그들은 왜 투표 원칙을 바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