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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그리고 에이전시. 그 보이지 않는 싸움.

J_Hyun_World 2011. 1. 6. 01:56

 

 

  에이전시(agency) : [명사] 경제적인 활동 따위를 대행하거나 주선하여 주는 사람이나 회사.

  현대 사회에선 에이전시의 필요성은 엄청나다. 우리가 직접 동시다발적으로 할 수 없을 때가 생기는데, 그럴 때 나의 대리인자격으로 성사시켜주는 중요한 연결고리 역할이다. 에이전시가 얼마나 일처리를 잘하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영향력이 사회를 지배하곤 한다.

 

  스포츠계에서도 마찬가지. 에이전트들은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하느라 직접 관리하지 못하는 계약협상 등이나 타 구단 물색 등등을 담당하며, 프로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눈과 귀, 손발이 되어준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에이전시의 대표적 인물로는 미국 메이저리그의 거물이자 박찬호와 추신수의 에이전트를 담당하고 있는 스캇 보리스같은 인물. 야구 뿐만 아니라 축구계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비롯하여 무리뉴 감독, 조르제 안드라제 등등 포르투갈 국가대표 선수나 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조르제 멘데스(아래 사진)도 있다.

 

  선수들에게 있어서 에이전시의 존재는 한 줌의 빛과 같은 반면에, 구단에게 있어서 에이전시란 간혹 암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에이전시가 종종 선수와 구단 사이를 이간질시켜놓는 역할이 되기도 하기에 더군다나 시즌중일때에는 더더욱 골치아픈 존재다(스캇 보라스가 메이저리그 구단들에게는 악마와 같은 존재 아닌가).

 

  날이 갈수록 축구계에서 에이전트들이 미치는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고, 시즌 중에 감독과 선수사이의 불화 조장, 또는 구단과 선수간의 갈등을 빚게 만들고 있다.

 

  맨유의 퍼거슨 감독이 대표적으로 에이전트들을 가장 싫어하는 감독들 중 한명이다. 퍼거슨 감독은 알다시피 맨유의 경기에만 관여하는 것을 넘어서 맨유의 구단경영에까지 전격 관여하는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다. 그렇기에 팀의 물을 흐려놓는 선수들은 제아무리 스타 플레이어라고 한들, 과감하게 내치는 화끈함 또한 지니고 있다. 그래서 퍼거슨 감독은 팀의 기강을 흐트려놓는 에이전트를 적대시하며, 차라리 스콜스처럼 에이전트가 없는 선수들을 좋아한다. 최근 맨유에서도 에이전시가 일으켰던 몇차례 분란조장도 다들 알고 있을 것이다(조르제 멘데스가 호날두를 앞세워서 맨유를 비롯하여 여러 빅클럽들을 간보면서 애간장 태웠던 악마같은 짓도 서슴지 않았었지).

 

  지금으로부터 1년반 전, 2009년 여름 테베즈의 맨시티 이적소동. 당시 맨유 소속이었던 테베즈가 맨유의 지역라이벌이자 최대 라이벌 중 한팀인 맨시티로 이적시키게 만든 장본인이 테베즈의 에이전트였던 MSI. 당시 테베즈는 웨스트햄을 떠나 MSI 소속신분으로 맨유에 2년간 임대로 와있었다. 호날두가 당시 1600억원을 맨유에 안겨주고 스페인으로 떠나고 난 뒤, 맨유는 테베즈를 잡으려고 물밑작업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MSI는 테베즈의 완전 영입조건으로 무려 수백억원의 금액을 요구했다. 에이전트에게 지불하는 비용으로 말이다. 테베즈가 루니와 같이 황소투톱으로 환상적인 모습을 선보였기에 맨유팬들의 신임을 전폭적으로 받고 있었으나, 에이전트의 무리한 요구가 퍼거슨감독의 신경을 건드렸고, 결국 에이전트의 무리수가 테베즈와 퍼거슨감독은 완전히 틀어졌다(안그래도 당시 베르바토프 때문에 퍼거슨감독과 테베즈는 어느정도 앙금이 있었던 상태였다). 결국 테베즈와 MSI는 맨유보고 보란듯이 맨시티로 떡하니 이적해버려 한순간에 레드 데블즈에게 비수를 꽂아버렸다.

 

 

  그로부터 1년 뒤인 지난 가을, 맨유에선 또 하나의 큰 사태가 벌어졌다. 일명 루니쇼(Rooney SHOW), 루니의 이적선언. 이것은 철저한 에이전시의 농락이었다. 09/10시즌 중앙공격수로 전향한 웨인 루니는 리그에서 26골을 꽂아넣으면서 호날두와 테베즈의 공백을 깔끔하게 지워버렸고, 내가 바로 맨유의 중심이다식의 포스를 맘껏 뽐냈다. 허나, 루니가 골을 많이 넣어주는 대신에 어시스트 스탯은 현저하게 떨어지는 역효과도 생겼다. 원래 웨인 루니는 득점 뿐만 아니라 도움 능력까지 골고루 갖춘 타입의 선수다. 그렇기에 너무 득점에만 신경쓰기 시작한다면서 언론은 루니가 ‘이기적인 선수’로 돌변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기사도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2010년 10월, 루니는 갑작스럽게 “맨유를 떠나겠다”는 말로 유럽 축구계를 뒤흔들어놨다. 당시 루니의 계약기간은 2012년 6월 만료였던 상황. 선수는 구단과의 계약 종료일이 다가올수록 이적료 액수가 떨어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맨유와의 계약 종료일이 2년도 남지 않은 루니를 영입하기 위한 빅클럽들의 쇄도가 끊이지 않았다. 맨유의 ‘더비 라이벌’ 맨체스터 시티도 루니에게 관심을 갖고 있는 구단 중 하나였다. 부상으로 경기에 출장하지 않던 루니를 둘러싸고 “맨유를 떠나기 위해 경기 출장을 거부하고 있다”는 말까지 나왔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후, 루니는 돌연 맨유 잔류를 선언했다. 맨유와의 계약기간을 2015년 6월으로 연장하면서 말이다. 루니는 맨유 구단 관계자, 감독, 선수, 팬들에게 사과를 하면서 “맨유에 충성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루니가 맨유와 재계약에 합의한 진짜 목적은 주급 인상이었다. 루니는 맨유와 5년 재계약을 체결하는 조건으로 자신의 주급을 18만 파운드(약 3억2000만 원)로 인상시켰다. 18만 파운드는 맨유 구단 역사상 최고액 주급이다. 

 

  이번 시즌 단 1골만 기록하고 있는 공격수(현재는 2골을 기록 중이다)가 구단에 주급 인상을 요구해 1주일에 3억2000만 원을 받는다니….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일이 지금 맨유에서 일어나고 있다. 더군다나 퍼거슨 감독이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는 맨유에서 말이다.

 

 

  결국 이 사건의 주범은 웨인 루니의 에이전트인 폴 스트레트포드의 작품이었다. 사실 이러한 쇼를 펼치려면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할 준비를 했어야 했다. 그동안 퍼거슨 감독에게 낙인찍힌 선수치곤 다음시즌에도 클럽에 남아있던 전례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장인 로이 킨도 그랬고, 수비의 핵인 야프 스탐도 그러했고, 잉글랜드의 상징인 데이비드 베컴도 그랬다. 과거의 퍼거슨이었다면, 루니도 테베즈처럼 짐싸서 다른 팀을 알아봤을 것이다.

 

  하지만, 루니는 이들과 다르게 살아남았다. 퍼거슨이 한발 물러나게 된 것이다. 사실 현재 루니를 대체할 선수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루니가 빠진다면 베르바토프를 제외하곤 확실한 스코어러가 준비되어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점을 스트레트포드가 철저하게 공략하면서 맨유를 좌지우지할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스트레트포드는 루니를 통해 짭짤한 부가서비스료를 챙긴 대신, 루니는 팬들에게 ‘돈 밖에 모르는 놈’으로 찍히게 되었다.

 

  이 루니쇼 이후로 축구계에 종사하는 거대 에이전시들도 슬슬 움직이기 시작하고 있다. 테베즈의 에이전시인 MSI도 옆동네에서 벌인 루니쇼에 자극받았는지, 테베즈의 향수병과 이적선언을 빌미로 앞세워 맨시티에게 주급인상요구를 대놓고 시위질하고 있다. 가뜩이나 EPL의 고액 주급 TOP10 중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맨시티이니, 더더욱 요구가 심해질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오아시스의 리더이자 맨시티의 광팬인 노엘 겔러거가 “이게 다 루니때문이다.”라고 욕설을 내뱉겠는가.

 

  이번 겨울이적시장에 독일에서 맨시티로 건너오는 에딘 제코도 루니쇼 영향을 받았는지, EPL에서 거의 TOP급의 주급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고, 현재 레알 마드리드에서 재계약 협상중인 페페의 에이전트는 페페의 주급을 300% 인상을 위해 레알프론트와 페페 사이를 본격 이간질하려 준비중이다(페페의 활약만 따지자면 주급 인상해줘야 하는 건 맞디만 정작 본인은 200% 인상하여 대략 주급 약 1억가량에서 합의보려한다).

 

  구단 프론트와 감독들은 이제 상대팀과의 경쟁 뿐만 아니라 에이전시들과의 전쟁까지 치뤄야하니 참으로 정신이 하나도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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