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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네이더가 왜 FIFA 발롱도르 후보에도 들 수 없었던 것인가?

J_Hyun_World 2010. 12. 7. 20:45

 

 

  일단 스네이더의 FIFA 발롱도르 최종 3인 후보 탈락에 대한 아쉬움을 표하기에 앞서서, 안드레스 이니에스타와 사비, 그리고 리오넬 메시는 모두 2010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만한 가치가 있는 선수들이고, 이들 중 누가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하더라도 이상할 것이 없다는 것을 전제한다. 
  실제 스네이더가 후보에 오른 3인에 비해 압도적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도 아니고, FIFA 발롱도르 초대 수상자가 되었어야 한다는 건 아니다. 허나 여러가지를 고려하더라도 적어도 스네이더가 상은 받지 못하더라도 최종 3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건 도무지 납득하기가 힘들다.

  스네이더는 지난 시즌 인테르의 트레블 주역이었다. 물론 디에고 밀리토와 마이콘 더글라스, 그리고 '스페셜 원' 조세 무리뉴 감독의 지도력이 시너지효과를 냈기에 가능했지만, 스네이더가 인테르의 마지막 퍼즐조각이었다는 데에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인테르는 플레이메이커 부재에 시달렸기에, 세리에A에서 4연패를 달성했음에도 챔피언스리그에서는 무기력했었다. 그런 인테르가 64/65 시즌 이후 45년만에 빅 이어를 들어올릴 수 있었던 건 바로 스네이더가 있었다.
  실제 스네이더는 챔피언스 리그에서 3골 6도움을 올리며 도움 1위를 당당히 차지했고, 이 점을 인정받아 2010 UEFA 올해의 미드필더로 선정되었다.

  지난시즌 활약상은 월드컵에서도 이어졌다(오히려 인테르 때의 모습보다 더 뛰어났다). 비록 네덜란드는 준우승에 그쳤으나, 스네이더는 대회 내내 환상적인 활약상을 선보이며 팀을 결승 무대로 이끌었다. 또한 5골(이 골들이 대부분 뽀록이 대다수라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스네이더가 네덜란드 스쿼드에 끼친 영향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는 건 다 안다) 1도움과 함께 월드컵 득점 공동 1위를 차지하며 개인 기록과 팀 성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고, 2위인 실버볼을 차지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무리뉴 감독은 대놓고 언론에다가 스네이더를 지목하며 "가장 FIFA 발롱도르를 수상할 자격을 갖춘 선수"라고 공공연하게 밝혔다.

 

  이번 시즌 개인이나 팀 전체가 부진에 빠졌다고 해도 이게 결코 발롱도르 후보에서 탈락할 만한 이유가 되진 않는다. 여태껏 발롱도르 수상자들도 다음 시즌 초반에는 다 부진을 겪었으니깐 말이다(호날두도 칸나바로도 수상하던 해에 초반에 부진을 겪었던 걸 생각해보아라).

 

  월드컵이 열리던 해에 발롱도르를 수상할 때, 항상 월드컵 성적이 가장 크게 좌우했었다. 그 점을 따지고 보면, 리오넬 메시는 후보에 들었다는 건 이해하기가 힘들다. 물론, 지난 시즌 클럽(바르셀로나)에서의 성적으로 봤을 때는 메시의 개인적인 스탯을 보면 충분히 들고도 남았다. 하지만 월드컵 때 아르헨티나는 고작 8강에서 탈락했다. 메시 때문에 탈락한 건 아니지만, 결과론적으론 팀은 못했다. 그렇기에 월드컵이 열린 해에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했던 다른 선수들도 할 말이 많을 것이다. 실제 발롱도르 역사상 월드컵이 열렸던 해에 월드컵 8강 진출팀 선수가 3위 안에 이름을 올린 전례는 없었다. 게다가 메시가 지난 시즌 획득한 우승 트로피는 프리메라리가와 FIFA 클럽 월드컵, 그리고 에스파냐 수페르코파 밖에 없다(프리메라 리가를 제외하면 나머지는 비중이 낮다).

 

  그렇다면 클럽에서의 활약을 중점적으로 평가했을까? 클럽의 성적을 중심으로 따진다면 이니에스타는 스네이더를 제치고 후보명단에 올릴 수가 없다. 이니에스타가 월드컵에서 스페인 우승을 결정짓은 결승골을 기록하여 팀 우승에 기여한 건 사실이다. 허나 지난 시즌 잦은 부상에 시달리면서 경쟁 선수들에 비해 다소 떨어지는 출전수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프리메라 리가에서도 1골 5도움만을 기록했을 뿐이다. 

  한마디로 지난 1년간 들어올린 우승 트로피를 비롯해 클럽과 대표팀에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측면을 고려할 경우 스네이더는 사비와 함께 가장 유력한 발롱도르 수상 후보명단에 올라가야 하는 게 맞다.

  왜 스네이더가 FIFA 발롱도르 후보에도 들 수 없었던 것일까? 내가 보았을 때는 분명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합쳐진 데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이 엄청나게 작용했다고 본다. 원래 FIFA 올해의 선수상은 FIFA 가맹국인 208개국 대표팀 감독들과 주장들에 의해 선정되기에 한마디 인기투표나 다름없다. 이로 인해 FIFA 올해의 선수상보다는 발롱도르가 신뢰도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았던 게 사실이다(발롱도르는 스포츠 기자들에 의해서 선정되는 상이기에 좀 더 객관적이고 전문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합쳐지면서 대표팀 감독과 주장들, 그리고 기자들에 의해 최종 3인이 선정되었고, 이와 함께 인기투표 요소 역시 적당히 가미되고 말았다.
  한 예로 비센테 델 보스케 스페인 국가대표 감독은 1위로 메시를, 2위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그리고 3위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를 각각 뽑았다(스페인 감독은 스페인 선수들에게 표를 행사할 수 없다). 스페인의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는 팀동료 호날두(1위)와 메시(2위), 그리고 아르옌 로벤(3위)에게 각각 표를 던졌다.
  파라과이 주장인 파올로 다 실바는 1위로 이니에스타를, 2위로 사비를, 그리고 3위로 호날두를 각각 뽑았다. 호날두의 경우 지난 시즌 단 하나의 우승 트로피도 들어올리지 못했다. 하지만 벌써 3개의 표를 확보했다. 반면 스네이더는 위의 3명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 이렇게만 보더라도 이번 FIFA 발롱도르 투표도 결국 인기투표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FIFA 올해의 선수상과 발롱도르가 FIFA 발롱도르로 합쳐지면서 선수와 감독, 그리고 기자들의 눈이 한데 엉키면서 수상 기준 자체가 이상하게 변질되었다. 스네이더가 희생양이 된 셈이다. 최종 투표 결과는 2011년 1월 10일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FIFA 발롱도르 수상식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누가 받게 될 지는 모르겠지만, 어쩌면 스네이더는 4위는 커녕 호날두에 밀려 5위를 차지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 지네딘 지단이 2003년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수상할 때, 겐나로 가투소가 언론을 통해 FIFA 올해의 선수상을 의미없는 상이라며 비하했던 발언을 다시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비에리와 함께 캐러비언에 위치한 터크스카이코스 제도에 놀러간 적이 있었어. 당시 그 곳 대표팀 감독과 우연히 만난 적이 있더랬지. 그 감독은 나한테 한 표를 행사했더군. 반면 토티는 한 표도 얻지 못했어. 대체 기준이 뭐지? 이러한 종류의 상들은 더이상 신뢰성이 없어. 그라운드 위에서의 결과나 진정한 가치보다는 스폰서에 의해 더 많이 좌지우지 되고 있지"

  2003년 FIFA 올해의 선수상에 토티처럼 스네이더도 지금 그 길을 똑같이 걷고 있는 게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