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부터 이슈화되었던 에닝요의 특별귀화추진문제. 최근 축구협회의 추진으로 다시 수면 위에 올랐다)
사실 올해 초부터 이야기가 나왔던 전북의 외국인선수 에닝요의 특별귀화추진은 민족성이 유달리 강한 대한민국 내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었기에 한동안 이슈화되었던 사건이었다. 그 뒤에 잠해졌다가 얼마 전에 대한축구협회에서 에닝요의 특별귀화를 추진한다는 기사가 다시 뜨면서 이 귀화문제가 다시 수면 위에 올라와 논란에 불을 지피고 있었던 찰나, 대한체육회에서는 에닝요에 대한 특별귀화를 미추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이 뜨거운 감자는 너무나도 빨리 식어버렸다. 그가 특별귀화로 한국국적을 취득하는 데에 있어 주로 논란이 되는 이유는 크게 2가지다. 하나는 에닝요를 특별귀화로 뽑을 만큼 현재 한국 선수들 내에서 유용한 자원이 없느냐와, 다른 하나는 특별귀화로 국적 취득하는 데 있어 에닝요에게 진정성이라는 것이 있느냐는 점이다. 이것이 에닝요의 특별귀화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들이 주로 주장하는 근거이자, 그들이 생각하는 국가대표의 자격조건인 듯 하다. 실제로 대한체육회에서 미추천하게 된 이유가 과연 에닝요가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느냐는 점과 국민정서에 그의 귀화추친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판단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국위선양의 측면과 국민정서(즉, 그가 귀화하는 데 있어 진정성이라 해두자)의 척도기준이 상당히 불분명하다는 점은 내심 지울 수가 없고, 마치 뭔가 허술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에 대해서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가 아닌 법무부에 직접 신청을 하여 결과를 기다리는 입장이라고 한다.
에닝요의 특별귀화추진이 과연 문제가 되는가?
1. 한국 선수들 중에서 에닝요보다 뛰어난 자원이 없는 것도 아닌데, 왜 특별귀화제도를 도입하면서까지 그를 데려오려 하느냐(국위선양)?
(한국국가대표팀에 에닝요가 들어갈 필요가 없을만큼 자원들이 넘쳐난다. 과연 그럴까?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가장 먼저 논할 문제가 에닝요를 특별귀화시킬 만큼 한국대표팀에 그가 절실히 필요한가, 그리고 그가 과연 태극마크를 달고 국위선양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다. 나의 개인적인 판단부터 말하자면, 에닝요는 한국 국가대표팀에 필요하다. 현재 에닝요의 주포지션인 윙어는 현재 국대에선 궤멸된 상태라는 점이다. 이청용이 부상으로 시즌아웃을 끊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사실 윙어의 빈약함을 느끼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그만큼 이청용이 국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부상당하여 국대차출조차 힘들어지면서 조광래 前 감독은 이청용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숱한 윙어들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국대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라고는 측면에서 주로 종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보단 횡적으로 움직여서 중앙으로 쇄도하는 타입의 윙어들만 넘쳐났던 것이다. 즉, 전술의 다양성에서 한계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보니 조광래 감독은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려주는 윙어를 찾는 것을 아예 포기하고 인사이드 포워드 형식으로 플랜B를 가져갔지만, 결과론적으로 경기력이 엉망인 탓에 결국 경질되어버렸다.
조광래 감독의 자리를 이어받은 최강희 감독도 이러한 윙어의 빈약함에 대해서 상당히 고민이 많다. 이청용의 공백을 감안하고(최근에 부상에서 돌아와 경기를 뛰긴 했지만 국대에 차출할만큼의 경기력은 전혀 아니다) 측면에서 종적으로 움직이면서 상대방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윙어가 없다는 것이다. 최근에 최강희 감독의 부름의 받은 이근호의 경우에는 그는 전형적인 윙어가 아니라 인사이드포워드에 가깝기 때문에 그에게 크로스와 측면돌파만을 요구하기에는 힘들다. 그리고 왼쪽 측면도 현재 이렇다할 확실한 주전 선수가 없는 건 매한가지다. 한상운의 경우에는 현재 소속팀인 성남에서 슬럼프를 겪고 있는 중이며, 김치우의 경우에는 이제 한 번 평가해봤을 뿐이고(김치우만 주구장창 뛰게 할 순 없지 않은가), 올림픽 대표팀의 에이스인 김보경도 측면보다는 중앙으로 쇄도하는 타입에 가깝다. 남태희도 있지만, 아직 그가 주전으로 뛰기에는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에 측면에서 활발하게 움직여주면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타겟 스트라이커에게 배급할 수 있는 윙어로 에닝요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천수만 복귀할 수 있었더라면 사실 에닝요에 대한 특별귀화문제소동도 일어나지 않았을 터인데, 이천수가 현실적으로 국대복귀자체가 불가능하니 이렇게 된 것이다. 공격옵션의 다양화 차원에서 에닝요의 존재가 필요했던 것이고, 최강희 감독이 그를 호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또한 에닝요의 나이에 대해서 걸고 넘어지는 사람들도 많다. 1981년생으로 올해 한국나이로는 31살, 2년 뒤인 브라질월드컵 본선에 나가면 그의 나이가 33살로 노장대열에 합류하게 된다. 즉, 에닝요를 귀화시켜봐야 오래써봐야 2년 밖에 못쓰는데 굳이 단기간동안 사용하기 위해 그를 귀화시켜야되느냐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물론, 국가대표에서 어린 선수들을 육성하여 장차 국가대표의 차기 핵심선수로 만드는 것 또한 국가대표팀의 임무 중 하나지만, 그것이 메인은 아니다. 국가대표팀의 근본적인 목적은 각종 메이저대회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그때그때 최상의 멤버로 꾸려나가는 것이다(아무래도 어린 선수들 육성이 우선시되는 경향은 조광래 감독 때문에 생긴 의식으로 보인다). 한가지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사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 주장이었던 홍명보, 그리고 황선홍의 나이는 33살, 34살이라는 것을 잊어선 안된다. 그리고 당시에 최진철은 31살이라는 나이에 국가대표에 이제 막 데뷔했었다. 지금 이동국도 33살 아닌가? 국가대표팀은 무조건 어린 선수들만 있다고 해서 좋은 게 아니라는 것이다. 나이가 많건 적건 간에, 최상의 드림팀을 만들어야하는게 주 목적이 아닐까?
그에게 충분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그에 걸맞게 자신의 위치에서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낼 것이다. 국가대표라는 지위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가 국가대표로 제 활약을 하는것만큼 국위선양이 어디있나 싶다. 적어도 에닝요가 전북에서 보여줬던 경기에 대한 열정이나 승부욕을 보았을 때, 국가대표에 뽑혔다고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자만하거나 하는 그러한 태도는 보이진 않을 것이다.
2. 에닝요의 귀화에 대한 진정성이 없다(국민정서에 반한다)?
(귀화를 하는 데 있어서 진정성과 국민정서의 기준이 과연 무엇인가? 사진출처 스포츠조선)
그리고 에닝요의 특별귀화추진에 대해서 반대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그의 귀화에 대한 진정성이 부족하고 국민정서에 반하는 케이스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나만 물어보자, 귀화를 하는 데 있어서 '진정성'과 '국민정서'의 기준이 과연 어떻게 분류하고 있는 것인가? 어떤 이들은 진정성을 측정하는 기준을 언어습득능력으로 기준을 삼았고, 에닝요가 최소한 특별귀화로 한국국적을 인정받기 위해서라면 라돈치치처럼 한국어에 능숙해야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라돈치치의 경우가 특이한 케이스(라돈치치는 5개 국어를 소화하는 그야말로 언어능력이 뛰어난 케이스다)고, 이전에 일반귀화로 한국국적을 취득했던 신의손 코치나 이싸빅, 이성남, 마니산의 한국어실력은 에닝요보다 조금 더 낫거나 한국말도 다소 어눌하게 하는 정도다. 현재 신의손코치의 경우 한국말 실력이 매우 떨어졌고, 이싸빅, 이성남, 마니산의 경우에는 한국을 떠나는 바람에 한국어 능력에 상당히 문제를 보이고 있다(이성남이나 마니산은 아예 한국어를 못한다). 즉, 언어습득능력은 어느 정도 측정을 할 수 있다 하더라도 그것이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기에는 무리수라는 점이다. 에닝요도 한국말을 능숙하게 잘하는 것은 아니나, 경기하는 데 있어 선수들과의 의사소통에 전혀 지장이 없고, 게다가 듣는 귀가 밝기 때문에 한국 선수들이 무슨 말을 하는 지는 다 알아듣는다고 한다. 그리고 언어능력은 귀화 이후 배운다해도 충분한데 말이다.
그리고 진정성의 측정 기준으로 하나 잡고 있는 것이 바로 해당 국가에 대한 애정이라고 하는데, 이것만큼 추상적이고 주관적이며, 측정하기 불가능한 기준이 없다. 단순히 한국말을 못한다고 해서 그가 한국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일반화가 성립되지도 않을 뿐더러, 그가 7년간 K리그에서 계속 뛰어왔던 것을 감안한다면 한국에 대한 애정은 충분히 가지고 있다(참고로 말하자면 에닝요는 중동이나 중국에서 전북에서 받는 돈의 몇배가 되는 오퍼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전북 잔류를 택하며 전북과의 의리를 보여줬다). 그리고 그가 한국문화를 이해못한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도 수원, 대구, 그리고 전북, 총 7년이라는 한국생활을 경험하면서 한국 문화에 대해서 어느정도 알고 있는 상황인데, 배우려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근거를 도출하는 근거도 웃길뿐더러 한국인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도 우습다. 그들이 주장하는 진정성이 없다는 것은 현재 다른 종목에서 특별귀화로 들어오는 선수들에게 적용해도 진정성에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나라 농구만 하더라도 우리가 주장하는 진정성이라는 기준이 얼마나 잘못되었나를 알 수 있다. 요즘 농구계에서는 혼혈 선수들이 눈에 띄게 부쩍많아졌다. 그들은 한국에서 거의 생활한 경험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하고 모계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특별귀화로 국적을 취득하게 된다. 단순히 한쪽이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누구는 특별귀화 자체가 인정할 수 있는가? 오히려 그들은 에닝요만큼 한국어 습득능력이 상당히 떨어지는 데 말이다. 혼혈선수들 중에서 전태풍 이외에는 한국어를 배우려는 열정이 강한 선수도 사실 찾아보기 힘들다. 이승준만 하더라도 한국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데도 한국인으로 취급한다. 이런 사례를 봤을 때, 귀화에 있어서 진정성을 어디서 찾아볼 수 있을까? 한국어도 제대로 못하고 한국문화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선수들이 태극마크를 달고 농구 국가대표의 핵심선수들로 활약하고 있는데, 그 아무도 그들의 귀화에 대한 진정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단지 한쪽이 한국계라는 이유만으로. 이것이야말로 역차별이 아닌가 생각되는데 말이다.
그리고 최근에 어떤 사람이 다른 나라로 귀화했을 때, 전부 그 나라를 사랑해서 그 나라로 귀화하는 것일까? 심하게 말하자면, 귀화를 한다는 것은 그 나라에서 내가 좀 더 이득을 보기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는 것이 더 적절하지 않은가 싶다. 한국에 거주하면서 한국인에게 주어지는 인센티브를 누리기 위해.. 즉 한국국적을 이용하기 위해서 그 어려운 한국어를 배우고 귀화시험을 치루는 것이다. 쇼트트랙선수인 안현수도 러시아로 귀화할 때, 그가 러시아에 애정이 있어서 러시아로 귀화했던가? 그도 철저히 자신의 이익을 고려한 뒤에 러시아가 자기에 도움이 되겠다는 판단 하에 러시아 귀화를 택했고, 라시아 국가대표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사실 이 부분은 우리나라 빙상연맹계에게 큰 잘못이 있지만, 이유야 어찌됐든 안현수도 특별귀화로 러시아로 넘어갔다). 외국인들에게 특별귀화 자격이 주어진다면 당연히 하려고 할 것이며, 특별귀화하는 사람은 우리나라가 그 사람의 재능을 이용할 만하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한 차이가 있을 뿐, 일반귀화/특별귀화여부가 한국에 대한 애정을 평가하는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셈이다. 만약 일반귀화를 위한 시험공부를 열심히 했는지 여부로 애정의 정도를 판단할 수 있다면 시험 성적이 높을 수록 한국에 대한 애정이 높다는 이상한 결론도 가능해진다.
사실 사람이 마음이라는 것이 가장 가까운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기 어려운데 직접 대면한적도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정의 정도를 어떻게 판단한다는 것인가? 그래서 대한체육회의 진정성이나 국민정서를 운운했던 판단기준이 납득이 안된다는 점이다. 그러하기에 특별귀화하냐 일반귀화하냐, 애정이 있냐 없냐 따지기보다 에닝요의 재능이 대표팀에 정말 필요한지 월드컵에서 실효가 있겠는지를 중점적으로 따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이것을 단지 특별귀화라는 것 때문에 먼 타지에서 몇년동안 잘 적응한 선수를 기회주의자 정도로 보는 시선들이 가혹하기만 할 뿐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의도치 않게 에닝요 혼자서만 모든 비난을 다 감수하고, 상처받고 있다. 그의 귀화가 과연 그렇게 비난받을 만큼 문제가 되는 것인가?
참고 : 알럽싸커 축생축사(蹴生蹴死)님 게시글 - "에닝요 귀화문제 이전에,측면에 대한 생각 한개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인용 : 알럽싸커 각시님 게시글 - "따지고 보면 일반귀화하는 사람도 결국 한국 국적을 이용하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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