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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2012 : 4-4-2 포메이션의 작별을 고할 때가 되었다.

J_Hyun_World 2012. 7. 3. 08:00

 

 

 

 

(스페인이 유로2008에 이어 유로2012까지 2연패를 달성하면서 앙리 들로네를 들어올렸다. 사진출처 스포츠조선)

 

 

  결국 이번 유로2012의 챔피언 타이틀은 많은 전문가들이 예상한 대로 스페인에게 돌아갔다. 스페인은 지난 유로2008 이후로 2번 연속으로 앙리 들로네를 들어올렸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 당시와 비교하자면 이번 대회에서 스페인은 디펜딩 챔피언다운 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좋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사실이지만, 어째되었던 간에 결국 그들이 왕좌에 올라섰다. 내가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은 스페인의 우승경력을 폄하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스페인의 우승은 지금부터 내가 다루고자 하는 내용에 있어서 부가적인 내용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를 보면서 내가 크게 느낀 점은 바로 이번 대회에 참가했던 16개팀들의 전술적 트렌드에 대해서 한 번 파헤쳐보고자 한다. 우승팀인 스페인을 비롯하여,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던 이탈리아나, 4강까지 올라온 포르투갈과 독일, 그리고 다른 팀들의 대부분의 공통점을 하나 발견할 수 있는데, 이번 대회에서 4-4-2 포메이션을 메인 포메이션으로 들고 나온 팀이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번 유로2012가 현대축구의 한획을 그었던 4-4-2 포메이션의 작별을 고하는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나하고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내보려고 한다.

 

 

 

'압박'-'공격축구'를 대변하는 현대 축구의 보편회된 포메이션 : 4-4-2

 

(현대 축구의 한 획을 그었던 4-4-2 포메이션은 아리고 사키에 의해서 세계무대에 등장하게 되었다. 사진출처 스포탈코리아)

 

  4-4-2 포메이션이 현대 축구에 본격적으로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1980년대 말 현대축구를 대변하는 인물 중 한 명인 아리고 사키 감독이 당시 AC밀란을 맡을 당시에 네덜란드의 토탈 사커에서 착안하여 만들었다. 당시 미드필더 숫자를 늘려 우세를 점하던 3-5-2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보다 상대방에게 강한 압박을 가하기 위해서 사키는 수비와 미드필더진을 일(一)자형으로 늘어세운 뒤에 일종의 그물망처럼 펼쳤다가 촘촘하게 죄어주는 방식을 보여주었다(일(一)자형으로 서다보니 오프사이드 트랩이라는 추가적인 전략까지 늘어났다). 게다가 4-4-2 플랫으로 돌아서면서 각 선수들은 일대일 대인방어가 아닌 각 선수들마다 자신이 위치한 지역을 방어하는 지역방어로 돌아섰으며, 공의 위치에 따라 누가 상대 선수를 압박하고, 누가 반대 지역을 커버해야할 지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아리고 사키는 토탈 사커를 일종의 틀에 끼워맞추는 데 성공한 셈이다. 수비지역의 압박에서 이러한 큰 성과물을 거두니 자연스레 공격적인 부분에서도 장점이 드러나는 것은 당연했다.  측면의 수적 우위(풀백과 윙어) 덕에 양 날개를 활용한 과감하고 빠른 공격 전개가 이뤄졌고, 양 측면 덕분에 최전방에 배치된 투톱은 동일한 숫자에서 센터백 두명과 1대1 형식으로 맞써싸우는 유리함까지 얻었다. 4-4-2가 현대축구가 요구하는 압박과 공격축구에 적합한 포지션이라고 말하는 것이 바로 여기서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아리고 사키의 4-4-2 포메이션을 바탕으로 AC밀란이 역대최강의 팀으로 군림하면서 신드롬을 일으키자, 이것은 자연스레 AC밀란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클럽, 다른 국가대표팀에서 금새 도입되기 시작되었다. 1994년 미국월드컵에서 곧바로 이러한 4-4-2 포메이션이 등장하였고, 1990년대 후반 잉글랜드 프리미엄리그 대부분 팀들이 4-4-2 플랫을 사용하면서 영국축구의 트렌드로 자리잡기도 했다. 현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이러한 4-4-2 포메이션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클럽이라 할 수 있는데, 맨유의 윙어들은 끊임없이 측면에서 돌파하여 최전방 공격수들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고, 상대편 골문 근처에서 대기하고 있는 공격수들은 그러한 크로스를 이어받아 골로 연결짓는 것으로 공격을 마무리한다. 이러한 4-4-2 포메이션에서 윙어를 담당하던 대표적인 선수가 바로 데이비드 베컴이었고, 최전방에서 투톱을 이루고 있던 조합으론 드와이트 요크-앤디 콜, 맨유가 아닌 당시 1990년대 후반 다른 EPL 클럽팀 투톱 조합으로는 로비 파울러-마이클 오웬, 데니스 베르캄프-티에리 앙리 등을 꼽을 수 있다. 잉글랜드의 전형적인 스타일이라고 하는 킥앤러시 축구의 기원도 따지고 보면 이 4-4-2 포메이션 위에서 이루어진 최적화된 전술이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포지션이 바로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 2명인데, 흔히 착각하는 오해 중 하나가 중앙 미드필더 중 한 명은 공격적인 재능이 특출난 공격형 미드필더이고, 나머지 한 명은 수비적인 롤을 전담으로 하는 수비형 미드필더일 것이라고 생각들을 하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그것은 정답이 아니다. 이 두 명의 중앙 미드필더 중에서는 전문적으로 포백 라인을 보호하는 수비형 미드필더는 존재하지 않고, 최전방 투톱을 보좌를 전담으로 하는 공격형 미드필더가 존재하지 않는다. 절대적으로 그 역할을 맡는 것이 아니라 위에서 언급했듯이 누가 볼을 잡느냐에 따라 지역방어를 해야하고, 한쪽이 전진해서 수비를 하게 되면 나머지 한쪽은 그 빈 공백을 커버해야하는 역할을 담당하기에 수시로 공격적인 롤이나 수비적인 롤이 90분 사이에 매번 바뀐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자기 지역에서 자기가 그 공간을 사수해야한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4-4-2 내에서 중앙 미드필더 두명은 역할 분담 체제가 아니라 지역 분담 체제이기 때문에 공격적인 부분이나 수비적인 부분 한 쪽으로만 특출나서는 안되며, 공수 전반적으로 능통해야한다는 점이다.

 

 

 

4-4-2의 붕괴 : 올라운드 미드필더의 품귀현상과 전문화된 미드필더들의 등장, 그리고 유로 2012

 

(하지만 4-4-2를 활용하기엔 여기에 적합한 올라운드 미드필더들의 숫자가 나날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올라운드 미드필더인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

 

  하지만 이러한 4-4-2 포메이션도 2000년대에 접어들어서 슬슬 한계접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4-4-2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더를 담당해야하는 선수들은 말그대로 한쪽 분야에만 특화되는 것이 아니라 공수 양면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펼쳐야하기에 떄문에 여기에 적합한 선수들을 찾아내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그동안 맨유가 4-4-2 전술을 가동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2명에 누굴 세울 것인지에 대해 몇시즌 동안 고민했던 흔적을 보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현재 4-4-2에 가장 이상적인 유형인 올라운드 미드필더의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바스티안 슈바인슈타이거나 야야 투레 정도가 있으나, 그 외에 찾아보기란 그리 쉽지 않다. 왜냐하면 언제부턴가 전술이 4-4-2가 아니라 허리싸움에서 상대팀보다 좀 더 앞서나가기 위해서 공격수 숫자를 줄이는 대신에 미드필더 숫자를 하나 더 늘리고, 그리고 각 포지션에 특화된 선수들을 길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예를 들어서 홀딩에 특화던 수비형 미드필더와 공격을 진두지휘하는 데 특화된 공격형 미드필더, 그리고 BTB를 앞세워 공격형 미드필더와 수비형 미드필더의 간격을 채워주는 중앙 미드필더 등). 또한 4-4-2의 경우에는 기껏 해야 3열에 그치지만, 4-2-3-1이라던지 4-3-3이라던지 다른 포지션은 4열까지 만들어내서 좀 더 촘촘하고 현대축구가 지향하는 Compact Soccer를 실현하는 데 더 용이하며, 4-4-2에 비해 간격이 많이 벌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이렇다보니 중원에서 미드필더 2명이서 3명을 상대하는 꼴이되어 수적 싸움에서 하나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 

 

  이미 스페인 프리메리라가에선 1990년대 후반부터 4-4-2가 아닌 4-2-3-1가 등장하면서 어느순간부터 대세로 부각되기 시작했었고, 국제적인 무대에선 아마 2006년 독일월드컵이 터닝포인트가 아니었나 싶다. 그리고 4-4-2 포메이션이 지고 그 대체 포메이션이 정점을 찍었던 것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이었다. 당시 결승전에 맞붙었던 점유율 축구의 스페인이나 실리 축구를 앞세운 네덜란드 두 팀 다 4-2-3-1로 재미를 톡톡히 봤고, 이 두 팀 이외에 독일, 브라질 등 세계 강호들, 심지어 한국 대표팀까지도 4-2-3-1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4-2-3-1 말고 4-4-2에서 벗어난 전술들은 많았다. 아리고 사키가 개발했던 4-4-2의 근원지였던 AC밀란은 당시 슈퍼스타인 카카를 극대화시키고 중원을 강화하고자 윙어를 없애고 양쪽 풀백의 오버래핑을  극대화시키는 4-3-1-2를 사용하였고(AC 밀란 이외에도 대부분 이탈리아 클럽팀들이 이와 비슷한 전술을 사용했고, 지금도 사용하고 있다), 유로2004에선 체코가 파벨 네드베드나 토마쉬 로시츠키, 카렐 포보르스키를 활용하여 좀 더 화력을 뿜어내고자 4-1-3-2를 들고 나오기도 했다.

 

(이번 유로2012에서도 4-4-2는 더이상 국제대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해준 메이저 대회였다)

 

  이번 유로2012 대회만 보더라도 4-4-2가 더이상 국제대회에서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입증해주었다. 유로2008에 이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스페인만 하더라도 일명 제로톱을 들고 나와서 미드필더의 층을 더 강화하여 점유율을 극대화시키면서 상대의 공간을 제압하는 방법을 선보였고(4-3-3에서 최전방 3이 약간 쳐졌을 뿐이다), 이탈리아의 경우 체사레 프란델리 감독이 이탈리아식 티키타카를 선보이면서 기존의 이탈리아 전술인 4-3-1-2에 화려함을 불어넣었다(또한 임시방편으로 변형적인 쓰리백을 들고 나와 사람들을 놀래키기도 했다). 호날두와 나니를 앞세웠던 포르투갈도 무티뉴-벨로수-메이렐레스라는 역삼각형 중원을 구축하면서 중원싸움에서 다른 팀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임과 동시에 빠른 공수전환으로 4-3-3의 파괴력을 극대화시켰다. 로랑 블랑 감독도 프랑스로 하여금 4-3-3을 들고 나오면서 창의성이 풍부한 프랑스 미드필더진을 극대화시켜 패스숫자와 성공률을 올렸고, 당시 수비적인 4-4-2를 들고 나왔던 잉글랜드를 상대로 경기결과를 제외하곤 모든 면에서 잉글랜드를 압도했었다. 그에 대한 자극을 받았었는지, 호지슨 감독 또한 4-3-3으로 변형하려고 했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다. 4-4-2 플랫을 들고 나온 또다른 팀인 크로아티아도 이탈리아를 상대로 먹혀들질 않자 공격숫자싸움에서 우위를 점하려고 3-3-4라는 극단적인 면모까지 보였다.

 

 

 

  199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현대 축구의 승리 방정식은 4-4-2로 통했지만, 역시 자연의 불변의 법칙이 아닌 언제나 승리를 가져다 주는 방정식이 될 순 없었다. 2006년 독일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으로 인해 4-4-2는 빠르게 그 힘을 잃어가고 있었고, 유로2012는 4-4-2가 이제는 더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였다. 이번 대회를 끝나고 4-4-2 포메이션에 작별을 고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 4-4-2는 지고, 4-3-3 등 다른 대체 포메이션들의 시대가 온 것 같다.

 

 

참고 : 베스트일레븐 2011년 11월호, SPECIAL REPORT 2, 포메이션, 과연 그 정체는? - 누가 포메이션을 '숫자 놀음'이라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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