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건너축구/이태리국

[J-Hyun의 유럽경기장 투어] 03. 프리스티지 워너비, 새롭게 태어난 유벤투스 스타디움

J_Hyun_World 2012. 9. 6. 08:00

 

 

 

 

  이탈리아 세리에A 역사에서 거의 대부분 북부 이탈리아 도시들을 중심으로 움직였다고 해도 사실 무방하다. 그 중에서도 북부 이탈리아에는 3명의 거인들이 자리잡고 있는데, 지난 편에 내가 소개했던 밀라노 형제(AC밀란/인테르)와 이번 편에 소개할 유벤투스가 있다. 특히나 유벤투스는 세리에A 최다 우승팀으로 "이탈리아의 제왕"이라는 칭호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2006년 칼치오폴리에 연루되어 그동안 2회 리그 우승을 날림과 동시에 징계차원에서 승점 대량 감점과 세리에B 강등이라는 유벤투스 클럽 역사상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그 여파로 비안코네리의 몇몇 스타플레이어들은 자신들의 프라이드에 상처를 입고 토리노를 떠났다). 그러나 유벤투스는 이러한 최악의 상황을 극복하고 한시즌만에 세리에B에서 승격하면서 보란듯이 제왕의 위력을 내뿜었고, 지난시즌인 2011/12 시즌에 리그 무패우승이라는 위대한 기록을 세우면서 왕좌의 귀환을 알렸다. 나는 그 제왕의 새로운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유벤투스의 새로운 홈구장인 유벤투스 스타디움(Juventus Stadium/Il Nuovo stadio della Juventus)은 기존에 유벤투스와 토리노가 같이 쓰던 홈구장인 델리 알피(Stadio delle Alpi)를 2009년부터 철거하여 그 위에 새롭게 다시 지은 유벤투스 전용 경기장으로 2011년 여름에 완공되어 유럽 빅클럽 중에 가장 최신식 경기장을 갖췄다고 해도 무방하다(토리노는 올림피코로 옮겨가서 사용하고 있다). 경기장이 가장 최근에 지어진 것이 장점이라면, 단점은 여기 유벤투스 스타디움까지 찾아가는 방법이 제법 고되다는 점이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셔틀버스가 운영된다고는 하나, 그 외에는 직접 찾아가기가 상당히 까다롭다(토리노에도 지하철이 있지만, 경기장과는 3,40분 거리에 있다는 게 함정이다).

 

그래서 찾아갈 때 어떻게 가냐하면!!

 

  저기 B표시 되어있는 데가 72번, 72/ 트램이 서는 정류장인데 저기까지 걸어가거나 저기까지 가는 트램을 타고 가면 된다(사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고, 도보로 한 5~10분 정도 소요된다). 저기 B지점에서 해당 버스를 타면 23정거장 뒤에 유벤투스 스타디움이 보이는데 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0분 정도된다. 아니면 유레일을 타고 올 때, 토리노 중앙역인 Porta Nuova역 이전 역인 Porta Susa역에서 하차해도 된다. 왜냐하면 역 바로 앞에 있는 정류장에 유벤투스 스타디움으로 가는 모든 트램이 정차한다. Stadio역(유벤투스 스타디움)으로 가는 트램 번호는 29, 62, 72, 72/, 75다.

 

(멀리서 보이는 유벤투스 스타디움) 

(작년 여름 이맘 때쯤 완공되어서 화제가 되었던 유벤투스 스타디움 VIP석 입구)

 

  저기에 붙은 저 30은 유벤투스의 리그 우승횟수를 나타낸건데, 사실 저 "30"이 논란이 되는게, 예전에 터진 승부조작사건으로 무효처리가 된 2번의 리그우승까지 포함시킨거라서 말들이 많았다(나도 이건 좀 무리수 아닌가 싶은데...). 어찌됐든 구단에서 이렇게 내걸고, 이번 유니폼도 유벤투스 앰블럼 위에 별 3개를 달아버렸으니 저도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내가 유벤투스 구단 관계자도 아니잖아 엉엉). 여기 유벤투스 스타디움 투어는 박물관+경기장 투어까지 가격 합쳐서 무려 18유로(레알이나 바르샤 투어 입장료보다 더 비싸다). 그렇게 피눈물 흘리면서 먼저 박물관을 들어가보았는데....

 

(오메, 입구에서부터 이렇게 사람 소름끼치게 만들어놓으면 어쩌자는거 ㄷㄷㄷㄷㄷ)

  입구에서부터 이런식으로 팬들 소름끼치게 만들어놓아서 저 다리에 힘 풀릴뻔 했다(지릴 뻔...). 이것은 정말 맛보기에 불과했다.

(선수들 인터뷰하는 영상인데, 도중에 나오는 알레옹 ㅠㅠㅠㅠㅠㅠㅠㅠ)

 (이것은 유벤투스 일대기)

(이것은 유벤투스 구단주들 일대기

 

 

  그리고 이것이 유벤투스에서 300경기 이상 뛴 선수들 목록인데, 여기에 유벤투스 현재 감독이자 유벤투스 주장 출신이었던 안토니오 콘테를 비롯하여, 부폰, 네드베드, 트레제게 등 요근래에 뛰었던 선수들을 필두로 페라라, 페소토, 비린델리, 타르델리, 조프 등 레전드들도 명단에 올라와있다. 이 명단에서 가장 압권은.... 

 

 

  바로 전설의 705경기 출장기록을 세운 알레산드로 델피에로의 이름이 떡하니 적혀있다. 사실 '유벤투스=델피에로' 라는 공식이 오랫동안 성립되어왔을 정도로 델피에로는 유벤투스 그 자체나 다름없던 선수였다. 이러한 유벤투스의 전설은 지난시즌을 끝으로 유벤투스를 떠나 말년을 시드니FC에서 보내기로 결정했다. 델피에로가 호주리그에서 뛰니까 아챔에서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기대도 할 수 있겠으나, 시드니의 성적이 영 신통치 않아 아챔에서 알레를 보긴 아마 불가능할 것 같다. 그렇게 300경기 이상 출장기록 세운 선수들 유니폼도 이렇게 따로 전시를 해놓았다.

 

 

 

 

(이제 전설이 된 저 유니폼, 알레산드로 델피에로)

 

 

 

  유벤투스의 황금기에 한 획을 그은 이탈리아 명장인 마르셀로 리피와 지오반니 트리파토니 감독을 세워놓고 공통주제에 대하여 두 감독에 대한 철학 등을 인터뷰한 영상도 준비되어 있다.

 

  이 유벤투스 J Museum의 하이라이트는 마지막 방이다.

(일명 피치 위에서 선수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는 가상 공간)

 

  이 방에서 영상이 몇분가량 나오는데, 여기서 여태껏 찍었던 유벤투스 경기 영상과 유벤투스 팬들의 함성소리와 응원 등이 사방에서 터져나오는데 농담이 아니라 소름이 돋아서 울컥했다(이 방에서 온 몸에 힘이 다 빠져나갈 정도로 여운을 크게 준다).

 

  그리고 대망의 경기장 투어, 다른 때는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투어할 시간대에는 대다수가 이탈리아 사람들이라서 가이드 설명이 이탈리아어 위주로 갔고, 다른 외국어(영어, 프랑스어 등)는 오디오 가이드로 대체되었다. 오디오가이드 순서와 현지가이드인 설명 순서를 못맞춰서 사실상 오디오가이드는 있으나마나 그저 대충 감으로 현지가이드가 설명하는거 알아들은 것으로 경기장에 대해 설명하겠다(유벤투스 스타디움을 방문할 때 이탈리아어 마스터한 지인을 대동하거나 아니면 본인이 이탈리아어를 마스터하길).

 

  유벤투스 스타디움의 컨셉은 "프리스티지 워너비", "VIP들을 위한 경기장"이다. 그래서 다른 이탈리아 클럽들 경기장과 달리 경기장 근처에 대형 상점까지 건설하여 단순히 축구경기만 보러 오는 게 아니라 일종의 멀티플렉스 형식으로 구성해놓았다(쉽게 설명하면 상암경기장 구조와 비슷하다. 단순히 경기만 보러 오는게 아니라 밥도 먹고, 쇼핑하고, 티타임도 즐기고 뭐 그런...). 상암과의 차이점은 상암 경기장 내에 설치된 부대시설은 서울 구단의 수익에 전혀 관계없지만, 유벤투스는 부대시설로 벌어들인 수익으로 자신들의 구단재정에 충당한다는 점이다.  "Baby Park"라고 따로 만든 것을 보면..

 

(여기가 스카이박스쪽 외부에서 찍은 사진. 여태껏 봐왔던 스카이박스와는 뭔가 느낌이 다른...)

 

  그래서 유벤투스가 프리미엄 클럽회원이라고 스카이박스 회원을 유치하고 있는데, 그들이 누리는 특권 중 하나가 바로 이 방인 The Gianni and Umberto Agnelli Club 이다. 여기는 프리미엄 클럽회원 중 최상위 계층이 누리는 공간이다(쉽게 말해 리얼부 집합소 정도?)

 

  여기가 The Gianni and Umberto Agnelli Club 위치에서 내려다본 피치인데, 시야가 정말 최상이다. 밑에 사진에서는 잘 안보이겠지만, 유리벽 바로 뒤에 작은 나무들도 심어져있다.

 

(이 사진에서 젤 뒷줄 자리가 유벤투스의 구단주인 아넬리 회장과 그 일가, 그리고 유벤투스 고위간부들 전용자리)

 

(스카이박스 섹터를 유벤투스 레전드 중 한명인 지암피에로 보니페르티 이름을 따서 사용한다.)

 

 

  유벤투스 스타디움 지붕도 알리안츠 아레나와 비슷한 구조를 이루고 있어서 여기 41000석 관중 전원이 샤우팅을 하게 되는 날에는 부부젤라보다 그 몇십배 이상의 소음으로 상대팀을 기죽여놓는다 한다(유투브에서 유벤투스 서포터들 섭팅 영상을 찾아보면 어느정도인지 대충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나중에 어떤 미국인이 이 유벤투스 스타디움은 증축할 수 없냐고 가이드에게 물어보았는데, 애초에 41000석으로 매주마다 만석 채우는 것을 목표로 만든 것이라서 지붕을 떼어내고 좌석을 늘린다던지 하는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아마 여기서 챔스 결승전이 이뤄지는 것 자체도 힘들 것이라고 가이드가 덧붙여 설명해주었다(어차피 토리노에는 올림피코가 있다면서). 대신 유벤투스 스타디움이 2014년 유로파 리그 결승전 개최지로 선정되었다.

 

(위의 세 사진은 유벤투스 좌석 그림이...)

 

  아참, 이번에는 유벤투스 선수들 드레싱룸 사진이 없다(구단측에서 사진 못찍게 막았다). 대신 사진을 찍길 원한다면 구단에서 운영하는 기념사진 한장 찍어가라면서(물론 돈 받고 찍는다). 말로 설명하자면, 유벤투스 선수들이 쓰는 드레싱룸은 내가 여태껏 방문한 모든 경기장 통틀어 넘버원이라고 감히 단언한다. 더이상 생략한다. 그래서 다른 공간 사진으로 대체한다.

 

(여기가 선수들이 버스타고 들어와서 들어가는 곳이다)

(유벤투스 팀 라커룸으로 가는 복도

(유벤투스 코치팀 드레싱룸, 보안상 비공개다

(여기가 유벤투스 팀 의무실

(여기가 유벤투스 팀 브리핑 공간이다. 이 옆이 선수들 드레싱룸... 허나 사진찍는게 금지된 드레싱룸

 (왼쪽 문이 유벤투스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입장할 때 나오는 곳이고, 오른쪽 문이 방문팀, 가운데 문이 심판진.)

(피치로 나가기 직전의 마지막 문

 (선수들 입장 터널 시야에서 본 피치와 관중석. 상당히 가깝다. 숭의아레나보다 더.)

(이것이 터널게이트)

(여기는 유벤투스 선수들 벤치다. 반대편에는 방문팀 벤치)

(여기는 미디어 작업실. 경기에 대한 기사를 여기서 작성된다고 한다. 기사, 칼럼, 미디어 등등..) 

(유벤투스 기자회견석. 가운데 자리가 안토니오 콘테 자리라고...

(여기가 선수들이 버스에서 라커룸으로 이동하는 사이에 짧은 인터뷰를 하는 공간. 저 유리벽을 경계로 안쪽이 선수들 이동 통로

 

  이 경기장의 특징 중 하나가 경기장 위로 올라가면 이러한 별모양과 그 안에 사람 이름이 새겨져있는데, 이것의 정체가 바로 유벤투스를 거쳐갔던 선수들의 이름이 새겨져있다고 한다. 그래서 밑에 이렇게 수백개로 별모양의 동그라미들이 촘촘하게 박혀있다(마치 LA가면 헐리웃 스타들 이름을 인도 위에 새기는 것처럼).

 

 

  그 중에 특별히 팀에서 추앙받는 레전드들은 대형 노란별로 따로 새겨둔다고 하는데, 조만간 델피에로도 노란별로 작업들어가서 곧 새겨질 예정이라고 한다(위대한 알레옹).

 

(이것은 파벨 네드베드가 새겨진 대형 노랑별이다. 델피에로도 조만간 이렇게 새겨진다.)

 

  현재까지 (외전에서 다룰 예정인) 페네르바체의 홈구장인 쉬크리 사라졸루 스타디움알리안츠 아레나, 그리고 주세페 메아짜/산시로유벤투스 스타디움 4곳을 방문하면서 느낀건데, 각각 구장마다 자신들의 컨셉이 확실히 뚜렷한 것 같다. 페네르바체의 경우에는 "지역주민들과의 친숙함", 바이에른 뮌헨의 경우에는 "실용성과 경제성의 미학", 밀라노형제의 경우에는 "100여년 가까이 유지해온 전통", 마지막으로 유벤투스의 경우에는 "프리스티지 워너비"라는 컨셉이 정확하게 박혀있었다. K리그 또한 각 구단마다 경기장에 대해서 자신들의 모토나 성향을 좀 더 강력하게 피력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포항의 스틸야드 하면 떠오르는 철창의 맛이라던지...)

 

  그리고 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해서 그동안 축구 커뮤니티에서 많은 사람들이 의견을 제시하고 토론을 하기도 한 것을 지켜보았었는데, 나도 처음에는 경기장은 말그대로 경기장으로만 사용해야지, 다른 부속시설을 경기장 안에 집어넣어서 경기장의 용도가 변질되지 않느냐고 했던 사람들 중 한명이었다(예를 들어 울산의 홈구장인 문수만 하더라도 택시아저씨한테 문수 가달라고 하면 결혼식 있냐는 되물음이 몇번 오기에). 그런데 그 생각이 유벤투스 스타디움을 방문하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경기장 수입료 말고는 구단들이 다른 데에서 수익을 많이 올리지 못하고 있으니 아예 경기장 내부라던지 경기장 근처에 구단에서 운영하는 상점이라든지 식당이라든지 그런 방면으로 공격적인 투자가 필요하다(우리나라처럼 구장소유가 안되는 이탈리아도 유벤투스만이 유일하게 경기장 수입료 이외에 다른 방법으로 구단 수익을 많이 창출하여 이탈리아 클럽들 중 나홀로 재정난에서 벗어나 있다). 현재 K리그 내 구단들 중 경기장이 구단 소유인 구단이 포항과 인천이라고 들었는데, 좀 더 자신들의 수익마련에 경기장을 다용도로 활용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기업구단들도 기업재정으로부터 자립하려면 최소한 이러한 준비도 필요하다(물론 구단에서 의지가 없으면 말짱 꽝이겠지만).

 

P.S : 유벤투스 이번 원정 레플 풀세트로 질렀다가 유럽거지가 되었다. 원정레플+맑쇼마킹+캄피오네 패치 합이 100유로...(망할)

2012년 7월 30일, 토리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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